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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40화 (537/705)

제523화

혼원반지의 원래 이름은 현명반지.

무극자가 반지를 얻고 자기 멋대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널 죽이고 그 반지를 가져야겠다.”

오혼의 눈동자는 탐욕으로 타올랐다.

자연경에 들기 위해선 필수로 가져야 할 신물이었다.

“오혼 잠깐만!”

“무엇이냐.”

오혼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눈앞에 꼭 취해야 할 신물이 있는데 수하가 제지를 시키니 화가 난 거다.

“보통내기가 아닌 듯합니다.”

수하가 이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신들은 살주의 수하.

지옥의 뇌옥인 구천옥을 버틴 무인이었다.

인간의 몸에 빙의해 영혼과 육체가 완전히 합일되지 않았으나.

그래도 생사경에 달한 무위를 지녔다.

한데 이제 약관(20살)으로 보이는 놈에게 단숨에 목이 꺾인 게 아닌가.

상대도 생사경의 경지에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현무가 괜히 현명반지를 맡겼겠느냐. 당연히 보통내기가 아니겠지!”

그럼에도 오혼은 수하들과 어떤 전략도 짜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오로지 혼원반지에게 꽂혀 있었다.

신물에 눈이 먼 상태.

오혼은 최악의 수를 뒀다.

“당장 저 녀석을 죽여라!”

그의 명령이었다.

살수의 위계질서는 굉장히 철저했다.

상관이 죽으라고 명하면 스스로 자진하는 게 바로 살수.

심지어 구천옥에서 지옥의 광기를 견디면서 살아남은 그들이었다.

그 어떤 단체보다 위계질서 하나는 최고였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의 명이라면 불나방처럼 뛰어들 수 있었다.

팟-

수십 명의 살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각사학의 실내 체육관 한가운데.

은폐와 엄폐를 할 게 하나도 없는데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오혼도 마찬가지였다.

허공에 스멀스멀 피어나는 검은 연기가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점점 시야를 가리는 검은 연기.

이준은 파랑이와 케르베로스를 향해 말했다.

“저것들 어떻게 생각해?”

[꽤 강해. 그리고 상대하기 귀찮을 것 같아. 그런데 주인님의 상대는 아니야.]

[흥. 내 상대는 더더욱 아니다. 난 쉴 테니 너희가 알아서 하도록.]

지옥의 문지기답게 오만했다.

뭐랄까.

흑염마조가 처음 알에서 부화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아무튼 새끼 도베르만같이 생겨서는 말투와 생김새가 딴판이었다.

“상대가 아니면 네가 해 봐.”

[저 잡것을 상대로 말이냐?]

“어.”

[날 능멸하지 마라. 구천옥의 주인이 아니면 상대하지 않아.]

이준과 케르베로스가 말하는 사이.

적들이 공격해 왔다.

서슬 퍼런 칼날에 담긴 검강이 허공을 갈라 왔다.

적의 실체는 보이지 않고 검만이 보였다.

까아아앙-

허공에 둥실 떠서 날아오던 검이 이준의 한 뼘 거리에서 멈춰 섰다.

검은 맹렬히 회전하며 불꽃을 일으켰다.

하나 이준의 몸에 상처는 내지 못했다.

벽에 가로막힌 듯.

검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금 네 상태로는 상대하지 못하는 게 아니고?”

이준이 입꼬리를 올렸다.

케르베로스가 움찔했다.

뭔가 찔린 듯한 모습이었다.

[가, 가당치 않은 소리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 재밌는 녀석이구나? 흑염마조랑 같이 있으면 웃길 듯해.”

[흑염마조 님이랑 말투가 똑같아.]

“녀석이 쟤 엄청 잡을 것 같아.”

[옆에서 구경하면 재밌겠어!]

파랑이가 제자리에서 뛰며 좋아했다.

깡-

까가가강!

이준의 호신강기에 계속해서 부딪혀 오는 검.

그는 상대의 공격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파랑이와 대화를 하는 거겠지.

이에 오혼이 격분했다.

“감히 나를 두고 딴짓하는 것이냐!”

오혼이 구슬 모양의 암기를 날렸다.

그가 사용한 암기는 그 옛날 혈루곡이란 살수 집단이 사용한 물건이었다.

호신강기도 가뿐히 찢어발긴다는 비혈구.

수백 개의 구슬이 허공을 날아 이준에게 쏟아졌다.

“요즘도 내 앞에서 감히란 단어를 쓰는 멍청이가 있네.”

쿵.

이준이 진각을 밟았다.

그에게 날아가던 비혈구가 일제히 멈췄다.

“누누이 말하지만 감히라는 단어는 말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오혼의 코앞에 나타난 이준.

그의 손에는 비혈구가 들려 있었다.

“나와 사부님 이외에는 쓰지 못해.”

이준은 손에 든 비혈구를 오혼의 입에 박아 넣었다.

오혼은 느릿하게 뻗어 오는 손을 피하려 했으나.

