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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18화 (618/705)

외전 제3부 12화

“날 안 건드렸으면 떵떵거리고 살았을 거 아니야.”

말을 끝낸 이준이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의 손을 타고 날아간 경기가 사제들을 훑고 지나갔다.

푸확!

주변에 있던 사제들의 목이 일제히 잘렸다.

머리를 잃은 몸통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피가 고여 만들어진 웅덩이.

허공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준의 잔혹한 손속을 직접 본 그리에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제들을 전부 죽였어….”

이들은 보통 사제들이 아니었다.

신을 모시는 사도.

신의 스킬을 가진 각성자였다.

천계의 힘인 각성자 시스템을 가진 인간이라면.

마력이나 내공을 가진 인간이라면.

신의 힘인 천벌에 제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리에스는 이준에게 천벌이 공격을 하라고 했었다.

한데 이준은 천벌에 면역력이 있는지.

신의 힘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곳에는 대신관이 있었다.

그가 사제들과 함께 천벌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준은 이겨냈다.

뿐만 아니라 대신관은 너무 쉽게 죽이기까지.

경악스러웠다.

‘이준에게는 천벌이 통하지 않아….’

그리에스는 이준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압도적인 무력.

용계에서 봤던 것보다 더한 실력자였다.

한편.

이준은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검은 대공의 파편 조각2를 획득했습니다.]

[바로 보시겠습니까? (Y/N)]

대신관에게 천벌을 맞자 메시지가 올라왔다.

눈앞에 적이 있기에 뒤로 미뤄둔 선택지였다.

지금은 적이 없어 메시지를 눌러보았다.

화아악-

빛이 이준을 감쌌다.

그리고 이전과 같은 장면이 보였다.

‘이 남자가 검은 대공이구나.’

다른 게 있다면 검은 대공과 싸우는 두 사람이었다.

한 명은 사제복을.

다른 한 명은 황금 갑옷을 입고 있었다.

사제복을 입은 남자는 노란 빛을 쏘아댔다.

황금 갑옷을 입은 남자는 커다란 대검으로 검은 대공을 몰아붙였다.

-검은 대공! 네놈만 남았다. 널 여기서 죽여 제로니아 왕국을 손에 쥐어 대륙을 일통하겠다.

-이보르 러예스. 헛된 꿈은 접어라. 네가 용군주들을 꾀어낸 순간 패배다.

-여전히 모든 걸 아는 척하는구나.

-너보다는 많은 걸 아니까.

-감히 대륙의 영웅왕인 나보다 네놈이 낫다는 말이냐!

황금 갑옷을 입은 남자.

영웅왕 이보르 러예스가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부었다.

대검은 강검을 사용할 수 있으나.

쾌검을 구사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이보르 러예스는 대검으로 쾌검을 구사했다.

검은 대공이 반격할 틈을 주지 않을 만큼 빠른 검격이었다.

-영웅왕 비키시오!

사제복을 입은 남자의 외침에 이보르가 공격을 가하다가 순간 사라졌다.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더니 검은 대공을 감쌌다.

-신께 속죄하게.

철컥 소리와 함께 검은 대공의 사지를 속박하는 빛.

검은 대공은 당황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오바디아 반스. 신에게 속죄할 사람은 너다. 네 헛소리에 넘어가 스스로 죽은 자만 수만 명이 넘는다.

-다 신의 뜻이네.

-신다운 신은 전부 죽은 것 같군.

-신을 욕보이지 마시게!

-신성왕. 그만 끝내겠소. 저놈과 말해봤자 대화가 통하지 않소이다.

사라졌던 이보르가 검은 대공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가 대검을 눕힌 채 검은 대공을 찔러왔다.

절체절명의 순간.

[검은 대공의 기억을 엿보았습니다.]

[진행 상황 : 19%]

장면이 끝났다.

이번에도 아쉬웠다.

엔딩을 끝까지 못 본 심정이랄까.

그래도 남자의 정체가 검은 대공이란 사실을 알아 궁금증은 조금 풀렸다.

‘검은 대공의 파편을 모으면 다음 장면을 볼 수 있는 건가?’

어떻게 모으는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았다.

그저 추측뿐이었다.

‘대신관급이 사용하는 천벌을 다시 맞아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대신관급 한 명당 파편이 하나인지.

아니면 천벌을 계속 맞으면 파편을 얻는 건지.

‘알아볼 필요가 있어.’

이준은 전자의 확률을 더 높게 봤다.

“박살내다 보면 나타나겠지.”

