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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20화 (517/705)

제503화

“준이!?”

“이준?”

박정연과 박혁진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장포를 멋들어지게 걸치고 있는 이준이 있었다.

“오랜만.”

이준이 빙긋 웃었다.

얼음장 같은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니.

주변의 얼음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분위기도 한결 나아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정연이 이준에게 뛰어들었다.

“준아아.”

아니, 뛰어들려고 했지만.

“멈춰.”

이준의 목소리에 박정연이 달려오는 걸 멈췄다.

“으음… 왜?”

그녀는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했다.

하던 일을 마저 하라는 눈치였다.

“지금은 학생이 아니고 교수잖아. 체통을 지켜야지.”

“난 상관없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예전이었다면 이준이 멈추라고 하든 말든.

무작정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을 터다.

하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녀가 가르친 학생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준이 풍기는 아우라 때문이었다.

그가 미소를 지어서 주변이 한결 편해진 것뿐이지.

여전히 그에게선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겼다.

SS등급에 있는 그녀조차도 이제는 이준을 예전처럼 대하는 게 힘들었다.

그의 말에는 불가항력의 힘이 담겨 있어 거부할 수 없었다.

“쳇. 못 본 사이에 더 미친놈이 됐잖아?”

박정연과는 달리 박혁진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자신의 애검인 천월을 만지작댔다.

이준을 보자 등골이 서늘했다.

긴장이 돼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지경.

적이었다면 이미 이성을 잃고 공격했을 거다.

그만큼 이준에게서 거대한 중압감이 느껴졌다.

“혁진이 너도 만만치 않아.”

대한민국 각성자 랭킹 서열 4위.

박혁진의 현재 위치였다.

스무 살의 나이에 그의 할아버지인 검제를 훌쩍 뛰어넘은 천재.

대한민국 역사상 네 번째로 SS등급을 찍은 각성자였다.

그 또한 이준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이제는 네 등이 보이지도 않아.”

예전에는 그래도 열심히 하면 이준의 발끝은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장할수록 이준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애초부터 이준이 가까이 닿지 못할 거리에 있었기 때문.

그저 스스로가 이준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처럼 느꼈을 뿐이었다.

“새삼스럽긴.”

이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와 박혁진, 박정연이 친밀감 있게 대화하는 사이.

학생들 쪽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와 X발. 파천자다.”

“나, 나 파천자 시, 실물 처음 봐!”

“분위기 개쩔어….”

남자들의 눈에는 존경과 경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시기와 질투가 뒤섞여 있었을 테지만.

그들은 이준을 시기하고 질투할 만한 주제가 되지 못했다.

“무슨 아우라가 저래?”

“저 사람이 SSS급 각성자…”

“호, 호흡 곤란 오려고 하, 한다. 후우우.”

“긴장돼서 미치겠네.”

남자들은 눈을 크게 뜬 채 이준을 뚫어지게 보았다.

SSS급 각성자를 눈에 담아 두려는 모양.

대한민국 각성자 랭킹 1위.

전 세계 각성자 랭킹 1위.

파천혈신이란 대재앙을 물리친 아시아의 영웅.

그런 파천자를 언제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을까.

지금 아니면 못 본다는 생각에 눈을 감는 시간도 아꼈다.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파, 파천자 님이야….”

“어떡해.”

“저 피부 좀 봐. 남자 얼굴에 잡티 하나 없어….”

“얼굴도 조막만 하다….”

이준을 보자 얼굴 천재로 유명했던 연예인이 떠오르는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몽롱한 눈빛을 했다.

첫눈에 반한 여자의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이준의 등장에 여자들은 급하게 꽃단장을 했다.

“그런데… 검화 교수님과 친해 보이죠?”

“그래 보여요.”

“끼리끼리라더니 잘 어울리긴 하다.”

“비주얼만 봐선 이미 커플하고도 남아요.”

“SSS급과 SS급 각성자의 만남이라니 부럽다….”

학생들은 알까.

사실 이준의 등급은 측정 불가란 사실을.

그의 등급은 EX.

SSS급을 훌쩍 뛰어넘은 각성자였다.

아마도 이 사실을 알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터다.

사람들은 EX급이란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이야기는 차차 나누고. 아까 했던 제안이나 진행시켜 봐.”

“누나. 들었지?”

“박 교수님이라 불러.”

“아, 네 박 교수님 들으셨죠? 비무로 실력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파천자께서 말이지요.”

박혁진이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박정연은 똥 씹은 표정을 했다.

뭔가 동생에게 진 기분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준을 보아서 마음이 한결 좋아진 그녀였다.

