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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60화 (560/705)

제543화

“내가 각성자 사관 학교 교수를?”

벨렌 로레스가 화들짝 놀랐다.

한 번도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가문의 재건뿐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로레스 가문이 부흥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가문이 안정됐고 여유로운 시기였다.

단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최근 일어나고 있는 게이트 현상이 걱정됐다.

가문을 일으키긴 했으나.

아직까진 예전 로레스 가문의 성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다면 로레스 가문에 공백이 생길 터다.

“말은 고맙지만 거절할게. 한국에 있고 싶지만 가문에는 아직 내가 필요해.”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미련이 뚝뚝 남았다.

이준의 제안은 그동안 느껴 보지 못했던 설렘이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스페인 대균열 이후로 전 세계에 대륙 간 이동 포탈을 만들어 놨잖아.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출퇴근이 가능해. 도중에 일이 생기면 곧바로 스페인으로 넘어가도 되고.”

예전처럼 서양과 동양의 교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교류를 한다.

대륙 간 이동 포탈도 연결되어 있으니.

언제든 왔다 가는 게 가능했다.

“나 때문에… 번거로울 텐데….”

“모든 서류는 한민성 이사장님이 알아서 준비할 거야. 넌 교수직을 수락하냐 마냐만 고민하면 돼.”

이준은 벨렌 로레스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각사학 학생들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학창 시절이 없는 그녀를 위해서였다.

“학생 때의 느낌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느낄 수 있을 거야.”

이준도 학창 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었다.

아니 있다 해도 안 좋은 기억뿐이었다.

단전이 망가지고 퇴학당했으니까.

회귀 후 학교에서 눈을 떴을 때 얼마나 설렜던가.

다시 산다는 것 자체도 신기했지만.

회귀 시점이 학생 때여서 더욱 좋았다.

무능력할 때 즐겨 보지 못한 걸 즐기게 됐으니까.

벨렌 로레스에게도 자신이 느꼈던 걸 알려 주고 싶었다.

“음….”

“벨렌한테는 좋은 경험이 될 거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도 많을 거니까. 나도 그랬어.”

“너도 배울 게 많았어?”

“당연하지. 혼자 수련하거나 몬스터와 싸우는 것만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야.”

“등급이 여기서 더 안 오르긴 하는데….”

“그럴 거야. SS급부터는 깨달음으로밖에 등급이 안 올라.”

하지만 이준은 깨달음으로 등급을 올리지 않았다.

아주 편하게 테크트리 포인트로 남들보다 쉽게 가로막힌 벽을 깼다.

희대의 사기 특성.

이준 같은 능력이 다른 각성자에게도 있다면 죄다 SSS급을 달고 나타날 것이다.

“너도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친 거야?”

“어. 각성자 등급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거든.”

“그렇단 말이지….”

벨렌 로레스가 거의 넘어왔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았다.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

연령대가 천차만별이었으나 모두들 하나같이 풋풋해 보였다.

“나도… 학생들을 가르쳐 볼까?”

“잘 생각했어.”

이준이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에 벨렌 로레스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이준이 겪은 환골탈태만 세 번.

애초부터 얼굴 천재였는데 환골탈태까지 하니 더욱 완벽해졌다.

어디 깔 게 없는 얼굴.

벨렌 로레스조차 넋을 잃고 보게 되는 얼굴이었다.

“벨렌?”

“어, 응?”

“뭘 그렇게 봐.”

“아, 아니야.”

“다른 곳도 구경시켜 줄게.”

“으, 응….”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최대한 숨겼다.

이준만 보면 뛰는 심장.

살면서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이준과 벨렌 로레스는 마치 데이트하는 듯.

학교 안에 설치된 요정의 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학교를 둘러보았다.

학교 매점에 앉아서 빵과 간식을 사서 먹기도 했다.

벨렌 로레스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지금만큼은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은 느낌이었으니까.

* * *

한민성 이사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남 비서, 암흑대제가 교수로 들어오고 싶어 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파천자 님이 전해 주신 말입니다.”

“하, 하하하.”

암흑대제의 정체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암흑대제가 교수로 온단다.

믿기지 않았다.

서양에서 성결기사와 암흑대제는 절대적인 존재.

그중 한 명이 각성자 사관 학교에 교수로 온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한국의 위상과 더불어 신기지가의 위상도 덩달아 오를 터.

교수 자리가 없어도 만들어야 했다.

“어떻게 할까요?”

