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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66화 (566/705)

제549화

4대 성지의 금역.

게이트는 오랜만에 조용했다.

세 신수가 아이들을 쉬지 않고 굴린 결과 한계를 넘고 넘어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긴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휴식은 단 1시간.

훈련 시작 후 5분씩밖에 쉬지 못했던 아이들에게는 아주 긴 휴식이었다.

“하….”

“허억 허억…!”

“말도 안… 되는 훈련이…야….”

“…입 다물고 쉬기나 해.”

특히 박정연과 박혁진은 녹초가 되었다.

SS급 완숙인 만큼 청룡이 두 사람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박정연은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휴식이 끝나기 10분 전이다.]

“에엑?!”

“벌써…요?”

“5분밖에 안 지난 줄 알았는데….”

흑염마조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죽상을 했다.

지옥 훈련.

이준이 가르친 것보다 더 힘들었다.

훈련하다가 죽겠구나 싶은 아이들이었다.

“끄응.”

“다시 훈련 시작이라니.”

“하….”

그들이 한숨을 쉬며 일어나려는 그때였다.

한지유가 홀로그램 창을 보며 중얼거렸다.

“현원단 전멸. 가문으로 복귀 요망.”

“응? 현원단이 전멸했다니. 무슨 소리야?”

박혁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현원단은 신기지가의 정예였다.

AA급 각성자로 이루어진 단체.

그런 그들이 전멸할 일이 있나?

블랙존 게이트를 공략하러 간 게 아니라면 모든 사람이 죽을 일은 없었다.

“어? 나도 가문에서 연락 왔어. 발신자가 아버지야.”

진경수도 홀로그램의 메시지를 보며 놀랐다.

한 통이 아니었다.

수십 통.

상당히 급한 일인 듯했다.

“나도 왔어.”

“내용은….”

“선유도 게이트에 백호가 나타났다고!?”

정예나를 비롯한 모두가 놀랐다.

사신수 중 한 마리인 백호의 정보였다.

[백호가?]

[이상하군. 백호는 은신처를 잘 안 옮기는데.]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 말해 봐.]

현무가 아이들에게 묻자 정예나가 대답했다.

“선유도 게이트에서 백호의 흔적을 발견했다네요. 그래서 모든 각성자가 선유도로 모이고 있나 봐요. 그런데.”

[그런데?]

“그곳에 이준 선생님이 말한 천외천의 마인이 있다고 해요.”

[구천옥의 죄인들이구나!]

흑염마조가 눈을 빛냈다.

[구천옥의 죄인이라면 너희들 힘으로는 어림없다.]

[이준은 뭘 하고 있는 거지?]

구천옥의 죄인이 나타났으면 이준이 제일 먼저 움직였을 터.

한데 이준의 소식은 없고, 오대 가문과 마벽의 가주가 아이들을 찾고 있었다.

흑염마조의 눈이 성화로 빛났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이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작은 주인의 기가 불안정하다. 본좌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흑염마조의 중얼거림에 잠들었던 박정연이 제일 먼저 반응했다.

“준이의 기가 불안정해요? 왜요?”

[나도 모른다. 꼭 폭주한 기를 제어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가 수련하는 사이 일이 터졌나 봐….”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우리가 나서야지.”

진경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준에 관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그였다.

허수와 조용석도 따라 일어났다.

이준의 추종자 세 명.

그들은 당장이라도 게이트를 나갈 기세였다.

그러자 흑염마조가 버럭 소리쳤다.

[너희들이 나간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말고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맞습니다. 천외천의 마인을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이준 형님이 오실 때까지 시간은 벌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허수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가주들이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한 건 그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최상위 랭커였기 때문.

이준을 제외하고서는 가장 강한 각성자들이었다.

하지만 천외천의 마인은 위험했다.

현원단이 전멸했듯.

자칫 모든 각성자가 죽을 수도 있었다.

[멍청한! 작은 주인이 항상 무리를 한 건 다 너희를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일을 헛수고로 만들 셈이냐!]

진경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이 또한 맞는 말이었으니까.

이준은 자신들을 강하게 키우기만 했을 뿐.

위험한 곳엔 보내지 않았다.

그저 안전한 곳에서 싸우게만 했다.

