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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53화 (553/705)

제536화

딸랑-

빈민가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의 파동이 땅을 박찬 이준에게 닿으려 했다.

‘위험해.’

이준은 신형을 멈춰 세우며 호신강기를 펼쳤다.

그의 주위로 동그란 막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종에서 나온 기파가 호신강기와 부딪혔다.

콰앙-

기파의 충격만으로 나는 굉음.

이준의 호신강기가 휘청하고 흔들렸다.

그의 입가에 한 줄기 선혈이 흘렀다.

한 번의 충돌로 내상을 입은 것이다.

‘강하네. 자연경 끝자락인가?’

이준은 혈주의 경지를 정확하게 맞혔다.

자연경 끝자락이면 그보다 강할진대 걱정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즐겁다는 듯 미소가 맺혔다.

‘여기서 혈주를 죽이면 한결 편해지겠어.’

혼원신공은 무공 위에 존재하는 무공.

진천무와 더불어 패천기공은 하늘 아래 상대할 자가 없을 정도로 파멸적인 무공이었다.

혈주가 제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이준이 지닌 무공보다는 등급이 낮을 터.

경지가 높다 하더라도 무공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었다.

경지는 혈주가 더 높았으나 무공의 등급은 이준이 더 높았으니.

실력은 서로 엇비슷할 거라는 게 이준의 결론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혼원신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만났던 상대 중에 무극자 사부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적이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되레 당할 터.

이준이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는 이유였다.

그는 파멸겁을 2단계 형태로 변형시킨 후 혈주에게 던졌다.

무극창법 전 2초식 투경.

암화에 휩싸인 파멸겁이 종을 든 그림자에게 날아갔다.

쿵-

다시 한번 기파가 주변으로 퍼졌다.

빈민가의 땅이 가라앉았다.

파멸겁이 맹렬히 회전하며 그림자를 꿰뚫으려 하지만.

제자리에서 회전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투경이 막혔다.

무극자 사부를 제외하고는 피라도 보게 만든 게 투경이란 초식.

그런데 혈주는 가뿐히 막아 버렸다.

그럼에도 이준은 개의치 않았다.

투경은 그저 인사치레였다.

“무공.”

이준의 목소리가 짧게 들렸다.

그러자 빈민가의 건물이 잘게 부서지기 시작했다.

건물이 모래가 되어 허공에 나부끼었다.

마약에 찌들어 흐리멍덩한 눈빛을 지닌 이들 하며.

병에 걸린 듯 피폐한 얼굴을 한 이들 하며.

패천일공에 닿은 모든 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준의 패천일공에 혈주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건 파천혈신의 무공이 아니냐!?”

구천옥에서 봤던 파천혈신의 소름돋는 무공이 인계에서 펼쳐진 것이다.

혈주는 믿기지 않았다.

파천혈신의 무공은 천외.

그가 아니면 그 어떤 자도 익힐 수 없었다.

천재 중의 천재라 한들 파천혈신의 새로운 무공을 배우는 게 가능할까?

대답은 아니다였다.

괜히 천외의 무공이라 부를까.

구천옥을 지배한 혈주가.

마주와 검주가 파천혈신의 무공을 보고 겁을 집어먹은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무공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또 다른 파천혈신이 강림할 거라는 걸.

한데 새로운 파천혈신이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사부한테 처맞고 인계로 도망쳐 왔다고 하더니 정말이네. 사부의 무공을 보고 놀란 걸 보면?”

“사부!? 네가 파천혈신의 제자라도 된다는 말이렷다!”

“맞아. 내가 파천혈신의 제자야.”

“가아아알! 감히 날 능멸하는 것이냐!”

“내 무공을 보고도 인정 안하는 건 뭔 심보지?”

“너 같으면 진정하게 생겼느냐! 파천혈신은 지옥계에 있다. 어찌 네가 그의 제자라는 것이냐.”

혈주는 인정하지 않았다.

천지인주와 같은 반응이었다.

파천혈신은 제자를 함부로 들이지 않았으며.

제자로 들인다고 해도 정식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곁에서 수발을 드는 아이 정도로 여긴 달까.

이준이 제자라고 하니 못 믿는 건 당연했다.

“그럼 믿지 말든가.”

이준의 양손에 뇌기가 모여들었다.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패천이공 진천.

하늘마저 부수려는지 광풍이 불어닥쳤다.

천둥 번개가 치며 이준의 주위로 파괴적인 기운이 모여들었다.

이준은 두 손에 담긴 혼원을 모아 갔다.

그러자 혈주가 경악했다.

“저 무공까지!?”

파천혈신이 지옥계에서 펼친 무공이었다.

