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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99화 (599/705)

제582화

모든 게 끝났다.

주경아의 몸에서 마왕의 힘을 없앴다.

이준의 단전에 깃든 손자의 영혼을 소멸시켰다.

천극자의 역할은 여기까지.

인계로 오기 전 염라대왕과 약속했다.

인과율을 어기지 않기로.

염왕과 약속을 했기에 이제 지옥계로 복귀해야 했다.

그 전에 고개를 돌린 천극자가 알제스 루퍼를 보았다.

“헉!”

그가 몸을 미친 듯 떨었다.

현재 천극자는 눈을 뜬 상태였다.

신계의 왕도 두려워하는 백안을.

오만의 군주인 알제스 루퍼가 견딜 수 있겠나.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한 채 이를 딱딱 부딪쳤다.

‘괴, 괴물… 설극보다 더한 놈이 존재했어. 저, 놈에게서 벗어나야 해!’

알제스 루퍼가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때 천극자의 고요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렸다.

“너구나.”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음성이었다.

“…?”

알제스 루퍼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저벅저벅.

천극자가 걸음을 옮겼다.

그 어떠한 기세도 흘리지 않았다.

그저 알제스 루퍼를 응시한 채 앞으로 걸었다.

그의 앞에서 멈춘 천극자.

알제스 루퍼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천극자는 뒷짐을 지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너로 인해 극이가 아파했어.”

“…극…? 설마 설극을 말하는 건 컵!”

알제스 루퍼가 말하다 말고 제 목을 붙잡았다.

어느새 그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무형의 기운에 사로잡혀 허공에 뜬 몸.

발버둥 치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사람의 얼굴을 뒤집어쓰고 짐승 같은 짓을 일삼은 너 같은 하찮은 놈 때문에 내 제자가 아픔을 겪었다.”

천극자의 백안이 분노로 가득했다.

어그러진 하늘이 흔들렸다.

마계수로 인해 나타난 마계가 무너져 내렸다.

천극자의 백안은 다른 층계에도 영향을 끼칠 만큼.

압도적인 힘을 지녔다.

천극자가 그동안 눈을 감고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너무도 강해 함부로 꺼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으니까.

“너 따위 놈에게 아픔을 겪으라고 내가 극이에게 무공을 가르친 게 아니란 말이다!”

그가 처음으로 분노를 터트렸다.

염라대왕에게도.

자기 멋대로인 설극에게도.

악마에게 몸을 받친 주경아에게도 화를 내지 않던 그가.

알제스 루퍼에게는 화를 내고 있었다.

“커헉!”

알제스 루퍼의 전신 모공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마계에서 마왕을 가장 많이 배출한 루퍼 가문의 가주가.

고함 한 번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서, 설극의 사, 사부라니 크흑!’

알제스 루퍼는 고통스럽기도 했으나.

그것보다 너무 당혹스러웠다.

설극의 사부가 나타나 모든 상황을 정리한 것도 모자라.

‘…윽 내 정체는 어,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이냐…!’

그는 자신의 정체도 정확히 아는 듯했다.

‘위, 위험해! 저자한테 벗어나야 한다 으으….’

알제스 루퍼는 생각과는 달리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몸이 움직여야 도망치든가 하지.

사지가 통제되지 않았다.

“내가 널 어찌할 것 같으냐.”

“…사, 살려….”

“버러지만도 못한 것이 살고는 싶은 모양이구나.”

천극자가 손을 활짝 펴며 알제스 루퍼의 얼굴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콰득.

“크아아악!”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알제스 루퍼가 괴성을 질렀다.

“내 심정으로는 네 대갈통을 단숨에 부숴버리고 싶으나 참겠다.”

천극자가 알제스 루퍼의 머리를 놓아줬다.

알제스 루퍼가 머리를 붙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운 좋은 줄 알거라. 염왕과의 약속만 아니었다면.”

천극자가 백안을 번들거리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게끔 만들어줬을 것이니라.”

그가 몸을 돌렸다.

“널 죽일 사람은 따로 있지.”

알제스 루퍼에게는 미련이 없는 듯.

이준에게로 갔다.

* * *

문이 망가진 염라전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와 함께 염라대왕 앞에 나타난 황금 서책.

염라대왕이 책을 잡는 순간 황금색이 검붉게 변했다.

오직 천살성에게만 나타나는 색이었다.

책이 펼쳐졌다.

[신살룡 왕휘. 천극자의 손자임과 동시에 차기 고금제일인이었던 인간.

