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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43화 (543/705)

제526화

“이번 경기는 정연 누나랑 혁진이네.”

이준은 멀찍이서 두 사람의 경기를 지켜봤다.

파스콜 가의 탈리아와 토비의 맞대결은 굉장히 치열했다.

“기초 체력 훈련을 빡세게 했나? 호흡과 검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

그 말은 즉.

검과 마음이 일치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탈리아와 토비의 등급은 AA급.

초절정이자 7서클의 경지에 있는 것치고는 깨달음이 깊었다.

사람들은 복잡한 묘리를 깨달아야지만 등급을 올릴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다.

신체 밸런스와 내공이 조화롭게 맞으면 된다.

이를 맞추는 게 바로 기초 체력 훈련.

각성자는 시스템에 등록된 스킬에만 의존해 왔다.

물론 아예 기초를 도외시한 건 아니나.

그럼에도 각성자들은 여전히 스킬 의존도가 높았다.

이를 보완해 주는 게 바로 기초 체력 훈련이었다.

“이 경기만 보고 청룡한테 가야겠다.”

박혁진과 박정연이 학생들을 얼마나 잘 가르쳤나.

그로 인해 포인트가 얼마나 들어올까.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경기를 보지 않는다면 날벼락이 떨어질 터.

안 볼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박정연과 박혁진이 동시에 이준을 찾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 비친 풍경은 서울 시내.

가상 현실 공간이 펼쳐진 결계 안이니 기감을 이용해서 이준을 느끼려했다.

이준은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전음을 날렸다.

[그만 찾아. 보고 있어.]

[언제 왔어?]

박정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준의 목소리만 들어도 좋은지.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방금.]

[계속 지켜볼 거지?]

[응.]

[경기 끝날 때까지 어디 가지 마.]

[알았으니까 집중해.]

박정연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녀와 박혁진은 거점밖에 있었다.

첫 번째 경기와 다른 점은 하나.

전략적 선택지가 더욱 많게끔.

교수를 거점 밖에 대기시키는 룰을 적용했다.

박정연과 박혁진은 SS등급의 각성자.

시험의 판도를 손쉽게 뒤집을 수 있는 이들이었다.

“슬슬 특수 권한이 발동될 때가 됐는데.”

학생들은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첫 번째 경기와는 달리.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대거 참여한 경기였다.

상대가 어떤 경로로 공격을 올지.

방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수를 계산하고 싸운 듯했다.

그러니 전투가 벌어진 장소만 여덟 곳이 되지.

“이제 곧이네.”

학생들의 등급은 박혁진 쪽이 유리했다.

개개인의 능력 또한 마찬가지.

하나 팀플레이는 박정연 쪽이 훨씬 높았다.

유기적인 움직임이 자연스럽달까.

“아무리 유기적으로 움직여도 상대의 실력이 뛰어나면 오래 버티지 못해.”

이준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자.

박정연 쪽 학생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한 곳이 뚫리자 다른 곳도 뚫렸다.

그와 동시에 알림 방송이 나왔다.

[빨강 팀이 특수 권한을 사용했습니다.]

[특수 권한의 제한 시간은 10분입니다.]

박정연 팀이 먼저 특수 권한을 발동했다.

기다리고 있던 박정연이 땅을 강하게 박찼다.

그녀가 밟은 곳이 거미줄로 쩍 갈라졌다.

[파랑 팀이 특수 권한을 사용했습니다.]

[특수 권한의 제한 시간은 10분입니다.]

박혁진네도 지체 없이 사용했다.

승기를 아예 굳히려는 모양이었다.

정반대편에 있던 두 사람은 거점으로 뛰지 않았다.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남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 * *

“준이가 보고 있는 거 알지?”

스르릉-

박정연이 벽운을 꺼냈다.

신병이라 그런지 내공을 운용하지 않아도 검 주위에 뇌기가 흘렀다.

그건 박혁진도 똑같았다.

그의 검에도 푸른 뇌전이 번쩍였다.

“누나라고 봐줄 생각은 없어.”

“내가 할 말인데?”

“빨리 끝내 줄게.”

쾅-

박혁진이 박정연에게 순식간에 쇄도했다.

그의 검인 천월에 담긴 무지막지한 기운.

박정연을 일도양단할 기세로 내려쳤으나.

그녀는 벽운으로 수월하게 막았다.

“네가 날 이기기에는 아직 멀었어.”

그녀가 박혁진을 뒤로 멀찍이 밀어냈다.

그리고 벽운을 위로 던졌다.

허공에 둥실 뜬 벽운이 분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초장부터 강하게 나가는 거냐?”

