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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07화 (504/705)

외전 2부 6화

무극자의 회안이 번쩍였다.

[안 돼!]

염라대왕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의 직인 인장이 다시 펼쳐졌다.

이번에는 조금 더 광범위했다.

이전에 펼쳐진 직인 인장은 무극자만을 가둔 결계였다면.

지금 펼쳐진 건 신선들을 감싸는 결계였다.

하지만 쩡 소리와 함께 직인 인장이 일제히 깨졌다.

“윽!”

“억!”

“컥!

신선경 전체에 검회색의 실선이 번쩍이다가 이내 끊어졌다.

그와 함께 신선들의 몸에서 피가 일제히 솟구쳤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신선은 연아린과 개방선뿐이었다.

최상위급 신선들의 소멸.

신선계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환생조차 불가능.

1차 선계혈겁은 비교도 안 되는 대사건이었다.

“날 상대로 협박 하지 마. 수틀리면 신선계 놈들을 전부 죽여 버릴 테니까.”

무극자는 염라대왕에 대한 예우를 집어치웠다.

주경아에 대해서만큼은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그게 지옥계를 관장하는 염라대왕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두지 않았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지 못한단 말이냐!]

“그러니까 경아를 미끼로 협박하지 말았어야지. 이건 내 마지막 경고다.”

무극자가 온전히 모든 힘을 개방했다.

그의 파천멸기가 신선계를 뒤덮었다.

어둡고 짙은 검회색의 안개.

그 안에는 오직 공포와 절망만이 존재했다.

무극자의 파멸적인 패기는 지옥계인 염라전까지 닿았다.

‘탈신경 초입도 아니고 완숙! 본왕과 같은 경지로구나.’

염라대왕마저 그가 무섭고 두려웠다.

탈신경 초입이라고 여겼건만.

파천혈신의 진면목을 보니 탈신경 완숙의 경지를 밟고 있었다.

‘이를 우려해 주경아를 신선계에 들게 한 것인데 저 멍청한 신선들 때문에 일이 이 지경까지 흘렀어.’

주경아만 안전했다면 선계혈겁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

모두 신선들이 자초한 일이었다.

하나 뒷수습을 하는 건 지옥계였다.

마계가 일을 벌이면 천계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과 같다.

천계와 마계.

신선계와 지옥계.

이렇게 각자 서로의 뒤치다꺼리를 했다.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 살계를 멈추고 네가 직접 주경아를 만나 봐라.]

최상위급 신선이 모두 죽은 건 안타까운나.

신선계 전체가 피바다로 변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염라대왕은 화를 누그러트리며 한발 물러났다.

여기서 더 나갔다간 파천혈신이 신선계를 지옥으로 만들지 몰랐으니까.

“그럴 생각이었다.”

무극자가 몸을 돌렸다.

호수 물을 밟으며 전진하는 그.

그의 발이 물에 닿을 때마다 수증기가 되어 증발했다.

그가 호수를 벗어나자 그 많던 호수 물이 어디 갔는지.

거대한 웅덩이만 보일 뿐이었다.

무극자가 신선경을 내려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평화, 아니 정적.

염라대왕도 지금과 같은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최상위급 신선들을 다시 뽑아야겠구나.]

무극자가 최상위 신선만을 죽였기에 그 자리를 대체할 신선은 많았다.

오히려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

인계에서 보였던 파멸적인 행보를 생각하면 피해를 많이 본 건 아니었다.

인계 때 파천혈신이 일으킨 혈겁에 비하면 말이다.

[일 사자.]

“예… 예?”

[네가 설극을 구천옥으로 안내해라.]

“제, 제가 말입니까?”

저승사자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파천혈신의 진면목을 직접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최상위급 신선을 순식간에 도륙한 자를 안내하라니.

거절하고 싶었다.

[네가 신선계에 있지 않느냐.]

“하, 하오나… 제가 감당할 자가 아닙니다.”

[누가 너보고 설극과 싸우라고 했더냐. 그를 구천옥으로 안내만 해 주라는 것이다.]

“꼭 저야만 합니까? 이 사자도 있고, 삼 사자도….”

[그가 그토록 무섭더냐. 네가 그 정도로 겁을 먹을 놈은 아니거늘.]

일 사자란 저승사자는 무극자보다 한 시대 전의 인물.

무극자의 사부인 천극자 시대의 인간이었다.

최상위급 신선보다 강한 무공을 지녀서 무극자 앞에 자신 있게 나타났던 것.

하나 그에게 죽도록 맞고 그 기개가 꺾였다.

그것도 모자라 무극자를 아예 피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후우우. 신계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염라대왕의 한숨은 깊어만 갔다.

무극자, 파천혈신이란 단어가 나오면 항상 사건이 일어났다.

보통 일도 아니고 커다란 일.

신선계의 왕인 신선제가 있었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으리라.

아마도 파천혈신과 신선제 둘 중 하나는 죽어야만 끝났겠지.

한숨만 나왔다.

신선제가 없는 덕분에 신선계의 일까지 도맡아 했다.

이제 지옥계의 일만 담당하고 싶었다.

제발 신선제가 새로 뽑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일 적합한 인물이 있긴 하지만 그가 극구 거절하니, 이도저도 못하고. 후우우. 그가 신선제에 앉았다면 파천혈신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건만 안타깝구나.’

염라대왕은 지옥계의 있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팔대지옥을 전부 견뎌낸 자.

그가 원하기만 하면 신선제의 자리에도 앉는 것도 가능했고.