그가 커다란 석상 앞으로 갔다.

고귀하고 성스러워 보이는 석상으로 손을 뻗었다.

쾅!

석상이 터지면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어중이떠중이들 보내지 말고 직접 와. 상대해줄 테니까. 아차. 우리 사부님 때문에 못 오려나?”

이준이 석상을 향해 비웃었다.

* * *

“컥!”

레미엘이 피 분수를 뿜어냈다.

안 그래도 창백하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그가 손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천계의 신인 날 도발하는 것인가.”

구겨진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한낱 인간이 신을 업신여기고 있었다.

심지어 보란 듯이 신의 조각상을 파괴했다.

신을 능멸하는 행위.

결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신의 권위를 세워야만 했다.

그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모시겠습니다.”

“됐다. 혼자 들릴 곳이 있다.”

레미엘이 호위장을 물렸다.

레미엘 가의 안쪽 깊숙이 들어갔다.

계속 걸으니.

허물어져 가는 건물이 나왔다.

구 도서관이었다.

끼이익-

문을 열자 뻑뻑한 경첩소리가 들렸다.

거미줄이 쳐진 천장.

부서진 책장과 테이블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 쭉 걸었다.

끝에는 도서관 책장이 앞을 가로막았다.

유독 이 책장만 멀쩡했다.

레미엘이 팔을 뻗으니.

그의 앞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지잉-

레미엘이 손목을 돌리자.

철컥!

책장이 옆으로 이동하며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깜깜한 공간.

빛 한점 없는 어둠을 뚫고 지하에 도착했다.

레미엘 앞에는 거대한 철창이 있었다.

“잘 있었나?”

그가 철창 안쪽을 향해 말했다.

“용신족이 나타났다. 확인해보니 빙룡족이더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어두운 곳이 환하게 밝아졌다.

벽면에 설치된 등불이 일제히 켜진 것이다.

철창 안에는 거대한 크기의 드래곤이 있었다.

강철로 된 피부를 가진 드래곤.

철룡족이었다.

“버텨봐야 헛고생이라는 말이다.”

“네 뜻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빙룡족이 나타났는데도 버티겠다는 건가.”

“너희 천계가 원하는 대로 됐으면 네가 내 앞에 나타날 리 없지 않나.”

레미엘의 눈 옆 근육이 실룩였다.

드래곤이라 그런지 머리 회전이 빨랐다.

“용계가 발견되는 건 시간 문제야.”

“찾고나 말해.”

“나에게 협력한다면 너희 철룡족은 살려주마.”

“천계가? 웃기는 소리. 마계보다 더 음흉한 놈들이 너희 아닌가.”

철룡족의 드래곤이 레미엘을 노려보았다.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용계가 발각되면 너희는 다 죽어. 그래도 좋나?”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똑같다.”

드래곤이 눈을 감아버렸다.

더는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후회하게 될 거다.”

“….”

“네 힘을 강제로 뽑아가도 원망하지 마라.”

“….”

드래곤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네가 스스로 힘을 빌려줬으면 좋았건만 아쉬워.”

레미엘의 발밑에 마법진이 생겼다.

철룡족의 드래곤 밑에서 똑같은 마법진이 그려졌다.

눈을 뜬 드래곤이 그에게 말했다.

“내 마음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철룡의 힘을 취한다면 완벽해지지 않을 것이다.”

“네 마력과 생명을 천천히 뽑아먹을 생각이야.”

“악독한 놈.”

“그러게 순순히 협력했으면 얼마나 좋아.”

레미엘이 몸을 돌렸다.

그를 향해 드래곤이 소리쳤다.

“흑룡왕이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흑룡왕은 이미 사라졌어. 그러니 용계가 분열하고 있는 거 아니야. 너무 기대하지 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그가 계단을 올라 사라졌다.

철룡족의 드래곤.

네아크는 힘이 빠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철의 마력이 레미엘에게로 조금씩 천천히 흘러갔다.

“그는 검은 대공과 함께 돌아올 것이다. 그때 천계는 무너질 터. 지금은 마음껏 즐기거라.”

네아크가 이를 뿌득 갈았다.

* * *

이준은 그리스를 떠나지 않았다.

대신관을 죽이고 얻은 기억으로 철의 사제들이 있는 곳을 찾았다.

쾅-

그는 철의 신으로 보이는 석상을 찾아 죄다 파괴했다.

“마, 막아!”

“석상을 지키시오!”

“죄인을 벌하라.”

신전에 속한 사제들은 불나방처럼 이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대신관의 죽음.