“서류를 준비해 주세요.”

“문제가 있습니다.”

“뭔가요?”

“대륙 간 이동 포탈을 열어 달라 합니다.”

“당연히 열어 줘야죠.”

“그게… 매일 언제든 열어 달라고 합니다.”

“제가 이해를 못 했어요.”

한민성 이사장이 눈을 멀뚱히 떴다.

남지우 비서는 난감한 표정으로 보고를 이어 갔다.

“암흑대제가 교수로 오는 조건이 하나 있는데 대륙 간 이동 포탈을 언제든 수시로 열어 달라는 겁니다.”

“설마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출퇴근한다는 소리인가요?”

“맞습니다.”

“대륙 간 이동 포탈을 여는 건 꽤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인데….”

대륙 간 포탈은 굉장히 편한 이동 수단이었다.

수천, 수만 킬로를 몇 초 만에 이동하는 마법 포탈.

대신 한 번 운용할 때마다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백억이 넘게 증발했다.

이를 각성자 사관 학교에서 감당해 달라는 것이었다.

“진행하세요.”

“괜찮겠습니까?”

“안되면 신기지가의 자금을 동원해야지요. 상대는 암흑대제예요. 그녀로 인해 더 많은 해외 가문이 각성자 사관 학교로 편입해 오려고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후원금도 더 늘겠죠. 충분히 감당할 만한 부분이에요.”

“알겠습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남 비서가 수고해 주세요.”

“네.”

남지우 비서가 나갈 줄 알았는데 그대로 서 있었다.

“일 보세요.”

“다른 보고가 또 있습니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암흑대제의 일로 흥분했군요.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다시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남지우는 각사학의 일정을 한민성에게 브리핑했다.

무사고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케줄.

기말고사의 스케일은 더욱 커졌으며 난이도도 현격히 높아졌다.

완전 실전.

너무 위험한 시험이었다.

그럼에도 시험을 승인했다.

서류에 이사장 직인까지 찍었다.

“학부모님들의 동의는 전부 구했지요?”

“각 가문의 인장으로 동의를 구했습니다.”

“이의가 없겠군요.”

자기 자식이 시험을 치다 죽는다 하더라도 학교 측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류였다.

“이제 마지막 보고인가요?”

“네.”

남지우는 손에 남아 있던 마지막 서류를 한민성에게 건넸다.

한민성이 안경을 끌어 올리면서 보고서를 읽어 갔다.

“이게 사실인가요?”

“죽은 비선이 남긴 암호를 해석한 내용입니다.”

“금룡황가의 황바울이 중소 문파의 지지를 받고 일어났는데 그 과정이 꺼림칙하다라… 형님께선 뭐라고 하나요?”

“가주께서는 느낌이 좋지 않다 하여 비선을 더 파견하셨습니다. 그런데 파견한 비선들도 현재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

“이상하긴 하군요. 금룡황가의 황바울이라면 높게 쳐 줘도 C급 각성자에 다리에 장애가 있어서 제 가문에서도 위태로웠는데 어떻게 된 일인 걸까.”

15가문 연맹 출신 가문의 정보는 그의 머릿속에 전부 있었다.

특히 금룡황가의 황바울.

이 자는 후계자이지만 가신들에 의해 팽 당한 걸로 유명했다.

그런 자가 어찌 15가문 연맹 출신의 중소 가문의 지지를 얻은 걸까.

“막다른 골목이라도 황바울 밑으로 들어가진 않을 텐데 말이야.”

“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중소 가문의 가주라도 A급 각성자는 됩니다.”

“제 생각도 남 비서와 같아요. 귀한 영약이라도 집어 먹었나.”

“그렇다 하더라도 B에서 A급인 비선들이 죽었다는 게 석연치 않습니다.”

“보고서에 적힌 특이점에는 금룡황가 주변에 유독 균열이 짙다고 써 있는데 몬스터에게 죽었을 가능성은 얼마일까요?”

“10%로 적습니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로 인해 비선이 죽었다면 이를 중점으로 두고 암호를 남겼을 겁니다.”

“결국 금룡황가가 찜찜하다는 말이군요.”

“네.”

“지유를 파견하면 좋으련만.”

“아가씨는 강의와 개인 훈련만도 빠듯해서 가주께서 제외시켰습니다.”

“그렇다면 형님께 말씀드려 현원단을 파견하는 게 어떻겠다고 말씀드려 보세요.”

