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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08화 (608/705)

제3부 2화

[드, 드래곤이야!]

파랑이가 화들짝 놀라했다.

그토록 위풍당당하던.

지배종이자, 절대종에 속한 파랑이가 이준의 품속으로 쏙 들어왔다.

“폴리모프를 한 건가.”

폴리모프.

드래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걸 말한다.

“절대종 중에 드래곤이 있었나?”

이준이 기억을 떠올리려는데 파랑이가 대신 대답했다.

[없어. 드래곤은 몬스터에 속하지 않아.]

“흠.”

이준이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쓰러진 채 기절해 있었다.

푸른 머리.

오똑한 코.

날카로운 턱선.

잡티 한 점 없는 피부.

영락없이 사람이었다.

“이봐.”

이준이 여자아이를 불렀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런다고 깨어날 것 같아?]

삼두가 핀잔을 줬다.

“그럼 어떻게 깨우는데.”

[내게 맡겨라.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버리면 고통스러워서 일어나겠지.]

“어휴. 너한테 물어본 게 잘못이다.”

이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삼두는… 생각보다 지능이 낮은 것 같다.

이런 머리로 어떻게 지옥의 수문장을 했는지.

정말 의문이었다.

“이봐. 일어나봐.”

이준이 큰 목소리로 불렀지만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크게 다친 것 같아.]

파랑이의 말대로 여자아이는 큰 상처를 입은 듯했다.

외견은 깔끔해 보였지만 내부는 엉망진창.

마력이 미약하게 느껴졌다.

그것도 간당간당한 상태였다.

“난감하네.”

[뭘 고민하나. 그냥 죽여라.]

삼두의 말에 이준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봐주려는 건 아니겠지? 몬스터일 뿐이다.]

[드래곤은 나처럼 몬스터가 아니야. 이 멍청한 삼두야!]

파랑이가 빽 소리쳤다.

이에 삼두가 고개를 휙 돌려 파랑이를 노려보았다.

[죽고 싶냐. 감히 지옥의 수문장인 이 몸에게 욕을 지껄였겠다?]

삼두와 파랑이가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려는 찰나.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자야. 저 아이는 그냥 드래곤이 아니다. 하이 드래곤. 용계에 사는 드래곤이니라.]

“용계요?”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주마. 우선 치료부터 하거라.]

“알겠어요.”

이준은 무극자의 말을 따랐다.

기절한 여자아이를 들어 이동했다.

그는 곧장 암상의 회장.

한금만을 찾았다.

원래 만나기로 해서 그런지.

한금만은 이준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오다가 다친 사람을 주웠다고 하죠. 회복 포션 좀 주세요.”

이준은 너무도 당연한 듯.

한금만 회장에게 치료제를 요구했다.

한금만 회장은 반문도 하지 않은 채.

이준을 향해 최상급 포션을 내밀었다.

이준은 빨간색 플라스크 병의 마개를 따서 여자아이의 입술 사이로 흘려보냈다.

포션을 먹이니 즉각 반응을 보였다.

“비싼 포션인가 보네요. 효과 좋은데요?”

“하피와 트롤, 뱀파이어 로드의 피를 합쳐서 만든 포션입니다. 저희 암상에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이지요. 어떻습니까?”

“대박치겠는데요?”

“파천제님의 안목이시니 확실하군요. 허허.”

얼마나 좋은 효과를 보이면 미약하던 마력이 서서히 강해지고 있었다.

엉망진창이던 내부도 치료가 되고 있고.

시중에 풀리면 불티나게 팔릴 포션이었다.

“숨소리가 안정됐네요. 곧 깨어나겠어요.”

“그런데 누구입니까?”

“드래곤이라네요.”

“예?”

“저도 주워와서 자세히는 몰라요. 이제 물어보려고요.”

한금만의 눈동자가 커진 사이.

이준이 무극자 사부에게 물었다.

‘사부님. 이제 이야기해주세요.’

[전에 잠깐 이야기 해준 적이 있다. 파르가의 서에 대해서 말이다.]

‘천계에서 사부님이 강제로 뺏어서 제게 준 거요?’

[큼. 강제로 뺏은 게 아니라 그쪽에서 신선계로 돌아가라고 준 것이니라.]

‘그게 그거죠.’

[아무튼. 파르가는 태초의 용 중 하나인 흑룡.]

검은 군주 파르가.

흑의 용족왕이라고도 불리었다.

