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2화
[박혁진]
나이: 21살
등급: SSS+
이명: 뇌제
호감도: MAX(부동)
특징: 뇌제(SSS), 뇌검의 주인(SSS), 뇌전검문의 가주(SSS), 상처 입었던 전생(SSS)
상태창 전부가 새로웠다.
등급은 죄다 트리플 S.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중 눈에 띄는 특징 하나를 선택해 보았다.
[상처 입었던 전생]
종류: 특성
등급: SSS
설명: 당신은 전생에 크나큰 좌절을 맛봤습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 라이벌에게 패배, 뇌가의 가주로서 지키지 못한 명예 등.
여러 좌절감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그로 인해 상처 입은 사자가 모습을 감춰야만 했습니다.
사자가 이 크나큰 상처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면 어떤 고난과 역경도 극복할 힘을 얻게 될 겁니다.
효과: 뇌전검왕이 가진 모든 무공이 한 등급 상승합니다.
*전생의 기억으로 인해 회복력이 세 배가 됩니다.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집니다.(경험치 획득률 2배.)
“전생 각성….”
이준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전생 각성이라는 건 처음 들어 봤다.
각성하면 강해지는 건 알지만, 모두 일반적이었다.
등급 상승을 한다거나 무공이 강해진다든지.
새로운 무공을 얻게 된다든지.
이런 게 다였다.
한데 전생 각성이라니.
무극자 사부는 진즉에 알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눈을 떴구나.]
‘사부님은 알고 계셨어요?’
[뇌전검왕의 무공을 개화했다. 뇌가의 무공은 흔치 않아. 아니, 거의 사장됐다고 볼 수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가의 무공을 얻었다는 건 깊은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 다른 아이들도 혁진이와 비슷할까요?’
[그럴 것이니라.]
무극자 사부의 말이었다.
신선계의 왕인 신선제의 답.
확실했다.
‘뇌후의 환생이 정연 누나겠고, 검후의 환생이 지유겠네요?’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
‘누가 틀렸어요?’
[뇌후는 신선계에 있어 환생할 수 없느니라.]
‘응? 사부님이 개화한 무공의 주인으로 환생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정연이는 뇌후가 아닌 뇌봉이 환생한 것이다.]
‘뇌봉이요?’
[뇌전검왕의 누이이자 뇌후의 언니이니라.]
‘그건 몰랐는데.’
[마침 오고 있구나. 직접 확인해 보거라.]
이준과 박혁진이 있는 곳으로 박정연이 달려오고 있었다.
“준아!”
그녀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이준에게 안겼다.
“몸은 괜찮아? 다친 곳은? 아직 내상이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
박정연이 속사포로 말을 쏟아냈다.
“자, 잠깐만 확인할 게 있어.”
“아아. 그래. 기다려 줄게.”
그녀는 이준이 무얼 확인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가만히 있었다.
[박정연]
나이: 22살
등급: SSS+
이명: 철혈뇌후
호감도: MAX(부동)
특징: 뇌봉(SSS), 뇌가의 최고수(SSS), 뇌가의 장녀(SSS), 꽃이 피기도 전에 진 전생(SSS+)
박정연도 박혁진과 마찬가지로 상태 창이 전부 달라져 있었다.
이준은 이번에도 전생이라 쓰인 특징을 눌렀다.
[꽃이 피기도 전에 진 전생]
종류: 특성
등급: SSS+
설명: 뇌봉 연아란은 설극도 인정한 천재 중의 천재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으로 인해 이대로 크기만 한다면 천하를 오시할 힘을 가진 무인이 될 거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질투한 많은 이들로 인해 꽃이 꺾이고 말았습니다. 만약 뇌봉이 끝까지 살아 있었다면 뇌후의 이명은 그녀가 얻었을 것이고 오랑캐로 인해 뇌가가 멸문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전생의 기억으로 인해 모든 등급이 트리플 S로 고정됩니다.
*재능의 등급이 트리플 S로 고정됩니다.
*벽운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하여 신물급으로 변합니다.
“정말이네…. 정연 누나도 전생을 각성할 줄이야.”
“이제 너 혼자 무리할 필요 없어. 우리가 도와줄게.”
박정연이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말대로 걱정할 필요가 사라졌다.
등급도 무려 SSS+.
경지로 치면 생사경이다.
뿐인가.
무공 등급도 SSS가 됐다.
진천무와 똑같은 등급.