박정연의 초식을 본 박혁진이 허공에 천월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그냥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 같으나.

그의 앞에 뇌벽이 생겨났다.

마치 거미줄이 엮여 있는 듯.

수많은 줄이 서로를 교차했다.

전뢰검법 후 1식 뇌막이었다.

뇌기를 빠르게 일으켜서 호신강기처럼 쓰는 기술.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후 1식인 만큼 절대의 방어를 자랑했다.

콰과과광!

분열한 수많은 벽운이 박혁진의 뇌막을 두드려 왔다.

폭음이 연속적으로 들렸다.

그의 뒤에 있던 학생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엇!”

그들에게 번개가 떨어졌다.

하나도 아닌 수십 줄기의 낙뢰가.

어떤 미친 사람이 자신을 겨냥한 낙뢰를 보고 감탄할까.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윽… 쉽지 않구나.”

박혁진이 힘겨운 표정을 지었다.

뇌막으로 누나인 박정연의 공격을 막고 있으나.

점점 버거워졌다.

부딪혀 오는 벽운의 무게가 늘어나고 있었다.

정말 다행인 건 박정연도 이기어검을 부리는 데 한계가 온 듯했다.

앞으로 뻗었던 팔을 아래로 내리는 게 보였다.

“이제 내 차…!?”

박혁진이 뇌막을 회수하고 공격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박정연이 그의 뒤를 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뿔싸!”

뇌전검문의 무공인 뇌운보였다.

박혁진이 황급히 몸을 돌려 천월을 휘둘렀다.

까아앙-

귀를 때리는 금속음이 들렸다.

벽운이 몸에 닿기 전에 천월로 간신히 막은 것.

박혁진은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정연을 잘 알지 못했다면 당했을 수법이다.

화려한 이기어검으로 적의 눈을 속이고 뒤를 공략하는 수법.

박정연이 즐겨 사용하는 공격이었다.

“빨리 끝낼 수 있었는데 아깝다.”

그녀는 정말로 아쉬워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한고비는 넘겼으니 이제 내 차례야.”

“해 보든지.”

박혁진의 검이 뇌기로 가득했다.

뇌기에 가상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의 검이 번쩍임과 동시에 천월이 벽운을 강타했다.

두 신병이 부딪히니 기파가 주변으로 퍼졌다.

그걸 시작으로 천월과 벽운이 쉬지 않고 교차했다.

한편.

이를 구경하고 있는 검제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맺혀 있었다.

반대로 괴개는 똥 씹은 표정을 했다.

아니, 부러워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춘식아. 입 다물어라. 검제가 체통이 있어야지.”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라, 심호야.”

“전혀 부럽지 않다.”

“얼굴에 배 아프다고 쓰여 있다, 이놈아. 안 그러냐 영섭아.”

검제가 아들인 검왕을 불렀다.

검왕인 박영섭의 얼굴도 검제와 똑같았다.

좋아 죽겠다는 표정.

자식이 저리 강하니 부모의 입장으로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랄까.

앞으로 철혈검가는 무너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예? 예.”

박영섭은 자식의 무위에 감탄하느라 검제의 질문을 듣지 않고 무작정 대답했다.

“영섭이 네놈까지! 이 자식아, 넌 옆에서 뭐 하고 있느냐. 이 아비가 수모를 당하고 있는데!”

괴개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버럭 소리쳤다.

“고, 고정하세요. 아버지.”

“너 같으면 진정하게 생겼냐! 춘식이 저놈이 저리 잘난 척을 하는데!”

“아이들의 격차는 어쩔 수 없지만 아버지가 검제 님보다 강하지 않습니까.”

그제야 괴개의 언성이 가라앉았다.

“그건 그렇다만 큼, 미래를 위해선 아이들도 강해져야지.”

“아버지를 닮아 나중에는 검룡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겁니다.”

“고럼. 당연히 그래야지. 흘흘.”

괴개가 검제를 은근슬쩍 보며 대답했다.

검제보다 각성자 랭킹이 높은 괴개였다.

“이 자식이…!”

“이참에 저곳에서 한 번 뜰 테냐?”

괴개가 히죽이면서 검제를 도발했다.

“괜한 에너지 소모다.”

“쫄아서 피하는 것이냐?”

“누가 쫄았다고! 아이들의 시험장에서 못 하겠다는 소리지.”

“다른 곳으로 옮겨서 할래?”

괴개가 검제를 물고 늘어지는 그때였다.

혈마 류한길이 홀로 중얼거렸다.

“아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으니 몸이 근질근질하는군.”

“이참에 우리도 특별 비무를 여는 게 어떻겠습니까?”

