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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87화 (587/705)

제570화

이준의 몸에서 기세가 뻗어 나왔다.

쾅!

거대하고 웅장하던 제스퍼 가문의 정문이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파괴적인 기운을 뿜어낸 것도 잠시.

이준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가 뒷짐을 진 채 유유자적 앞으로 걸어갔다.

정문을 넘어 마계수가 보이는 곳까지 가자, 많은 이들이 경계하고 있었다.

“저놈이 의주겠고, 나태와 인색, 탐욕의 군주가 넘어왔네.”

이준은 네 사람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색욕을 죽여서 얻은 기억으로 저들을 판별한 것이다.

“웬 놈이냐.”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간덩어리가 부은 인간이군.”

나태와 인색, 탐욕이 혼자 온 이준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하나 의주는 달랐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파천자….”

파천자는 한국의 영웅이자 세계 랭킹 1위 각성자였다.

색욕군주의 복수 대상이기도 했다.

이곳에 색욕군주가 아닌, 파천자가 나타났다는 건 딱 하나.

그에게 색욕군주가 죽었다는 것이다.

“파천자?”

“저놈이 인계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야?”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세 군주가 이준을 유심히 보았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 어떤 강력한 기운도 뿜어내지 않았다.

“군주를 죽인 자요. 조심해야 하오.”

의주는 이준을 한껏 경계했다.

‘군주와 싸웠는데 너무 멀쩡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색욕의 군주는 마경 끝자락에 있는 최상위 마족이었다.

무림의 경지로 치면 자연경 완숙.

그런 자와 싸웠을 텐데 너무 멀쩡하지 않나.

‘난 뒤로 빠져 있고 마계 군주에게 저놈을 맡겨야겠어. 뒤늦게 나서도 늦지 않아.’

의주는 마음이 찜찜했다.

파천자가 이곳에 나타난 것부터가 걸렸다.

‘정말 다행인 건 이곳에 세 군주가 있다는 거다. 거기다가 나까지 있고.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야.’

의주는 찜찜한 기분에도 가만히 있는 건 세 군주를 믿기 때문이었다.

마족의 정예 또한 같이 있었고.

뿐인가.

이곳에 자신의 수하들도 죄다 모여 있었다.

복마전.

여기에 발을 들인 사람은 절대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라 믿었다.

그런데…

파천자는 무엇이 그리 당당한지.

자신들을 보고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다.

도리어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웃어? 이 많은 적을 앞에 두고?’

의주의 인상이 더욱 찡그려졌다.

그때 곁에 있던 인색의 음성이 들려왔다.

“색욕이 어떻게 당한지는 모르나 우린 다르오.”

“실력을 봐 보면 알겠지.”

탐욕군주 크로드가 손짓했다.

탐욕의 마족들이 이준을 향해 일제히 움직였다.

그 모습에도 이준은 뒷짐을 한 채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한발 앞으로 나왔다.

그 어떤 공격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오직 걷기만 했다.

탐욕의 마족과 이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캬악!”

“죽여라!”

마족들이 발톱을 드러내며 이준을 공격하려는 순간!

그의 지척에 있던 마족들이 아래로 힘없이 떨어졌다.

뒤에서 달려가던 마족들의 동공이 커졌다.

“무슨 마법을 부리는 거냐!”

“함정이다! 함정을 조심해!”

마족의 말에 이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함정을 파냐. 멍청한 거야 아니면 그냥 뇌가 없는 거야?”

동족이 왜 죽은 지 이해가 안 되니 아무 말이나 지껄인 거다.

마족들은 모르나 이준이 움직일 때마다 주변의 대기가 요동쳤다.

마족이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자.

자연이 알아서 움직인 것이다.

세 군주 또한 마족들과 다를 바 없긴 했다.

그래도 최상위 마족이라 그런지.

그나마 멍청한 말을 하지 않았다.

“무형의 기운을 발산한 것 같지?”

“믿는 구석이 있었어.”

“그러니까 이곳에 혼자 온 거야.”

세 군주는 이준이 무형의 기운을 발산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주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대기가 저놈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 자연경 완숙이구나!’

세 군주보다 더 강한 의주였던지라 정확히 보았다.

의주도 각성자의 몸에 빙의한지라 각성자 시스템이 얼마나 좋은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은 자연경의 경지에 파천자가 있다는 사실을 믿긴 힘들었다.

