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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28화 (525/705)

제511화

학부모들은 구미가 당겼다.

아니, 무조건 해야 했다.

자식의 미래가 달린 일.

가문을 총동원하는 일이 있더라도 꼭 알아내야 했다.

학부모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준에게 질문 폭격을 날렸다.

“또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조금 더 자세한 정보는 없습니까?”

“의심되는 자를 찾아 미행하면 됩니까?”

볼펜과 메모장을 꺼내 받아 적으려는 학부모까지 있었다.

‘사부님. 죄인들을 나타내는 표식은 없죠?’

[표식이 있긴 하지. 허나 사신수의 힘을 가진 자만이 볼 수 있느니라.]

결국 맨땅에 헤딩하는 방법뿐이었다.

이러다 얻어걸리면 좋은 거고.

“제가 아는 건 이게 끝이에요.”

“허.”

“어려운 일이라 여러분께 부탁을 드린 겁니다. 쉬운 일이라면 저 혼자서 해결했겠죠?”

“어렵겠지만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저희 가문의 흑마법이라면 마인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마기를 지닌 자를 집중적으로 찾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어떤 학부모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조금 전에 흑마법을 말했던 학부모에게.

그는 맥코이 가의 가주였다.

대대로 흑마법을 구사하는 집안.

마력이 아닌, 흑마력을 지닌 각성자였다.

흑마력은 마기.

이곳에 마기를 지닌 각성자는 이준과 맥코이 가주뿐이었다.

“맥코이 가주는 아니에요.”

“의심할 뻔했습니다.”

“그러게, 왜 흑마력을 지니고 계세요. 하마터면 실례할 뻔했잖아요.”

“큼큼. 전 아닙니다. 제가 범인과 연관 있다면 파천자가 계신 이곳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긴 하네요.”

가주들이 맥코이 가주를 향한 의심을 거뒀다.

이준은 그들에게 다시 한번 죄인의 정보를 정리했다.

“가장 큰 힌트는 마기를 지닌 각성자, 재능 없던 자가 갑자기 눈에 띄는 경우, 그도 아니면 재능은 차고 넘치는데 망나니 이를 바탕으로 찾으면 될 듯하네요.”

“파천자 님. 질문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페니모어 가주가 학생이라도 된 듯 손을 들어 질문했다.

“재능 없는 자와 재능 넘치는 망나니는 너무 상반되지 않습니까?”

“그렇죠?”

“상반된 두 힌트를 주신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저 말에 이상함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페니모어 가주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구천옥의 죄인이 지옥계를 탈출한 걸 모르니까.

신선계, 지옥계의 일을 모르는데 저들이 어떻게 알까.

구천옥의 죄인은 몸이 없다.

지옥계를 빠져나오는 순간 육체가 사라지고 영혼이 된다.

그들의 선택지는 두 가지.

다른 신계로 가서 새로운 육신을 찾든, 인계로 내려와 인간의 몸에 빙의하는 것뿐이다.

마계로 도망가지 않은 이상, 신계는 잡힐 위험이 농후하니.

죄인들은 인계로 도망칠 생각을 할 터.

그래서 내린 결론이 재능 없는 각성자와 재능 넘치는 망나니의 몸에 빙의하는 것이다.

재능 없는 각성자의 몸에 숨어들면 평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니 빙의한 게 들키지 않을 테고.

만약 들키더라도 최대한 늦게 발각될 거다.

재능 넘치는 망나니는 어떤가.

오히려 빙의했다는 사실을 들킬 가능성이 가장 적었다.

원래부터 망나니니 사람들이 그러려니 할 것이다.

세력을 키우는 데 이만한 몸이 없었다.

재능 넘치는 망나니라면 거의 대부분이 권력 있는 집안의 자제였으니까.

그러니 이 두 개의 추측을 따로 둘 순 없었다.

구천옥에 대해서 저들에게 말해 줄 수 없어 대충 둘러댔다.

“제가 찾는 마인은 이미 죽은 자들. 산 사람의 몸에 빙의하려 한다고 보면 돼요.”

“빙의라면 저 두 가지 조건만 한 게 없지요.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서양에선 흑마법을 익힌 각성자라면 종종 금지된 마법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럴 경우, 최우선 척살 대상이 되기에 흑마법을 익힌 각성자라 한들 빙의는 금지했다.

