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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77화 (577/705)

제560화

미국의 LA에 위치한 제스퍼 가문.

그 중앙에는 세계수가 있었다.

하늘을 뚫고 솟아있는 거대한 나무.

마치 하늘과 땅을 연결시켜주는 것처럼 보였다.

“드디어 때가 왔어.”

“축하드립니다. 의주. 구천의 주인 중에 의주께서 가장 빨리 마계의 문을 여셨습니다.”

노인의 입가에 긴 호선이 그려졌다.

“도주와 살주는 여전히 멍청해. 오만함은 마계의 문을 연 후에 부려도 되는 것을. 쯧.”

노인, 의주는 도주와 살주가 각각 중국과 한국에 자리한 것을 책망했다.

누가 자기 고향에 자리 잡는 걸 안 좋아할까.

의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도 중국에서 자리 잡고 마계의 문을 세웠으면 했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는 외지, 미국이란 강력한 나라에 와서 자리하는 게 마계의 문을 열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다.

아니나 다를까.

살주와 도주는 마계의 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뿐인가.

두 사람의 기운이 사라진 걸 보면 실패한 것도 모자라 목숨을 잃은 것 같았다.

멍청한 작자들.

구천옥의 주인이 한낱 각성자 따위에게 죽다니.

같은 주(主)로서 실망스러웠다.

“오만만 부리지 않았다면 이 영광스러운 날을 볼 텐데 말이야.”

노인이 중얼거리는 동안 세계수가 점점 생명을 잃어갔다.

푸르른 나뭇잎이 메마르고 그 자리에 보랏빛 열매가 맺혔다.

세계수가 마계수로 변했다.

“이곳을 시작으로 온 세상이 마계화가 될 것이다.”

“의주, 마계의 문이 흔들립니다.”

마계수의 중앙에 열린 포탈이 일렁였다.

그곳에서 한 여자가 나왔다.

그 뒤를 따라 나오는 무리들이 웃음을 흘렸다.

“스읍! 이 냄새 정말 오랜만이야.”

“낄낄. 맛있는 것들이 지천에 깔렸어.”

“내가 먼저 먹어 치워야지.”

“크크. 과연 그렇게 될까?”

그때였다.

여자의 바로 등 뒤에 있는 남자가 버럭 소리쳤다.

“닥쳐. 우리가 여기 놀러 온 것 같아?”

“에스텔 아가씨의 복수를 하러 왔지.”

“알면 입 다물어. 주인님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낄낄 웃었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주인이자 색욕의 주인인 라넬 아데스가 웃지 않았다.

그녀를 향해 의주가 손을 뻗었다.

“반갑소. 구천의 주인 중 의(醫)주를 맡고 있는 강풍오요.”

“라넬 아데스예요.”

그녀는 구천옥의 죄인들이 얼마나 강한 인간들인지 안다.

특히 이 의주라는 사내가 가장 난감했다.

자가 치료를 할 수 있는 치료계 힘을 가진 사람.

상극의 속성을 가져서 함부로 대하면 큰일이 벌어질 터.

그녀도 이를 알기에 예의 있게 행동했다.

“색욕의 군주시구려. 앞으로 잘 부탁하외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한데 다른 군주는 어디 가고 혼자 오셨소?”

“곧 올 거예요. 저만 더 일찍 나왔어요. 그 이유는 아실 거라 믿어요.”

“들었소. 딸이 각성자에게 죽었다고.”

“파천자라는 놈이에요.”

“이미 놈에 대한 정보는 모두 파악한 상태요.”

“제가 그 정보를 볼 수 있을까요?”

“못 볼 것도 없지. 그에 대한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여드리겠소.”

“감사해요.”

라넬 아데스가 의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의주의 수하가 라넬에게 파천자에 대한 정보를 건네주었다.

라넬은 그 서류를 천천히 곱씹으면서 내용을 살폈다.

와락-

“하찮은 인간 따위가.”

“나도 옆에서 도와주겠소.”

“아니에요. 딸의 복수는 제 손으로 하겠어요.”

“그러시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시오. 내 발 벗고 나서드리리다.”

라넬 아데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녀는 수하들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의주. 따로 행동하게 놔둘 생각이십니까?”

“생각이 있겠지. 우린 다른 군주를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존명.”

* * *

살주와 도주를 해치운 박혁진이 가만히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그때 그의 입가에서 한 줄기 선혈이 흘렀다.

내상을 입은 모습.

하나 그는 인상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기억이 돌아와서 그런가. 몸에 입은 데미지가 상당해.”

