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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15화 (539/705)

제311화

검제와 제왕단은 유격전을 펼쳤다.

치고, 빠지길 반복하면서.

신기지가와 만독암가에서 깔아 놓은 함정을 교묘하게 잘 이용했다.

현재 그들은 거점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적은 얼마나 남았는가.”

“이 유격전을 100번 넘게 반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한참이나 남았군 그려.”

“안 힘드십니까?”

제왕단의 단주가 검제를 걱정했다.

“가문에 박혀 있을 때보다 좋으이. 자네들은 어떤가.”

“저희도 주군과 함께해서 활력이 돕니다.”

“옛날 생각이 나. 그때도 지금과 같은 치열함 속에서 살았는데 말이야.”

검제가 젊었을 적에는 각성자란 체계가 없을 시기였다.

각성자라 해도 약한 자들이 많았고, 그나마 그중 강한 이들은 치기 어린 마음으로 혼자 게이트에 들어갔다고 죽은 것도 허다했다.

“긴장감만으로는 그때의 시기로 돌아간 듯합니다.”

“평화가 오래 지속되긴 했지.”

“이런 자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나도 정확히 모르네만… 우리가 상대하는 이들은 그저 하수에 불과하다더군.”

“정말입니까!?”

“창제가 그리 말했네.”

“헉!”

천외천만 하더라도 AA급 초입에 해당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위에 있는 자들은 얼마나 강하다는 소리인가.

“오버 밸런스 아닙니까?”

“균열에서 넘어온 게 어디 상식이 통하겠나.”

강한 자들이 나타나기 전에 자신들도 발전해야 했다.

“재앙 그 자체군요.”

“다행인 건 우리나라엔 창제가 있다는 거네.”

“그가 강하지만 혼자선 무리 아닙니까?”

“어렵겠지. 하지만 그가 가르치는 이들이 있지 않나.”

“정연이와 혁진이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빙화를 비롯한 특별반 아이들이 있어서 괜찮을 거네. 문제는 클 시간이 없어.”

제왕단주도 이에 동의했다.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

모두 창제가 해결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가 모든 걸 막아 줄 순 없는 노릇이다.

천외천이 양지로 나왔을 때 대항할 수 있는 각성자가 필요했다.

“천외천이 늦게 활동하길 빌어야 할 상황이군요.”

“그렇지. 1년 만이라도 시간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아니면 희생이 불가피해.”

이번에 전쟁을 겪고 깨달았다.

적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인원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걸.

거기다 몬스터까지 소환한다는 게 무서운 점이었다.

“서양과 힘을 합쳐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들이 우릴 도와주겠나. 서양은 이렇다 할 게이트 조짐도 없고, 자기네들끼리 잘하고 있네. 어쩌면 우리가 사라지길 바랄 수도 있어. 그러니 움직이려 하지 않을 거네.”

“과거인 냉전 시대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무공과 서양의 마법이 나뉠 때부터 예상한 결과야.”

서양의 폐쇄적인 구조.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땅덩어리도 컸고 유럽은 자기네들끼리 국경이 맞닿아 있었다.

인구도 많아 강한 이들이 산더미처럼 있는 서양.

과거나 현재나 최강국이었다.

무엇보다 마법의 특성상 외부로 유출되는 게 쉬웠으니.

서양이 문을 닫아 버리고 자기네들끼리 교류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차세대 아이들이 크는 것밖에 없군요.”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네.”

쾅!

콰광!

그들이 있는 거점이 흔들렸다.

“저희를 찾은 듯합니다.”

검제가 검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곤하고 지친 기색이 아닌 즐거운 모습이었다.

“이제 나가세나.”

그가 제왕단을 데리고 다시 전장에 들어섰다.

‘다른 쪽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 * *

“하악… 하악….”

무극대의 부대주인 김봉팔은 거친 숨을 토하고 있었다.

천외천의 인원이 절반가량이나 함정에 죽었는데, 자신들과 막상막하였다.

서울숲 곳곳에 설치해 놓은 나고쉬의 실이 아니었다면 큰 낭패를 봤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싸움에서 나고쉬의 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것.

이준이 왜 서울숲을 천외천의 무덤이 될 거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갔다.

“저 지랄맞은… 진법 좀 어떻게… 하악… 안 되나. ”

소림의 무승들이 펼치고 있는 나한진.

백팔나한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저들은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저 진법을 유지하려는 모양이었다.

20인, 10인, 5인.

나한진을 펼친 인원도 다양했다.

싸우는 줄곧 저 진법 속에서 공격했다.

“후욱… 몇 사람이 중앙으로 들어가 내부를 휘젓는 게… 좋을 것 후욱… 같은데 말입니다.”

무극대 막내인 현이의 말이었다.

