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97화 (597/705)

제580화

“여기다.”

주경아의 옆을 점한 천살성.

그의 손에는 어느새 파멸겁이 잡혀 있었다.

주작의 힘이 깃든 무기.

천살성이 잡으니 파멸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가 회색 화염에 감싸인 파멸겁을 앞으로 찔렀다.

대기가 일그러지며 나아가는 무기.

천살성을 놓쳤던 주경아가 황급히 맞받아쳤다.

쩌어엉!

마계수로 인해 마족화가 된 주경아였다.

그녀의 몸을 감싼 마기가 파멸겁을 가로 막았다.

뚫으려는 파멸겁.

막으려는 마기.

팽팽한 접전이었다.

하나 천살성은 그저 찌르고만 있을 생각이 없는 듯.

파멸겁을 뒤로 뺐다.

접전하는 도중 창을 뒤로 빼면 반탄력이 상당할 터였다.

천살성은 상관없는지.

파멸겁을 뒤로 뺐다가 횡으로 휘둘렀다.

그그그극!

마기에 가로막힌 파멸겁이 쇳소리를 내었다.

“이래도 막을지 궁금하군.”

천살성은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그러더니 파멸겁을 미친듯 휘두르기 시작했다.

육중한 소리가 연신 들렸다.

반격할 기회가 없을 정도로 촘촘한 공격.

틈이 보이면 거길 파고들어 공격을 끊을 테지만 방어하기 급급했다.

주경아는 방어를 하면서 몸을 뒤로 뺐다.

그런 그녀를 천살성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곳곳에서 들리는 파공성.

하늘, 땅 가리지 않고 강력한 기파가 주위로 퍼졌다.

천살성의 무자비한 공격은 계속되었다.

주경아의 마기도 더는 버티지 못했다.

쾅!

파멸겁이 마기를 뚫고 주경아의 어깨를 후려쳤다.

엄청난 속도로 땅에 처박히는 그녀였다.

먼지구름이 가라앉을 때까지 지켜볼 만했지만.

천살성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파멸겁을 역수로 잡아 힘껏 던졌다.

“투경.”

무극창법이 천살성의 손에서 펼쳐졌다.

한줄기 빛이 되어 떨어지는 파멸겁.

먼지 속으로 들어간 창이 거대한 굉음을 일으켰다.

마치 유성이 땅에 떨어지는 장면 같았다.

주위는 온통 먼지로 뒤덮였다.

시야를 가리고 있자 천살성이 손을 휘저었다.

파멸겁이 허공에 뜬 채.

거대한 폭풍을 일으켰다.

시야를 가렸던 먼지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겨우 팔 한 짝인가?”

주경아의 왼팔 하나가 뜯겨 나갔다.

천살성은 만족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잠시.

주경아의 팔이 빠르게 재생되었다.

“재생력 하나는 기가 막히군. 심장을 뜯어내지 않으면 계속 재생하겠어.”

마족이 위험한 이유였다.

이준이 군주를 상대할 때 심장부터 으깬 것도 이 때문.

상위 마족은 신체 재생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마왕은 어떻겠는가.

머리가 깨져도.

다리와 팔이 잘려도.

심장만 온전하다면 신체가 금방 재생된다.

“재생력 좀 죽여야겠군.”

천살성은 돌아온 파멸겁을 잡았다.

그리고 창에 무극기를 집어넣었다.

웅웅.

파멸겁이 거칠게 진동했다.

“네 봉인을 풀어주마.”

그 말이 끝나자 2단계 모습을 한 파멸겁이 화염에 감싸였다.

검은 불꽃, 노란 불꽃이 번갈아 가며 타오르더니.

정점에 다다른 순간.

불꽃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새로운 파멸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더욱 화려해질 줄 알았던 창이 단순해졌다.

마치 1단계의 형태처럼.

붉은 창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었다.

대신 예기는 그 전보다 날카로웠다.

파멸겁은 신병이자 마병.

제3형태는 아예 마병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퍽-

천살성은 파멸겁을 땅에 박아넣었다.

“네 힘을 보여라.”

파멸겁에서 지독한 살기가 뿜어졌다.

그와 동시에 땅을 타고 흐르는 열기.

바닥이 쩍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파멸겁의 흑염이 흘렀다.

흑염은 상대가 죽을 때까지 타오르는 지옥의 화염.

재생력과는 상극에 있었다.

흑염이 깔린 곳에선 아무리 마왕이라도 재생력이 떨어질 테다.

* * *

“마왕이… 밀리고 있어!”

