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41화 (538/705)

제524화

검제를 비롯한 모두가 무기를 꺼낸 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나온 무리들.

심상치 않은 마기를 뿌려 댔기에 저들도 천외천과 비슷한 족속이라 여겼다.

“허….”

“우리가 나설 차례도 오지 않아.”

한데 나서기도 전에 상황이 끝났다.

검제는 사실 검을 뽑고도 많이 고민했다.

적의 경지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

상대는 그보다 강했다.

몸이 경직될 만큼 말이다.

“심호야….”

“말해.”

“너도 느꼈느냐.”

“느꼈다. 생전보지 못한 마기였다.”

괴개 정심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생사경의 무인이 뿌린 마기였다.

현경에 있는 두 사람이 잔뜩 긴장할 만했다.

“적들 모두가 같은 등급 같던데….”

“그런 놈들을 파천자는 한 방에 보낸 거다.”

“허.”

“SSS등급이 맞기는 한 건지.”

검제와 괴개는 의심이 들었다.

SSS급은 무림의 경지로 생사경.

신무림사에 기록된 무인들의 경지도 생사경 그 이상은 없었다.

등급도 SSS급이 끝이 아닌가.

한데 이준은 SSS급도 아닌 듯했다.

나타났던 적의 등급이 현경이라면 검제와 괴개가 바로 알아차렸을 터다.

적은 못해도 SSS급.

생사경이었다.

심지어 인원도 많았다.

그런 자들을 이준은 단번에 죽인 것이다.

그래서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준은 SSS급에 있는 걸까.

“혹시….”

“그럴 리가 있겠냐. SSS급보다 위 등급은 존재하지 않아.”

“처음에는 SS급도 없었다.”

“네 말도 일리는 있다만.”

괴개는 이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검제의 말이 맞을까.

생사경의 다음 경지는 뭘까.

만약에 생사경의 위 등급이 존재한다면 어떤 등급으로 표시가 될까.

머릿속이 궁금증으로 가득한 그때.

이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경기를 재개할까요?”

“파천자. 저들은 누구요? 혹, 천외천이 다시 나타난 게요?”

검제의 물음에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어쩌면 천외천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죠.”

“헉!”

“천외천은 파천혈신이 죽고 사라진 게 아니었소?”

“또 다른 세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 다른 세력….”

모두가 똑똑히 들었다.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는 말을.

가주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평화가 찾아온 지 얼마나 흘렀다고 또 다른 강적이 나타나나.

경각심이 들었다.

다행인 건 그들에게 이준이 있다는 거다.

새로운 적이 나타났지만 이준이 모조리 해치웠다.

그것도 단숨에.

대한민국으로서는 정말 다행이었다.

세계 랭킹 1위 각성자가 대한민국 출신이라는 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오대 가문과 마벽 그리고 각사학은 평소처럼 열심히 전력을 끌어 올려 주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할게요.”

모투술로 죄인들의 기억을 읽었다.

살주가 누구의 몸으로 들어갔는지도.

어디에 자리 잡았는지까지 모두 알게 됐다.

꽤 많은 정보를 얻었기에 역으로 살주를 노리기만 하면 된다.

“또 네게만 신세를 질 순 없어.”

“그래. 언제까지 준이 네 뒤에 숨어 있어야 하냐.”

박정연과 박혁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랑 네가 강해졌다는 건 아는데 아직은 무리야.”

“난 여전히 네게 도움이 안 되는 거야?”

박정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분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녀의 등급은 SS급 완숙.

대한민국 각성자 랭킹 2위.

이준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강한 각성자였다.

그런데도 적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무리란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했다.

아니, 여전히 이준을 도와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졌다.

“날 도와주는 건 누나가 다치지 않는 거니까 속상해하지 마.”

이준이 일부러 더 해맑게 웃어 보였다.

“위로가 안 돼.”

박정연은 여전히 분해하고 있었다.

이준은 저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과거에 자신이 그랬으니까.

친구인 박혁진이 천외천과 싸우면서 고군분투할 때 자신은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혈족 계승도 제대로 받지 못한 각성자가 검귀인 친구를 어떻게 도와주겠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친구를 응원해 주는 마음과 질투뿐이었다.

못난 자신은 질투라는 감정을 가졌는데.

정연 누나나 박혁진은 오직 미안한 감정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챙겨 주고 싶었다.

‘파랑아.’

[웅.]

파랑이가 이준의 품속에서 빠져나와 박정연에게로 갔다.

파랑이가 박정연의 볼을 비볐다.

“위로해 주는 거야?”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잘할거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고마워.”