“이것도 안 통하면 허억… 방법은 없어… 허억….”

“…누가 들어갈 건데?”

“한 사람밖에 없지 않소.”

대원들의 머리에 떠오른 한 사람.

김봉팔뿐이 없었다.

“다들 하악… 미쳤어?”

“형님 아직 무적 패시브 특성이 남았지 않소.”

“모두를 위해 희생해 줘요.”

“멋있는 부대주 좀 봅시다. 대주는 저렇게 고군분투하지 않소.”

사형준은 다섯 명에게 둘러싸여 고전하고 있었다.

몸은 피투성이가 됐지만 그가 죽인 인원도 꽤 됐다.

“명색에 부대주란 사람이 가오가 있지.”

“시간 없소. 할 거요, 말 거요?”

“안 하면 개실망.”

무극대원들이 김봉팔을 보챘다.

대원들의 눈빛을 본 그는 할 수 없이 작전에 동의했다.

“시팔. 나 죽으면 너희들이 책임져라.”

“총각으로 죽었으니 내가 처녀 귀신과 짝을 이뤄 주리다.”

“저 새끼는 꼭 말을 해도.”

김봉팔이 동료한테 욕을 한 바가지 퍼붓고는 준비를 했다.

실수하면 무적 패시브만 사라진다.

절체절명의 위기일 때 제일 빛을 발하는 패시브 특성.

지금이 그때다.

김봉팔은 이준에게 제대로 배운 보법을 펼쳤다.

“천왕보!”

“우릴 상대로 그딴 허접한 보법을 사용한단 말이렷다!”

한 무승의 봉이 김봉팔의 다리를 노려 왔다.

하나 그의 신형은 옆으로 급격하게 꺾였다.

봉을 피한 그가 다시 앞으로 향해 질주했다.

“사제! 자리를 지켜라!”

“사형 이놈 한 명쯤은 제가 상대할 수 있습니다.”

천왕보는 황보세가의 기본 보법.

상승의 보법인 천왕신을 사용해도 모자랄 판에 기본 보법을 사용하자 발끈한 것이다.

“지옥으로 떨어지거라!”

“싫거든!”

김봉팔의 등 뒤를 향해 무승이 봉을 휘둘렀으나 닿지 않았다.

천왕보는 단순했지만 미친 속도를 자랑했다.

쾌보라 해도 믿을 정도의 빠르기.

나한진이 펼쳐진 중앙을 향해 힘차게 디딤발을 밟은 김봉팔이 원하는 위치에 안착했다.

“사지에 제 발로 찾아온 미친놈이라니.”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우리가 구제해 줍시다.”

지척에서 들리는 무승들의 말.

“가까이서 들으니까 소름 돋는다. 으으.”

김봉팔은 수미천왕신공을 잔뜩 끌어 올린 채 몸을 보호했다.

나한진을 이루던 무승들의 봉이 동시에 그의 몸을 때렸다.

퍼벅퍽퍽!

“악!”

아팠다.

그것도 상당히.

특성이 무적이지만 고통까지 줄여 주는 건 아니었다.

[기본 특성 ‘불굴의 의지’가 발동합니다.]

[기존 방어력 100%에서 방어력을 100% 더 상승시킵니다.]

[지속 시간 – 01:00:00]

[상대의 스킬과 공격을 무력화시켰습니다.]

[기본 특성의 쿨타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00:00:00(24:00:00)]

김봉팔의 무적 패시브가 발동했다.

원래라면 저 봉에 맞아 이승을 하직하는 게 정상.

그러나 지금은 아픔만 느낄 뿐, 뼈가 나가거나 하지 않았다.

“와, 아프겠다.”

“끔찍하구만. 어째 내가 더 고통스럽냐.”

“으으. 난 저런 패시브가 없어서 다행이다.”

무극대원들은 김봉팔이 얻어맞는 걸 보고 몸을 떨었다.

자신들이 봉에 강타당한 느낌이랄까.

그들이 가만히 김봉팔과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 새끼들아 공격 안 하냐!”

그의 외침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무극대원들이었다.

나한진을 이루는 열 명이 김봉팔을 공격한 상황.

아주 잠깐의 틈이 생겼다.

무극대원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

손에 장력을 가득 담아 무승들에게 꽂아 넣었다.

쾅!

“컥!”

“억!”

무방비 상태로 뒤를 내주니 아무리 나한진을 이루는 무승들이라도 큰 피해를 입은 건 당연했다.

* * *

‘생각보다 잘하고 있네.’

이준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무극대와 무승들이 싸우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쉘터 화면에 봤던 것처럼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다.

전투 불능의 인원도, 죽은 사람도 있었으나 잘 헤쳐가고 있었다.

‘저 무적 패시브는 진짜 사기라니깐.’

