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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27화 (524/705)

제510화

“응?”

“어어?”

“저분은 수성의 군주님?”

“뭐? 수성의 군주라고?”

저녁 늦게까지 각사학 내에서 수련하고 있던 학생들이 고개를 일제히 돌렸다.

수성의 군주.

몬스터들로부터 영국인들을 구한 영웅의 이명이었다.

이명 그대로 방어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은 각성자.

비록 몬스터를 학살하진 못하나 놈들로부터 사람들을 못 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명이 수성의 군주.

몇 개월 전부터 해외의 정보가 한국에 공개되고서부터 제일 유명해진 각성자였다.

“어디!”

“저 사람이 수성의 군주야?”

“블랙급 몬스터도 수성의 군주가 펼친 베리어를 못 부순다는데 한번 마법을 사용하는 걸 보고 싶다.”

학생들은 경외의 시선으로 수성의 군주라 불린 남자를 보며 수군거렸다.

“그러면 옆에 있는 분은 페니모어 가주?”

“입학식 때 잠깐 얼굴을 본 것 같아.”

“수성의 군주와 조형의 군주가 각사학엔 왜 온 거지?”

수성의 군주는 조쉬 막론을 말했다.

페니모어 가주보다 더 유명한 집사.

S급 초입에 있으면서 영국의 네 군주보다 더 유명한 게 바로 조쉬 막론이었다.

“허억… 허억… 여긴 가…?”

“그런 듯… 하악… 합니다.”

페니모어 가주와 조쉬 막론이 늦은 저녁 각사학에 도착했다.

그 뒤에는 페니모어의 마법 전단이 함께하고 있었다.

마법 전단 또한 가쁜 숨을 미친 듯이 내뱉었다.

그들은 가문을 떠난 직후부터 텔레포트를 이용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텔레포트는 엄청난 마력이 필요한 마법.

페니모어의 최정예들이라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건 그들도 힘들었다.

“우리가 허억… 제일 일찍 온 허억… 것 같지 않나…?”

“그런 듯… 하악….”

마력을 쥐어짜서 간신히 도착한 한국.

여유롭게 페니모어의 위세를 드러내면서 오고 싶었으나.

마음이 급해 그러지 못했다.

가문의 존망이 걸려 있는데 위세 따위가 중요할까.

그래서인지 그들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허억… 우선 진정부터 허억… 하는 게 어떻겠 허억…나.”

“좋습니 하악… 다….”

페니모어 가주와 조쉬 막론이 숨을 골랐다.

마력 회로를 돌려 가쁜 호흡을 안정시켰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자 페니모어 가주는 아들인 클로제부터 찾으려 했다.

“기숙사로 가면 클로제를 만날 수…!?”

“왜 그러십니까?”

“조금 전에 강렬한 기운을 느끼지 못했는가?”

“어디서 말입니까?”

“저기 건물 옥상에서 말이네.”

페니모어 가주는 각사학 본관 건물 옥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느끼지 못했습니다.”

“분명 강렬한 기운이었어….”

페니모어가 눈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그의 시야가 넓어졌다.

먼 거리도 눈앞에 보일 정도.

하지만 그의 시야에는 건물 외벽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상해.”

처음 느껴 봤다.

그렇게 강력한 기운은.

이런 기운을 조쉬 막론이 느끼지 못했을 리 없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 아닌가.

“내 몸이 허해진 것 같군. 기숙사로 가세.”

페니모어 가주는 몸을 돌려 각사학 기숙사로 향했다.

한편 본관 건물 옥상에 앉아 있던 이준이 피식 웃었다.

“1등은 페니모어 가문이네요.”

[문제를 일으킨 주동자가 제 자식이니 식겁했겠지.]

“튕겨야겠죠?”

[하던 대로 하면 되느니 라.]

“보니까 선물도 안 챙겨 온 것 같은데.”

[그러면 지옥이 뭔지 보여 주면 된다.]

“그래야겠네요. 하던 대로 할게요.”

성의 표시가 없다면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준은 세속적인 사람.

뇌물 같은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적대적인 관계도 이득만 많이 주면 태도가 변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 * *

다음 날 아침.

이준은 오늘도 각사학의 강의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나와 있었다.

그럼에도 운동장은 수십 명의 학생들로 가득했다.

전날의 훈계 덕분인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이준이 나오기 전에 집합해 있었다.

