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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26화 (523/705)

제509화

페니모어 가주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무슨 호들갑인가.”

페니모어 가주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인상을 썼다.

“가주님, 클로제 도련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클로제에게?”

“네 받아 보시겠습니까?”

“연결해 주게.”

페니모어 가주가 책상에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아들. 어쩐 일이야?”

위엄 가득한 음성이 사뭇 상냥한 목소리로 변했다.

애정이 잔뜩 들어 있었다.

-아버지….

“어 그래. 무슨 일 있어?

-그게….

“괜찮으니 말해 봐.”

-학교에서 아버지를 불러요….

“학교에서 부르면 가야 하지만 아빠가 좀 바쁜데…. 다음에 간다고 미루면 안 될까?”

-안 돼요!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페니모어 가주는 이상함을 느꼈다.

클로제가 한국의 각성자 사관 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학부모를 부르다니.

어떤 연유에서 자신을 부르는 걸까.

아들의 목소리도 간절하게 들렸다.

“무슨 일이 있구나?”

-아, 아니에요.

“아빠한테는 사실대로 말해도 돼.”

페니모어 가주는 클로제를 다독였다.

그의 음성에 클로제가 울먹이며 말했다.

-파천… 자가 아버지를 모셔 오래요.

“파천자!?”

페니모어 가주가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파천자라니.

그는 교수직을 거절하지 않았나?

뜬금없이 파천자라는 단어가 들리자 놀란 것이다.

“그가 왜? 자세히 말해 봐.”

페니모어 가주의 질문에 클로제는 하는 수 없이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교수들의 강의를 거부한 것부터 시작해서.

파천자에게 당한 이야기까지.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했다.

“그, 그래서 아빠를 보자고 한 거야?”

-네….

클로제의 기가 많이 죽어 있었다.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파스콜 가의 가주를 보고도 거침없던 행동이.

파천자를 만나고서 풀이 확 죽은 게 아닌가.

아들이 안쓰러운 페니모어 가주였다.

“괜찮아. 이 아빠가 가서 해결해 줄게.”

-저, 정말요!?

“당연하지. 아들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아빠가 나서야지.”

-감사합니다, 아버지.

“언제까지 한국에 들어가면 돼? 모레면 될까?”

-아니요….

“그러면?”

-한국 시간으로 내일 아침 9시까지요.

“뭐!?”

의자에 앉아 있던 페니모어 가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재 시간은 새벽 1시.

모든 일을 제쳐 두고 한국에 가기란 굉장히 힘들었다.

아니, 원래라면 못 갔다.

아들의 일이라 다른 일을 미루려는 것뿐이었다.

“우선 알겠으니 전화 끊어 봐. 빠르게 준비하고 갈게.”

-죄송해요. 아버지.

“페니모어의 후계자는 죄송하다고 말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니. 아빠는 괜찮으니까 내일 보자.”

아들을 위로한 페니모어 가주가 전화를 끊었다.

“왜 그러십니까, 가주님.”

집사인 조쉬 막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갈 수 있겠나?”

“당장 말입니까?”

“그러네.”

“간단한 준비만으로도 한두 시간은 소요됩니다.”

“한국 시간으로 내일 9시까지 한국에 도착해야 하네.”

“음… 빠듯하지만 가능할 듯합니다.”

“그럼 당장 준비하게.”

“제게 이유라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조쉬 막론은 페니모어 가문의 오래된 가신.

집사의 위치에 있으나 페니모어 내에서 권력 서열 2위였다.

S급 초입에 있는 마법 각성자.

집사이며 친우인 조쉬 막론이 묻자 페니모어 가주가 한숨을 푹 쉬었다.

“후우우. 클로제가 일을 친 것 같네. 그것도 아주 큰일을….”

“설마!”

“맞네. 교수들과 또 기 싸움을 한 듯싶으이.”

“아.”

조쉬 막론은 짧게 비명을 내었다.

이곳에 있을 때도 선생과 기 싸움을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 클로제.

설마 타국에까지 가서 그런 짓을 할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나.

클로제의 나이는 스물다섯.

마법 학교를 졸업한 지가 6년이나 되었다.

이제 정신 차릴 나이 아닌가.

그런데 타국에서 교수와 기 싸움을 했다는 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제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건만. 가주께서도 당부하지 않으셨습니까?”

“…….”