어찌 기억하지 못할까.

저 무공에 구천옥의 죄인들이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당했다.

만약 다음 초식이 펼쳐지고 그다음 초식까지 펼쳐진다면….

‘정말 파천혈신의 무공을 이었다니!’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몰살당할지 모른다.

아니, 몰살당할 것이다.

강한 건 자신이었지만 왜 위기의식이 느껴지는 걸까.

모든 게 이해되지 않았다.

자연경 끝자락인 자신이!

고작 인계의 각성자에게 진다는 건 상상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유일한 불안감은 하나.

다른 무공도 아닌 파천혈신의 새로운 무공.

그 파멸적인 걸 익혔다는 건 제2의 파천혈신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

그래서인지 혈주가 종을 흔들어 패천이공에 맞섰다.

딸랑-

혈주가 흔든 종소리에 구천옥의 죄인들이 나타나 같이 종을 울렸다.

* * *

특별 1반 출신들은 흑염마조를 따라 새로운 4대 성지의 금역으로 들어왔다.

“와….”

“여긴….”

“어떻게 사계절이 다 있는 거야?”

표정 변화가 잘 없는 한지유와 이지안도 깜짝 놀라 했다.

동쪽 하늘, 산봉우리에는 번개가 치고 있었다.

남쪽 산봉우리에는 화산이.

북쪽은 눈바람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서쪽은 푸르른 초원의 기름진 땅이 자리했다.

그럼 게이트의 중앙은 어떤가.

웅장한 혼원문이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마을이 자리했다.

예전에는 게이트가 있던 자리였다.

보통 마을이 있던 자리를 폐허로 만들며 게이트가 자리 잡는 게 순서이지만.

지금은 그 순서가 뒤바뀐 것처럼 완벽하게 깔끔한 마을이 대신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하나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원래 이런 게이트였어?”

“배치도 변한 것 같고…. 혼원문은 더 신비로워졌는데?”

“여, 여긴 어디인가요?”

류가을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4대 성지의 금역에 들어온 적이 있는 사람은 단 두 사람.

이지안과 허수뿐이었다.

이준은 박정연에게도 4대 성지의 금역만은 숨겼다.

“여기도 준이가 가진 게이트야?”

“내가 봤던 게이트와는 차원이 달라.”

아이들이 벙찐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몬스터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게이트와 바깥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족히 수만 마리는 되어 보였다.

테구르가 연장을 챙기러 왔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가씨 오셨습니까요?”

조금 전 밖에서는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이준의 명령에 바로 일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테구르의 극진한 존칭에 아이들은 이상한 눈으로 이지안을 쳐다봤다.

이지안은 난감해했다.

테구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엔 눈치 빠른 녀석이었는데 오늘은 좀 얼을 타고 있었다.

“테구르 님. 이분들한테 게이트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어요?”

이지안이 재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모두 주인님의 게이트는 처음이십니까요?”

허수나 진경수만 있다면 반말했을 터.

이곳에는 주인의 신부 후보들이 무려 세 명이나 있었다.

누가 주인과 백년가약을 맺을지 모르니 함부로 행동해선 안 됐다.

“여기가 정말 선생님의 게이트… 냐?”

조용석이 어색하게 말했다.

몬스터에게 존대를 하자니 자존심이 상한 것.

비굴해 보이는 테구르였지만 위험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말끝을 흐렸다.

“게이트냐? 너 나 몰라?”

“안… 다.”

“어쭈 그런데도 반말해? 너 나한테 뒤져 볼 테냐?”

테구르는 블랙급 보스 몬스터.

그것도 주작을 모시는 불의 신봉자였다.

하찮은 블랙급 몬스터와는 격이 다른 존재.

여기서 테구르를 이길 수 있는 각성자는 박정연과 박혁진, 한지유밖에 없었다.

“테구르 형님 참으십시오.”

“수야. 저 새끼 누구냐?”

테구르는 조용석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물었다.

“이준 형님께서 가르친 친구입니다.”

“그런데 저 태도는 뭐냐? 주인님의 강의 지론은 첫 번째가 인성인데 말이다.”

핏-

조용석의 볼에 상처가 났다.

테구르는 언제 마력 총을 꺼냈는지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조용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언제 공격했지?’

살수의 기본은 평정심.

흔들리는 눈동자를 빠르게 다잡고 상황 판단을 했다.

분명 아까까진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허리나 다리에 견착 장치도 없었다.

조용석의 행동에 테구르가 코웃음을 쳤다.

“소환된 마력 총이다 멍청한 놈아.”

견착보다 빠른 뽑기 능력.