* * *

박정연의 검법 강의1을 듣는 학생들과.

박혁진의 실전 검법 강의1을 듣는 학생들이 반으로 갈려 마주 보았다.

거대한 운동장 한가운데를 차지한 이들.

비무를 한다는 소식이 금세 퍼졌다.

운동장 벤치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심지어 파천자가 각사학에 나타났다는 이야기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다.

“파천자 어딨어?”

“파천자 님이 네 친구냐. 어디서 함부로 씨부려.”

“미, 미안. 너무 흥분해서….”

각사학 학생들은 이준을 보기 위해 미어캣이 되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진들도 총출동했다.

이사장인 한민성도 부랴부랴 운동장으로 뛰어나왔다.

“파천자께서 다시 학교를 찾으셨다고요?”

“네.”

“지금 어디에 계시죠?”

한민성은 안력을 높혀 이준을 찾았다.

“운동장 오른편 벤치에 계십니다.”

“저기에 계시군요. 제가 가서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안 됩니다.”

“왜죠?”

“한동안은 파천자 님의 눈에 안 띄시는 게 좋다는 지유 아가씨의 전언입니다.”

“한 교수가요?”

“네. 괜히 파천자 님의 속을 긁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한민성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모두 이준을 위해서 한 일.

그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으나.

맹세코 나쁜 의도는 없었다.

“내 뜻에는 악의가 없었는데 하….”

“먼 곳에서라도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돌아가시겠습니까?”

“박 교수의 제안에 파천자께서 나타나 동의한 일이라면서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여기서라도 봐야지요.”

한민성이 먼발치에서 애절한 눈으로 이준을 보았다.

이사장이란 체면이 뭐가 중요할까.

이준 앞에서 체면을 세워서 좋을 게 없었다.

그에게 찍혔다면 그냥 찌그러져 있는 게 상책.

세계 랭킹 1위에게 찍혔다는 건 사회에서 매장이 되는 게 당연한 일.

한민성이 각사학 이사장을 하는 건 모두 이준이 봐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냥 먼 곳에서 구경하는 게 한민성으로서는 이로웠다.

그가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있는 사이.

특별 1반 출신들이 이준을 둘러싸고 있었다.

“선생님.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진경수가 예의를 다해 인사했다.

그러면서 존경이 한껏 들어간 눈빛을 보냈다.

그는 이준의 신봉자 중 한 명.

테구르 못지않게 이준을 받들어 모시는 각성자 중 하나였다.

“오랜만이에요. 교수가 된 걸 축하해요.”

“모두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진경수의 현재 등급은 S급 끝자락.

S급 무공인 투존의 무공으로 극한까지 올린 경지였다.

단기간에 이만큼의 성장을 이룬 각성자는 진경수를 포함한 특별 1반 출신뿐.

사람들은 그들을 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라 했다.

물론 특별 1반 출신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이준의 수련 덕분.

이준의 밑에서 배우지 못했다면 여전히 A급이나 전전하는 각성자였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이준의 수련은 그들의 잠재력을 한계치까지 뽑았다.

“이제 학교로 돌아오신 겁니까?”

“돌아온 것까진 아니고, 잠시 이곳에 있어 볼까 해요.”

“전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진경수가 박수 치며 좋아할 때였다.

그들의 사이를 비집고, 길게 자란 머리가 가슴까지 닿은 여자가 이준 앞에 섰다.

“줘.”

그녀는 다짜고짜 이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스트레스받은 거 있어?”

“응. 그동안 많이 받았어.”

이준은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 안쪽을 뒤졌다.

그리고 민트 초코 맛 사탕을 한 주먹 꺼내 여자에게 건넸다.

“여기.”

여자는 이준이 준 사탕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이미 입에 아이스 민트 초코 라떼를 물고 있었지만.

사탕을 하나 까서 입에 넣었다.

“머리는 길었으면서 변한 건 없네.”

긴 머리를 한 여자는 한지유였다.

이준에게 머리카락을 잘리고 나서 단발을 유지하던 그녀가 웬일인지 머리를 길렀다.

대한민국에 단발 병을 유행시킬 정도로 잘 어울렸던 그녀였는데 말이다.

“넌 많이 변했어.”

“난 그대로인데?”

“아니야. 변했어.”

“어디가?”

“더 예뻐….”

한지유는 자기만 들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음성을 못 들을 이준이 아니었다.

“욕인가?”

“욕 아니고 사실이야.”

“남자한텐 실례거든?”

“사실인걸.”

[끌끌끌. 머리만 길면 여자라 해도 믿을 정도니라.]

‘사부님까지 왜 그래요.’