이준의 마음을 알기에 더욱더 그를 돕고 싶었다.

“잠자코 있을 수 없어요.”

박정연의 단호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이미 결정을 내린 듯했다.

금역을 나가 선유도 게이트에 가기로.

[이, 이!]

흑염마조가 재차 화를 내려는데 청룡이 말렸다.

[주작, 아이들의 결정이다.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야.]

[넌 모른다. 작은 주인이 저 아이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저들 중 한 명이라도 잘못됐다간 제2의 파천혈신을 맞이할지 몰라. 아니, 그보다 더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작은 주인은 큰 주인도 가지지 못했던 천살성과 마신지체를 타고났으니 말이다.]

흑염마조가 결사반대했다.

안 봐도 뻔한 일.

아이들은 다칠 것이다.

그것도 크게.

어쩌면 다치는 것보다 목숨을 잃을 확률이 더 높았다.

[저 두 아이를 믿어 보는 게 어떠하냐.]

청룡은 박정연과 박혁진을 가리켰다.

[안 돼! 제일 위험하다.]

이준이 제일 아끼는 이가 바로 저 두 사람이었다.

이 중 한 명이라도 다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두 아이의 금제가 풀리고 있다.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풀릴지도 몰라.]

[전생의 기억 말이냐?]

[그래. 기억을 되찾으면 힘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청룡이 현무를 보다가 한지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저 아이도 점점 금제가 풀리는 것 같고…. 다른 아이들은 더뎌서 기대하지 못해.]

흑염마조의 화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박정연과 박혁진에게 가해진 금제가 풀린다면 기대해 볼 만했다.

전생과 현생의 경지가 같다고는 하나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전생은 각성자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

순수한 재능과 노력만으로 높은 경지에 올라서야 했다.

같은 등급이라도 각성자가 무인보다 약한 이유였다.

만약 두 사람에게 가해진 금제가 풀린다면 두, 세 단계는 강해지지 않을까.

재능에 따라 어쩌면 그보다 훨씬 강해질지 몰랐다.

[너무 도박이다. 그러다 기억도 찾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 또한 운명이겠지.]

[미친 전기 뱀장어 자식이!]

흑염마조와 청룡이 의견 대립을 하고 있는데 현무가 끼어들었다.

[누가 뇌 없는 놈들 아니랄까 봐. 우리 중 한 명이 따라붙으면 되지 않나.]

원래 사신수는 게이트에 같이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의 힘이 워낙 커서 게이트와 바깥세상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상 기후라든지, 균열의 속도가 빨라진다든지.

그래서 한곳에 같이 오래 머물지 않았다.

만나도 아주 잠깐만 있을 뿐이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균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흑염마조와 청룡은 이번에도 의견이 달랐다.

[저 아이들은 가기로 마음먹은 듯한데 아무런 조치도 없이 이대로 보내면 그 원망을 감당할 수 있어?]

[어떤 누가, 감히 내게 원망을 한단 말이냐.]

다른 신수와는 달리 청룡은 온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신계인이 아니면 위에 아무도 없다 생각하는 청룡.

오만해질 만했다.

[이준의 뒤에는 신선제가 있다는 걸 잊지 마. 그가 신계의 율법 따위를 생각할 것 같으냐.]

청룡이 움찔했다.

이준은 무섭지 않았다.

인계에서 최강이면 뭐하나.

사신수인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데.

하지만 신선제는 달랐다.

신계의 사대 왕.

신계에서 가장 강한 자 중 한 명이었다.

그에게 신계의 법칙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인계에 영혼을 보낸 것도 원래라면 불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신선제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음….]

[쫄보 녀석. 내가 가겠다.]

흑염마조가 몸을 작게 하려는 찰나.

[힘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네가 가 봤자 도움 안 될 것이다. 내가 가지.]

청룡은 마지 못해 인간사에 끼어들었다.

사신수의 본분을 철저하게 지켰던 그.

수천 년의 세월 동안 한 번도 깨지 않았던 규칙을 스스로 깬 청룡이었다.

* * *

“컥!”

“너희들이 어떻게…?”

무극단은 믿기지 않은 눈으로 금룡황가의 각성자들을 보고 있었다.

금룡황가의 본대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은룡대였다.