“안 하신 겁니까?”

“…했네. 다만 언제나 당당하게 행동하고 페니모어 가문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라고 해서….”

“오해해서 들었겠군요.”

조쉬 막론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모양.

페니모어 가주는 계속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파천자는 뜬금없이 왜 나온 겁니까.”

“그게 말이네.”

그는 조쉬 막론에게 자신이 들었던 사실을 그대로 전했다.

조쉬 막론은 이야기를 들을수록 눈이 커졌다.

턱이 빠질 듯 입이 벌어진 조쉬 막론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이, 이건 가문의 위기가 아닙니까!?”

“그… 정도인가?”

“파천자입니다. 세계 랭킹 1위에 전무후무한 SSS급 각성자! 그런 자에게 도련님은 객기를 부린 겁니다!”

“내가 가서 사죄하면.”

조쉬 막론은 페니모어 가주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얼굴이 시뻘게진 상태였다.

“가주님께선 바쁘셔서 파천자가 강한 것만 아시지, 그에 대해 제대로 모르십니다. 그가 걸어왔던 발자취는 그야말로 피의 길. 사신가의 가주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를 뒤집어썼는지 아십니까. 형제를 제 손으로 죽인 것도 모자라 자기 부모까지 내쫓은 자입니다. 저희가 함부로 판단할 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조쉬 막론은 냉정한 인물.

그가 이 정도까지 흥분한 걸 처음 본 페니모어 가주는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했다.

페니모어 가주는 자신이 직접 가서 파천자에게 사과만 하면 끝날 줄 알았다.

그래도 명색에 가주 대 가주.

세계 랭킹에선 큰 차이가 나지만 가문과 나라 간의 관계가 끼어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사죄의 의미로 페니모어의 아티팩트 중 몇 개를 내어주면 쉽게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

“페니모어 가문의 생사가 달린 일인 것 같습니다.”

“어찌하면 좋겠나.”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합니다.”

“그러세, 어서 준비하게.”

“아닙니다. 전용기는 파천자에게 사과할 물건들을 가득 싣고 저희는 따로 가야 합니다.”

“어떻게?”

“당연히 마법을 쓰며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텔레포트로 한국까지 가자 이 말인가.”

“이 방법뿐입니다. 파천자는 시간 약속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라 했습니다. 도련님뿐만 아니라 다른 가문의 후계자도 연루되어 있다고 하니, 그 가문들보다 빨리 도착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페니모어의 체통이….”

“가문의 몰락보다 체통이 중요하십니까?”

“그 정도까지….”

“파천자는 상식이 통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해 주십시오, 가주님.”

조쉬 막론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페니모어 가문에서 제일 냉철한 사람.

그의 분석은 소름 돋게 정확했으며 이를 어길 시 큰 화가 닥쳤다.

이번에도 그는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알았네. 당장 출발하세.”

늦은 새벽.

페니모어의 서열 1위와 2위.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는 마법 전단이 다급하게 가문을 빠져나갔다.

* * *

그날 오후.

이준은 한가하게 각사학 교정을 걷고 있었다.

학생들은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마치 투명 인간처럼 그를 스쳐 지나갔다.

[제자야. 사기꾼 기질이 농후하더구나.]

‘다 사부님한테 배운 거예요.’

[나에게 말이냐? 에잉? 그럴 리 없다. 내가 얼마나 청렴결백하게 살았거늘.]

무극자 사부의 말이 길어질 것 같자 이준은 물 흐르듯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사부님. 무공에 속성을 넣으니까 진짜 마법 같았죠?’

[마법사인 줄 알았느니라.]

무극자도 인정했다.

이준은 현재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저 속성만 발현할 수 있을 뿐.

흔하디 흔한 2서클의 마법인 파이어 볼도 사용할 수 없었다.

유학생들에게 사용했던 건 내공을 똘똘 뭉친 양기의 덩어리.

거기에 불 속성을 더해서 파이어 볼처럼 보이게 한 거다.

아이스 스피어도 마찬가지였다.

스톤 샤워는 그냥 무공이었다.

허공섭물을 이용한 공격.

혼이 쏙 빠진 유학생들을 속이기란 굉장히 쉬웠다.

그나마 템플리처가 마법에 가장 가까웠다.

‘진짜로 마법을 배우면 재밌긴 할 것 같아요. 무공에 마법이라니. 제가 각성자 최초일걸요?’

