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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72화 (572/705)

제555화

두근두근!

이준의 귀에 심장 소리가 들렸다.

일정한 고동 소리.

너무도 평온해 보이는 소리였다.

‘좋지 않아.’

하지만 평온과는 달리 위험을 알리는 전조였다.

아니나 다를까.

주위로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쩌어억-

발밑에서부터 시작된 한기가 주변을 얼려 버렸다.

“X발. 하아아.”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나왔다.

게이트의 날씨는 따뜻했다.

입김이 나올 만큼 춥지 않았다.

[어서 운기를 하거라! 청룡. 준이에게 결계를 쳐.]

[결계를 따로 치면 지금의 결계는 사라진다.]

[본좌가 그것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냐! 잔말 말고 결계를 펼치거라.]

무극자의 목소리가 평상시보다 좋지 않았다.

이준이 위험하자 앞, 뒤가 안 보였다.

무극자, 신선제의 강짜에 청룡은 하는 수 없이 이준의 주위에 결계를 쳤다.

[대신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나머진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 백호를 구하든 말든 말이다.]

그 말을 끝으로 청룡이 고개를 돌렸다.

청룡의 시선이 박정연과 박혁진에 닿았다.

번쩍-

청룡의 푸른 눈동자에 뇌전이 흘렀다가 사라졌다.

[대신 안전장치는 쥐여 주마.]

인간사에 끼는 걸 안 좋아하는 청룡이라 그런지.

이준이 나타나자 바로 몸을 빼 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진 청룡.

이곳에 있는 모두가 벙찐 사이.

이준은 거친 숨을 내쉬며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그리고 곧바로 땅에 앉았다.

패천기공을 쓴 여파.

무극창법까지는 내상을 입어도 버틸 수 있었다.

하나 패천기공을 사용하니.

내상이 급격하게 벌어진 것이다.

주인이 위험하자 잠들었던 천살성의 힘이 다시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제발 들어가 있어.’

이준은 천살성을 다독였다.

괜찮다.

네가 나올 때가 아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부르겠다.

여러 방법으로 회유했으나.

천살성의 힘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준이 네게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또다시 몸을 혹사시킬 경우 천살성은 너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니라.]

천살성은 회유할 수 없는 존재였다.

내면의 또 다른 자아.

모든 걸 부수고 파괴하려는 살성을 어떻게 회유할까.

말이 통해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은 이러했다.

하지만 이준의 천살성은 달랐다.

살육자이면서 파괴자.

그렇지만 미치광이는 아니었다.

의외로 점잖은.

말수가 적지만 상식이 통했다.

이준을 먼저 신뢰했으며 힘을 빌려줬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준은 천살성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천살성은 고고한 존재.

항상 하늘 위에 홀로 떠 있어야 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모두를 내려다보는 것이야말로 천살성의 존재 가치였다.

이준은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된 상처로 천살성은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똑똑히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천살성은 네게 기회를 많이 주고 있느니라. 지금도 광기가 튀어나오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명심…할게요.’

이준도 느끼고 있었다.

무협 소설이나 신무림사에 나온 내용을 보면 천살성을 타고난 자들은 하나 같이 비슷했다.

마인.

천하의 대살성으로 이성을 잃은 채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였다고 나왔다.

자신은 어떤가.

감정만 잃어 갈 뿐.

사람들을 무작위로 죽이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천살성이 얼마나 자신을 봐주는지 안다.

이번에도 봐줄 거라고 믿었다.

자신의 천살성은 다른 천살성과 다르니까.

끊임없이 설득한 결과.

천살성의 힘이 잠잠해졌다.

아니, 잠잠해지려는 그때였다.

쿵!

거대한 충격이 지면을 타고 전해져왔다.

“컥!”

이준의 입에서 피 분수가 뿜어졌다.

엎드린 채 연신 기침을 토해 냈다.

[허, 더 최악이구나.]

무극자 사부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준도 자신의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 걸 느꼈다.

‘천살성의 힘이… 사라졌어!?’

전신에 뿌리박혔던 힘이었다.

조금 전에 그 힘이 미쳐 날뛰려 했다.

겨우 설득해서 심연 깊은 곳에 잠들게 했는데 천살성이 아예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거야?’

마치 천살성이 소멸된 것 같았다.

[운이 좋지 않았다. 네 내기가 흔들리자 천살성이 아예 신뢰를 접어 버렸다. 천살성을 다시 끄집어내려면 탈신경에 오르는 수밖에 없느니라.]

