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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82화 (582/705)

제565화

쾅-

폭음이 일어났다.

먼지가 피어나 시야를 가렸다.

두 여자는 각자 마력을 피워내 무극기를 막았다.

“마력으로 잘 막네. 너희가 언제부터 마력을 그것도 마기를 사용했냐.”

이준이 비꼬면서 말했다.

사람을 아래로 내리깔면서 무시하는 태도였다.

말투 또한 싸가지가 없으니.

한지유의 얼굴을 한 색욕군주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했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그런 말하고 살아남은 놈은 없는데.”

“네가 얼마나 약한지 알려주겠다.”

라넬 아데스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

그러자 허공에 게이트가 생겼다.

그 균열을 뚫고 나오는 몬스터들.

카오스였다.

그것도 최상위 포식자.

서큐버스였다.

서큐버스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가 있었다.

하나, 하나가 재앙급.

마계의 군주답게 강력한 카오스 몬스터를 소환했다.

“가라. 나의 종들이여.”

서큐버스가 날개를 활짝 폈다.

주위로 분홍색 아지랑이가 퍼지자.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서큐버스의 짓거리에 무극자가 홀로 웃었다.

[끌끌끌. 연정도 모르는 이놈한테 그따위 수작이 통할 리가 있을꼬.]

무극자는 걱정이 하나도 없었다.

다른 감정이라면 몰라도 애정이라는 감정은 이준이 무감각했다.

눈치가 눈곱만큼도 없달까.

애정이 있어야 무엇에라도 반응할 텐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준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혼원신공을 돌렸다.

점점 심장의 두근거림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너희 뭐하냐. 그게 다면 죽어.”

이준의 반응에 서큐버스들이 당황해했다.

마력을 최대치로 뿜어냈다.

[너의 주인은 나다. 주인의 부름에 응답하라.]

매혹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준에게서 반응이 없었다.

도리어 이준의 화만 불러일으킬 뿐.

“그냥 뒈져라.”

내상도 회복했겠다.

곧바로 패천기공을 사용했다.

무극기가 이준의 몸을 감쌌다.

“무공.”

모든 걸 무로 돌리는 파괴적인 패천일공이 펼쳐졌다.

이준의 손끝에서 터져 나온 무극기가 세상을 덮쳤다.

펑-

서큐버스의 몸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이준의 영역.

다시 말해서 무극기의 영역이기도 했다.

무극기가 지배하는 곳에 발을 담갔는데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이준의 허락이 있지 않는 한 모두 죽은 목숨이었다.

라넬 아데스도 이를 느꼈다.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멀리 물러나!”

두 여자가 땅을 박차고 몸을 베려 했다.

하지만 무극기가 가만히 둘리 없었다.

박은비의 얼굴을 한 여자를 순식간에 덮쳤다.

“로웨나!”

회색의 아지랑이에 먹히자 로웨나라는 여자가 박은비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왔다.

가까스로 탈출한 로웨나가 앞을 봤다.

“군주! 뒤에서 옵니다. 조심하세요!”

라넬 아데스도 위험에 처했다.

그녀는 지체하지 않고 한지유를 버렸다.

간발의 차이로 회색의 아지랑이를 피한 두 사람.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나 멍청한 짓이었다.

한지유와 박은비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더라면 안전했을 터.

이준의 약점을 순순히 놓아준 꼴이었다.

두 사람이 안전해졌다고 생각한 순간.

이준의 손이 불쑥 나와 로웨나의 발을 낚아챘다.

그리고 바닥을 향해 사정없이 던졌다.

쾅!

“컥.”

육체가 땅을 파고 들어간 충격에 로웨나가 피를 토했다.

그래도 색욕의 군주, 라넬 아데스의 오른팔이라고 곧장 정신을 차렸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퍽-

“아악!”

붉은 창이 그녀의 가슴에 박힌 게 아닌가.

“어딜 도망치려고.”

“로, 로웨나!”

라넬 아데스의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그녀는 군주인 자신의 오른팔.

마경에 든 강자였다.

신선계의 경지로 치면 선경 완숙 정도.

인간계 등급으로 치면 SSS급 끝자락은 될 거다.

그런 강자를 너무 간단히 제압했다.

그토록 하찮게 보던 인간이 해낸 것이다.

