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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75화 (575/705)

제558화

“출구다!”

박정연과 아이들이 출구에 도착했다.

추격대는 없었다.

“그분들은 괜찮을까?”

정예나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자신들을 도와준 사람들.

아마도 이준과 관련된 이들 같았다.

“아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박정연이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검은 복장을 입은 사람들도 강했지만.

그들보다 적이 더 강했다.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박정연이 말을 하다가 고개를 휙하니 돌렸다.

“설…마.”

그녀가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오고 있어요.”

한지유도 빠르게 다가오는 기운을 느꼈는지 몸을 돌려 검을 빼들었다.

“당장 여기서 나가!”

박정연의 외침에 아이들이 포탈로 몸을 던졌다.

선유도 밖으로 나왔는데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구경꾼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각성자들.

그리고 기자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헉!”

“광마도와 철룡의 상태가 왜 저래?”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금룡황가에 진 건가?”

사람들은 박정연 등을 보자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꼴이 엉망이었기 때문.

심지어 그 속엔 박춘식과 정심호도 있었다.

뿐인가.

류한길과 진병철, 조민석까지.

대한민국 최상위 랭커들이 할 수 있는 이들의 상태가 엉망이었다.

“모두 도망치세요!”

“천외천의 마인이에요!”

박정연과 정예나가 소리쳤다.

“천외천의 마인?”

“죽지 않았어?”

“파천혈신은 죽은 걸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은 웅성거릴 뿐 도망가지 않았다.

“도망이라니. 우리가 바본 줄 아나.”

“금룡황가와 싸움이 있었다는 걸 압니다.”

“금룡황가가 천외천의 마인이에요!”

“거짓말!”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증거를 가져오세요.”

금룡황가 편에 서 있는 사람이 선동을 시작하자 사람들이 박정연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대가문과 마벽이 밀린 것을 어렴풋이나마 눈치챘기 때문.

이들은 기회주의자였다.

이참에 기득권 세력인 오대가문과 마벽의 힘이 축소되길 원했다.

그래야지만 자기들처럼 힘없는 사람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큭. 당장 안 도망치면 다 죽어!”

진경수는 답답한 마음에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저런 병신들은 놔두고 우리라도 피하자.”

류한길은 사람들의 목숨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준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저 사람들을 여기에 놔두고 가면 다 죽습니다.”

“병신들 때문에 파천자께서 다치시면? 나는 절대 그런 꼴 못 본다.”

류한길은 박정연과 의견을 달리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 박쥐 같은 자들이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부류.

오대가문과 마벽을 믿는 사람들이었다면 도망치라고 했을 때 진즉 이곳을 떠났을 거다.

“파천자 님의 상태가 위중하니 당장 안전한 곳으로.”

류한길은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살기.

등골이 오싹했다.

“니미럴.”

그가 등을 돌리자 어느새 밖으로 나와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살주와 도주.

그들의 복장도 엉망이었다.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상체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가슴이며 어깨며 배며.

검에 베인 상처로 가득했다.

치명적인 상처도 몇 군데 보였다.

하나 너무도 멀쩡했다.

치명상을 입어도

“용케도 잘 도망쳤어.”

살주가 입술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저놈을 내놔. 그러면 깔끔하게 죽여주겠다.”

“그럴 수 없다!”

“그렇다면.”

살주의 검이 흔들렸다.

“안 돼!”

박정연이 사람들을 향해 외쳤으나.

푸확-

수십 명의 목이 이미 떨어지고 난 후였다.

“여기에 있는 모두를 죽이는 수밖에.”

살주는 오히려 좋았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거둔다면 게이트의 마계화가 더욱 빨리 진행될 테니까.

게이트 안이었다면 더 좋았을 터.

바깥이라 아쉬웠다.

“히에엑!”

“뭐, 뭐야?”

“왜 우릴!?”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다짜고짜 살수를 부리니 패닉이 온 것.

그렇다고 뒤돌아 도망갈 수도 없었다.

이곳에 흐르는 긴장감으로 인해 발이 떼지지 않았으니까.

“가만히 있는 이들은 건드리지 마!”

“그러니까 좋은 말 할 때 저놈을 넘겼어야지.”

“살주. 빨리 끝내자. 사자한테 당한 상처가 욱신거려.”

“그렇게 허약해서야.”

도주가 이를 뿌득 갈았다.