흑마법의 가문인 맥코이 또한 빙의 마법은 폐기.

분란이 될 만한 요소는 아예 제거했다.

그 때문에 흑마법을 익혔음에도 이렇게 공식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이었다.

아니었다면 맥코이 가문은 음지에서 살았으리라.

이준과 해외 가주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뒤늦게 다른 유학생의 부모님들이 학교로 속속 도착했다.

그들은 먼저 온 학부모들 사이에 은근슬쩍 끼려 했지만.

“늦게 오셔 놓고 어딜 들어가려는 겁니까?”

이준의 낮은 음성에 학부모들은 얼음이 되었다.

그는 학부모들을 지그시 응시했다.

움찔하는 학부모들.

“느,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아들놈의 교육을 똑바로 시키겠습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들은 곧장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준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아닙니다.”

냉기가 풀풀 날리는 목소리에 주변이 꽁꽁 얼어붙었다.

오한이 든다고 해야 할까.

내공이나 마력도 통하지 않는 신종 바이러스 감기에 걸린 듯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였다.

조쉬 막론이 페니모어 가주에게 시크릿 보이스를 보냈다.

[가주! 알아냈습니다!]

[무엇을 말인가?]

[파천자가 원하는 것 말입니다.]

[무언가?]

조쉬 막론의 말에 페니모어 가주의 눈이 반짝였다.

파천자가 원하는 것을 주면 자신의 아들을 잘 봐주지 않을까.

가문에서 가져온 건 그의 화를 누그러트리기 위한 선물에 지나지 않았다.

가문의 보물이긴 하나 가문의 성세보단 중요할 순 없었다.

그러니 파천자가 진정 원하는 걸 줘야 했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뭐든 못 구해 줄까.

페니모어 가주는 조쉬 막론의 목소리를 간절하게 기다렸다.

[뇌물입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굉장히 다른 대답이 나오자 페니모어 가주는 이마를 찌푸렸다.

[장난하지 마시게. 내 아들의 미래가 달린 일일세.]

[제 목소리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조쉬 막론은 그 어떤 장난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정말…인가?]

[파천자의 눈을 보십시오.]

페니모어 가주는 시선을 돌려 이준을 보았다.

짜증 섞인 눈빛 속에서 맑은 눈이 빛났다.

맑은 눈의 광인이랄까.

그 안에는 각성자라면, 아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 하나 있었다.

[탐욕?]

[맞습니다. 파천자는 현재 저들에게 무언가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 무언가가 뇌물이다?]

[뇌물이라기보다는 사과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게 저희한테 이로울 것 같습니다.]

[말을 잘못했네. 사과의 선물이라고 하지.]

[무극단원이 도착하기 전과 도착했을 때 파천자가 가주님을 대하는 태도가 어땠습니까?]

[완전히 달랐네.]

무극단원이 도착하기 전에는 엄청 쌀쌀맞았다.

찍어 누르는 듯한 무거운 공기.

그의 기운이 보이진 않았으나 패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무극단이 도착했을 때는 어땠나.

페니모어 가문에서 선물을 가지고 왔다고 하니 태도가 180도 변했다.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를 떠올려 보면 조쉬 막론의 말은 정확했다.

[자네의 추측이 맞은 듯싶군.]

[한번 지켜보십시오. 저도 제 생각이 정확한지는….]

[아니야. 자네의 추측은 정확하네.]

뒤늦게 온 학부모가 품에서 아티팩트를 꺼내자 이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다른 이들도 가지고 온 짐을 풀어 이준에게 보여 주니.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이준이 해맑은 미소로 학부모들을 맞이했다.

파천자가.

세계 랭킹 1위에 빛나는 각성자가.

선물을 유독 좋아한다니.

페니모어 가주로선 큰 충격이었다.

[조쉬 집사. 페니모어에 남은 보물급 아티팩트는 몇 개가 있나?]

[등급 측정 불가 물건 빼면 여섯 개 정도입니다.]

[여섯 개라…. 혹, 등급 측정 불가 물건을 파천자에게 준다면 이를 풀 수 있을 거라고 보는가?]

[불가능하리라 봅니다. 그 물건은 ‘마서.’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아티팩트입니다. 아무리 파천자라도 정보창을 열기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속는 셈 치고 파천자에게 주는 건 어떤가?]