신기학사 한지웅의 제안이었다.

하나 류한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긴장감이 없어. 생사를 가르는 무언가가 필요해.”

류한길은 이준에게 비무와 같은 구타를 당하고부터 자극적인 걸 찾았다.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였으나.

이준에게 수련받을 때처럼 자극적이지 않았다.

힘들기만 할 뿐 무료했다.

“파천자 님과 비무라면 몰라도 다른 이들과는 재미없어서 하고 싶지 않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오.”

진씨 가주인 진병철도 이에 동의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공통된 생각을 가졌다.

이준에게 받은 수련은 자극적이었다.

중독성이 강한 카페인 같달까.

“음….”

한지웅이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잠겼다.

뇌마 홍엽상도 같이 생각에 빠졌다.

그러던 그때 두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뇌마도 똑같은 생각입니까?”

“신기학사도?”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파천자께 양해를 먼저 구하고 특별 경기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습니까?”

“역시 저와 같은 생각이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류한길이 눈을 번쩍였다.

무언가 재미난 의견이 나올 듯싶었다.

한지웅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검제 님과 괴개 님 그리고 가주 전원이 파천자 님과 일 대 다 거점 점령전을 하는 겁니다.”

“호오.”

“난 뭐든 찬성이오.”

류한길이 호기심을 드러냈고 진병철은 무조건 찬성했다.

“파천자의 양해를 구한다 해도 게임이 되겠나?”

검제는 회의적이었다.

세계 랭킹 100위부터 2위까지 전부 모여서 파천자에게 덤빈다 하더라도 이기지 못할 터.

파천자야말로 각성자 위에 존재하는 각성자.

랭킹에 같이 적혀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존재였다.

그런 자와 점령전이 가능하기는 할까.

“그냥 하면 당연히 안 되지요. 교수들이 학생들의 등급으로 시합을 한 것처럼 파천자 님도 내공의 제약을 두면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괴개 어르신.”

“그러면 할 만도 하겠어. 파천자한테 배워 갈 것도 많겠고 말이야.”

“가주님과 어르신의 경기를 본 학생들에게도 엄청난 공부가 될 겁니다.”

“우선 파천자 님의 허락부터 맡아야 해.”

류한길과 진병철은 오로지 이준의 마음부터 생각했다.

그가 하기 싫어하면 무산되는 특별 경기.

억지로 해 달라 해서도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이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말하는 거다.

“이 진병철이 부탁해 보겠습니다. 파천자 님께서는 제 부탁을 한 번도 거절하신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진병철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준에게 부탁할 수 있는 주제.

이 하나만으로도 다른 가주의 부러움을 한몸에 샀다.

특히 류한길과 살마 조민석이 부럽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마침 저기에 계시는군요.”

진병철이 이준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갔다.

* * *

털썩.

진병철은 이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신 있게 다가온 것치고는 한없이 가벼운 무릎.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가주들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저렇게 비굴할 정도로 부탁을 해야 하나 싶었으니까.

하나 진병철은 남들의 시선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세계 랭킹 1위에게 무릎을 꿇는 게 어떤가.

제 주제를 잘 파악하고 행동하는 게 자신에게 이로웠다.

“파천자 님!”

“왜 그러세요?”

“염치없지만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이놈… 너를 아주 잘 알고 있구나. 네 기분이 상하지 않게 눈치를 보면서 말하고 있어.]

“뭔데요?”

이준은 이미 가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개미 소리도 다 들리는 게 그였다.

어찌 가주들이 나눈 소리를 못 들을까.

그냥 모른 척했다.

“말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검제 님과 괴개 님, 가주들을 포함해서 특별 거점 점령전을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일 대 다수의 대결 말이죠?”

“그렇습니다.”

“제가 얻을 건 없는데요.”

“가진 게 많으신 파천자 님께 드릴 건 얼마 없지만 필요한 걸 말씀하시면 어떻게든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딱히 안 끌려요.”

“제발 저희에게 깨달음을 주십시오.”

진병철이 고개까지 숙였다.

오대 가문의 가주라는 사람치고는 몸이 너무 가벼웠다.

진병철의 행동에 이준은 마지못한 척했다.

“진 가주께서 한 부탁인데 모른 척할 수도 없고.”

“부탁을 들어주시는 겁니까?”

“그러죠.”

“감사합니다!”

“단, 제가 얻고 싶은 게이트가 있는데 말이죠.”

“어느 영역입니까, 무조건 드리겠습니다.”

“검제 님의 거처에 있는 수련 동. 제게 줄 수 있어요?”

이준은 진병철이 아닌 검제 박춘식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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