거대한 힘이었다.

하단전도, 중단전도 아닌 상단전의 힘.

전생의 기억은 상단전에서도 가장 잠재적이며 위험했다.

그 힘이 깨어났으니 몸과 정신의 균형이 무너진 거다.

만약 이 균형을 다시 맞춘다면 그 전보다.

지금 보여줬던 힘과는 차원이 다른 무력을 보일 터다.

물론 이 균형을 맞추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무공을 처음부터 다시 수련해야겠어.”

몸의 균형은 좋았다.

거대한 힘이 들어왔으면서도 내공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나 전생의 기억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신체는 아니었기에.

무공을 다시 수련하는 게 옳았다.

그래야지만 비틀린 신체와 정신의 균형이 맞춰질 테니까.

박혁진이 제일 먼저 이지안을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네.”

이지안이 힘없이 말했다.

괜찮을 리가 있나.

온몸이 상처로 가득했다.

내공도 바닥나 있는 상태.

움직일 힘도 없을 거다.

박혁진이 그녀에게 치료제를 먹였다.

뱀파이어 로드의 피로 만들어 회복력이 끝내줬다.

이지안이 그 치료제를 먹자.

안색이 조금은 나아졌다.

“잠깐만 있어.”

박혁진이 돌아다니면서 아이들과 가주들에게 치료제를 먹였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서 그런지.

상태가 호전됐다.

“어떻게 된 것이냐.”

검제 박춘식이 손자인 박혁진에게 물었다.

“말하자면 길어요.”

“눈빛이 달라졌구나.”

“어떻게요?”

“눈에 확신이 있어. 그리고 자신감이 넘쳐.”

“그전에는 어땠는데요?”

“질투와 경외, 그리고 안쓰러움이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정확하게 맞추셨어요.”

박혁진이 놀라워했다.

이준을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한편으로는 질투가 느껴졌다.

절친한 친구여서 이 질투심을 계속 외면했다.

하나 다른 감정은 생겼다가 사라져도 질투심만큼은 그대로였다.

절대 가져선 안 될 감정.

하나 지금은 인정했다.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지금 그의 무공이 어디서 나왔는지 정확히 알았으니까.

질투를 느끼면 안 되는 무공이었다.

자기가 기를 쓰고 무공을 창안한다더라도 ‘그’분의 무공은 따라갈 수 없었다.

“역시 달라졌어.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박춘식의 말에 박혁진은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누나인 박정연에게 다가갔다.

“언제까지 잠자고 있을 생각이야?”

그는 박정연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괴물에게 대놓고 말했다.

박정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충분히 쉬었잖아. 일어나.”

“뭐라는 거야.”

박정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박혁진은 그녀를 무시한 채 다음 말을 이어갔다.

“아니면 내가 강제로 깨운다?”

“이상한 말 하지 말고 꺼져.”

“그럼 동의한 걸 알고 실례할게.”

박혁진이 천월을 다시 뽑았다.

천월이 박정연의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가려고 했다.

마치 이준이 한지유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때의 그 장면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박정연의 무기.

머리 떨어져 있던 벽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그녀와 박혁진의 앞을 막은 게 아닌가.

쇠가 부딪히면 소리가 날 법하지만.

지잉-

공명음만이 들렸다.

“벽운. 오랜만이다. 그런데 네 주인 안 깨울 거야?”

박혁진은 웃고 있었지만 묘하게 위압적이었다.

이준이 풍기는 기운을 풍기고 있달까.

마치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깔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웅웅-

웅-

벽운과 천월이 동시에 울었다.

천월이 벽운이 발한 공명음을 뚫고 박정연에게 다가가려 한 순간!

그녀의 눈이 번쩍였다.

한 줄기 뇌기가 그녀의 눈동자에 맺힘과 동시에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

“뭐라고? 안 들려.”

“…이 컸어, 연우.”

“명확하게 말해봐.”

“많이 컸다고 이 새끼야.”

딱!

“억.”

창백하던 박정연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바닥을 보이던 내공이 거대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피부가 한 겹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몸에서 악취가 풍기는 건 덤.

굉장히 기이한 광경이었다.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 채 환골탈태를 해? 존나 불공평하다.”

“어린 핏덩어리가 나와 견주는 건 아직 일러.”

“그래도 난 예전에 일가를 이루었어.”

“내가 먼저 죽었으니까 뇌가의 최고 고수는 아린이었겠지.”