목숨값이 하나 더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강한 적이 있더라도 한 번은 살아나갈 수 있는 특성.

김봉팔이 강해질수록 빛을 발할 것이다.

살을 주고 뼈를 깎는 수법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

녀석이 꺾지 못할 각성자는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녀석의 특성을 모르고 있을 때의 이야기.

무적 패시브 특성을 알고 있는 고수라면 이 부분을 노려 특성부터 소모 시키려 할 터.

아예 상대하지 못할 특성은 아니었다.

저 무승들처럼 특성을 모르는 이들에게나 해당된다고나 할까?

‘이들을 상대로 훈련을 시키고 싶긴 한데 더는 안 되겠다.’

이미 많은 수의 무극대원이 죽었다.

여기서 피해를 더 늘릴 순 없었다.

이준이 경공을 펼쳐 전장에 합류했다.

우웅-

이준의 손에 모여드는 내기.

기존의 내기와는 사뭇 달랐다.

벽력신장은 극양의 기운을 지닌 장법.

내기가 손에 모이면 붉은색을 띠었다.

한데 지금은 붉은색이 아닌 검은색의 내기가 뭉쳤다.

[청룡무의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발동합니다.]

[청룡무의를 입고 있는 동안 혼원신공(SSS)의 내력에 흑뢰(S)가 추가됩니다.]

[벽력신장(S)에 흑뢰(S)가 깃들었습니다.]

이준은 무승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장력에 얻어맞은 무승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든 무공에 흑뢰가 추가됐나 보네.”

시체조차 남지 않았던 이유는 벽력신장이 극양의 장법이기도 했고, 여기에 뇌속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는 청룡무의로 인해 얻은 속성이었다.

무사고에서 천외천의 도인들을 한꺼번에 죽였던 힘도 바로 이 흑뢰 덕분.

무극기가 강력하긴 하나 내공 소모가 미쳤다.

생각 없이 사용했다간 단전이 텅 비는 건 시간문제.

내공을 극한으로 꺼내서 무극기를 사용하는 건 최대한 자제했다.

그런데 이를 흑뢰가 보완해 주었다.

내공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뇌속성으로 공격력이 상승한 것.

심지어 흑뢰였다.

평범한 뇌속성이 아니라 그 파괴력은 함부로 추측할 수 없었다.

“파멸겁보다 옵션이 안 좋아서 실망했는데, 괜히 미안한걸.”

옵션을 보고 얼마나 실망했던가.

파멸겁의 옵션을 보고 나니 청룡무의의 옵션은 눈에 차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무극기의 단점인 내공 소모를 완전히 보완해 주는 게 아닌가.

소량의 내기만으로도 막강한 파괴력을 뽐낼 수 있게 해 주었다.

청룡무의도 파멸겁만 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가주님!”

“주군! 왜 이제야 오세요!”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준이 흑뢰를 사용한 손을 내려다본 사이 무극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생들 했어.”

“저희야 뭐, 사 대주가 제일 고생했습죠.”

“야 이놈들아! 사 대주가 아니고 내가 제일 고생했지!”

김봉팔이 무극대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목숨을 걸고 무승들의 봉을 맞아 줬건만 모든 공은 사형준에게 가 있었다.

물론 그도 대원들과 같은 생각이긴 했지만 말이다.

“패시브 특성 가지고 생색내긴.”

“이래서 부대주는 안된다니까.”

“입만 다물면 얼마나 좋아.”

이준이 나타나서 그런지.

긴장했던 게 한순간에 풀려 버린 무극대였다.

안 그래도 주접을 잘 떠는 이들이었는데 이준의 등장으로 인해 주둥이에 날개가 달렸다.

시장통인 듯 시끌벅적해진 주변.

이준이 무승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여길 정리해야겠어.”

“예!”

“맡겨만 주십시…오?”

무극대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의 진각이 먼저였다.

쿵.

“어어?”

“모, 몸이?”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공으로 뜬 몸.

무승들은 토끼 눈이 된 상태였다.

“죽어.”

이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콰득-

우두두둑-

소름 끼치는 파육음이 들려왔다.

이준이 사용한 무공은 무극군림보의 이보인 패.

사람의 몸을 종이 쪼가리처럼 우그러트렸다.

사형준을 상대하고 있던 무승들의 대사형인 무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몸이 뭉개져 버렸다.

그 모습에 무극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가 어렵게 상대한 놈들을….”

“왜… 더 강해지신 것 같지?”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나 보네.”

“저희 지금까지 뭐 한 거죠?”

“아, 현타 와.”

힘겹고 처절하게 싸웠던 자신들과는 달리 한 수에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가주.

범접 불가의 무력을 지녔다.

저 사람이 자신들의 주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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