파랑이가 박정연을 위로하는 사이.

“가주 오빠. 대충 치료 끝났어요.”

“수고했어. 검제 님 시험을 재개해 주세요.”

“일단은 가주 회의를 열어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를 해 보는 건 어떻겠소?”

“아니에요. 시험 재개가 저한테 더 도움이 되니까 진행해 주세요.”

당장은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게 이준에게는 더 도움이 됐다.

시험으로 인해 학생들의 경험이 쌓일수록.

이준이 얻게 되는 테크트리 포인트가 많았으니까.

거점 점령전을 계속 진행시키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알겠소.”

검제의 대답에 이준은 삼둥이를 안아 들었다.

이준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으나.

조막만 한 크기로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준은 현무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다시 복원된 사대 성지의 금역.

테구르는 뒷짐을 진 채 순찰을 다니고 있었다.

“찍찍!”

스케먼이 테구르에게 경례를 했다.

“이상 없지?”

“찍!”

“게이트가 평화로워도 경계를 늦춰선 안 돼. 여긴 위대하신 이준 님의 세상이니까 말이야. 알아들어?”

“찌이익!”

테구르가 스케먼의 군기를 꽉 잡았다.

경계를 서는 스케먼을 지나 한창 공사 중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엄청난 속도로 지어지는 건물들.

최상급 마정석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라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블랙급 몬스터가 공격해 와도 손상이 없다고나 할까.

“주인님이 걱정하지 않으시게끔 만들어라. 알겠나!”

“찌익!”

테구르는 게이트가 한번 뒤집어진 김에 구도를 다시 짰다.

중앙에는 여전히 혼원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계승의 꽃이 핀 자리와 파랑이의 거처는 사신문 아래로 정착시켰다.

“마법진도 확실하게 깔아.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마.”

천중호수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옮겼다.

웨어파드의 숲속은 서쪽.

요정의 꽃밭은 동쪽.

마지막으로 불의 신봉자가 되고 새로운 영역을 받은 테구르는 원래 자신이 가진 영역과 합쳐 버렸다.

그 결과 탄생하게 된 새로운 게이트.

제21 지옥 지대 푸른 사막은 남쪽에 자리했다.

“크크. 주인님이 보시면 좋아하시겠어.”

테구르가 이준에게 칭찬받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였다.

쿵.

게이트가 열림과 동시에 육중한 몬스터가 떨어졌다.

“히에엑!?”

흑염마조를 섬기는 불의 신봉자가 됐지만 여전히 겁이 많은 테구르였다.

“누, 누구… 황금이 님?”

“테구르, 잘 있었어?”

“주, 주인님 오셨습니까요.”

테구르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여긴 하루가 다르게 변하네.”

“헤헤. 주인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요.”

“역시 일 하나는 기똥차게 잘해.”

“과찬의 말씀이십니다요 헤헤. 다 주인님께서 절 키워 주신 덕분 아니겠습니까요.”

테구르의 입이 귀에 걸렸다.

주인의 칭찬.

제1 충복으로서 감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알았으니까 아부 그만 떨고 일 봐.”

“옙!”

테구르가 자리를 비켜 주었다.

눈치가 빠른 녀석.

황금이와 이야기를 나누려는 걸 알아챈 모양이었다.

테구르는 총총걸음으로 사라져 줬다.

“어쩌다 공격받은 거야?”

[…날 왜 구해 준 것이냐.]

“네가 나한테 왔으니까.”

[난 널 시험했다. 네가 사부인 파천혈신을 죽일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래서?”

[이런 날… 구해 준 게 의문이다.]

“도움받고 싶지 않았으면 황금이 모습으로 오지 말든가.”

현무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준이 잘 알던 황금이의 모습.

황금이가 심각하게 다쳐 있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나.

현무의 모습이었다면 간을 봤을 텐데 황금이는 아니었다.

언제나 막내 공자라고 따르던 녀석을 매몰차게 대할 정도로 정이 없진 않았다.

[…그런 건가. 아무튼 고맙다.]

현무가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일시로 치료하긴 했으나 몸에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만도 상당한 고통이 느껴질 거다.

“어떻게 공격받았는지 말 안 해 줄 거야?”

[비를 내리니까 내 기운을 읽고 찾아온 듯하다.]

“미친놈들이네. 고작 그것만으로 너를 찾아?”

위험했다.

자신은 현무나 백호, 청룡의 기를 읽지 못한다.

자연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데 놈들은 사신수의 기운을 읽고 찾았단다.

이 말은 즉.