‘돌아가서 백호의 힘을 전부 흡수해야겠어. 그때도 잘난 척을 하나 보자.’

살주는 빙의한 몸이 뛰어났다.

신체도 황바울보다 월등히 좋았고 재능도 넘쳤다.

그러니 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어떤가.

강한 무공과 영혼이 있다 하더라도 신체가 약했다.

환골탈태해서 간신히 발 병신에서 벗어났다.

몸이 자연경의 무공을 사용하는 것도 기적.

자신이나 되니까 황바울같은 놈의 몸으로도 강한 무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살주였다면 자신보다 훨씬 더 약했으리라.

도주는 이를 갈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마계의 문을 열기도 해야 한다.”

“저놈들하고 여기에 있는 놈들 전부 죽이면 문은 열리겠군.”

“파천자라는 놈만 잡아도 된다.”

“파천자가 파천혈신과 관련이 있다면 간단히 죽이지 않을 거다. 구천옥에서 파천혈신에게 당한 상처만 생각하면!”

살주의 음성에서 짙은 살기가 흘러나왔다.

분노, 한이란 감정이 폭발했다.

“저놈은 꼭 내가 고통스럽게 죽이고 말겠다.”

살주의 살기에 사람들이 공포를 느꼈다.

“으으.”

“으아아악!”

머리가 하얗게 변하자 사람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비, 비켜!”

“내가 먼저야!”

“가, 가로막지 마.”

푹-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자기 먼저 도망치려고 앞에 있는 사람을 검으로 베었다.

죽지 않기 위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악.”

“죽어!”

“비키라고!”

이를 본 살주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죽고 죽이거라.”

그러다 다시 검을 움직였다.

하나의 검기가 사람들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서걱-

무언가 잘리는 소리가 나더니.

수백 명이 일제히 쓰러지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쓰러진 곳은 지옥도가 되었다.

온통 피바다.

고통에 겨워하는 비명이 난무했다.

도주는 도강을 펼친 채 바닥을 향해 그대로 내리쳤다.

쾅-

자연경이 펼친 도망이었다.

선유도가 지진이라도 난 듯 통째로 흔들렸다.

“멈춰!”

박정연이 검강을 휘둘렀지만 도주는 간단히 막아버렸다.

그녀가 이준 다음으로 강하다고는 하나, 아직 현경.

자연경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청룡의 버프도 없는 상황.

계란으로 바위에 부딪히는 격이었다.

도주의 도강이 박정연에게 떨어졌다.

박정연이 지지 않고 받아쳤지만.

쾅-

“악!”

검강이 산산이 부서졌다.

도주의 도강에 의해 나가떨어진 그녀.

벽운을 짚으며 간신히 일어났다.

“우리도 도와야 해.”

박혁진이 파랑이의 등에서 내려왔다.

내상 때문에 얼굴이 창백했으나 어쩔 수 없이 나서야만 했다.

이곳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박정연과 그였으니까.

“버러지들이 귀여운 짓을 하는구나.”

박혁진은 뇌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형님 저도 돕겠습니다.”

허수가 참마도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혁진아. 형도 있다.”

진경수도 투심공을 주먹에 집중시켰다.

한지유와 류가을이 박정연의 앞에 섰다.

“여길 지나가려면 저희부터 죽이세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특별 1반 출신들.

이에 박춘식과 정심호도 거들었다.

“아이들이 나서는데 어른인 우리가 빠질 수 없지.”

“많이 살긴 했지. 한 10년만 더 살았으면 증손자를 봤을 터인데 그게 좀 아쉽다 춘식아.”

“욕심이다 이놈아.”

이 상황에도 농담하는 정심호와 박춘식이었다.

모두가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자.

다시 한번 선유도가 들썩였다.

“어디 최선을 다해 저항해 보거라.”

도주가 도강을 피워냈다.

끝도 없이 길어지는 도의 길이.

그 속에는 엄청난 거력이 담겨 있었다.

팟-

박혁진과 박정연이 땅을 박찼다.

도주와 살주를 향해 각자 최고의 무공을 펼쳤다.

도주와 살주는 아이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 * *

콰앙-

천지가 울렸다.

주변이 온통 초토화가 된 상태.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몇몇 잔해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선유도에 서 있는 사람은 단 두 명.

도주와 살주 뿐이었다.

