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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55화 (555/705)

제538화

스페인 마드리드 부엔 레티로 공원.

영국에서 넘어온 이준은 공원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지?”

“온 지 얼마 안 됐어.”

이준은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그의 눈에는 키가 크고 늘씬한 여성이 보였다.

또렷한 이목구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미모를 지녔다.

“그새 또 강해졌네, 벨렌.”

여자의 이름은 벨렌 로레스.

쥬얼 호지슨이란 가명으로 활동했던 암흑대제였다.

그녀는 짧은 기간 동안 또 성장해 있었다.

괴물 같은 재능과 혈통 아닌가.

박혁진과 박정연도 재능충이긴 하나.

벨렌 로레스만큼은 아니었다.

두 남매는 자신이 가르쳐서 그만큼 강해졌다.

한데 벨렌 로레스는 오로지 혼자서 등급을 올렸다.

만약 자신이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벨렌 로레스의 한계치까지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남 말 할 게 아니야. 넌 아예 괴물이 됐어.”

“난 예전부터 괴물이었는데?”

이준이 농담을 던지자 벨렌 로레스가 웃었다.

“맞아. 널 처음 봤을 때도 괴물이었지.”

스페인을 초토화시킨 대륙 칠좌를 단숨에 쳐부순 남자였다.

강함을 가늠할 수 없는 각성자.

현재는 아예 그의 등급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그전에도 안개였는데 이젠 각성자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일반인.

세계 랭킹 1위 각성자가 일반인이라는 게 말이 되나.

기운을 완벽히 갈무리한다는 뜻.

주변의 환경까지 그에게 동조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 내공이나 마법이 없는 일반인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 말 멋있어.”

그녀의 입에서 멋있다는 말이 나왔다.

다른 남자들이었다면 심장을 붙잡고 쓰러졌을 터.

이준이라 그나마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오해한다.”

“오해하라고 하는 말이야.”

“여자가 못 하는 말이 없네.”

벤치에 앉아 있던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사람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저 사람 파천자 아니야?”

“TV에서 본 것 같아.”

“파천자가 스페인에는 왜 왔지?”

“그 옆에 여자는 누구야.”

“와….”

“예쁘다….”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여자인 내가 봐도 설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벨렌 로레스의 미모에 감탄했다.

이준이 이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일부 있었으나.

벨렌 로레스의 미모를 보고 길을 가다 멈춘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벨렌 로레스는 충격적인 매력을 뿜어냈다.

“근데… 저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아?”

“너무 잘 어울려서 내가 더 두근거려.”

사람들은 이준과 벨렌 로레스를 보고 웅성거렸다.

점점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다.

이 넓은 공원이 사람으로 붐빌 정도였다.

“어? 나 저 여자 알아.”

“누군데?”

“이번에 로레스 가문을 일으킨 여자잖아.”

“아!”

“그러네. 항상 가면을 쓰고 나와서 몰랐는데 벨렌 로레스라니.”

“로레스 가문의 가주가 파천자와 아는 사이였어!?”

웅성웅성.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자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안 되겠다. 자리를 좀 옮기자.”

이준은 벨렌 로레스의 허리를 붙잡은 후 경공을 펼쳤다.

“자, 잠깐…!”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벨렌 로레스가 당황해하며 호흡을 멈췄다.

호흡으로 인해 허리가 두꺼워 보일까 싶은 여자의 조바심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준은 그녀를 데리고 마드리드를 떠났다.

엄청난 속도로 펼쳐진 경공.

머리가 바람에 미친 듯 날렸다.

‘머리하고 왔는데 망했어.’

벨렌 로레스가 울상을 지었다.

오랜만에 이준을 만난다고 해서 한껏 신경 써서 왔다.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머리도 했다.

뿐인가.

언제나 한 몸이었던 갑옷을 벗고 원피스를 입었다.

그런데!

데이트는 하지도 못한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무드 있는 걸 생각한 그녀의 오판이었다.

* * *

이준이 경공을 멈췄다.

그리고 벨렌 로레스를 내려 주었다.

“다 왔어.”

“하아아.”

“멀미 나?”

“머리 망가졌어.”

“블링크나 텔레포트와는 달리 경공은 머리가 잘 망가져. 그래서 무공 각성자 중엔 경공을 싫어하는 여자가 많아.”

벨렌 로레스의 뜻은 그게 아니었다.

이준과 데이트를 하기도 전에 머리가 망가져 한숨이 난 것.

한데 이준은 다르게 해석했다.

[허, 허허허. 이 꽈추를 뗄 제자를 보았나. 내가 민망해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

무극자 사부는 벨렌 로레스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준 때문에 머리가 아픈 모양이다.