언제든 사신수를 찾아 없앨 수 있다는 뜻 아닌가.

‘아무래도 청룡이나 백호를 빨리 찾아야 할 것 같네’

그 전에 현무를 해결해야 했다.

“너 게이트로 돌아갈 거지?”

[그렇다.]

“놈들이 또 찾아올 텐데? 그 몸으로 괜찮겠어?”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아.]

“네가 당한 놈은 쫄따구에 불과해. 살주란 놈이 직접 나서면 위험할 거야.”

현무가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구천옥의 죄인을 전부 잡아들일 때까지 여기에 있어.”

[불가하다.]

“네게는 선택권이 없는데? 너 때문에 내가 더 귀찮아지는 건 곤란해.”

이준은 현무를 지그시 보았다.

흑요석 같은 이준의 눈동자.

현무는 그 안으로 빨려갈 것만 같았다.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협박으로 들렸어? 난 제안을 한 것뿐이야. 안 그래, 삼둥아?”

파랑이를 박정연에게 놔두고 온 지금.

그의 편을 들어 줄 녀석은 삼둥이 뿐이었다.

허나 삼둥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삼둥아?”

이준이 고개를 돌려 케르베로스를 보자 그제서야 반응했다.

[나를 불렀나.]

“그래. 네가 삼둥이잖아. 이름이 마음에 안 든 건가?”

이준의 말에 무극자 사부가 눈을 부라렸다.

[신선제인 본좌의 작명이 마음에 안 든단 말이렷다?]

케르베로스가 움찔했다.

신계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장본인이 역정을 내려 하고 있었다.

자칫 엄청난 화가 불어닥칠 것 같기에 그가 곧바로 수긍했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나머지 대답을 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그렇지? 제자야, 들었느냐.]

“네. 잘 들었어요.”

케르베로스, 삼둥이가 마지못해 다시 질문했다.

[내게 뭐라고 했지?]

그런데 다시 무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둥아.]

[예. 신선제 님.]

[어디서 반말을 지껄일꼬.]

[무슨 말씀인지…?]

[본좌의 제자에게 누가 반말해도 된다고 했느냐?]

삼둥이의 눈이 커졌다.

똘망똘망한 눈에 물이 고였다.

[버릇이 없는 건 이번만 봐주겠느니라. 본좌는 싸가지 없는 걸 극도로 싫어하느니라.]

사부의 꼰대력이 발동했다.

제자를 무시하는 건 사부인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무극자 사부였다.

[조, 죄송합니다.]

[앞으로 주의하거라. 저 아이를 무시하고 갈구는 건 본좌만이 할 수 있느니라.]

“저 사부님?”

[왜 그러느냐 제자야.]

“마지막 말은 굉장히 이상하네요.”

[어허! 사부의 말에 토 달지 말거라.]

사부의 말은 어디로 튈지 예상 불가였다.

듣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빨리 화제를 돌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듯했다.

“차라리 나한테 귀속되는 게 어때?”

[북방의 수호신인 내가 인간에게?]

“그 발언, 흑염마조를 무시하는 거야.”

[네가 날 구해 준 건 고마우나 상황이 어려워도 인간에게 의지할 순 없다.]

현무가 고집을 부렸다.

곧 죽어도 자존심을 세웠다.

정말 멍청한 짓.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소멸하면 모든 게 끝인 것을.

[황금아. 좋은 말 할 때 그냥 이곳에 머무르거라.]

무극자 사부는 삼둥이에 이어 현무에게도 은근히 강압적으로 말했다.

[나는.]

[본좌가 아직도 인간으로 보이느냐.]

무극자는 신계를 다스리는 네 왕 중 한 명.

신선계의 왕인 신선제였다.

옛날처럼 힘만 센 인간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에 걸맞은 지위가 있었다.

사신수라 한들 신계의 왕에게는 한 수 접어야 했다.

어쩌면 흑염마조가 줄을 기똥차게 잘 섰다고 볼 수 있었다.

파천혈신이 인간일 때부터 그를 따랐으니.

신선제가 된 지금은 얼마나 흑염마조를 챙겨 줄까.

그 생각에 현무도 고민에 빠졌다.

[두 번의 기회는 없느니라. 네가 소멸한다고 한들 또 한 번 되살아나게 해 주진 않을 것이다.]

신선제의 협박.

현무는 고민을 접어야만 했다.

[이곳에 조금만 머물겠다.]

현무의 결정에 이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역시 사부님.”

[권력은 말이다, 제자야. 이럴 때 쓰는 것이니라. 홀홀.]

무극자 사부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어깨를 한껏 올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