특이사항. 만약 그가 오래 살았다면 파천혈신보다 강했을 가능성이 있음.]

책에 새로이 쓰인 글귀였다.

당연한 내용.

신살룡 왕휘는 천극자의 혈통.

염라대왕도 이 내용을 부정할 순 없었다.

그는 서책을 덮고 말했다.

“드디어 인과율이 제대로 돌아가는구나.”

그의 중얼거림에 왕휘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염라대왕이오?”

왕휘는 염라대왕을 보고도 당당했다.

그는 지옥계의 왕.

그 누구도 그의 앞에선 벌벌 떨었다.

그의 판결에 따라 구천옥으로 갈 건지.

팔대지옥을 겪은 후 환생이 정해지니까.

“그렇다.”

“내가 좀 늦었소.”

한데 왕휘는 염라대왕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마치 마실을 다녀온 듯한 말투.

염라대왕이 피식 웃었다.

누가 천극자의 손자 아니랄까봐.

염왕인 자신의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널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잠깐.”

염라대왕이 말을 하는데 왕휘가 끊었다.

왕휘는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이준의 눈을 통해서 본 남자가 서 있었다.

“여기서 당신을 보다니. 반갑소.”

왕휘가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무극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무극자는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어? 음….”

왕휘는 천극자의 손자다.

어찌 보면 자신과 동문.

비슷한 또래거나 나이가 조금 많은 정도랄까.

그가 죽지 않았다면 사형이 될지도 몰랐다.

천살성의 정체가 하필 사부의 손자라 어떤 태도를 취할지 모르고 있는데.

“듣고 본 것과 달리, 내성적인 것이오? 부끄럼을 타는 듯하오.”

“그, 그게 아니라.”

무극자가 당황한 모습을 본 염라대왕이었다.

상황이 재밌게 흐르자 잠자코 지켜봤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설극 아닌가.

언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굉장히 좋은 구경거리였다.

“괜찮소. 부끄러워할 것 없소. 잠시만이라도 편하게 말하는 게 어떻소?”

왕휘는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입장.

신선제인 무극자와는 형편이 달랐다.

“두 사람 다 같은 사문 아니냐.”

염라대왕이 옆에서 부추겼다.

구경만 하는 것도 재밌는데 무극자가 당황한 걸 보니.

골탕 먹이고 싶었다.

그동안의 복수랄까.

“동문 같은데 말 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러고 보니 왕휘가 너보다 열 살은 더 많다.”

염라대왕의 말에 왕휘가 기쁜 듯 말했다.

“하하. 그렇소? 내게 선계의 왕인 사제가 잠시나마 생긴 것이오?”

왕휘는 천살성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녔다.

정말 맑고 순수한 인물.

누구나 좋아할 만한 성품을 지녔다.

마치 옛날 때 묻지 않은 설극을 보는 듯했다.

왕휘가 한손으로 설극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어깨를 두드렸다.

“사제도 내게 말 편히 해.”

“그….”

무극자가 염라대왕에게 고개를 돌려 도움을 청했다.

“큭큭.”

염라대왕은 꺽꺽거리며 웃어댈 뿐이었다.

‘저 빌어먹을 영감탱이.’란 눈빛으로 욕을 하는 무극자였다.

“아니지. 지금 당장 사형이라 불러보는 게 어때?”

왕휘는 어느새 무극자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천극자란 사람에게 무공을 배웠다는 공통점.

할아버지이자 사부를 극진히 생각한다는 공통에서 유대감이 생겼다.

“아니면 왕형이라고 불러도 좋아.”

하나 무극자는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그에게 순수하게 다가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

파천혈신이 된 이후에는 모두가 두려워하기만 했다.

너무 오랜만에 사람이 다가오자 적응 안 됐다.

“우리 사제가 부끄러움이 많은데. 안 그렇소? 염라대왕.”

“끅끅. 천하의 설극이 부끄럼을 타다니 신계가 발칵 뒤집힐 소식이구나 큭큭.”

염라대왕의 웃음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무극자가 버럭 소리쳤다.

“닥치시오!”

괜히 염라대왕에게 화풀이를 하는 무극자였다.

그때 또다시 들려오는 왕휘의 음성.

“할아버지께서는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시는데 이 모습을 보면 사제한테 꽤나 실망할 거야.”

왕휘의 입에서 천극자가 나오자.

“하, 하면 될 것 아니오.”

그제야 말을 듣는 무극자였다.

왕휘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봤다.