구천옥의 죄인을 상대하더라도 같은 생사경의 등급에 있는 놈들은 찜 쪄 먹을 수준이었다.
죄인들의 무공 등급은 끽해 봤자 SS급이니까.
무공 등급이 차이가 나면 무력에서도 많이 차이가 났다.
이준이 여태까지 적을 쉽게 이겼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안심은 되네.”
그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전생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 * *
이준은 박 씨 남매를 보고 4대 성지의 금역으로 왔다
[작은 주인. 돌아다니지 말고 몸 상태나 점검해.]
“잔소리는.”
무극자 사부에게 벗어났더니.
이제는 흑염마조가 쫑알거렸다.
[언제까지 걱정시킬 거냐.]
“지금도 계속 혼원신공을 돌리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흥. 작은 주인을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큰 주인이 난리 칠까 봐 조마조마해서 하는 말이다.]
신선계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신선제가 인계로 강림한다고 강짜를 부린 것.
천만다행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가 인계로 강림했으면 정말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알았어.”
이준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때였다.
“주인님 오셨습니까요!”
테구르가 가장 먼저 달려와 인사했다.
다음은 샥쿠였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금역의 경계는 이상 없습니다.”
“서쪽도 이상 무입니다!”
파들락도 잘 적응했는지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그런데 로티틸이 보이지 않았다.
“로티틸은 어딨어?”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로티틸이 주인님 오시면 요정의 정원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습니다요.”
“요정의 정원엔 왜?”
“주인님께서 말씀하신 일을 완료했다고 합니다요.”
“정말?”
이준의 눈이 커졌다.
로티틸이 블랙급 보스 몬스터가 됐다고는 하지만 아티팩트의 등급마저 상승시킬 줄은 몰랐다.
그저 시도해 본 것뿐.
밑져야 본전 아닌가.
그런데 그 일을 해낸 것이다.
이준은 로티틸이 있는 요정의 정원으로 향했다.
금역의 동쪽에 위치한 요정의 정원으로 달려가니.
로티틸이 한 가운데서 페어리 필드를 펼치고 있었다.
주변엔 초록색 빛으로 가득했다.
그럴 때마다 푸른 등풀 꽃이 피어났다.
“주인님 오셨어요?”
“등급 상승에 성공했다며?”
“네 이걸 보세요.”
로티틸이 원래의 푸른 등불 꽃과는 다르게 생긴 꽃을 가리켰다.
[푸른 등불 꽃]
종류: 꽃
등급: SS
설명: 푸른 등불 꽃은 못된 기운을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령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어 죽은 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꽃입니다.
그 외에 숨겨진 여러 효과도 있습니다.
“어떻게 한 거야?”
“꽃잎이 등급 상승의 조건이었어요. 주인님께서 한 번 따 보시겠어요?”
이준은 로티틸의 말에 따라 순순히 푸른 등불 꽃의 꽃잎을 땄다.
순식간에 절반가량의 꽃잎이 떨어졌다.
그다음 꽃잎을 따는 순간 한기가 손을 공격해 왔다.
“거기부터예요.”
이준은 혼원신공의 내공으로 손을 보호했다.
다시 꽃잎을 따자 손을 공격해 오는 한기가 더욱 거세졌다.
[경고! 푸른 등불 꽃의 한기가 공격해 옵니다.]
[경고! 푸른 등불 꽃의 한기가 공격해 옵니다.]
위험함을 느낀 혼원신공이 무극기를 움직여 한기를 막았다.
무극기는 스스로 움직이는 아지랑이.
이준의 의지에 따라.
혼원신공의 의지에 따라.
무극자 본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도 했다.
현재는 혼원신공의 의지에 따라 푸른 등불 꽃의 한기를 막았다.
팽팽한 기 싸움.
지독한 한기가 무극기에 맞서려 하자.
이에 화가 난 무극기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극기가 푸른 등불 꽃의 한기를 먹어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메시지가 올라옴과 동시에 내상이 치유됐다.
뜻밖의 성과였다.
[꽃의 한기와 내상을 입은 부위의 기운이 비슷해서 생긴 현상이니라.]
‘이런 경우도 있어요?’
[다 혼원신공의 무한한 능력 덕분이지. 암, 그렇고말고.]
무극자는 또 혼자 자화자찬을 했다.
혼원신공을 만든 사람이 본인이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무극자를 이해하기로 한 이준이었다.