연아린의 눈이 토끼 눈처럼 커졌다.

마왕이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

이준이 틈을 주지 않고 공격해서 그런지.

방어하는 데만 급급했다.

“아무리 어르신의 제자라지만… 인간이 신을….”

그녀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말 그대로 마왕은 신이었다.

마계를 다스리는 마신.

그런데 그 압도적인 강함을 뽐내는 건 도리어 이준이었다.

지금도 거칠게 마왕을 몰아쳤다.

이준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어려 있었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모습.

너무도 소름이 돋았다.

등골이 오싹하다고 해야 할까.

보고만 있는데도 긴장이 온몸을 감쌌다.

“저, 저희는 이제 어찌해야 하는지…?”

한 신선이 연아린에게 물었다.

현재는 마족과 몬스터가 모두 죽은 상황.

갑자기 벙찐 상태였다.

싸울 적이 없어진 것.

아니, 있긴 했다.

오만의 군주가 남았긴 했지만 이미 전의가 꺾인 듯 보였다.

“선계의 율을 펼치세요. 저들의 싸움에 이 땅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세요. 전 마계수를 파괴할게요.”

“알겠습니다.”

신선들은 넓게 선계의 율을 펼쳤다.

신선계에서 펼치는 결계보다는 못하나.

그래도 신선들이 펼치는 방어 결계였다.

어정쩡한 방벽보다는 튼튼했다.

연아린과 야차, 나찰은 마계수로 갔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지독한 마기를 토해내고 있어.”

[그럴 수밖에. 마계수는 마계와 인계를 잇는 통로다. 마계의 마기가 넘어오니 역겨운 건 당연하다.]

지옥의 수문장, 삼두의 말이었다.

지옥계와 마계는 비슷한 곳이 많았다.

마기가 허공에 떠도는 것.

이 마기가 없으면 층이 무너진다.

그만큼 중요했다.

“마계수를 빨리 없애서 주경아의 마기를 꺾어야겠어요.”

[도와주지.]

연아린이 검에 뇌신공을 집중시켰다.

야차와 나찰도 각자 내공을 최대치로 끄집어냈다.

삼두는 입에서 지옥의 불꽃을 토했다.

마계수를 공격하니.

투명한 막이 앞을 가로막았다.

뿐인가.

마계수의 가지가 길어지더니 그들을 공격했다.

더는 공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마계수의 의지였다.

하나 이곳에 있는 자들은 마계의 군주급.

마계수가 저항한다고 해치울 수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

연아린의 뇌검과 삼두의 불꽃이 마계수의 방어를 기어코 깨어버렸다.

이제 남은 건 마계수의 촉수뿐.

야차와 나찰들이 마계수의 가지를 자르고 또 잘랐다.

연아린과 삼두가 마계수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했다.

마계수는 위험을 감지했는지.

최후의 저항을 했다.

가진 마기와 균열을 이용해 열매를 맺은 것.

그 열매에선 카오스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보스 몬스터 급.

수십 마리가 튀어나와 연아린과 삼두를 공격했다.

“뇌격.”

연아린의 검이 번쩍였다.

그녀의 뒤로 나타난 수천 개의 뇌기가 일제히 마계수를 향해 쏟아졌다.

삼두 또한 지옥의 화염을 일점으로 모았다.

카오스 몬스터를 휩쓰는 뇌기와 지옥 화염.

보스 몬스터들은 제대로 저항도 못한 채 산화되었다.

끼아아악!

마계수가 비명을 질렀다.

여자가 찢어져라 지르는 비명 같았다.

연아린과 삼두의 폭격에 마계수의 몸통이 뜯어지고 파괴되었다.

“낙영뢰.”

하늘에서 거대한 벼락이 마계수를 관통했다.

쩍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도 부족했는지.

연아린과 삼두는 자기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부었다.

한참을 공격한 끝에 그 튼튼하고 단단하던 마계수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쿵.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던 알제스 루퍼가 중얼거렸다.

“마계수가… 쓰러졌어?”

그가 당황해했다.

마계수는 마계와 인계를 이어주는 통로.

웬만한 공격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나무가 파괴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다.

오직 오만군주만 아는 사실.

원래는 나머지 군주들도 알아야 하는 내용이었으나.

거의 대부분 오만의 가문이 마왕의 위를 이었다.

다른 군주들은 이 사실을 차츰 잊게 됐고.

지금와서는 알제스 루퍼만 알고 있었다.

마계수가 무너지면 그때부터 진정한 신의 권능이 발현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러면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이준이 마왕을 몰아붙이면서부터 계획이 틀어졌다.