[끌끌 뭐든 최초가 좋으니라.]

‘사부님이 추천해 줄 마법은 없어요?’

[모든 마법이 패천기공의 아래인 것을.]

‘그렇긴 하네요. 가장 강한 마법이라면 대륙칠좌의 마법이겠죠?’

[아니니라.]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륙 칠좌가 쓰는 마법보다 더 강한 게 있어요? 그게 뭐예요?’

[현재 알아보고 있다. 이미 잊혀진 마법인데 꽤 쓸 만하다.]

‘사부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쩔겠는데요?’

무극자는 모든 무공을 하찮게 봤다.

패천기공을 창시한 사람인데 오죽할까.

대륙칠좌의 마법도 똑같은 취급을 했다.

무극자 사부는 마법이 무공보다 아래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한데 괜찮은 마법이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이름이 뭔데요?’

[파르가의 서. 그것 말고는 아는 게 없느니라. 찾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제게 계승해 주시려는 거죠?’

아는 게 없다.

그런데 찾고 있단다.

이름 말고는 모르는데 어떻게 찾는 걸까.

무언가 숨기는 게 있는 듯싶었다.

이준은 무극자 사부가 말해주기 전까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어련히 사부가 먼저 알려줄까.

만약 사부가 파르가의 서를 손에 넣었다면 입이 근질거려서 먼저 입을 열었으리라.

[김칫국도 거하게 들이켜는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무극자는 파르가의 서를 비롯한 쓸모 있는 마법을 준비 중이었다.

선계의 정보와 권한을 이용해 천계의 마법을 찾았다.

마법을 찾았는데 천계에서 안 주면 강제로 뺏으면 그만.

무극자는 그러고도 충분히 남을 사람이었다.

‘기대되네요.’

솔직히 이준은 패천기공 하나만 익히는 것도 버거웠다.

패천삼공과 사공은 엄두도 안 나는 무공.

테크트리 포인트로 계승을 받는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건 힘들었다.

그런데 마법까지 익힐 생각이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다.

[무공 이외의 것을 배우고 싶거든 루트 목록의 봉인부터 풀거라.]

이준은 루트 창을 열었다.

-신살의 운명을 받은 파천의 길 루트(EX)

무공 - 패천기공 사공 파천멸진(0/999,999,999)

마법(봉인) - 용의 심장(4가지 중 선택)(0/999,999,999)

능력치 - 마나+15(200,000,000)

마법 항목이 봉인된 상태.

이걸 풀어야지만 제대로 된 마법을 배울 수 있었다.

‘테크트리 포인트가 시급하긴 하네요.’

현재도 메시지 창에 포인트가 들어오고 있긴 했다.

[당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박혁진이 새로운 제자를 가르칩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10,000p가 지급됩니다.]

[당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박정연이 새로운 제자를 가르칩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5,000p가 지급됩니다.]

……

……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1,500p가 지급됩니다.]

자연경에 올라서 그런가.

아니면 새로운 루트 창이 나와서 그런가.

이전과는 달리 지급된 보상이 엄청 짰다.

이것이야말로 해외 유학생이 필요한 이유였다.

그들이라면 꽤 많은 포인트를 자신에게 바칠 테니까.

‘그 전에 길을 제대로 들여야겠죠?’

[고개를 들지 못하게 확실하게 밟아야 뒤가 편하느니라.]

‘명심하겠습니다.’

이준이 빙그레 웃을 때였다.

[네 뜻대로 흘러가는 듯싶구나.]

영혼 상태인 무극자는 바다 건너, 멀리서 빠르게 접근해 오는 기를 느꼈다.

‘상당히 급해 보이는데요?’

[끌끌. 똥줄이 타나 보지.]

‘자식들과는 다르게 상황 판단이 빠르네요.’

파천자의 부름이었다.

자식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면 하던 일도 멈추고 달려올 것이다.

자식들은 대륙 멸망급 각성자를 상대로 미친 짓거리를 했던 터.

이를 수습하는 건 부모의 몫이었다.

그마저도 제대로 수습이 될지 문제였다.

그 때문에 모든 일도 내팽개친 채 한국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뉘 집 자식의 부모님이 가장 빨리 올까요?’

이준은 흐뭇한 얼굴로 학부모들이 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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