마력 총을 아공간에 넣었다가 바로 빼는 기술.

블랙급 보스 몬스터가 되고 생긴 능력 중 하나였다.

“이 테구르 님이 바쁜 걸 다행으로 알아라. 아니었다면 대가리에 구멍이 뚫렸을 거다.”

테구르가 아공간에 총을 집어넣고는 손을 비볐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버릇없는 놈 교육 좀 하느라. 이 게이트에 대해서 설명해 달랍습죠.”

“네.”

“걱정 마십시오. 이 테구르가 친절히 설명해 주겠습니다요.”

조금 전 블랙급 보스 몬스터의 위엄을 드러냈던 테구르는 없었다.

오직 아부를 떠는 하찮은 몬스터뿐.

테구르는 게이트가 자기 것인 양 자랑하듯 떠들어 댔다.

녀석이 한참을 설명하고 있을 때였다.

[멍청한 설명 듣지 말고 본좌에게 와라.]

그들이 있는 곳에 불의 길이 그어졌다.

이 끝에는 흑염마조가 있을 터.

아이들은 불의 길을 따라 흑염마조에게 갔다.

* * *

구천옥의 죄인들이 나타나자 페니모어와 파스콜 가주가 그들을 공격하려 했다.

“뒤로 빠지세요!”

하지만 이준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이준에게 뿜어져 나오는 기운.

살기가 가득했다.

뼈가 시릴 정도였다.

그의 말대로 뒤로 빠지지 않는다면 위험할 듯싶었다.

“뒤로 물러나라!”

페니모어 가주가 마법 각성자들을 향해 외쳤다.

가주가 빠지라고 하니 그들이 몸을 뺐다.

하나 못 빼는 이들도 있었다.

선두에 있는 각성자들.

죄인들의 종소리가 그들의 뇌에 영향을 끼쳤다.

검게 물든 눈이 빛나면서 주변의 동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컥!”

“왜, 왜 이래?”

“정신 차려! 넬슨 윽!”

각성자들이 한데 뒤엉켰다.

그들을 향해 파스콜 가주가 소리쳤다.

“싸우지 말고 뒤로 물러나시오!”

이준의 두 손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공간은 왜곡되고 있었다.

그의 기로 인해 생긴 현상.

두 손이 합쳐지자 빛이 번쩍였다.

빛이 세상을 뒤덮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손으로 눈을 가렸다.

사라졌나 하는 마음에 눈을 떠보았다가 빛의 강렬함에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기도 했다.

“윽.”

“어떻게 된 거야.”

“앞이 안 보여.”

한참이나 지났지만 빛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털썩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사람이 쓰러졌다.

쓰러진 이들의 손에는 종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 종은 검은 재가 되어 하늘로 사라졌다.

“크으으.”

이준의 앞에 있던 혈주가 신음을 내었다.

그가 가장 정통으로 패천이공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주는 죽지 않았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듯.

피부가 끔찍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패천이공으로는 부족한가 보네.”

혈주는 외상과 내상을 입었으나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노오오옴!”

혈주가 소리를 지르며 이준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두 손에 맺힌 혈기가 이준을 강타했다.

쾅-

이준이 뒤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무극기가 혈기를 막아 주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큰 내상을 입고 말았을 것이다.

“파천멸기까지! 파천혈신이 지옥계에서 널 도와주고 있는 게 분명하구나!”

무극자가 지옥계에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신선제가 되어 이준의 옆에 있다는 걸 혈주는 몰랐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네가 여기서 죽는 건 변함없는데.”

이준은 다시 한번 혼원신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지진이라도 난 듯.

주변이 미친 듯 떨렸다.

“설마!?”

이준의 모습을 본 혈주가 눈을 크게 떴다.

패천이공보다 더한 게 펼쳐질 것만 같았다.

세상의 소음이 사라지며 무음이 됐다.

풀, 나뭇잎, 바람, 새소리 모두 사라졌다.

무음이 된 세계에 빛이 내려앉으려 하자.

혈주가 등을 돌렸다.

도망치려는 것.

패천이공은 버텼는데 다음 공격은 버틸 자신이 없었나 보다.

혈주의 모습에 이준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무시하고 혈주를 향해 손을 뻗어 갔다.

푹-

이준의 손이 혈주의 가슴을 뚫어 버렸다.

진천무 중 청룡계 무공인 청룡격이었다.

각법과 수법 모두 사용이 가능한 박투술.

그 어떤 호신강기도 찢어발기는 무공이었다.

“컥!”

패천삼공은 속임수.

패천삼공을 펼칠 듯 적에게 겁을 준 다음.

도망치는 혈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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