이준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학생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전날에 전화를 받은 학부모들이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한국으로 왔다.

물론 아직 도착도 안 한 학부모가 수두룩했으나.

심각한 상황을 인지한 학부모들로 인해 운동장이 꽉 차 보였다.

그들 중에는 가장 유명한 가문인 페니모어도 와 있었다.

[파천자가… 생각보다 젊지 않나?]

[원래 나이가 어립니다.]

[저 어린 나이에 SSS급 각성자라니 믿기지가 않네.]

[모든 각성자가 가주님과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런데….]

[전혀 강해 보이지가 않습니다.]

[내공을 완벽히 숨길 수 있는 등급인 건 알지만 일반인처럼 보여.]

[저 모습에 당한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원래 저런 자가 더 무서운 법입니다. 제가 어제 보여 드린 동영상 전부 보셨습니까?]

[…봤네.]

조쉬 막론은 페니모어 가주에게 여러 개의 영상을 보여 줬다.

모두 이준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었다.

압도적인 무력.

잔인한 손속.

빠른 결단력.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대범함.

영상 속의 파천자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페니모어 가주는 이 영상을 자세히 보고 깨달았다.

클로제가 미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파천자는 국가 간의 관계를 일절 생각하지 않는 자입니다. 그러니 최대한 고개를 숙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가주님께서 고개를 숙이시는 건 이번 한 번뿐일 겁니다.]

[개의치 마시게. 아들의 잘못은 아비인 내 잘못 아닌가.]

[가주님다우신 생각이십니다.]

조쉬 막론을 스카우트하려는 가문은 수두룩했다.

파스콜 가주도 그의 능력과 충성심을 높이 사 스카우트하려 모든 능력을 쏟아부었다.

하나 그는 파격적인 제의도 거절하고 페니모어에 남았다.

오직 페니모어 가주 때문.

그의 능력이 출중하기도 했지만 그는 가문을 위해서라면 자기의 체면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

물론 페니모어가 워낙 강한 가문이라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것뿐이었다.

작금의 상황은 어떤가.

심각했다.

페니모어 가주가 자신을 낮출 생각을 한 것도 이 때문.

그 이외의 인물이었으면 절대 허리를 굽히지 않았을 터다.

“반갑습니다. 학부모 여러분. 이준이라 합니다.”

이준의 소개에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만 들렸다.

자식들의 만행을 들었던 터라 입을 함부로 놀릴 수 없었던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준은 제일 먼저 학생들의 잘못을 꺼냈다.

“여러분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들어서 아실 겁니다.”

“음….”

“어….”

학부모들은 침음했다.

솔직히 다른 교수였다면 변명이라도 했겠지만 상대는 파천자였다.

원수 같은 자식이 파천자에게 말대꾸를 했단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파천자는 국가 멸망급 각성자였다.

그에게 말대꾸한다는 건 자살 행위.

S급 각성자만 돼도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서 A급 이하의 각성자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파천자는 무려 SSS급 각성자.

그에게 객기를 부린다는 건 살고 싶지 않다는 소리였다.

그라면 사돈에 팔촌까지.

뿌리 한포기 남기지 않고 가문을 멸망으로 몰아갈 자였다.

이준의 말에 자신들이 가만히 침묵하고 있는 이유였다.

“멀리 있는 여러분을 부른 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키셨길래 각사학에 입학했으면서 교수 말을 무시할 수 있냐 이겁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잘못 키웠습니다.”

“한 번만 용서를 해 주시면 다신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끔 하겠습니다.”

학부모들이 대뜸 사과를 했다.

하늘 같아 보인 부모가 고개를 숙이니 자식들은 울상을 지었다.

부모들은 한 가문을 이끄는 장.

쉽게 고개를 숙이면 안 되는 자리에 위치에 있었다.

“그 말을 제가 믿어야 합니까?”

“저희가 어떻게 해야 믿으시겠습니까?”

페니모어 가주가 진심을 담아 물었다.

‘성의가 없네.’

[뭐라도 쥐여 주고 부탁을 해야지. 에잉, 쯧. 배우지 못한 놈이구나.]

‘눈치만 빠르고 영 형편없네요.’

그러던 그때였다.

이준의 옆으로 무극단원인 심현이가 뚝 떨어졌다.

그의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한 가주들의 눈이 커졌다.