인간 따위가 어찌 마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겠나.

불가능하리라 보았다.

한데 인간이 이기고 있었다.

그것도 마왕을 압도한 채 말이다.

이제는 진정한 신의 권능이 발현하려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왕이 진정한 힘을 보이려 했다.

* * *

마계수의 힘이 주경아에게 몰렸다.

몰아치던 천살성이 행동을 멈추었다.

꺼림직한 느낌에 공격을 중단한 것이다.

“뭐지?”

천살성이 고개를 올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파지지직-

하늘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 중심으로 몰리는 마기들.

바닥에 퍼졌던 균열에서 보랏빛 아지랑이 위로 올라왔다.

그 기운들은 일그러진 하늘로 빨려 들어갔다.

“예감이 안 좋은데.”

일그러진 하늘 아래에는 마왕 주경아가 있었다.

아무래도 저 마기가 주경아에게 쏟아질 것만 같은 느낌.

천살성은 지체하지 않고 공격했다.

사신문의 무공인 사신기가 다시 재현되려는 순간.

일그러진 하늘에서 내려앉았다.

“윽.”

너무도 강력한 마기에 천살성조차 신음을 내었다.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앞을 보았다.

마기에 덮인 주경아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깔깔깔깔.”

그녀의 웃음으로 인해.

“큭, 내공으로 귀를 보호하세요!”

[파멸적인 흑마력이다….]

연아린과 삼두가 다급히 내공을 끌어올려 귀를 보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상을 입었다.

마왕의 웃음소리에 진탕이 된 내부.

그전까지는 장난에 불과했다는 듯.

무시무시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

또한 마족화가 됐던 주경아의 신체가 다시 인간으로 변했다.

똑같은 건 검은 날개뿐.

뿔이나 흉측한 신체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위험하군.”

천살성이 처음으로 긴장했다.

변한 주경아를 상대했어도 자신감 넘쳤던 그.

하나 지금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이 흘렀다.

“빨리 끝냈어야 했는데.”

오만함으로 인해 이준이 위험해졌다.

사신문의 무공을 연달아 사용하는 건 이준의 몸에 부담되는 일.

마왕을 쓰러트리려면 사신문의 무공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누군가에게 말했다.

“이 정도만 하는 게 어떠하냐.”

정말 뜻밖의 말이었다.

천살성의 광오함과 오만함은 그를 존재하게 해주는 원동력.

뒤로 물러난다는 건 천살성으로서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준을 위해서 한걸음 물러났다.

“몸만 망가진다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네 자아가 붕괴될지 모른다. 내가 이 몸을 차지한다는 소리지. 그래도 기꺼이 주경아를 죽여줬으면 하느냐.”

천살성은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상관없어.]

“너란 놈은….”

죽여달라는 말.

자신이 사라져도 사부의 빚을 갚는 게 먼저였다.

“날 원망하지 마. 이건 네가 원한 거다.”

천살성은 이준을 설득하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는 내공을 피웠다.

혼원신공을 극성으로 돌리는 찰나.

그의 귀를 사로잡는 걸음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천살성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한 노인이 다가왔다.

그가 흠칫 놀랐다.

“…!”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세등등하던 주경아 또한 뒤로 물러났다.

진정한 왕의 권능이 발현되고도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 휘야.”

휘.

천살성의 이름이었다.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한 이름에 천살성의 눈이 커졌다.

“…할아버지!?”

처음 눈을 뜰 때는 기억이 없었으나.

이준이 강해질수록 옛 기억을 찾은 그였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노인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휘야.”

“정녕… 할아버지십니까?”

천살성은 이준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천극자의 눈에는 신살룡 왕휘로 보였다.

“네 할애비가 나 말고 또 있느냐.”

“아닙… 니다.”

“녀석. 여전히 마음이 여리구나. 준이를 위해 애쓰고 있었어….”

그가 손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토닥였다.

마치 마지막으로 손자를 쓰다듬어주는 것 같았다.

“보고 싶었습니다.”

“나도 보고 싶었다. 내 손자 휘야.”

조손간에 인사를 하고 있는데 천극자로 인해 두려움을 느낀 주경아가 다짜고짜 공격해 왔다.

“시간이 많지 않다. 넌 잠시 빠져 있거라.”

천극자가 주경아도 보지 않고 팔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나온 경력이 그녀를 뒤로 처박아 버렸다.

신의 권능이 발현된 마왕이었으나.

천극자의 손짓 한 번에 나가떨어진 그녀였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