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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13화 (613/705)

외전 제3부 7화.

그날 저녁.

그리에스는 사신가로 왔다.

“내 방까지 따라오려는 건 아니지?”

“옆에서 관찰하려면.”

그리에스는 끝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이준이 중간에 그녀의 말을 잘라버렸다.

“여기까지 해.”

그녀는 이준이 기거하는 낙성각까지 따라가려 했다.

그런데 이준이 등을 돌리며 말했다.

감정 하나 없는 눈빛을 한 채 입을 연 것이다.

“난 누가 감시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이준의 차가운 말에 그리에스의 표정이 굳었다.

대신 옆에 있는 한지유의 얼굴에 묘한 균열이 일어났다.

기분이 좋은지.

항상 가지고 다니는 민트 초콜릿 우유를 빨대에 꽂아 마셨다.

입맛은 전혀 변하지 않은 한지유였다.

“지유 넌 왜 따라왔어? 가문으로 안 가?”

“오늘은 여기서 잘 거야.”

“누구 마음대로?”

“내맘.”

한지유는 사신가를 절대 나가지 않을 기세였다.

그녀가 이러는 이유는 그리에스 때문.

그리에스가 사신가에서 묶는다고 하니.

한지유가 따라나선 것이다.

옆에서 감시를 한다나 뭐라나.

이준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알아서 해라. 봉팔아.”

“예 주군.”

“접객당으로 데려가.”

“맡겨주십시오.”

이준은 김봉팔에게 그리에스를 맡겼다.

그리고 낙성각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에스는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보았다.

‘인간이 어떻게 저리 강하지?’

용계에서 봤을 때도 강하다는 걸 느꼈다.

하나 전율스럽진 않았다.

용계에도 강한 드래곤은 굉장히 많았으니까.

그런데 직접보니 가슴이 떨려왔다.

마치 용군주의 앞에 선 느낌이었다.

‘순간 공포가 몰려왔어….’

이준의 옆에서 그가 가진 기운을 알아보고 싶었으나.

그의 무심한 눈빛에 덜컥 겁이 났다.

이 이상 선을 넘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뛰는 가슴.

쉬이 심장이 가라 앉지 않았다.

용의 호흡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진정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가실까요?”

무극단의 부단주인 김봉팔이 그리에스를 불렀다.

“어? 으응.”

그의 부름에 그리에스가 김봉팔을 따라 나섰다.

접객당으로 가는 길.

김봉팔은 오랜만에 본 한지유에게 인사했다.

“지유 아가씨. 못 본 사이에 더욱 예뻐지신 듯 합니다.”

“감사해요.”

“전 지유 아가씨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어떤 게요?”

한지유의 물음에 김봉팔이 신난듯 떠들었다.

“다 압니다. 저희 주군께 아직도 마음이 있으시다는 걸 말입니다.”

“….”

그녀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반박하지 않은 건 긍정이라는 뜻이었다.

“주군께서 눈치가 많이 없으셔서 고생이 많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없는 정도라면 다행이게요?”

“큭. 아, 죄송합니다. 너무 웃겨서.”

“잠잘 때 살수가 안 나타나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해요.”

“흐흐. 인정합니다. 그 정도로 주군은 눈치가 없습죠.”

한지유가 민트 초콜릿 우유를 빨대로 빠르게 들이마셨다.

화가 났다는 표현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혹시 압니까? 주군께서 지유 아가씨의 마음을 먼저 아실지.”

이준이 박정연의 마음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류가을이나 미야와키 칸나 그리고 벨렌 로레스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같았다.

모두가 동일 선상에 놓여 있는 것.

여기서의 차이는 이준을 알게 된 기간이었다.

이 부분을 김봉팔이 콕 짚으며 말했다.

“오히려 정연 아가씨가 더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요?”

“오랜 시간을 알았고, 정연 아가씨는 주군께 적극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주인님은 정연이의 마음을 모르잖아.]

파랑이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삼두 또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고자가 따로 없군. 내 지옥의 수문장을 맡은 이후로 가장 한심한 놈이 바로 이준이다.]

파랑이가 반박을 하려다 말았다.

연애에 대해서는 삼두의 말이 옳았으니까.

“그래서 전 지유 아가씨로 코인을 바꿔 탔습니다.”