‘또 왜 그러세요.’

[정녕 모른단 말이렷다?]

‘뭐를 몰라요? 뭐가 뭔지 가르쳐 줘야 알죠.’

[이 녀석이 내 제자라니…. 정말 우리 혼원문의 대가 끊긴단 말인가?]

무극자 사부의 개탄에 이준의 이마가 찌그러졌다.

[내 무슨 낯으로 천극자 사부님을 뵌단 말이냐. 이 신선제의 자리보다 빌어먹을 고자 놈의 사부란 자리가 더 어렵고 힘들구나!]

‘사부님 진정하시고.’

예전이었다면 버럭 소리치며 무극자 사부에게 대들었겠지만, 이준은 그러지 않았다.

무극자 사부가 신선제가 되고 나니.

안 그래도 힘센 양반이 더욱 강해졌다.

호통만 들어도 후유증이 며칠은 갔다.

잘못 대들었다가는 골로 가는 상황.

무극자 사부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야 했다.

[진정하게 생겼느냐! 혼원문의 대가 끊기게 생겼는데!]

‘그러니까 혼원문의 대가 왜 끊겨요.’

[굴러들어온 복도 제 발로 차 버리는 네가 내 제자라서 그런다!]

이준은 무극자 사부의 말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고 두야.]

무극자 사부가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을 때.

벨렌 로레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바르셀로나? 여기에 볼일이 있는 거지?”

“응.”

이준은 그녀의 목소리에 우선은 무극자 사부에게서 신경을 껐다.

“구엘 저택으로 안내 좀 해 줘.”

“구엘 저택은 솔레르 가문이 있는 곳인데 거기에 용무가 있어?”

“가 보면 알 거야.”

“네가 뭘 할지 모르겠지만 안내할게.”

이준은 벨렌 로레스와 함께 구엘 저택으로 갔다.

솔레르 가문이 사는 곳.

마검사들이 득실했으며 스페인에서도 알아주는 명문가였다.

구엘 저택 앞.

이준과 벨렌 로레스가 나타나자 경비 각성자로 보이는 자가 두 사람을 멈춰 세웠다.

“누구십, 크윽!”

경비 각성자가 입을 열었으나.

이준이 다짜고짜 경비 각성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우득-

그대로 꺾어 버리는 이준.

옆에 있던 벨렌 로레스의 눈이 커졌다.

“무슨 짓이야!?”

“적이야.”

“솔레르 가문이 네 적이라는 소리야?”

“아니, 이 몸에 빙의해 있는.”

이준에게 동료가 죽자 다른 경비 각성자가 저택 안으로 도움 신호를 보내려 했다.

이준의 손이 허공에 그어졌다.

데구르르-

도움을 요청하려는 남자의 목이 아래로 떨어져 굴렀다.

순식간에 두 명을 지옥으로 보냈다.

그것도 생사경의 죄인을 말이다.

“빙의? 자세히 말해 줘.”

벨렌 로레스가 질문하는 사이.

저택 안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왔다.

솔레르 가문의 각성자들에게 빙의한 죄인들이었다

“잘 봐.”

이준이 저들 중 한 명에게 손을 뻗었다.

허공섭물.

기를 이용해서 떨어져 있는 사물을 조정하는 기술이었다.

이준의 손에 몸이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상대도 마력을 분출하며 버텼다.

하나 이준이 펼친 기예는 허공섭물만이 아니었다.

허공섭물에 흡성공의 흡자결의 묘리를 가미한 것.

솔레르 각성자의 몸에서 이준의 손으로 마력이 빨려 들어갔다.

동시에 이상한 그림자가 각성자의 몸 뒤에서 아우성쳤다.

“마기?”

“일반적인 마기가 아닌 지옥의 기운이야.”

“설마 마계를 말하고 싶어?”

“비슷해.”

지옥계와 마계의 기운은 거의 흡사했다.

다른 게 있다면 지옥의 기운이 훨씬 더 정순하다는 거다.

검은데 맑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마계는 정순하지 않았다.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모든 악의 집합체였다.

지옥계와 마계의 차이.

하지만 구천옥의 영향으로 죄인들의 기운은 정순하지 않았다.

되레 마계의 기와 거의 비슷했다.

“저 속에 있는 놈들은 마인이야. 내가 왜 다짜고짜 손을 쓰는지 알겠지?”

벨렌 로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녀의 눈에는 그들이 여전히 솔레르 가문의 각성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준에게 대항하려고 힘을 드러낸 순간, 다르게 보였다.