뇌는 그 사실을 믿지만, 마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준에게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닌가.

‘…파천혈신이 왜 저놈에게서 보이는 것이냐.’

충격을 받아서 그런가.

기가 허해졌는지 이제는 헛것까지 보였다.

의주가 주먹을 꽉 쥐며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놈의 힘을 빼놓는 게 어떻겠소?”

의주의 제안에 탐욕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오.”

군주가 데려온 마족과 구천옥에서 데려온 의주의 수하들이 이준을 향해 움직였다.

* * *

이준의 발이 땅을 찍었다.

그의 진각으로 인해 마족과 죄인의 몸이 터져나갔다.

그 모습에 의주가 경악했다.

“파천혈신의 무공이라니!”

이준이 사용한 건 무극군림보.

무극자가 가장 애용하는 무공이었다.

무극자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무공이기도 했다.

“네놈! 파천혈신과 무슨 관계냐!”

평온한 모습으로 있던 의주의 발작에 세 군주도 놀라워했다.

“저게 파천혈신의 무공이라 이 말이오?”

“파천혈신은 신계에 있지 않소?”

군주들도 파천혈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신계에서 가장 경계했던 인간.

마계는 파천혈신을 마왕의 후보로도 생각했었다.

그만큼 파천혈신은 신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물론 군주들이 그를 직접 보지는 않아서 어떤 무공을 가졌는지 모른다.

“저놈이 사용한 건 파천혈신의 독문무공이 확실하오.”

더군다나 그의 몸에서 발산된 건 파천멸기가 분명했다.

푸확-

마치 칼날에 베인 듯.

마족의 팔이 너무도 깔끔하게 잘렸다.

“악!”

이준의 무극기는 주변에 있는 생명을 모두 말살하려는 것처럼 휘몰아쳤다.

회색의 아지랑이가 마족들의 몸으로 빨려 들어간 순간.

마족의 온몸이 분리가 되었다.

주변은 피바다가 됐다.

이준은 태연스러운 표정으로 의주를 보며 말했다.

“안 오냐?”

그의 입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안 와도 상관없어. 내가 가면 그만이니까.”

마족과 죄인들만 상대하던 이준이 의주를 향해 움직였다.

그의 말이 끝나자 하늘로 꺼지듯 사라졌다.

“어디냐.”

의주가 기감을 활짝 열었다.

세 군주도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기척을 놓치고 말았어.”

“너 따위가 우릴 업신여기는 것이냐!”

나태와 인색이 발끈했다.

공격을 바로 할 줄 알았건만.

기척을 숨긴 채 숨어만 있었다.

세 군주가 분노하고 있을 때 의주가 이준을 도발했다.

“파천혈신의 무공을 어떻게 익힌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공으로 고작 암습을 하려는 것이냐. 파천혈신이 알면 기절을 하겠구나.”

의주의 말이 끝나자 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네. 너희를 상대로 암습하면 사부한테 혼날 것 같긴 하네. 가르쳐줘서 고맙다.”

순순히 모습을 드러낸 이준이었다.

“대신 한 명만 죽여줄게.”

한데 웃긴 건 이준의 위치였다.

나태군주의 바로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른! 뒤다!”

인색군주 이보르가 외쳤으나 시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등골이 서늘하달까.

마치 칼날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움직이면 바로 목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시른 뭐 하는 거야! 어서 피해!”

탐욕군주 크로드가 크게 외쳤다.

그제서야 시른도 움직일 수 있었다.

하나 그 결단은 패착으로 이어졌다.

“억.”

“너무 느려.”

이준의 손이 시른의 목덜미를 덥석 잡았다.

친구이자 앙숙 관계였지만 시른이 위험해지자 이보르와 크로드가 나섰다.

시른과 이준을 떼어놓기 위해 공격한 두 사람이었다.

쾅-

콰앙!

폭음과 함께 먼지구름이 피어났다.

이보르와 크로드는 시야를 가린 먼지구름을 유심히 보았다.

먼지가 다 가라앉자 두 사람이 기겁했다.

“헉!”

“시, 시른….”

“감히 군주를 방패막으로 삼은 것이냐!”

크로드가 이준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이준은 두 군주의 공격을 나태군주의 몸으로 막았다.

시른이 마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게했다.

그 상태로 두 사람의 공격을 맨몸으로 막은 것.