어쩐 일인지 피해지지 않았다.

착시 현상 같달까.

너무도 느린 행동이었지만 상대의 손은 이미 자신의 입 앞에 있었다.

“으읍!”

오혼이 눈을 부릅떴다.

비혈구가 입에서 터지면 굉장히 처참했다.

살아생전 적에게 이미 시험을 했던 그였다.

“잘 가라.”

한데 지금은 반대로 비혈구가 그의 입에 들어간 것이다.

‘아, 안 돼!’

오혼이 어떻게든 발버둥 치려 했으나.

이준이 그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 * *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살점들이 비산했다.

바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준에게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별것도 아닌 게 어디서 무게를 잡아. 그리고 뭐? 내 혼원반지를 노려? 미친놈이 뒤지려… 아, 죽었구나.”

이준은 손을 털어 내면서 혼잣말을 했다.

“오, 오혼께서!?”

“…죽었다.”

“단 한 방이라니….”

오혼의 수하들이 몸을 숨긴 채 놀라 했다.

“아, 아직 안 끝났다!”

누군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여전히 허공에 정지해 있는 비혈구.

오혼의 입에서 하나의 비혈구만 터졌을 뿐.

나머지 비혈구는 여전히 터지지 않았다.

“조장. 어떻게 합니까?”

오혼의 수하들이 한 남자를 보았다.

조금 전 오혼을 말렸던 남자였다.

“도망을….”

조장이라는 남자가 침을 꿀꺽 삼켰다.

말을 끝까지 하려 했지만 음성이 나오지 않았다.

‘파천혈신 이외에도 이런 괴물이 인계에 있다니… 믿을 수 없다.’

무림 역사상 가장 강한 무인.

고금제일인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는 엇비슷했다.

단 한 번도 파천혈신 이외에는 예외를 두지 않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살주도 강하긴 하나.

파천혈신만큼 압도적인 공포를 주진 못했다.

한데 눈앞의 인간에게 처음으로 파천혈신에게서 보았던 공포가 보였다.

심지어 파천혈신이 겹쳐 보이기까지 했다.

“도망? 내 앞에서?”

이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남자가 그의 미소를 보곤 몸을 떨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남자였다.

‘활로를 찾아야 한다.’

조장이란 남자는 오혼보다 경지는 낮았으나 냉철했다.

구천옥의 광기를 버틸 만큼 강한 정신력.

그걸 바탕으로 퇴로를 찾았다.

머리를 빨리 굴리고 있을 때 남자의 눈에 들어온 수많은 사람들.

어정쩡하게 칼을 빼 든 모습이 남자의 눈에 보였다.

[혼란을 야기시켜라. 아무리 적이 강하더라도 그는 한 명, 우리가 인원은 훨씬 많으니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모두가 생사경에 있었다.

그 수만 수십인데 제아무리 경지가 높다 하더라도 모두를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했다.

단 한 명이라도 사람들 사이로 파고든다면 난장판이 될 것이다.

많은 아군이 죽겠지만 그사이 몸을 빼내면 그만.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 오혼이 죽었다는 사실을 살주에게 알려야 했다.

인계에 파천혈신만큼 강한 각성자가 있다고 말이다.

“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이준이 히죽거리자 남자가 소리쳤다.

“흩어져라!”

몇 명은 공격 포지션을 잡았다.

시간과 시선을 끌려는 수작.

하나 이준의 입매가 더욱 비틀어질 뿐이다.

“이미 나한테 읽혔어.”

이준의 몸에서 무지막지한 기운이 뿜어졌다.

[미친!]

케르베로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준이 보인 기운은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수준.

스무 살짜리가 선보일 만한 패기가 아니었다.

딱딱딱딱-

흩어지던 오혼의 수하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타인의 의지로 멈춘 것.

위아래의 이빨이 계속해서 부딪혔다.

“고통 없이 죽여 주겠다는데 말 안 듣네.”

허공에 정지해 있던 비혈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혼의 수하들은 입이 점점 벌어졌다.

아니, 누군가에 의해 입이 강제로 열렸다.

비혈구는 그들의 입으로 쏙 들어갔다.

“그냥 죽어.”

이준의 말에 비혈구가 일제히 폭발했다.

콰아아앙!

무수히 많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체육관 바닥에는 피 웅덩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지독히도 잔인한 손길.

이곳에는 열세 살짜리 학생도 있었다.

애를 위해서 덜 잔인할 법도 하거늘 이준은 상관하지 않았다.

열세 살도 각성자는 각성자.

일반인에게는 초월적인 존재이기에 굳이 배려를 할 필욘 없었다.

[모투술(S)이 발동했습니다.]

[상단전의 힘이 모투술(S)을 제어합니다.]

[지나갔던 과거의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죄인들의 기억이 이준의 머릿속으로 전부 들어왔다.

“너희가 살주의 부하였구나.”

그는 죄인들의 기억으로 인해 구천옥의 구조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아홉의 주인.

살주는 그중 하나였다.