현원단은 신기지가의 최정예였다.

천중호수를 토벌할 때보다 더 강해진 그들이었다.

꺼림칙한 금룡황가 정도면 현원단 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정보를 얻어오는 게 가능할 듯했다.

“이사장님의 의견을 가주님께 전달하겠습니다.”

보고를 전부 끝마친 남지우 비서가 고개를 숙이고는 이사장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한민성은 손으로 턱을 괴었다.

“금룡황가. 뭔가 불길하단 말이야.”

이준을 만나고 촉이 둔해졌던 그가 다시금 옛날의 감을 되찾고 있었다.

* * *

각사학 중앙.

대륙 간 이동 포탈 앞에 이준과 벨렌 로레스가 서 있었다.

“이제 가 볼게.”

넓은 학교를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해가 져 있었다.

“내일부터 각사학으로 발 도장 찍겠네?”

“응. 설레.”

“잠 못 자는 거 아니야?”

“스페인은 새벽인걸.”

“시차가 다르다는 걸 깜빡했네.”

“한국 시간에 적응해 봐야지. 가서 준비할 거 챙기고 잘 거야.”

“그래. 내일 보자.”

“넌 치료에 전념해. 내가 알아서 잘 적응해 볼게.”

“알았어.”

“말만 하지 말고. 나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고 있잖아.”

“잔소리는. 어서 가.”

벨렌 로레스가 팔짱을 끼며 한마디 더 하려다가 말았다.

잔소리는 남자가 질려 하는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걱정은 되지만 이준이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었다.

“갈게.”

“응. 잘 가.”

벨렌 로레스가 대륙 간 이동 포탈로 사라졌다.

그녀를 보낸 이준은 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애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벨렌 로레스를 소개시켜 줄 겸.

박정연을 비롯한 아이들을 찾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 스케줄을 맞춘 듯.

강의가 비어 있었다.

“애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던데.”

그러던 그때였다.

“제가 알고 있습니다. 가주님.”

심현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각사학에 모습을 드러내자 곧바로 따라붙은 그였다.

“어디에 있어?”

“가주님의 게이트에 있습니다.”

“걔들이 왜?”

“자세한 건 저도 잘 듣지 못했지만 흑염마조 님이 그분들을 데리고 갔어요.”

“뭐지?”

이준은 4대 성지의 금역 게이트를 열었다.

“들어가시는 거예요?”

“가서 확인해 봐야지.”

“저도 따라 들어가면 안 됩니까?”

심현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마치 새끼 고양이가 빤히 바라보는 듯했다.

그만큼 게이트에 가 보고 싶다는 걸 드러낸 표정이었다.

“봉팔이한테 말 안 할 자신 있지?”

“그럼요. 절대 부대주에게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네가 말하면 골치 아파진다. 차별한다고. 명심해.”

“물론입니다.”

심현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주인의 게이트를 구경한다.

허수에게 들었던 내용들이 떠오르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준의 게이트는 완벽한 쉘터.

게이트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쉘터였다.

“따라와.”

“옙!”

이준은 심현이를 데리고 4대 성지의 금역으로 들어갔다.

콰릉!

게이트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쳤다.

뇌기는 천지간의 기운 중 가장 강력했다.

한데 그 뇌기가 게이트 바닥을 향해 폭격하고 있는 게 아닌가.

게이트로 온 이준의 눈이 커졌다.

“내 게이트에서 뭐 하는 짓이냐?”

이준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테구르가 머리를 붙잡고 달려왔다.

“주, 주인님 큰일 났습니다요!”

“저놈들 미친 거 아니냐?”

동쪽 하늘에선 굵고 많은 번개가 내려치고 있었다.

남쪽 하늘에선 붉은 불기둥이 솟구쳤고.

그나마 북쪽 하늘만 조용했다.

대신 안개가 그 전보다 더욱 짙어져 있었다.

시야를 아예 가려 버린 것.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준의 마안으로도 볼 수 없었다.

“와… 여기가 금역이구나….”

이준의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말거나.

심현이는 4대 성지의 금역을 보고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허수가 말했던 쉘터.

난공불락의 성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특히 중앙에 위치한 건물은 저절로 마음을 경건해지게 했다.

감탄하고 있는 심현이와는 달리.

테구르는 이준의 주변을 빙빙 돌며 호들갑을 떨었다.

“신수님들 좀 말려 주십시오. 이러다 게이트가 아작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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