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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08화 (505/705)

외전 2부 7화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무극자는 어두운 공간을 끝없이 헤엄쳤다.

엄습해 오는 불안과 공포를 묵묵히 견뎠다.

오직 주경아를 만날 생각에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저곳이다.’

무극자의 눈에 아주 작은 불빛이 보였다.

어둠 속에 존재하는 희미한 빛.

육감적으로 저기가 출구라는 걸 깨달았다.

빛을 향해 힘껏 헤엄쳤다.

신선들을 상대할 때도 숨 한 번 차지 않았던 호흡이 불안정해졌다.

여기서만큼은 소용이 없는 탈신경의 경지.

하나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전신을 엄습해 오는 고통을 무시한 채 빛으로 몸을 던졌다.

“으음….”

신음이 절로 나왔다.

빛으로 인해 눈부셨던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찡그렸던 인상을 펴자.

온몸을 짓눌렀던 물은 어디 가고 주변은 열기로 가득했다.

“구천옥에 온 건가.”

그의 눈에 용암 지대가 들어왔다.

끝없이 펼쳐진 공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삭막했다.

그가 한 발을 내딛었다.

파스스스-

신고 있던 신이 녹아내렸다.

대지에서 올라온 화기는 그의 발을 뜨겁게 달궈 놓았다.

신발과 마찬가지로 발까지 녹여 버릴 심산으로.

하나 무극자였다.

용암 지대의 화기라 한들 그를 어쩌지는 못한다.

이곳이 다른 곳보다 화기가 수 십 배 높다고 해도 말이다.

“화기를 보니 여기가 구천옥인가 보군.”

무극자마저 뜨겁다고 느껴지는 공간.

본래의 경지보다 두, 세 단계는 제약을 걸어온 느낌이었다.

이곳이 바로 지옥의 죄인들을 소멸시키는 구천옥.

죄인들 이외의 존재가 들어오면 제약을 가하는 무법 지대였다.

그러든가 말든가.

무극자는 자신에게 제약이 가해진 걸 무시하고 맨발로 천천히 전진했다.

‘살기.’

무극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구천옥에 도착한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살기가 감지됐다.

하나도 아닌 여럿의 살기였다.

‘대략 백 명 정도인가.’

그 숫자만 백이 넘었다.

저 살기 속에서도 각자 세력이 있는 듯 보였다.

여덟 곳.

그들은 살기를 보이면서도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첫 인사치고는 단출하군.”

무극자는 살기를 보인 이들을 무시하고 제 길을 갔다.

그가 앞으로 갈수록 살기는 강해졌다.

점점 광기까지 섞여 오고 있었다.

놈들은 광기에 사로잡힌 괴물들.

오직 살육만이 머릿속에 가득한 놈들이었다.

이성이 없는 놈들치고는 체계적으로 행동하기도 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상대가 어떤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어.”

수백 명의 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눈은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지만이 가득했다.

어떻게든 눈앞에 있는 자신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인 모습이었다.

“그래도 똑똑한 놈들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죄인들은 무극자의 몸에서 흐르는 기를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죄인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무극자의 파천멸기는 죄인들의 살육을 자극하는 기폭제였다.

“크크.”

“캬아아아!”

“크으!”

죄인들은 짐승 같은 음성을 내며 무극자를 공격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다양한 무기.

검, 도, 창, 궁은 기본이요.

낫, 채찍, 쌍절곤, 암기 등이 날아왔다.

“본좌를 무시하는 건가.”

제약을 받아 경지가 아래로 내려왔다 하더라도 자연경 끝자락.

무극자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상대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의 오른쪽 발이 용암 지대를 강타했다.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그에게 달려든 이들이 피를 뿜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전멸.

무극자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쓰러진 죄인들은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극자가 다시 걸었다.

죽은 죄인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걸어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이들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배의 숫자인가.”

구천옥의 주인들은 무극자를 실험하듯.

더 강하고 많은 죄인들 무극자에게 보냈다.

“언제까지 쥐새끼처럼 뒤에 숨어 있는지 보마.”

무극자의 회안이 번들거렸다.

그는 구천옥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렸다.