그리고 천벌이 통하지 않은 상대.

사제들에게는 최악의 적이었다.

[흠. 난장판이 따로 없군.]

[헤헤. 건물 부수는 거 재밌어. 삼두도 해봐.]

[어린 애나 하는 거다.]

[스트레스 풀리고 재밌어.]

파랑이는 신전의 건물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었다.

이준의 명령.

신성한 건물을 파괴하는 건 신에 대한 도전이었다.

건물, 석상을 파괴하면 신이 아파한다.

신은 인간의 힘을 먹고 사는 존재.

자신을 받드는 신전이나 제단이 부서지면 데미지를 받았다.

대신관의 기억으로 알게 된 정보였다.

파랑이가 신나게 뛰어놀자.

삼두가 은근슬쩍 움직였다.

그리고 마구잡이로 불을 뿜어냈다.

지옥의 겁화.

신전의 벽돌이 불에 녹아내렸다.

지옥계 서열 공동 2위인 삼두였다.

마정석으로 만들어진 신전의 벽돌이라도.

그의 겁화에는 버티지 못했다.

[생각보다 재밌군.]

삼두와 파랑이가 같이 난동을 부렸다.

주위는 금세 폐허가 됐다.

철을 섬기는 신전을 죄다 무너트리자.

그리스 국가에서 나섰다.

“멈추십시오!”

“트라이던?”

이준을 막아선 이들은 그리스 정부 기관 소속 각성자였다.

통칭 트라이던.

그리스 내 최고 각성자만 모아놓은 집단이었다.

“파천제 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그쪽이 트라이던의 수장이죠?”

“그렇습니다.”

“제가 왜 신전만을 부수고 다니는지 궁금하시겠네요?”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이준은 세계의 영웅.

그가 어떤 행동을 하든 다 이유가 있었다.

사람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게 아니면 모두 눈감아줬다.

하지만 그리스에선 달랐다.

신전을 부수는 것도 모자라 사제들을 죽이는 게 아닌가.

사제들은 그리스의 핵심 전력.

그들의 희생에 정부 기관인 트라이던이 뒤늦게 나선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사신가를 통해 서류로 보내드릴게요. 여러분이 우려한 건 살인은 안 했어. 제가 살귀도 아니고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생각하진 않아요.”

[거짓말.]

삼두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준의 눈빛에 삼두가 다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보고에 의하면 사제들이 전부 죽었다고…”

“다시 살펴보라고 하세요. 마력 회로만 끊어놨지 죽이지 않았어요.”

트라이던의 수장이 뒤로 눈짓을 했다.

그들 중 한 명이 뒤로 빠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도 신전을 전부 부수시는 건 과한 행동이었습니다. 신전은 저희들의 귀중한 유산입니다.”

“그래요?”

“네. 세계의 영웅이라도 보상을 하셔야 합니다.”

“곤란하네요. 여기 대신관이 저를 공격한 것도 모자라 사신가까지 공격했는데 말이죠. 이건 듣지 못했나요?”

“예!?”

트라이던 수장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의 동료가 머리를 좌우로 저었다.

그가 낭패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사실이 맞으면 어떡하실래요?”

“그건 저희가 정할 문제가….”

“이렇게 발을 빼시면 안 되죠. 신전을 부쉈다고 보상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트라이던 수장이 난감해했다.

세계 랭킹 1위를 두고 배짱을 부릴 수도 없는 노릇.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때였다.

“사실이 맞으면 신전을 부순 건 없던 일로 하시죠.”

“제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

“아니면 그리스 전체가 감당하실래요? 나는 양보해도 사신가를 공격한 건 선전포고나 다름없는데?”

“아, 아닙니다.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이준의 협박 아닌 협박에 트라이던 수장은 하는 수 없이 수락을 했다.

“생각해보니까 안 되겠어요. 양보를 했더니 더한 걸 요구한 게 괘씸하네요. 정신적 피해 보상을 해주세요.”

“갑자기 말을 바꾸시는 게….”

“이것도 충분히 양보한 건데 그럼 다른 보상을.”

“아닙니다. 모두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협상은 말이에요 동등한 관계에서나 하는 거예요. 명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무, 물론입니다.”

이준은 속이 후련했다.

철의 사제들이 있는 신전은 죄다 파괴한 상황.

거기다가 피해 보상료까지 두둑이 챙겨가니.

출장 나온 보람이 있었다.

한편.

천계의 레미엘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 아버지!”

아들이 불렀지만 레미엘은 누군가의 곱씹고 있었다.

“파… 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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