“다음은 네 차례야.”

“네깟 놈이 감, 헉!”

라넬 아데스가 헛바람을 삼켰다.

바로 눈앞에 이준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감히란 단어는 너처럼 약한 놈이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이준의 팔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때까지도 라넬 아데스는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윽.”

이준의 오른쪽 손이 라넬 아데스의 왼쪽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그뿐만 아니라 손가락이 살을 파고 들어갔다.

“으으.”

“어때? 즐겁지?”

이준이 웃는 얼굴로 물었다.

한데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얼음장 같은 눈빛.

심연을 뚫고 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였다.

“즐거우니까 인계로 내려와서 이딴 장난을 한 거 아니야. 그치?”

이준의 다른 쪽 손이 움직였다.

활짝 펴진 손이 라넬 아데스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

“왜 말을 못 해?”

이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턱에 강한 압력이 가해지자 라넬 아데스가 발버둥을 치려 했다.

하지만 이것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느새 무극기가 그녀의 팔과 다리를 묶었다.

“나랑 말하기 싫어?”

‘네, 네가 입을 막았잖아!’

라넬 아데스는 억울했다.

이준이 자신의 입을 막았다.

말을 하지 못하게 손에 힘을 꽉 주고 있는 게 아닌가.

비명이라도 지르게 해주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았다.

“그럼 하지마.”

퍼석-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우어어.”

라넬 아데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정확한 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약한 놈이 무슨 군주라고 깝치는지. 안 봐도 마계 수준 알겠다.”

이준은 라넬 아데스를 눈앞에 두고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

하나 그녀는 이를 반박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하찮은 인간일 줄 알았던 각성자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지 않나.

괴물이었다.

인계에 이런 인간이 존재할 줄 상상도 못 했다.

‘내 오판이다. 색욕의 군단 전부를 끌고 왔어야 했어.’

인간들은 아데스의 정예만으로 전부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

처음 계획은 좋았으나.

파천자라는 각성자가 나타나고부터 일이 전부 틀어졌다.

그레고리는 실성했고, 로웨나는 붙잡혔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는다.’

그녀가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지.

그때 그녀의 눈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이 들어왔다.

자신이 속삭였던 한지유라는 아이.

무능력한 게 화가나 힘을 원했던 인간.

그림자에서 빠져나오긴 했으나 색욕의 마력이 남아 있을 터.

색욕의 마력을 움직인다면 여자를 깨울 수 있었다.

[색욕과 계약한 종이여. 일어나거라. 너의 주인이 위험에 빠졌다.]

명색에 마계군주라 그런지.

그녀의 한마디에 기절했던 한지유가 벌떡 일어났다.

인기척에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사는 걸 포기 했네.”

한지유가 이준을 향해 달려갔다.

이준은 그 말을 끝으로 손을 움직였다.

퍽 소리와 함께 뚫린 라넬 아데스의 심장.

그가 팔을 빼자 손에는 그녀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으어어어어!”

라넬 아데스가 못 알아들을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격렬히 젓는 그녀.

하지만 이준은 그녀의 바람을 이루어주지 않았다.

퍽!

마력이 담긴 심장이 산산이 부서졌다.

이준의 손에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색욕의 마력이 사라지자 그에게 달려든 한지유가 힘없이 허물어졌다.

“학교 쪽은 혁진이랑 정연 누나가 있으니까 걱정 없겠지.”

이준은 한지유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단전에 손을 얹었다.

색욕의 마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몸속에 남은 색욕의 마력.

이걸 계속 지니고 있다면 나중에 큰일이 일어나리라.

이준은 혼원신공을 이용해 색욕의 마력을 지워갔다.

그러던 그때였다.

[제자야. 그 마력을 이용해 지유를 자극해 보는 건 어떠하냐.]

“혁진이랑 정연 누나처럼 지유도 전생을 일깨우자는 말씀이신가요?”

[이 아이도 거의 다 왔다. 색욕의 마력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전생을 기억할 수도 있었으니라.]

“저야 전력이 늘어나면 좋죠.”

[다만 명심할 것이 있다.]

“뭔데요?”

[검후는 말이다….]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 *

그 시각.

각사학도 거의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서걱-

박혁진의 검이 학생을 갈랐다.