박혁진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전생에 먼저 죽었던 큰 누나에게 면 좀 세워보려 했지만 그의 패배였다.

“동생한테 한 번 져주면 어디가 덧나나.”

“누나를 죽이려 한 동생인데?”

“누날 깨우려는 행동이었을 뿐이야. 전혀 악의는 없었어.”

“아닌 것 같지만 한 번만 눈감아줄게. 그보다 있잖아.”

“준이 말하려는 거지?”

“응.”

박정연과 박혁진이 동시에 이준을 보았다.

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기운은 두 사람에게 익숙했다.

“저게 천무로 보여?”

“아니,”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던 사신의 기운과 더욱 가까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사신의 기운을 담은 무공 천무.

하나 그들은 천무가 아닌 다른 무공을 말하고 있었다.

고려의 모든 선문이 두려워하는 무파.

사신문의 무공인 진천사신무와 닮은 듯 보였다.

두 사람도 이야기만 들어서 추측만 할 뿐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면 뭐라고 나오지 않을까?”

박혁진의 말에 박정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천사신무가 아니라도 좋아. 준이는 신살자의 운명을 타고났으니까.”

* * *

미국 제니퍼 가문에 피어난 마계수.

모든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세계수가 마계수로 변한 것이다.

“종말이 오는 거 아니야?”

“요 근래 게이트가 많이도 생기더니 이런 일이 벌어지려고….”

“이미 미국 대부분의 영토가 마계수로 인해 균열 오염이 됐다던데.”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마계수의 출연을 걱정했다.

각성자의 힘으로 막아질까.

정말 이대로 종말을 겪게 되는 게 아닐까.

온통 걱정으로 가득했다.

각사학 또한 마찬가지.

벨렌 로레스의 얼굴도 밝지는 않았다.

이준의 부재.

특별 1반 출신 교수들의 입원.

현재 모르는 일투성이었다.

그녀는 수업 시간에도 종종 멍을 때렸다.

“교수님.”

학생이 그녀를 부르는데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학생이 다시 한번 불렀다.

“교수님?”

“네?”

“멍하니 계시길래요.”

“아, 죄송해요. 질문이 뭐였죠?”

“미국에 나타난 마계수가 한국까지 넘어올까, 란 질문을 했습니다.”

“물론이에요. 마계수는 말 그대로 오염된 마기가 깃든 정수 그 자체에요. 공기를 타고 오염되기도 하고 마기에 노출된 사람의 숨을 통해 오염되기도 해요. 그래서 마인이 무서운 겁니다.”

“그럼 마계수의 확장을 막는 방법은 뭡니까?”

“마계수의 확장을 막는 방법은…”

학생들의 눈이 벨렌 로레스의 입에 집중됐다.

그녀에게서 답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학생들의 간절한 눈빛에 그녀가 곧바로 대답했다.

“푸른 등불 꽃을 피우면 돼요.”

“푸른 등불 꽃!”

“로레스 가문에서만 나는 아티팩트 말입니까?”

“네.”

“계승의 꽃과 값어치가 비슷하다고 알고 있어요.”

학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푸른 등불 꽃의 양은 많지 않았다.

지금은 로레스 가문에서 꽤 많은 양을 풀고 있으나.

전 세계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값도 비쌌다.

로레스 가문에서 파격적으로 값을 낮췄지만 그래도 계승의 꽃과 비슷한 값어치를 하는 아티팩트였다.

푸른 등불 꽃의 등급에 따라 가격이 하늘과 땅 차이가 나기도 했다.

“현재 풀리고 있는 푸른 등불 꽃의 등급은 B등급이에요. AA등급 하나만 풀어도 꽤 넓은 지역은 정화가 되니 마계수의 영역 확장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예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이 그제서야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패닉 상태였다.

각사학 출신이라 태연하게 있었지만 어디 그게 쉽나.

각성자라도 종말은 쉽게 막을 수 없었다.

그나마 희망은 푸른 등불 꽃.

이 아티팩트만 있으면 마계수의 확장을 막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파천자가 S등급의 푸른 등불 꽃을 가져가서 파종을 하고 있어요. 잘하면 S등급보다 더 높은 등급이 필지도 모르니 모두 간절히 기도해 주세요.”

S등급의 푸른 등불 꽃을 꺾으면 바로 시든다.

로레스 가문에 S등급의 꽃이 많이 있어도 다른 나라에 팔지 못한 게 이 때문.

만약 꽃을 꺾어도 시들지 않았으면 균열은 쉽게 사라졌으리라.

마계수는 나타날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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