‘상처 났던 부위가 빠르게 아물고 있어.’
꽃잎을 전부 따자 꽃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리고 지독한 한기를 뿜어내던 꽃은 어디 가고 새로운 꽃이 손에 들려 있었다.
“대박이네 이거.”
가장 마음에 든 건 한기를 흡수해도 꽃의 기운은 여전하다는 거다.
아니었다면 푸른 등불 꽃도 한기와 함께 자신의 내공으로 흡수되었을 터다.
[로드 뱀파이어의 피보다 수십 배는 더 효과가 있는 치료제구나.]
무극자 사부의 말에 이준의 눈이 반짝였다.
푸른 등불 꽃은 오직 균열 오염을 정화하는 것에만 쓰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데 균열 오염은 물론, 미친 회복제 역할까지 하니.
부르는 게 값일 거다.
물론 이 효과를 사람들에게 직접 입증해 봐야겠지만 말이다.
“로티틸 고생 많았어.”
“주인님의 기쁨은 저의 기쁨이기도 해요.”
로티틸이 기쁜 듯 날개를 펄럭였다.
“여기서 내상을 전부 치료해야겠다.”
이준은 푸른 등불 꽃을 여러 개 꺾으며 꽃잎을 따기 시작했다.
* * *
그 무렵.
각사학이 내려다보이는 산 위에 고혹적으로 생긴 여자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라넬 아데스.
색욕의 군주였다.
미국 LA, 제스퍼 가문에 위치한 마계수를 타고 넘어온 마족이 한국에 모습을 보였다.
“라넬 님. 아이들이 매혹을 끝냈습니다.”
“잘했다. 그자는 찾았어?”
“학교에는 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첫 목표는 학교였다.
이 한국이란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마계로 치면 가문의 후계자들이 한곳에 모여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면 알아서 나타나겠지.”
라넬 아데스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 사이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격한 분노.
하지만 어떻게든 참아 보려는 의지가 보였다.
“그자가 있는 곳이 사신가라고 했던가?”
“예.”
“사신가에는 더욱 강력한 아이들로 보내.”
학교로만 끝내지 않았다.
그가 가주로 있는 곳.
가장 아끼는 곳 또한 파괴할 생각이었다.
아니, 그와 연관된 건 모조리 지우겠다 다짐했다.
“그리하겠습니다.”
“내 딸을 건드린 놈이니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라넬 아데스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
강한 살기.
그녀가 밟고 있는 대지가 메말라 있었다.
마족이자 군주인 그녀가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균열 오염이 일어난 것.
일반 균열 오염도 아닌 짙은 보라색.
카오스 게이트가 생겨날 법한 오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잉-
허공에 작은 포탈이 열렸다.
캬아아악!
그 안에선 흉포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카오스 몬스터의 포효였다.
밖으로 나오고 싶어서 안달 난 모양.
하나 라넬 아데스는 카오스 몬스터를 풀어 주지 않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야. 나올 때가 되면 마음껏 날뛰게 해 주마.”
그녀는 카오스 게이트 입구를 닫아 버렸다.
이 장면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카오스 게이트를 단번에 닫아 버린 힘.
마계에 군림하는 군주 중 하나.
색욕의 좌에 있는 라넬 아데스의 눈빛이 분노로 일렁였다.
“이제 뒤에서 지켜보실 건가요?”
“그럴 리가. 뒤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으려고 했으면 아이들에게 매혹을 시키진 않았을 거야.”
“어떤 생각이신지?”
“매혹에 걸린 놈들의 그림자로 들어간다.”
“아!”
라넬 아데스의 보좌관이 입을 떡 벌렸다.
이건 아데스 가문만이 펼칠 수 있는 전술이었다.
기척을 감지하는 것도 불가능.
군주급이 아니면 사실상 알아내기 쉽지가 않았다.
은밀하면서도 적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수법.
이 전술에 당한 마계 가문이 꽤 많았다.
색욕의 가문이 매혹을 거는데 어느 누가 걸리지 않을까.
오만 가지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면 더욱 쉽게 덫에 빠질 거다.
라넬 아데스가 원하는 건 혼란.
지옥의 아수라장을 원했다.
형제나 친구, 스승과 제자가 이성을 잃고 서로 죽이는 모습이야말로 그녀가 가장 바라는 광경이었으니까.
“파천자. 네놈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을 선사해 주고 말리라.”
색욕의 군주인 그녀의 선전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