신체가 두 조각이 나야 정상이었으나.

오히려 발밑에서 비명이 들렸다.

“악!”

박혁진의 각성자 등급은 SSS+.

SS급 현경일 때와는 무력이 딴판이었다.

그도 이준과 같은 수법을 구사했다.

매혹당한 육체는 놔두고 적만을 베는 기술.

고도의 심득이 담겨 있는 검이었다.

“이젠 마족까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이러냐.”

푸확-

박정연이 마족의 상체와 하체를 분리 시켰다.

피를 흠뻑 뒤집어쓴 그녀.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그녀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마족이 쓰러졌다.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

그녀야말로 번개였다.

그녀를 본 박혁진이 혀를 내둘렀다.

“예나 지금이나 무진장 빨라.”

그가 몸을 떨었다.

전생에도 느낀 감정.

누나는 뇌가의 상징.

아니, 그 자체였다.

그녀야말로 뇌가를 위해 태어난 무인이었다.

뇌가의 무공과 완전히 찰떡.

꼭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가 현생에서도 뇌가의 무공을 사용했다.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완벽한 투로 말이다.

어째 변함이 없는지.

저 천부적인 검술 실력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벽운의 예기는 더 날카로워졌네.”

특히 그녀의 애검인 벽운은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기가 닿으려면 아예 난도질을 해놓는 게 아닌가.

괜히 신검류가 아니었다.

박혁진은 자신의 손에 든 천월을 내려다 보았다.

천월도 벽운과 쌍벽을 이루는 신검.

능력이 안 돼 아직까지 벽운과 같은 성능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천월을 꽉 쥐면서 중얼거렸다.

“나도 질 수 없어.”

그도 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검을 움직였다.

두 남매가 전장을 휘저으니.

악마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박정연과 박혁진의 활약.

벽운과 천월의 맹공에 얼마 가지 않아 상황은 종료됐다.

“후우우.”

박정연이 큰 숨을 내쉬었다.

뜨거워졌던 숨결이 천천히 가라 앉았다.

박혁진도 박정연과 같이 호흡을 안정시켰다.

“괴물. 이제는 준이만 괴물이 아니야. 박정연도 괴물이야.”

“뭐? 뒤지고 싶어? 누나 붙여라.”

원래 한 살 차이 나는 남매면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박정연은 이마저도 용납하지 않았다.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지금.

그녀는 박정연이기 전에 뇌가의 최고수였던 뇌봉 연아란이기도 했다.

뇌가에서 그녀에게 기어오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피붙이라고 예외는 두지 않았다.

“그 전에 미리 불러둘걸. 아깝다.”

“뭐라고 했냐. 다시 말해봐.”

“아무 말도 안 했어.”

“걸리면 죽는다.”

안 그래도 얄짤 없었는데 전생 각성을 하고 나니 더욱 봐주는 게 없었다.

옛 누나를 봐서 좋긴 하지만…

체면이 안 섰다.

그래도 과거엔 뇌전검왕이라 불리는 뇌전검문의 가주였다.

현재는 뇌제라는 거창한 이명을 지닌 철혈검가의 후계자였고.

그런데 겁나 센 누나가 기강을 잡는 게 아닌가.

뇌제란 이명이 울고 있었다.

“준이는 사냥감을 잡았을까?”

“잡았겠지. 준이가 놓칠 리가 있어. 그분의 무공을 이었는데.”

“하긴. 놓치는 게 이상하지.”

박정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 피비린내 나는 곳을 환하게 비추는 미소였다.

“그런데 누나.”

“응?”

“만약에 말이야 준이가 우리처럼 전생 각성을 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긴 해.”

전생 각성.

잊혀진 무공을 계승했고, 과거의 기억을 잊은 채 환생을 했다면 전생 각성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극악의 확률로 말이다.

두 사람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준이는 과연 누굴까?”

“진무열은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준이 손에 죽었는데.”

“야. 준이에 대해선 내가 궁금해할 거니까 넌 다른 걱정이나 하는 게 어때?”

“응?”

“지유 말이야.”

“아.”

박혁진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었다.

한지유가 익힌 검법은 검후의 무공.

어쩌면 한지유는 검후의 환생일지도 몰랐다.

그 검후는 뇌전검문과 악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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