[그와 척질 일 있으십니까? 안 됩니다.]

이름 그대로 마서였다.

파천자가 대단하다는 건 안다.

SSS급 각성자가 대단하지 않으면 누가 대단할까.

그럼에도 파천자가 마서의 봉인을 풀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페니모어 가문이 생겼을 때부터 있었던 보물급 아티팩트.

역대 페니모어 가주들이 마서의 봉인을 풀려고 했지만 모두 잡아먹혔다.

이런 아티팩트를 파천자에게 준다는 건 도발하는 것과 같았다.

페니모어와 조쉬 막론이 시크릿 보이스를 주고받고 있을 때.

이준이 두 사람을 불렀다.

“뭣 때문에 그렇게 속닥거리시나요. 저도 끼어 주시죠.”

“저, 저희가 대화를 나눈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페니모어 가주의 눈이 다시 한번 커졌다.

시크릿 보이스는 말 그대로 비밀 목소리.

마력을 이용해 상대방의 머리에 전달하는 의사소통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를 눈치챈 것이다.

입이 움직이는 전음과는 다른 소통 방식이건만.

세계 랭킹 앞에선 상식이 안 통했다.

“저는 모르는 게 없거든요.”

이준의 해맑은 미소에 페니모어 가주는 잠시 넋을 잃었다.

어느 때는 두려움과 공포를 주는 존재.

어느 때는 맑은 청년이었다.

어느 모습이 진짜일까.

페니모어 가주는 혼란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이자라면 혹시, 정보를 볼 수 없는 고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페니모어 가문의 애물단지를 치우는 동시에 파천자와 많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리고 짧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

“파천자 님. 잠시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따로요? 다른 학부모님들이 계시는데 예외를 둘 순 없지만…. 페니모어 가주께서 가져오신 성의가 있으니 시간을 내 보죠.”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 이준의 말재간에 넘어간 페니모어 가주가 고개를 푹 숙였다.

“감사합니다!”

원래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람이 다른 이들과는 달리 잘해 주면 금방 마음이 풀리기 마련.

페니모어 가주도 이준이 편의를 봐주자 고맙게 느낀 것이다.

* * *

학부모들이 있는 운동장 구석.

페니모어 가주와 이준이 마주 보았다.

“긴히 할 말이라는 게 뭘까요?”

이준의 얼굴은 별것도 아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파천자께 저희 가문의 보물 중 하나를 더 드릴까 해서 이렇게 따로 말씀을 드립니다.”

“보물급 아티팩트요?”

이준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사실 더 이상 아티팩트가 필요하지 않았다.

파멸겁.

청룡무의.

혼원반지.

호왕신.

무극자 사부의 사대 기보 세트만으로도 차고 넘쳤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에게 아티팩트를 받으려는 건 서양의 물건이기 때문.

동양의 물건과는 달라 분석할 가치가 있었다.

또한 이를 무공 각성자에 맞게 개량해서 사용한다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사용하게 될 터다.

사신가의 전력 역시 더 올라갈 거고.

가솔들도 월급을 많이 가져갈 테니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이것 말고도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었다.

“저희 가문에 측정 불가 등급의 보물이 있습니다. 제 아들을 잘 봐달라는 의미로다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지금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더 주신다니 감사하게 받을게요.”

이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공짜로 보물급 아티팩트를 준다는데 거절하는 멍청이가 어딨나.

“그런데 측정 불가 등급의 물건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준은 페니모어 가주가 말한 아티팩트가 궁금했다.

수많은 아티팩트를 보았으나.

서양의 물건은 정말 제한적으로 알고 있었다.

죽기 전까지 서양은 폐쇄적으로 행동해서 아는 게 많지 않은 탓.

페니모어 가주가 따로 불러서 말할 정도면 보물급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 아티팩트일 터.

괜찮은 물건이면 동생인 이지안에게 주려고 했다.

“봉인된 하나의 책입니다.”

페니모어 가주는 자신의 홀로그램을 통해 이준에게 사진을 보냈다.

사진을 전송받은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무극자 사부가 빽 소리쳤다.

[파르가의 서가 왜 인계에 있는 것이냐!?]

책 중앙에는 이 고서의 주인인 파르가를 나타내는 반달 모양의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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