‘탈신경은 사부님의 경지잖아요. 제가 그 정도로 강해질 리가….’

탈신경은 신계에서도 왕만이 오른 경지였다.

그 때문인지.

무극자 사부 또한 가능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탈신경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 곳인지 알기에.

[그러게 내 뭐라 했느냐. 네 몸부터 살피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더냐! 앞으로 혼원반지를 절대 빼지 말거라. 천살성이 없는 마신지체는… 마신 그 자체이니라.]

무극자 사부가 경고했다.

“윽.”

[바깥은 신경 쓰지 말고 운기나 하거라.]

이준은 운기에 집중했다.

결계 밖 소리가 너무도 컸지만 상태를 회복하는 게 먼저였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 * *

삼두와 황바울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삼두의 입에서 뿜어진 화염이 황바울을 덮쳤지만.

화르륵-

황바울은 화염을 가볍게 뚫고 나왔다.

“비켜라! 지옥계에선 몰라도 여기선 내 상대가 아니다!”

황바울의 도가 수차례 번쩍였다.

무형의 도기가 칼날이 되어 삼두에게 폭사했다.

먼지구름이 피었다.

시야가 가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끝내 주겠다.”

황바울이 다시 한번 무형도기를 날렸다.

이번에는 수십 가닥이 아니었다.

수백 가닥의 무형도기가 허공을 갈랐다.

하나하나가 산을 산산조각 낼 만큼 강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콰과과광!

게이트에 폭음이 끊이지 않았다.

수백 가닥의 무형도기에 상처를 입을 법도 한데 삼두는 어느새 황바울의 앞에 나타났다.

[지옥은 네가 가야지.]

삼두가 입을 활짝 벌린 채 황바울을 한입에 먹어 치우려는 순간!

깡-

옆구리에 작은 단도가 날아왔다.

하나 정말 다행히도 삼두는 머리가 세 개였다.

왼쪽 머리가 빠르게 움직여 이빨로 단도를 잡았다.

다른 적이 나타나자 삼두가 뒤로 몸을 뺐다.

[누구냐!]

“여기에 지옥의 수문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걸?”

게이트를 열고 청년이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중국인이었다.

“꼴사납게 뭐 하는 거야 도주.”

“살주, 네 녀석이 정말로 내 초대에 응할 줄 몰랐군.”

중국인은 아티팩트 유통 재벌인 마헝 그룹의 막내아들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든 영혼은 살주였다.

“큭. 백호를 잡았다길래 얼마나 대단한지 구경 왔다.”

“구경 온 것치고는 꽤 많이 데려왔는 걸.”

“근데 네 꼬락서니는 왜 그러냐. 많이 얻어맞은 것 같다?”

“닥쳐라. 잠시 방심했을 뿐이다.”

“도와줄까? 보니까 수하들이 꽤 많이 죽어 있던데.”

동룡대는 이미 전멸이었다.

은룡대는 임무를 수행하러 가 보이지 않았다.

금룡대의 삼분지 이는 이준의 손에 죽었다.

남은 이들은 끽 해 봤자 열 명 남짓.

구천옥에서 데려온 수하들이 거의 다 죽었다 해도 무방했다.

“네깟 놈의 도움은 필요 없다.”

“알아서 하시든지. 그래서 마계의 문을 열 제물들은 잘 준비해 놨구먼.”

살주의 눈에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보였다.

각성자들.

이곳에 상당히 많은 이들이 죽어 있었다.

게이트에 죽음의 기운이 가득했다.

뿐인가.

몬스터의 혈 향이 바람을 타고 왔다.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

이미 최소한의 균열 조건은 충족시킨 듯했다.

“그런데 저기에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살주는 이준이 운기하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꺼림칙했다.

살수의 지존으로서 느껴지는 위험한 냄새.

거슬렸다.

“저기에 누가 있지?”

“건드리지 마. 내 먹잇감이다.”

황바울이 버럭 소리쳤다.

그는 현재 삼두와 대치 상황에 있었다.

“아니. 내가 확인해 봐야겠어.”

살주가 움직였다.

삼두가 그를 막으려 했지만.

“너는 내 상대다!”

도주가 삼두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살주의 검이 결계를 갈랐다.

부욱-

결계가 찢겼다.

하나 검이 지나간 자리가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재생하는 요상한 결계로군. 그렇다고 못 부술 결계는 아니지.”

살주가 결계를 향해 검을 놀리려는 찰나.

그의 앞에 파랑이가 섰다.

흑염을 활활 태우며 살주를 위협했다.

[주인을 괴롭히면 내가 가만 안 둬.]