“큭. 방심했다. 하필 사자에게 당한 상처가 내기의 흐름을 방해할 줄이야.”

“퉷. 나도다. 지옥의 개새끼가 남긴 기운이 내공을 좀먹고 있어.”

도주와 살주의 팔에서 피가 잔뜩 흐르고 있었다.

무기도 잡기 힘든 모양.

팔이 빠진 듯 덜렁거렸다.

“버러지들한테 이딴 수모를 겪다니.”

“이 개 같은 육체를 빨리 벗어나야겠어.”

살주와 도주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간단히 이길 것 같았는데 상처를 당한 것.

그들로서는 크나큰 수치였다.

다른 주(主)인들이 알면 안 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놀리겠는가.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서로의 심정을 잘 아는 그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없던 일이다.”

“당연하지.”

그렇게 서로의 치부를 눈감아주기로 했다.

약속을 한 후 살주가 고개를 돌렸다.

“너희치고는 꽤 잘했다.”

진심이었다.

현경에게 상처를 입을 줄이야.

정말 예상치 못했다.

“어디 그럼 파천자라는 놈의 면상을 봐볼까.”

살주가 그들 사이를 지나갔다.

그때였다.

그의 다리를 덥석 붙잡는 손이 있었다.

“…준이한테는 쿨럭쿨럭… 절대 못…가….”

손의 주인은 박혁진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그가 살주의 다리를 붙잡았다.

퍽-

“크헉!”

살주는 박혁진의 복부를 가차 없이 차버렸다.

“네 목숨을 거두는 건 다음이야. 파천자부터 어떻게 할지 결정하고 죽여주마.”

“…쿨럭쿨럭! 안돼….”

피로 뒤덮여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도 박혁진은 살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나 닿을 리 없었다.

살주는 이미 파랑이 앞에 서 있었으니까.

‘준아…’

박혁진은 속으로 이준의 이름을 연신 불렀다.

가장 친한 친구.

자기의 모든 걸 내줄 수 있는 녀석이었다.

‘…난 이번에도 너를 도와주지 못했어.’

박혁진이 분해했다.

어서 움직여 이준을 구하라고 외쳤으나.

몸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힘이 아예 없었다.

‘미안해 준아…’

박혁진이 눈을 질끈 감았다.

피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안 가는 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순간!

두근-

박혁진의 귀에 심장소리가 크게 들렸다.

두근-

점점 빨라지는 심장 박동수였다.

‘뭐, 뭐지?’

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무복을 처음 입어보며 좋아하는 모습.

뇌신공을 익히고 좋아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무복에 천(天)이라고 쓰인 남자에게 죽임을 당한 모습까지.

머릿속으로 물밀듯 들어왔다.

‘허어억!’

박혁진은 숨이 턱 막히는 게 느껴졌다.

갑갑함이 아닌 혼란이었다.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자 고통이 동반되었다.

“억… 크어어어…”

창백하던 박혁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목에는 핏대가 가득 섰다.

뒤에서 신음이 들려오자 살주가 몸을 돌렸다.

“응?”

그도 이상함을 느꼈다.

다 죽어가던 놈이 신음하며 끽끽대는 게 아닌가.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면 저렇게 요란하게 죽지도 않았다.

“뭐지?”

살주가 인상을 찌푸리는데 박혁진의 몸에서 광채가 흘러나왔다.

“윽!”

살주는 너무 눈이 부신 나머지 눈을 감아버렸다.

박혁진에게서 흐르는 기운이 점점 커졌다.

파직-

뇌기였다.

속성 중 가장 강한 기운을 품는 뇌기.

인간이 가지기에는 너무도 강한 기운이었기에 무림에서도 뇌의 무공을 익힌 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무슨!?”

살주가 처음으로 놀랐다.

상상을 초월하는 뇌기가 다 죽어가는 녀석에게서 흐르는 게 아닌가.

너무 위험했다.

자연경의 경지에 있는 살주가 식겁할 정도.

‘죽여야 한다!’

그가 박혁진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려 했지만 가려진 시야 때문에 살수를 펼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공할 뇌기가 박혁진을 보호하고 있었다.

함부로 살수를 썼다간 반탄력 때문에 도리어 당하는 건 살주였다.

박혁진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는 그때.

시야를 가렸던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뇌전에 둘러싸인 박혁진이 서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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