‘언제부터 있었지?’

‘전혀 몰랐다.’

‘무극단원, 과연! 사신가의 창이라 불릴만하다.’

놀란 와중에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파천자의 호위 단원을 처음 봤다.

그런데 그 각성자의 등급이 심상치 않았다.

‘S급 초입. 집사와 같은 등급이라니. 사신가는 저런 괴물이 얼마나 많은 거냐.’

무극단의 인원은 대략 300명이었다.

저 정도의 강자가 수두룩하다는 소리.

페니모어 가주는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무극단만으로 어지간한 나라는 초토화시킬 수 있다더니…. 참말이구나!’

그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클로제에게 전화 받고 바로 한국으로 온 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주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말해.”

“페니모어 가문에서 각종 아티팩트와 영약을 보내왔습니다.”

“그게 뭐.”

“그 양이 상당합니다.”

“얼마나?”

이준의 얼굴이 급격하게 밝아졌다.

“말로 나열하기에도 힘든데 대충 영국에서 지정한 보물과 페니모어 가문에서 최상위 보안 등급을 매긴 영약들도 섞여 있습니다.”

심현이의 말은 이준의 불편한 마음을 움직였다.

이준이 페니모어 가주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버님. 진작에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예?”

“아들은 제가 책임지고 인성 교육을 시켜 놓겠습니다.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드릴 테니 마음 놓고 가문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이준의 목소리가 굉장히 상냥해졌다.

싸가지 없던 행동도 180도 변했다.

그는 페니모어 가주를 향해 자본주의 미소를 보냈다.

그럼에도 절대 등급을 상승시켜 준다고 말하지 않았다.

“예에?”

갑작스러운 이준의 행동에 페니모어 가주는 어리둥절했다.

* * *

이준은 학부모들을 데리고 직접 각사학을 안내했다.

‘알고 보니 참 좋은 분들이네요.’

[큼. 사부는 이미 간파했었느니라.]

‘배우지 못한 놈들이라면서요.’

[다 너를 시험하기 위함이었느니라.]

이준의 행동이 180도 변한 이유는 학부모들이 가져온 성의 때문이었다.

페니모어를 시작으로 모든 학부모가 가문의 보물을 털어 왔다.

심지어 그 안에는 희귀한 마법서까지 섞여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버릇없는 아이들을 훈계했더니 돌아온 건 큼지막한 보상이었다.

[네네. 그러시겠죠.]

이준은 각사학의 명소.

특별 1반이 훈련했던 운동장으로 학부모들을 이끌고 왔다.

“마지막으로 볼 곳은 여기입니다. 특별 1반이 훈련한 운동장이지요.”

“오, 여기가 그 유명한 곳이군요.”

“아이들 입학식 때 이곳이 폐쇄되어 아쉬웠는데.”

“제 아들도 이곳에서 훈련만 하면….”

“등급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긴 기운이 좋은 곳이거든요.”

이준이 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주들의 얼굴에 희망이 떠올랐다.

자식들의 등급 상승.

그보다 좋을 게 뭐가 있나.

자식들이 강해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는 게 부모였다.

“제가 가르친 친구들이 교수로 있습니다. 무공과 마법은 한 끗 차이이니 학생들만 잘 따라온다면 등급 상승은 문제없을 겁니다.”

“당연히 믿습니다. 어떤 분이 키우신 교수들인데요.”

“하하하.”

이준은 학부모와 화기애애하고 있는 그때 그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각자 나라로 돌아가시면 혹, 급격하게 변한 각성자가 있다든지 아니면 등급이 수직 상승했다든지 이상한 낌새를 보이는 각성자가 있는지 찾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떤 연유에서 그러십니까?”

“마인 비슷한 놈들이 세계를 상대로 분탕질 치려 하고 있어요.”

구주가 아시아에 퍼져 있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지옥계에서 탈출한 놈들이라면 그 어떤 곳도 예외를 둘 순 없었다.

어쩌면 무극자의 제자인 자신을 피하려고 되레 해외로 빠지는 놈들도 있을 터.

각 나라를 대표하는 가주들을 불러 놓은 김에 부탁을 한 것이다.

“놈들의 냄새라도 맡는 분이 나온다면 제가 책임지고 그 자녀를 가르쳐 놓겠습니다.”

이준의 말에 페니모어를 비롯한 가주들의 눈에 열기가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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