솔레르 가문의 각성자가 저리 강할 리 없었으니까.

어떤 경비 각성자가 SS급을 뛰어넘는 힘을 보이나.

저렇게 강한 힘을 가졌다면 이미 솔레르 가문이 세계에 군림했을 터였다.

“응. 알겠어.”

“이제 싸울 수 있겠지?”

“당연하지. 스페인에 저런 마인을 둘 순 없어.”

벨렌 로레스가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 검을 꺼냈다.

이준을 만난다고 옆구리에 검도 차고 나오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녀의 검.

그람이 검신을 드러냈다.

암흑대제가 사용하는 검은 성검이자 마검이었다.

주인이 강할수록 힘을 더해 주고.

주인이 약하다 싶으면 도리어 공격했다.

벨렌 로레스는 약하지 않기 때문에 그람은 그녀에게 힘을 줬다.

검신이 삽시간에 검게 물들었다.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말고 떨거지만 쳐 내면 돼.”

이준은 그녀를 싸움에 참전시켰다.

구천옥의 죄인을 상대로 악마 교관 특성을 사용하려는 거다.

그녀라면 분명 테크트리 포인트를 두둑이 안겨 줄 터.

아직 캐지 않은 보석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한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커다란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

그녀를 이용해 테크트리 포인트도 벌고 여차하면 나중에 써먹을 일도 생길 것이다.

이준은 파멸겁을 꺼내며 앞으로 쇄도했다.

벨렌 로레스는 이준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의 뒤를 바짝 뒤따랐다.

* * *

콰아앙-

저택 안에 있는 검주의 고개가 휙 하고 돌아갔다.

폭음이 들려오는 방향은 저택 정문이었다.

“누구냐?”

“검주, 침입자입니다.”

“화, 확인 중입니다.”

구천옥 죄인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다.

오히려 대륙 칠좌보다 정보가 느리다는 것.

힘은 강하나 구천옥에 갇혀서 산지가 억겁.

아직 현대 문명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빙의한 몸의 주인이 가진 기억이 있다는 것.

이것 때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거다.

만약 몸 주인의 기억이 없었다면 힘만 강한 멍청이가 되었을 것이다.

“감히 어떤 머저리가 쳐들어왔는지 봐야겠군.”

검주가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수하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보고했다.

“이, 일선 수비가 무너졌습니다.”

검주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자신들이 누군가.

구천옥에서도 날고 긴다 하는 강자였다.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자들.

한데 인계에 내려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죽나.

“내 귀가 잘못됐나?”

그러던 그때였다.

“거, 검주 이, 이선 수비가 무너졌습니다.”

다음 수비까지 무너졌단다.

어이가 없었다.

생사경에 달한 무인이 속절없이 죽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멍청한 놈들.”

어떤 놈인지 쌍판을 보고 싶었다.

검주가 창가로 걸음을 움직였다.

그때였다.

그가 걸어간 창가가 터져 나갔다.

쾅!

굉음과 함께 폭발이 검주를 덮쳤다.

“감히!”

폭발에서도 멀쩡한 검주였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검을 뽑았다.

먼지와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싹 사라졌다.

그의 주변으로 기파가 뿜어져 나갔기 때문.

강한 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뛰어내리려 했으나.

쿵-

하나의 창이 그의 얼굴 앞에서 멈췄다.

익숙한 병기였다.

“마겁!?”

검주는 검을 이용해 파멸겁을 쳐 냈다.

파멸겁이 뒤를 향해 날아갔다.

한 청년의 손에 잡힌 창.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마겁은 파천혈신만 드는 게 가능한 무기였다.

“네가 이곳을 이렇게 만든 범인이냐.”

“정말 그로가의 몸에 들어가 있네.”

이준의 말에 검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로가는 빙의한 청년의 이름.

대륙 칠좌 중 육좌에 있는 청년이었다.

이름을 아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빙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넌 누구냐.”

“검주 저놈이 파천자입니다.”

“그 광오한 놈 말이냐? 세계 랭킹 1위 각성자?”

“예.”

“잘 됐구나.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제 발로 찾아왔어.”

검주는 검으로 이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애송이 네 이명을 내게 반납해야겠다.”

“그러려면 날 죽여야 할 건데 네 실력으로는 안 돼.”

“광오한 놈인지고. 감히 내 앞에서 그딴 망발을 한단 말이렷다!”

검주의 외침.

저택이며 공기며 나무며.

그의 소리가 닿은 곳은 전부 터져 나갔다.

그의 기세에도 이준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오만하게 말했다.

“빠르게 죽여 줄게,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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