그들에게 주경아가 어딨는지 묻기 전에는 한 놈도 살려 두지 않을 작정.

무극자는 작심하고 손을 쓰기 시작했다.

* * *

염라대왕이 있는 염라전에 수많은 지옥의 관리자가 줄 서 있었다.

그때 한 관리자가 줄 서 있는 걸 무시한 채 염라전으로 들어가려 했다.

“차례를 지키시오.”

관리자를 제지하는 일 사자.

그는 위엄 가득한 표정으로 관리자에게 말했다.

관리자는 일 사자를 보곤 제대로 줄을 섰다.

‘이거다. 지옥의 관리자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 그게 바로 나다.’

신선계에서 지옥계로 귀환했을 때 얼마나 염라대왕에게 깨졌나.

파천혈신을 놓친 것도 모자라 그가 신선계의 강에 뛰어드는 것도 말리지 못했다고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옥계에 있으면서 무능하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파천혈신과 엮이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차라리 지옥계에서 일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보라.

염라전으로 황급히 달려오던 관리자가 자신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인사를 하곤 뒤로 가서 줄을 섰다.

이게 바로 염라대왕의 최측근.

첫 번째 저승사자로서의 위엄이었다.

저승사자로서 서열 1위.

지옥계 서열 2위 안에 드는 게 바로 자신이었다.

이 상황이 옳은 것이다.

모두 자신을 우러러보는 이 모습 말이다.

일 사자가 흐뭇해하며 관리자를 줄 세우고 있는 그때.

다른 관리자가 황급히 달려오는 게 보였다.

“멈추시오.”

일 사자는 그 누구도 예외를 두지 않고 관리자 모두를 멈춰 세웠다.

한데 이 관리자는 달랐다.

빨리 염라대왕한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듯.

일 사자에게 정보를 먼저 공개해 버렸다.

“파, 팔백이십사호가 소멸됐습니다. 어서 염라대왕께 알려야 합니다.”

팔백이십사호라는 말에 일 사자의 눈동자가 커졌다.

관리자가 말한 번호는 구천옥에 수감된 죄인에게 붙여진 숫자였다.

작은 숫자가 부여될수록 강한 죄인이었다.

팔백이십사호는 구천옥에서도 강한 죄인에 속하는 자.

그런 죄인이 죽었다고 하니 일 사자도 놀란 것이다.

“어서 가시오.”

“감사합니다!”

관리자는 고맙단 인사를 한 후 부리나케 염라전 안으로 들어갔다.

주변이 웅성거렸다.

다른 관리자들도 그가 말한 숫자를 들었기 때문이다.

“팔백이십사호라면 구천옥에서도 상당히 강한 죄인 아니오?”

“강하다뿐이오? 구천옥에서 정신까지 유지한 놈이라 들었소이다.”

“허, 그런 자가 소멸하다니. 이게 무슨 일인지.”

천 번 아래의 숫자는 인계에서 생사경을 밟은 무인.

특별 관리 대상이었다.

“듣기로는 구천옥에 누군가가 들었다던데?”

“혹, 누군지 아시오?”

“내가 알겠소. 관리하는 죄인이 죽어서 급히 이쪽으로 왔는데 말이오.”

“그쪽도?”

“그렇습니다.”

지옥계의 관리자들은 구천옥에 파천혈신이 든 사실을 모른다.

이 사실을 아는 건 염라대왕과 저승사자뿐.

만약 파천혈신이 지옥계로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날엔 지옥계가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염라대왕이 모든 정보를 차단한 것이다.

물론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파천혈신이 구천옥에 들었다는 건 지옥계에 금방 퍼질 터다.

‘구천의 주인들도 그에게 무릎을 꿇을까?’

일 사자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구천옥에 든 파천혈신이 제약이 걸린 상태로 어디까지 해낼까.

구천옥의 주인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아래에 있는 놈들에게 저지 당할까.

‘신선경에서 보였던 무력이라면 구천옥의 주인도 그자를 상대하지 못하겠지만, 그가 있는 장소는 구천옥이다. 염라대왕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는 그곳!’

기대가 됐다.

파천혈신이 어떻게 하고 있나 구천옥으로 가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가 볼까?’

잠시 고민했다.