태초의 드래곤이 죽어서 모인 낙원이 바로 용계였다.

무인이 죽어 신선계나 지옥계로 간 것과 똑같았다.

[파르가와 같은 용족왕이 세 명이나 있는데 그중에 푸른 드래곤, 빙룡왕 계열이 이 아이처럼 파란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이 여자가 용족에게는 신 같은 존재라 이 말이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느니라.]

“치료하라고 한 이유기 있었구나.”

그냥 드래곤도 아닌 하이 드래곤.

드래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

그런 여자가 왜 부상을 입었을까.

의문을 떠올리고 있을 때.

마침 여자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왔다.

* * *

천계 대도서관.

그란투스 대륙의 전생서가 모여 있는 곳이다.

그곳의 사서가 못마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용군주의 전생서를 모았는데 그걸 홀라당 파천혈신한테 줄 수가 있어!”

“네일 님. 아직도 그 이야기세요?”

“너 같으면 짜증 안 나겠냐? 천계의 최대 업적이었다고. 천계왕께서 하지 못한 일을 나 네일 레미엘이 해낸 거야.”

“알지요. 알다마다요. 그런데 파천혈신한테 강제로 뺏긴 걸 어찌합니까.”

“하나만 잃었으면 몰라. 검은 군주 파르가의 서를 뺏기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세 군주의 서책도 사라졌잖아.”

“그럼 세 군주가 눈을 뜬 게 아닙니까?”

“그건 아무도 몰라. 군주가 눈을 뜬 건지 아니면 후계자가 모습을 드러낸 건지.”

사서 네일의 눈이 깊어졌다.

용족, 특히 용계의 하이 드래곤은 천계의 입장에서 볼 때 굉장히 중요했다.

잃어버린 천계의 힘을 되찾기 위해선 꼭 필요한 종족.

검은 군주 파르가는 천계의 입장에선 골칫거리였다.

무자비하고 흉악했으며 제어가 안 됐다.

이 골칫거리의 책을 어떻게 할까 의논하던 중.

파천혈신이 나타났다.

그는 딱 집어서 검은 군주의 서책을 달라고 했다.

안 그래도 파르가의 고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나타난 것.

천계는 그를 통해 파르가의 고서를 치워버렸다.

나머지 세 군주를 통해 용계를 찾으면 되니까.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파르가의 서가 사라지니.

나머지 세 군주의 서책도 사라졌다.

천계 수뇌부들은 예상 못 한 변수에 당황해했다.

“빨리 용군주들의 서책을 찾아야 할 텐데.”

그때였다.

벌컥-

도서관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네일!”

“내가 문 부서진다고 세게 열지 말라고 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안 중요한 말이면 넌 죽는다.”

“인계에 푸른 군주의 일가로 측정된 드래곤이 나타났대.”

“뭐!?”

네일의 눈이 커졌다.

그토록 찾던 용군주의 흔적을 찾은 것이다.

“일곱 명의 가주님이 다 모이셨나봐.”

“내 아버지도?”

“당연하지. 네 아버지가 레미엘 가의 가주잖아.”

레미엘 가문.

천계의 대도서관을 관리하는 가문이었다.

네일의 아버지는 대도서관의 이전 사서.

직위를 내려놓고 후계자인 네일에게 물려주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후 가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7대 가문의 대회의에도 모습을 감췄는데.

오늘 칩거를 깨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일곱 명의 가주님들이 다 모이셨으면 용계를 빨리 찾을 수도 있겠다.”

“근데 문제가 있대.”

“무슨 문제?”

“푸른 군주의 일가 출신으로 보이는 용이 하필 나타나면 안 될 곳에 모습을 드러냈나 봐.”

“어디?”

“한국.”

“한국이라면… 파천제가 있는 곳 아니야?”

“그렇지 신선제의 제자의 영역이기도 한 곳이지.”

“난감하겠는데?”

난감 정도가 아니었다.

현재 천계의 힘으로는 신선제를 감당하지 못한다.

잃어버린 힘을 되찾지 않은 이상.

신선제와 붙으면 필패였다.

“넌 그 사람 봤잖아. 어땠어?”

“신선제 말이야?”

“응.”

네일의 친구인 제넷 사리엘이 눈을 반짝이면서 물었다.

신선제 설극을 직접 본건 7대 가문의 후계자 중에 네일 한 명뿐.

제넷은 신선제의 강함이 미치도록 궁금했다.

“강해.”