아무리 군주라 할지라도 두 군주의 공격을 마력도 없이 막는 건 무리였다.

“끄으윽….”

시른이 고통스러워했다.

“너희들이 공격해놓고 나한테 지랄이냐.”

이준은 두 군주에게 책임 전가를 시켰다.

그리고 나태군주를 향해 말했다.

“죽을 만큼 아프지? 널 위해 죽여줄게.”

퍽-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컥.”

나태군주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이에 인색과 탐욕이 당황해했다.

나태의 허무한 죽음.

심장이 단번에 터져서 죽었다.

마계 군주의 심장은 두 개.

오른쪽과 왼쪽에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이준은 두 개의 심장을 한꺼번에 터트려 버린 것이다.

“무, 무슨 짓이냐.”

“네가 지금 누, 누굴 죽인지 알기나 해!?”

“왜 너희는 죽으면 안 되는 거냐. 힘없으면 죽어야 하는 게 너희 논리잖아.”

이준이 차갑게 웃었다.

힘없는 자는 살 가치가 없다.

마계의 격언이었다.

그 때문에 약육강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마계가 된 것이다.

“그리고 곧 너희들도 친구를 따라가게 될 건데 뭐가 문제지?”

이준의 무시에 탐욕이 분노를 터트렸다.

“저 찢어 죽일! 널 마물의 먹이로 던져주고 말겠다.”

크로드가 마기를 뿜어내며 이준을 향해 마법을 뿌렸다.

“크로드 흥분하지 마!”

이보르의 말에도 크로드는 무식하게 마법을 사용했다.

이 또한 이준이 의도한 일.

파괴력이 강한 마법의 단점은 약점 노출에 있었다.

마력을 단기간에 많이 뽑아내야 했기에 약점이 크게 노출된다.

강자끼리의 대결에선 이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준은 크로드의 빈틈을 노렸다.

정말 찰나였으나 이준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너 정말 멍청하구나? 이런 놈이 군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마계가 망할 날도 머지않았네.”

이준의 무극기가 크로드를 덮쳤다.

마력을 끌어올리던 크로드는 무극기에 저항할 수 없었다.

“병신이 흥분하지 말라니까!”

이를 알아챈 이보르가 도와주려 했으나 날아온 창에 의해 경로가 막혔다.

“둘 다 먹어 치워.”

이준은 이보르의 움직임도 예상했는지 두 군주를 동시에 공격했다.

* * *

크로드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윤기가 좔좔 흐르던 피부가 푸석 말라 있었다.

마치 생기가 전부 빨렸달까.

미동도 없었다.

“흐읍!”

파멸겁에서 흘러나온 무극기에 의해 몸이 속박된 이보르 또한 같은 처지였다.

그의 피부가 점점 메말라가고 있었다.

“…놓지 못…해…?”

“너 같으면 놔주겠냐.”

이준이 능글맞게 말했다.

가벼운 말투였으나 이보르는 뒤늦게야 그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보르의 생명이 차츰 꺼지는 사이.

이준은 의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거지?”

의주는 세 군주가 죽든 말든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도망칠 생각은 버려.”

이준의 눈에는 의주의 잔떨림이 보였다.

공포까진 아니어도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풀썩.

이보르가 마지막 생기까지 빨리며 쓰러졌다.

세 군주가 죽으니 의주도 목숨의 위협을 받았는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파천혈신의 무공은 아무나 익힐 수 있는 게 아닌데 어찌….”

의주가 보기에 이준은 파천혈신의 무공을 너무도 완벽히 다뤘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내가 천재라 그래.”

이준은 무극자도 인정한 무공 천재였다.

의주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그만 놀라고 이제 죽자.”

이준이 의주에게 다가갔다.

“자, 잠깐!”

“왜.”

“나와 거래하자.”

“무슨 거래? 내가 너와 할 거래가 있나? 오늘 처음 만났는데.”

“내가 엄청난 정보를 주겠다.”

“필요 없어.”

“무슨 정보인지 알고나 거절하는 것이냐.”

“네가 아는 건 나도 알아.”

“나와 같은 이들에 대한 정보이다.”

“마주가 마왕이 됐다든지 아니면 신주와 권가가 일본에 있다고 말하는 거라면 집어치워.”

“네, 네가 어떻게 그걸!?”

“네가 아는 정보는 나도 다 알고 있다고 했잖아.”

이준이 의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은 의주에게 사형 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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