박정연과 박혁진도 파랑이 곁으로 왔다.

아이들이 무기를 들고 자세를 취했다.

검제를 비롯한 류한길도 언제든 출두할 준비를 마쳤다.

“떨거지들이 덤벼 봤자 내게는 한주먹거리거늘.”

살주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살의 주인이라 불리는 자.

그보다 살기가 짙은 자는 몇 없었다.

있어도 파천혈신 정도?

그만큼 그가 뿜어내는 살기는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흡!”

“음….”

남선호와 박은비, 서혜지는 몸을 떨어야만 했다.

“내 기세도 받아 내지 못하는 것들이 어디서….”

살주가 비열하게 웃고 있는데 그의 말을 가로챈 인물이 나타났다.

“그러면 나는 어떠냐.”

삿갓을 쓴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였다.

그 뒤로 그와 비슷한 복장을 입은 자들이 무수히 많이 나타났다.

저승사자들이었다.

염라대왕의 오른팔과 왼팔이 인계에 나타난 것.

구천옥이었다면 벌벌 떨었을 테지만 여긴 인계였다.

그것도 게이트 안이었다.

지옥계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작은 곳.

여기라면 저승사자와 지옥의 문지기도 무섭지 않았다.

“큭. 멍청한 놈들. 너희로 인해 우리의 염원은 더 빨리 이루어질 것이다.”

“마계의 문이라면 소용없을 거다.”

“과연 그럴까?”

살주가 음흉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앞의 결계를 보며 말했다.

“저기에 누가 있기에 지옥의 사자까지 나서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꼭 봐야겠다. 가로막는 놈들을 전부 치워라.”

“존명.”

마헝 그룹의 각성자, 혈루곡의 살수들이 움직였다.

살주도 검을 늘어뜨린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 * *

그 무렵.

신선경에선 파문이 일어나고 있었다.

호수의 거울이 거칠게 일렁였다.

그 안에 비친 이준은 위태롭기만 했다.

“바보 같은 놈을 어찌한단 말이냐.”

무극자이자, 신선제 설극이 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선경 연못 위에 있는 신선들이 부르르 떨었다.

그들의 임무는 인계를 관찰하는 것.

신선들의 왕인 신선제가 할 일이 아니었다.

신선제는 다른 중요한 일도 많았으니까.

한데 설극은 신선제의 일은 하지 않고 신선경의 호수에만 죽치고 앉아 있었다.

자기 제자를 관찰해야 한다나 뭐라나.

그 때문에 신선들만 죽을 맛이었다.

신선제 설극은 폭군.

독재자였다.

그에게 제발 신선경의 호수는 자기들이 보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무슨 구타를 당할지 몰랐으니까.

“제자의 옆에 믿을 놈이 하나 없어!”

설극의 노한 목소리에 신선경의 나무들이 일제히 떨렸다.

탈신경의 경지는 자연도 두려워했다.

뇌문의 여신선, 연아린이 설극을 진정시켰다.

“언니의 환생이 기억을 되찾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니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퍽이나! 청룡이 옆에 있었는 데도 기억을 되찾는 낌새도 없었다. 저기선 기억을 못 떠올릴 것이다.”

“저승사자들도 있으니 안심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저 연약한 것들을 어떻게 믿는단 말이냐.”

“어르신이나 되시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누가 저승사자를 약하다고 말할까.

저승사자들의 경지는 죄다 선경 완숙.

인간의 경지로 치자면 생사경 끝자락이었다.

일 사자의 경지는 그보다 훨씬 높은 선경 끝자락이었고 말이다.

자연경 완숙에 있으니.

살주를 막을 순 있을 터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게이트 안이라는 것.

저승사자들은 마력이 넘치는 게이트 안에서 온전한 힘을 쓰지 못한다.

게이트 바깥도 마찬가지.

저승사자들이 정상적인 경지를 발휘할 수 있는 건 신계의 영역밖에 없었다.

이런 부분이 걱정됐다.

“준이보다 약하면 모조리 힘없는 것들이다. 안 되겠다. 내가 잠시 갔다 와야겠어.”

설극의 말에 연아린이 화들짝 놀랐다.

“안 됩니다!”

“지금 날 막는 것이냐?”

“신선제라도 함부로 인계에 내려가는 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신계의 율법 따위 내 제자보다 중요하지 않다.”

설극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인계에 강림하는 것만큼은 안 될 일입니다.”

“신선제여. 율법을 어기지 마소서.”

모든 신선이 고개를 조아리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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