“그게 끝이야?”

“그자를 볼 때 이 두 단어 이외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존나 멋있어. 한번 보고 싶다.”

“오줌 지릴지 몰라.”

“그 정도야?”

“너 마왕 봐봤어?”

“아니, 대신 루퍼 가문의 가주는 봐봤지.”

“어땠어?”

“마왕을 가장 많이 배출한 명문가답게 엄청 강하던데.”

“당연히 소름은 끼쳤고?”

“응.”

“그 루퍼 가주보다 최소 다섯 배 강하다고 보면 돼.”

“미친!”

제넷이 화들짝 놀라 했다.

입을 다물지 못한 얼굴.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사리엘 가문은 천계의 방어를 담당했다.

그런 가문의 핏줄답게 가득한 호승심.

강한 자를 만나면 언제가 가슴이 뛰며 흥분했다.

한데 친구인 네일의 말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7대 가주님이 전부 모인 이유를 알겠지?”

천계의 잃어버린 힘을 되찾으려면 푸른 군주가 꼭 필요했다.

인계에 나타난 푸른 군주와 관련된 드래곤을 천계에 데려와야 했으나.

걸림돌이 있었다.

그것도 크나큰 장애물.

과감히 전쟁을 선포할 그런 영역이 아니었다.

“가주님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는 신선제를 향해 가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 * *

그 시각.

천계의 신전, 둥근 원형의 탁자에 7대 가주가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찌해야 하겠소?”

“음….”

“난감하군….”

“하필 신선제의 제자의 앞에 푸른 군주의 관련된 자가 나타나다니.”

모두가 의견을 제시하길 꺼려했다.

이준은 신선제의 제자였다.

요즘 들리는 소문으로는 신선제를 점점 닮아간다나.

문제를 일으키진 않지만.

손을 씀에 자비가 없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신선제보다 한 수 위라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차라리 신선제의 제자에게 부탁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인간에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자는 말이오?”

우리엘 가문의 가주가 버럭 소리쳤다.

명색에 천계를 다스리는 신.

신이 인간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 그였다.

하지만 라구엘 가주는 생각이 달랐다.

“우리엘 가주는 파천제가 누군지 모르나 봅니다. 신선제, 파천혈신의 하나뿐인 제자입니다. 각성자 등급으로는 논외고 무림의 등급으로는 자연경 끝자락에 있습니다. 그런 자를 인간이라고 무시하면 안 될 말씀입니다.”

사실을 그대로 말했으나.

우리엘 가주의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그래도 아니 될 말이오. 우리의 위신을 떠나서 인간에게 부탁하는 일은 천계가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없었소이다.”

“그럼 해결 방법이 있습니까?”

“그건….”

우리엘 가주가 말을 잇지 못했다.

방법… 없었다.

해결책을 꺼내놔도 모두 한곳에서 부딪혔다.

바로 신선제.

그의 제자가 이준이라는 것에서 막혔다.

그때 우리엘 가주의 편을 든 가주가 나타났다.

“우리가 부탁을 한다고 들어준다는 보장은 없지요. 그는 파천혈신의 제자입니다. 우리에게 우호적일까요?”

대도서관 사서 네일의 아버지인 레미엘 가주였다.

천계는 신선제를 적대시하는 이들이 많았다.

규율을 목숨처럼 아끼는 천계.

반대로 파천혈신, 현 신선제는 규율 따위는 개나 줘버렸다.

심지어 천계에 찾아와 강짜를 부리기까지 했다.

신선제가 되고 성격이 점잖아질 거라 생각했으나.

변함없었다.

오히려 더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

천계인이 가장 싫어하는 태도였다.

“꼭 부딪혀 보자는 말로 들립니다.”

“못할 것도 없지요.”

“못 들으셨습니까. 그는 신선제의 제자입니다. 자칫 하다가는 신계가 다시 피로 물들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제 말을 오해하고 있으시군요. 우리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을까요?”

“설마 사도를 이준에게 보내자는 말입니까?”

“그 방법도 있지요.”

“아니 될 말씀입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지 모릅니다.”

“신선제와 직접 충돌하는 것보다는 낫지요.”

라구엘 가주와 레미엘 가주는 서로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했다.

길어지는 회의.

양쪽 진영으로 갈리면서 밤을 샜다.

그리고 한쪽으로 결론이 났다.

우리엘 가주의 승리.

천계의 대리인인 사도를 보내자는 쪽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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