자신도 한때는 무인.

지금도 저승을 수호하는 사자였다.

무공에서만큼은 누구보다 호기심이 강했다.

‘미친 소리! 그자의 옆에 있으면 좋은 꼴은 못 본다. 멍청한 생각은 집어넣자.’

일 사자가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궁금해도 참아야 했다.

파천혈신에게 갔다가 또 무슨 험한 꼴을 보려고.

그냥 염라전 앞에서 관리자들을 줄 세우는 게 나았다.

생각을 고쳐먹은 일 사자의 귀에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 사자. 네가 저승사자들을 이끌고 구천옥에 가 봐야겠다.]

“억! 제가 말입니까?”

[너 말고 시킬 사람이 누가 있느냐.]

“이 사자도 있고 삼 사자도 있고….”

[그래서 저승사자들을 이끌고 가서 상황을 보라고 한 것 아니냐.]

“아….”

일 사자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이제 변명거리가 없었다.

하필 생사경의 경지에 있는 죄인이 죽어 가지고 비상이 떨어졌다.

빨라도 너무 빠른 상황.

파천혈신의 몸에 제약이 걸려 있는 상태가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일 사자가 멍을 때리자.

[움직이지 않고 뭐 하는 게냐!]

염라대왕의 호통이 그의 귀를 강타했다.

“예?, 옛!”

일 사자가 어리바리하게 대답하고 사라졌다.

그 뒤를 따르는 검은 도복과 갓을 쓴 이들.

염라대왕의 최측근이자 지옥의 수호자들이 구천옥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수정구로 보던 염라대왕이 혀를 찼다.

“저런 것도 지옥의 서열 2위라고 쯧. 이러니 본왕의 일이 많은 것이지.”

파천혈신이 신계로 올라온 후 한숨이 많아진 그였다.

“다음!”

염라대왕은 염라전 앞에 줄 서 있는 관리자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 * *

시산혈해.

구천옥은 피와 시신으로 가득했다.

원래라면 잿빛이 되어 사라져야 할 죄인들이었다.

하나 죄인들의 영혼은 소멸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건 바로 무극자의 혼원신공 때문.

혼원은 혼돈 그 자체.

그러면서 순수한 자연이기도 했다.

여기에 파천멸기가 더해졌으니.

영혼이 소멸되기는커녕 고통만 배가 됐다.

몸이 사라지지 않은 시체에는 모두 파천멸기가 남아 있는 상황.

파천멸기가 영혼의 소멸을 막고 있었다.

“……!”

구천옥으로 온 일 사자의 눈동자가 좌우로 격하게 떨렸다.

그가 가진 상식이 지금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어, 어찌 된 일인지….”

“죽은 죄인의 영혼이 소멸되지 않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저승사자들도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사자의 임무를 맡고 처음 겪는 일이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일… 사자….”

“이래서 내가 여길 오기 싫었는데.”

일 사자는 자기도 모르게 속에 있던 말을 중얼거렸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알 것 없다.”

저승사자가 묻자 그가 말을 얼버무렸다.

“죽은 지 얼마나 지난 것 같아?”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후우. 모두 긴장하고 따라와라.”

그가 표정을 잔뜩 굳힌 채 경공을 펼쳤다.

이 사자와 삼 사자가 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다른 사자들도 땅을 박찼다.

“일 사자께서 평소와 다르지 않습니까?”

“저분이 저렇게 긴장한 것도 실로 오랜만이야.”

“파천혈신이 얼마나 강하길래 저분이 저러실까?”

“무슨 소리! 일 사자께서 긴장을 하신 것으로 보이느냐? 임무를 최우선시하시기에 저리 얼굴이 굳은 것이다.”

선임 저승사자의 외침에 경공을 펼치던 일 사자가 뜨끔했다.

“그런 겁니까?”

“역시 일 사자!”

“정말 닮고 싶은 분입니다.”

후임 저승사자들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들에게 일 사자는 하늘 같은 사람.

저승사자로서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반면 일 사자는 자신을 옹호한 저승사자를 한 대 패 버리고 싶었다.

‘저, 저놈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불길했다.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저승사자가 파천혈신 앞에서 이상한 말을 지껄일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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