“사….”

“뭐라고?”

“…형….”

“안 들리는데.”

왕휘가 무극자의 입에 귀를 가져다 댔다.

무극자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형….”

“하하. 그래 내가 사제의 사형이야.”

왕휘가 염라전을 떠나가라 웃었다.

그러다 웃음을 뚝 그치고는 무극자에게 말했다.

“할아버지를 돌봐줘서 고마워.”

“은혜는 내가 입었소.”

“아니야. 사제가 없었으면… 할아버지는 이미 생을 포기하셨을 거야.”

자신과 비슷한 사제를 찾았기에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연명한 것이다.

“내가 죄업을 받는다면 할아버지는 영원한 소멸을 택하실 터. 사제가 막아줘.”

“그리하겠소.”

“사제만 믿을게.”

왕휘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이런 사람이 천살성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은 무극자였다.

“염라대왕. 이제 판결을 내려 주시오.”

“천극자가 올라오는 걸 보지 않아도 되느냐.”

“할아버지를 보면 미련이 남을까 봐 그러오.”

“네 뜻이 정 그러면 판결을 내리겠다.”

염라대왕은 왕휘의 죄업을 훑어보고는 판결을 내었다.

“신살룡 왕휘. 인과율을 어긴 존재라 구천옥에 수감 되어야 하나 인계의 위기를 수 차례 구해내어 많은 자의 목숨을 구해 팔대지옥의 벌을 내리겠다. 그리고 죄업을 전부 닦고 환생을 명한다.”

지옥계에서 가장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오랜 세월 지옥의 관리자로 살아온 이들도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었다.

염라대왕이 이리도 관대한 처분을 내렸을까 의문이었다.

* * *

쓰러져 있는 이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미동도 없었다.

“몸이 많이 망가져 있구나.”

천극자의 눈동자는 굉장히 따뜻해져 있었다.

설극의 제자이자 아들이기도 한 이준.

구천옥에서 이준에 대한 말을 할 때와는 다르게 무척 자애로웠다.

“할애비가 고쳐주마.”

천극자가 이준의 단전에 손을 얹었다.

자신의 손주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내부.

혈도는 이준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져 있었다.

이대로 깨어난다면 둘 중 하나였다.

백치가 되든가.

광인이 되든가.

정상적으로 돌아올 확률은 굉장히 희박했다.

물론 혼원신공이라는 절대의 내공이 없을 때의 가정이었다.

넓어진 혈도만 이준에게 맞게 좁혀준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는 김에 선물도 줘야겠지.”

어차피 무로 돌아갈 몸.

소멸될 때까지 힘을 가지고 있어서 뭐 할까.

어여쁜 사손에게 선물을 주고 떠나는 게 나았다.

천극자의 손에서 폭풍 같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준의 단전에 모이는 기류.

오색 찬란한 빛이 반짝이며 이준의 단전으로 들어갔다.

“이 힘을 수습한다면 너를 이길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색찬란한 기운은 천극자가 평생을 모은 힘.

사신문의 정수였다.

그 힘이 이준의 내부에 깃들자.

상처 났던 기혈들이 순식간에 나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깨끗하고 더욱 튼튼해진 혈도.

이준의 창백한 안색도 제 색을 찾았다.

대신 천극자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이준에게 일평생 갈고 닦은 힘을 전해서 그런지.

몸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었다.

원체 강력하고 무한한 내공을 지닌 그라 아무 일 없는 것같이 버티고 있는 것.

다른 이였다면 진작 소멸하고 말았으리라.

“다 됐다.”

천극자가 이준의 단전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렸다.

천극자의 눈은 이준의 심장을 향하고 있었다.

“이 힘은 네게 독이 된다.”

이준의 심장에 자리한 마력.

무극기와 합쳐진 기운.

혼돈의 힘이었다.

손자인 왕휘의 기운도 섞여 있는 힘.

천살성이 없는 이준이 가지고 있을 만한 게 아니었다.

“사신문의 무공만으로도 평생을 정진해야 한다. 네게 마법은 사치니라. 대신 내공으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는 해주마.”

천극자는 이준의 심장에 있는 마력을 전부 회수했다.

혼돈의 기운이 나가지 않겠다고 버텼으나.

천극자의 힘에 하는 수 없이 굴복하고 밖으로 나왔다.

정말 부조화스러운 건 마력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에 새겨진 서클은 그대로였다.

새겨진 서클에 마력 대신 내공이 차오르자.

서클은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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