파천혈신에게 권주와 의주 신주가 패퇴했으나 죽지는 않았다.

도중에 마주가 나타났기 때문.

구주 중에 죽은 자는 독주 하나였다.

이젠 구주가 아니고 팔주가 됐다.

“살주는 북경 마헝 그룹의 막내아들 몸에 들어가 있네요.”

고생 끝 행복 시작이었다.

놈들은 이준이 과거의 기억을 읽을 수 있다는 걸 모른다.

살주의 수하를 전부 죽여도 이준은 그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당장 살주를 쳐 죽여도 되고, 시간을 줘도 된다.

현무를 노린다는 게 밝혀진 이상.

사신수만 보호해도 팔주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흠. 어떻게 하지?”

이준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당장 살주를 친다면 팔주에서 칠주로 줄일 수 있었다.

“한 명은 죽일 수 있다 하더라도 나머지를 찾는 게 문제인데….”

어떻게 하면 일을 쉽게 풀어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번쩍 생각나는 게 있었다.

“살주한테 시간을 주는 게 좋겠어요.”

[네 뜻이 그리 하다면 알아서 하거라.]

“이유 안 물어보세요?”

[어련히 네가 알아서 하겠지. 사부는 지금 심각하니라.]

“왜요?”

[좋은 이름이 떠오르다가 마는구나.]

무극자 사부는 살주가 나타났음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케르베로스의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줄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멋진 이름으로 부탁드릴게요.”

[오냐.]

정말 사부님다웠다.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었다.

희미하게 웃음을 머금은 이준이 생각을 정리했다.

‘살주가 다른 팔주와 접촉한 후에 잡는 게 좋겠어.’

그래야지만 모투술로 얻는 정보가 끊기지 않을 거다.

상대에 대해 많이 알수록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았다.

어차피 정보는 자신이 우위에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됐다.

‘문제는 마주인데….’

이준은 골똘히 생각하는 무극자 사부를 보았다.

죄인의 기억 속에 무극자 사부가 있었다.

전율스러운 무력을 선보였으나.

얼굴은 슬퍼 보였다.

모두 마주 때문.

사부가 평생을 잊지 못한 여자가 바로 마주였다.

구천옥의 죄인들이 탈출하게 된 것도 바로 마주가 있어서였다.

그토록 무서운 사부도 그녀에게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마주를 어떻게 하냐.’

그녀가 강하기도 했으나 다른 것보다 자신과의 관계가 애매모호했다.

주경아는 무극자 사부가 사랑하는 여자이며 부인이었다.

그런 여자와 맞닥뜨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손을 쓰면… 사부님이 슬퍼할 거야.’

자신에게 부모는 무극자였다.

사부가 슬퍼하는 꼴은 못 본다.

다른 죄인들은 몽땅 잡아들일 수 있지만 마주만은 싸우지 못할 것 같았다.

‘하, X발. 난감하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주를 상대하지 않고 구천옥으로 다시 돌려보낼 방법을.

이준이 심각해 하고 있을 때였다.

[제자야. 드디어 이름이 떠올랐느니라.]

무극자 사부가 들뜬 음성으로 말했다.

‘뭔데요?’

[삼둥이 어떠냐.]

‘…….’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고작 생각해 낸 게 삼둥이란다.

이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봐. 말 좀 해 봐. 설마 이 위대한 지옥의 문지기 이름을 저딴 이름으로 개명하진 않겠지?]

케르베로스가 다급하게 말했다.

녀석도 무극자가 파천혈신이라는 걸 안다.

염라대왕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절대 강자.

신선계에선 신선제의 위치에 있는 남자였다.

그런 자에게 욕을 박기에는 지옥의 문지기라도 쉽지 않았다.

대신 그의 제자에게 말을 걸었다.

다행인 건 그 제자도 이름이 마음에 안 든 모양.

안심이 됐다.

아니, 안심한 순간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머리가 세 개라 삼둥이?’

[삼두로 지으려다가 말았느니라.]

‘삼두! 식겁했다. 삼둥이가 훨씬 귀엽네요. 어감도 정겨워요.’

[오랜만에 이 사부와 마음이 통했느니라.]

‘앞으로 이 녀석을 삼둥이라고 부르죠.’

[오냐. 앞으로 네 이름은 삼둥이다.]

[정신 나가 버리겠군.]

[지금 뭐라고 했는고?]

무극자가 케르베로스, 이제는 삼둥이가 된 녀석을 지그시 보았다.

강렬한 눈빛에 녀석이 꼬리를 살랑였다.

[이름이 좋아서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다고 했습니다.]

[허허, 너도 본좌가 지은 이름이 마음에 든 모양이구나.]

참고로 하자면 이준과 무극자 두 사람 다 작명 센스가 최악이었다.

도긴개긴.

파랑이라는 이름이 괜히 나왔겠나.

이때도 두 사람은 굉장히 만족했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작명 실력은 좋지 못했다.

‘삼둥이란 이름도 지었겠다, 전 장내 정리를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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