“…좋아해야하나요?”

“하하. 그렇다는 말씀이죠. 도착했습니다.”

“무튼 감사해요.”

길 안내를 마친 김봉팔이 슬쩍 그리에스쪽으로 곁눈질했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탐스럽고 긴 파란머리.

정확히 따지자면 블루블랙의 머리카락.

육감적인 몸매.

늘씬하고 큰 키.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함을 갖춘 여자였다.

‘드래곤이라고 했지? 주군은 어떻게 이런 미인만 골라서 사귀는 걸까?’

존경스러웠다.

얼굴이며 권력이며 명예며.

빠지는 게 없는 주군이었다.

심지어 무력은 하늘에 닿았다.

주군이 세계 정복을 선언한다면 온 세상이 그의 것이 될 터.

그만큼 압도적인 힘을 가진 게 사신가의 가주 이준이었다.

모든 걸 가졌으면서 여자 또한 걸맞는 이들만 사겼다.

‘부럽다. 부러워. 난 언제 노총각에서 벗어나냐. 나 혼자만 짝이 없어.’

“하아아.”

“왜 그러세요?”

“아닙니다. 그보다 조심해야겠습니다.”

김봉팔이 한숨을 쉰 후 그리에스를 가리켰다.

“저 여자도 꽤 강적 같습니다.”

“명심할게요.”

“그럼 편히 쉬십시오.”

김봉팔이 할 말을 다하고 터벅터벅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그리에스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대체… 여긴 뭐야?”

정말 한심해 보이는 인간조차 강했다.

한지유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치고는 굉장히 셌다.

뿐인가.

이곳에 있는 각성자 모두가 상당한 실력자였다.

다른 곳과는 차원이 다른 전력에 당황스러웠다.

“용계에서 봤던 느낌하고는 완전히 달라.”

“한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 여기야.”

접객당 주위로 펼쳐진 삼엄한 경계.

외부인에 대한 감시사 철저했다.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빠져 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저 감시를 뚫고 나가려면 도박을 감행해야 할 정도랄까.

아무튼 이곳은 복마전과 다름 없었다.

“이래서 아버지가 이준을 눈여겨 보라고 했구나.”

그녀의 아버지는 빙룡족의 왕이었다.

사라진 흑룡왕의 유지를 받들었던 건 빙룡왕뿐.

용신족은 용계를 나갈 수 없다는 제약을 충실히 이행해서 인지.

다른 용신족으로부터 미움을 샀다.

그때문에 빙룡족은 멸족하게 됐다.

다른 용신족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니까.

그녀만 간신히 살아서 인계로 도망쳤다.

‘왜 자꾸 이준에게 믿음이 생기는 걸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느낌.

계속 기대고 싶게 만든 남자였다.

* * *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냐.”

이준이 손가락으로 귀를 팠다.

누가 욕이라도 했는지 여전히 귀가 간지러웠다.

“잠이나 자자.”

이준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눈을 감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흐릿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씨.”

이준이 상체를 일으켰다.

“왜 자꾸 잡념이 일어나냐.”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 이상한 장면들이 나타났다.

정확히 잘 보이면 추측이라도 해보렸만.

장면은 전부 흐릿했다.

마치 도수 없는 안경을 쓴 듯한 느낌이었다.

“호흡을 하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오랜만에 앉아서 내기를 돌렸다.

사신기가 전신으로 퍼졌다.

“후우우. 이제 좀 잡념이 사라지네.”

호흡을 길게 내뱉었다.

머리속에 떠오르던 잡념이 단번에 없어졌다.

심신의 안정을 되찾자 운기를 그만하려 했다.

사신기는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스스로 내부를 돌아다니니까.

그런데 사신기의 내기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중단전을 지나 심장으로 모이고 있었다.

동시에 사라졌던 흐릿한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컨트롤이 안 되는 내기.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고선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준이 당황하는 사이.

심장에 거대한 기운이 모였다.

빛이 꺼져 있던 서클.

혼돈의 기운을 사신기의 내기가 가득 채웠다.

그럴수록 흐릿하던 장면이 점점 선명해졌다.

“으윽.”

머리가 지끈거렸다.