구천옥의 죄인이 빙의한 이들이기도 했다.

“그 실력으로 우리의 뒤를 밟았다니.”

“낄낄. 각성자들은 재미있어. 자기들이 가장 센 줄 알아.”

“병신인 것들이 말이야.”

“큭. 우릴 모독하지 마라.”

무극단원들은 하나 같이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얼마나 격렬하게 저항했는지.

무극단의 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처음 은룡대가 나타났을 때 살짝 놀랐다.

자신들의 이목을 피해 접근했으니까.

이때까진 괜찮았다.

은룡대라고 해 봤자 자신들보다 실력이 훨씬 낮다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그 생각은 송두리째 깨져 버렸다.

무극단이 알고 있는 은룡대가 아니었다.

마치 인간의 탈을 쓴 짐승.

그들의 도에 지독한 살기가 가득했다.

도법은 악독 그 자체였다.

이런 자들이 어디서 튀어 나왔을까.

정말로 천외천의 마인들이 C급도 안 된 각성자들을 이렇게 강하게 만들었을까.

많은 의문이 생겼다.

“크크. 아직도 큰 소리라니. 도주가 너흴 산 채로 잡으란 명령만 안 내렸어도 살을 잘근잘근 씹어 먹었을 텐데 말이야. 아쉬워.”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한, 두 명만 쓱싹 할까요?”

“아서라. 괜히 도주께 걸리는 날엔 단칼에 죽는다. 다른 곳에 빙의하지도 못해.”

“쩝. 오랜만에 인육을 맛볼까 했는데.”

“다음에 실컷 즐겨라. 이놈들은 파천자를 끄집어낼 미끼니까 조심히 다뤄.”

은룡대의 말이 무극단원들에게 들렸다.

“우리가 가주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안 돼… 폐를 끼칠 순 없어.”

“형님들 우리….”

무극단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인질이 될 바에는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을 키워 준 은인인 가주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무극단원들이 내공을 돌렸다.

정상적인 운기가 아닌, 역행으로.

무극단이 어떤 짓을 하려는지 알아챈 은룡대가 손가락을 튕겼다.

퍼벅퍽퍽-

“억.”

“내공이 끊겼다!”

“젠장….”

몸을 강타한 기운으로 인해 자진하지 못한 무극단이었다.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버러지들아.”

“염병. 하마터면 골로 갈 뻔했어.”

퍽-

은룡대 중 한 명이 무극단의 막내 세호를 발로 차 버렸다.

“컥.”

그리곤 세호의 머리카락을 꽉 붙잡고 들어 올렸다.

“너흰 우리 허락 없이 못 죽어. 새꺄.”

그들의 경지에 비해 한없이 가벼운 말투였다.

양아치 같달까.

과거 흑도에 있었던 무리처럼 보였다.

“은신처로 다 옮겨.”

“예.”

은룡대가 무극단을 들쳐 업으려는 그때였다.

“이건 뭐냐.”

은룡대의 우두머리, 세호를 발로 찼던 대주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저 멀리서 느껴지는 여러 개의 기운.

각성자치고는 상당한 내공을 지닌 자들이었다.

“현경? 오대 가문과 마벽의 가주들인가?”

“생각보다 빨리 걸려든 것 같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파천자지만 뭐 쟤들도 나쁘지 않아. 강한 놈들이 죽어 주면 우리야 좋지.”

“대주. 차라리 가주들의 몸으로 바꿔 달라고 해 볼까요?”

대주로 보이는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실례되는 말을 했습니다. 부디 용서를!”

“아니다. 생각해 보니 네 말이 맞아. 저렇게 좋은 몸들이 있는데 굳이 병신 같은 몸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

“흐흐. 그렇지요?”

“좋다. 내가 도주께 말씀드려 볼 테니 모두 생포해.”

“감사합니다. 대주.”

은룡대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기가 다가오는 곳을 향해 쇄도했다.

“너희는 잠깐 여기서 기다려. 귀찮게 튀었다간 눈깔 한 짝씩 뽑아 버릴 줄 알아.”

은룡대의 대주가 무극단에게 으름장을 놓곤 경공을 펼쳐 사라졌다.

그들이 마주한 이들은 오대 가문과 마벽의 가주들이 아닌, 특별 1반 출신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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