[저 아이 말대로 사실인 걸 어쩌냐.]

‘으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이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극자 사부와 대화를 나눠 봤자 자신만 손해.

[이 사부는 소싯적에….]

사부의 TMI가 나오려 하자 무시하고 한지유에게 말했다.

“긴 머리도 잘 어울린다.”

“정말?”

“응.”

“단발보다?”

“단발보다는 아….”

이준은 눈치 없게 단발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하려고 했다.

그의 기준으로는 익숙한 단발이 나았으니까.

아니지.

사실 이준의 이상형은 단발이었다.

단발조차 잘 어울리는 여자는 어떤 머리를 해도 예쁘다는 게 이준의 지론.

한지유의 단발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니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려는데 그걸 알아챈 건지.

한지유가 뚫어지게 보았다.

여기서 잘못 말했다간 즉사.

바로 칼부림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

그녀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아니, 지금이 더 예쁘다.”

“고마워.”

이준의 칭찬에 한지유의 얼굴에 미소가 떴다.

그녀가 민트 초코 맛 사탕을 하나 까서 이준의 입속에 쏙 넣어 줬다.

“답례야.”

“난 이런 답례 원하지 않았는데.”

한지유는 그의 말을 무시해 버리곤 몸을 돌렸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숨긴 채 아이스 민트 초코 라떼를 빨아 먹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다 나누자 박혁진과 박정연도 준비를 다 했는지 이준을 불렀다.

“준아. 시작한다.”

“어. 시작해.”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 반에서 한 명씩 운동장 중앙에 모였다.

* * *

검사 대 검사의 대결.

운동장에 검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윽.”

남자가 여자에게 밀렸다.

남자는 박정연의 강의를.

여자는 박혁진의 강의를 듣는 각성자였다.

여자의 강한 검격에 남자는 막기에 급급했다.

‘실전 강의를 들어서 그런지 여자가 앞서긴 하네.’

[너에게 처음 말했던 게 떠오르는구나.]

‘각성자는 실전에 약하고 스킬창에만 의존한다는 거요?’

[그래. 저놈은 초식에 대한 이해가 없다. 에잉~ 볼 가치도 없는 허접한 경기인지고.]

무극자 사부가 혀를 찼다.

사부는 제 눈이 썩는다고 눈을 감아 버렸다.

이준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각사학에 입학했는지 기초도 없는 남자였다.

‘그래도 나한테는 개꿀이지.’

등급이 낮거나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각성자일수록 키웠을 때 얻는 보상이 많았다.

이준은 테크트리 포인트가 필요한 상황.

이곳에 저 남자와 같은 각성자가 수두룩하다는 가정하에.

얻어 가는 이득이 산더미였다.

이준이 흐뭇하게 비무를 지켜봤다.

머지않아 첫 번째 비무가 끝났다.

승리자는 당연히 여자 쪽.

박혁진이 박정연을 상대로 도발을 했다.

“박 교수님의 강의가 지옥 수련으로 유명하다고 각사학에 소문이 자자하던데 효과가 별로 없나 봐요?”

“어쭈 도발하냐?”

“도발하면 걸려드나요?”

“내기할래?”

“이번에는 저한테 못 이길 것 같은데.”

“그러니까 자신 있게 해보자.”

“콜. 그런데 무슨 내기입니까?”

“이긴 쪽 반이 진 쪽 반 한 달간 부려 먹기. 어때?”

“후회 안 하지?”

“내가 내기에 지는 걸 봤냐.”

“딴말하기 없기다.”

이준이 피식 웃었다.

여전히 사이좋은 남매였다.

만나기만 하면 저렇게 으르렁댈까.

이해를 못 했다.

이준은 옆에 있는 이지안에게 속삭였다.

“지안아. 우리도 남들한테는 저 남매처럼 원수지간으로 보일까?”

“아닐 것 같아요.”

“보통 우리처럼 지낼 건데 말이야. 신기하네.”

이준과 이지안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른다.

오히려 보통의 남매면 박혁진과 박정연이라는 것을.

이준과 이지안이 친남매라는 사실을 몰라서 그렇지.

두 사람이 특이한 케이스였다.

“먹고 싶은 거 없어? 오빠가 다 사줄게.”

“음… 생각해 볼게요.”

“알았어. 몸은 괜찮지?”

“좋아요.”

“아프면 말해.”

“네.”

이준과 이지안이 속삭이고 있을 때 박정연의 진영에서 한 여자가 나타났다.

이준은 그녀를 보곤 입을 열었다.

“벌써 대장전이야?”

박정연이 내보낸 사람은 탈리아 파스콜.

AA급 각성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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