방대한 정보다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마치 옛날 무극창법을 터득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흐릿한 화면은 완전히 선명해졌다.

그리고 이준은 화면 한복판에 서 있게 됐다.

‘뭐… 지?’

그의 눈에 한 남자가 보였다.

붉은 머리에 제복을 입고 있었다.

중세의 귀족이 입는 복장이랄까.

차가운 인상을 지은 남자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그때.

쿠오오오!

드래곤의 포효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남자의 하늘 위에 있는 한 마리의 블랙 드래곤이 날개를 활짝 폈다.

이에 남자가 손에 든 검을 눕혔다.

반대편 손은 허리춤에 걸린 다른 검을 뽑아 들었다.

십자가 모양이 된 두 개의 검신.

‘검을 활처럼 사용하는 건가?’

마치 활을 사용하는 것처럼 남자가 오른쪽 팔을 뒤로 당겼다.

투명의 기운이 활시위가 된 순간.

저 멀리서 수많은 드래곤이 나타났다.

흰색, 녹색, 검은색, 보라색, 빨간색 등.

각양각색을 한 드래곤이 하늘에 대거 등장했다.

지상은 어떤가.

제국의 군대로 보이는 수만의 기사와 마법사들이 있었다.

‘대체 이게 뭐야?’

이준이 혼란을 느끼고 있는 사이.

남자가 활시위를 놓았다.

십자가 모양의 하얀 빛이 쏘아졌다.

앞으로 날아가는 거대한 빙조.

쩌어어억-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땅이며 공기며 모든 걸 얼려버렸다.

반대편에 있는 기사들이 방대로 앞을 막았다.

지잉-

방패 앞에서 쉴드가 펼쳐졌다.

만 명 이상이 펼치는 대규모의 방벽이었다.

뒤에서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하늘에서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어냈다.

하늘에 수 놓아진 마법들.

마치 유성쇼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빙조는 살아 있는 생명체마냥 날아오는 마법을 피하며 폭사했다.

콰아아앙-

천지를 울리는 굉음이었다.

이준은 혼란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남자의 공격에 감탄했다.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자.

남자가 두 개의 칼을 맞춰 끼웠다.

곡도 형태의 검이 완전한 활이 됐다.

남자가 다시 활시위를 당겨 하늘을 향해 쐈다.

팡-

잠시 후.

하늘에서 수많은 불꽃이 떨어졌다.

불의 비에 드래곤과 기사, 마법사, 몬스터들이 패닉에 빠졌다.

이게 끝이라면 다행.

땅에선 나무의 가시가 불쑥 뛰어나와 기사와 마법사의 몸통을 뚫었다.

하늘을 나는 드래곤의 날개를 잡아 바닥으로 처박기도 했다.

그런데 더 경악할 일이 일어났다.

화르륵-

뾰롱-

그그그극-

쉬이이익-

남자의 뒤로 작은 회오리가 불었다.

불의 회오리.

물의 회오리.

바위의 회오리.

바람의 회오리 등.

기본 속성은 물론 희귀 속성의 회오리가 죄다 맺혔다.

회오리가 사라진 순간.

남자의 군대가 생겨났다.

남자가 뒤편을 향해 소리치는 순간.

화면이 꺼졌다.

그리고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헉, 그 남자는 뭐길래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이준은 조금 전의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 사신기를 운기했지만 더는 볼 수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장면 때문에 그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 * *

그 무렵.

대신관의 명을 받은 안테로가 한국에 도착했다.

으슥한 골목길.

안테로가 뒤집어쓴 로브를 벗으니.

수십 명의 인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안테로와 같은 회색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다들 무사히 도착했군.”

“목표가 파천제와 같이 있습니다. 어찌할까요? 행동에 돌입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먼저 파천제에게 접촉을 할까요?”

“먼저 파천제에게 접촉해서 신의 뜻을 전해라.”

“과연 그자가 우리의 말을 따를까요?”

“따르지 않으면 충돌할 수밖에.”

“알겠습니다. 우선 사제님의 이름으로 접촉을 해보겠습니다.”

“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안테로가 회색 사제복을 입은 이들에게 몸을 돌렸다.

그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마치 텔레포트를 한 듯.

흔적도 없었다.

그가 좁은 골목을 나오자 곧바로 강남의 번화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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