환생 또한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신선제의 자리도.

환생도 모두 거부했다.

그저 팔대지옥 안에서 벌을 계속 받길 원했다.

그가 살았던 시대에 저질렀던 일을 죽어서도 반성하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그를 생각하자 더 답답해진 염라대왕의 귀에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전 이대로 지옥계로 복귀를 해도 되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어서 설극을 따라가 구천옥으로 안내하라!]

은근슬쩍 지옥계로 복귀하려던 일 사자의 계획은 염라대왕의 호통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 * *

무극자는 신선경에서 내려와 신선계의 강에 섰다.

그의 앞에는 뱃사공이 있었다.

“파천혈신. 당신이었소?”

신선제에게만 존대한다는 뱃사공이 무극자에게 반존대를 했다.

“본좌의 기분이 좋지 않아. 앞을 가로막은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면 각오해야 할 거다.”

무극자는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다짜고짜 살수를 펼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툭 건드리면 터질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당신이라는 걸 진작 알았으면 미리 말했을 텐데.”

“용건이나 말해라.”

무극자의 시선은 신선계의 강에 꽂혀 있었다.

구천옥으로 통하는 입구.

신선이라 할지라도 이곳에 빠지면 선기를 잃을 수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틈의 차원에 갇혀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런 곳에 주경아가 빠졌다고 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냥 모두 죽였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신선경에 올라가 신선들을 죄다 죽일까 고민하는 무극자였다.

저들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무극자의 무시에 뱃사공인 소림선은 기분이 나쁠 법도 했으나 개의치 않아 했다.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소.”

되레 소림선은 자기 할 말을 했다.

“네 부탁 따위를 들어줄 정도로 본좌가 한가하게 보이나.”

“당신은 언젠가 내 부탁을 들어주게 되어 있소.”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기나.”

무극자의 눈을 마주한 순간.

소림선은 아찔했다.

가시 위에 서 있는 기분.

수 백, 수 천개의 가시가 전신을 노리며 조여오는 것 같았다.

‘이 느낌이다. 오직 천극자에게서만 느낄 수 있었던 소름. 파천혈신 이자에게서도 똑같은 느낌이나.’

그는 파천혈신 이전, 제일 강했던 무인이 떠올랐다.

천극자.

동이족 출신으로 천하제일인이라 불린 무인이었다.

그가 무림에 모습을 보인 기간은 단 2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초고수들을 모두 무릎 꿇린 시간이었다.

자신을 포함해서 모두를 쓰러트린 천극자는 홀연히 사라졌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천하제일인.

그와 아주 짧은 만남을 가졌으나.

평생을 들어 천극자만큼 경이로운 무인을 본 적이 없었다.

광승 법진.

소림제일승이기 전에 천하제일인을 논할 자.

그조차도 천극자 앞에서는 힘없이 쓰러졌다.

처참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의 격차였다.

처음에는 방심했다는 핑계로 다시 비무를 했다.

두 번째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마지막은….

‘몸을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천극자의 패기에 두려움을 느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싸우겠다는 의지를 기세만으로 꺾어 버린 천극자.

무공을 익히는 게 부질없다고 생각하게 만든 이였다.

천수를 누리며 평생을 살아도 천극자보다 강한 무인은 없을 거라 여겼다.

아니, 딱 한 명.

파천혈신이라는 희대의 마두만이 그에 필적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 있었다.

파천혈신이 천극자의 하나뿐인 제자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경악했나.

그 사부에 그 제자라는 말이 딱 떠올랐다.

‘이자만이 그 자리에 어울린다.’

소림선은 생각을 확고히 하곤 입을 열었다.

“…신선제의 자리에 앉아 주시오.”

신선제는 신선의 생살여탈권을 쥔 자.

동시에 신선들을 보호하는 수호자의 역할을 했다.

신선계의 모든 권한을 가진 자리를 무극자에게 권한 것이다.

“필요 없다.”

하나 무극자는 곧바로 대답했다.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할 법도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신선제요. 신선들의 생살여탈권을 쥔 자리.”

“그딴 자리 관심 없다. 본좌가 관심 있는 건 오직 하나. 경아의 생사 여부이다. 비켜라.”

거센 바람이 불었다.

소림선을 밀어 버리는 바람.

배와 함께 뒤로 밀려났다.

소림선이 강제로 비켜나자 무극자는 지체 없이 강으로 몸을 던졌다.

그 직후 일 사자가 나타났다.

“맙소사! 신선계의 강에 몸을 던지다니!”

말이 구천옥으로 가는 통로이지.

죽음으로 가는 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길을 잃으면 지옥의 염라대왕도 구해 주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염왕이 자신에게 길 안내를 맡긴 것인데.

“염라대왕께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지….”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그를 다시 보지 않아도 됐으니까.

일 사자는 곧장 지옥계로 복귀했다.

혼자 덩그러니 남은 소림선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주경아를 구하려면 신선제에 앉아야 할게요.”

주경아가 구천옥의 주인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소림선이었다.

그녀를 구하려면 지금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터.

파천혈신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신선제에 앉을지 아니면 그녀를 죽일지.

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후우. 신선제가 나와야만 썩어 빠진 신선계가 새롭게 태어날 터인데….”

그가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다.

“소림선, 구천옥과 내통한 신선을 잡았습니다.”

그의 앞에 대머리의 남자가 모습을 보였다.

신선계의 강 위에 발이 떠 있는 걸 보니.

경지가 상당히 높은 신선 같았다.

“이번에도 스스로 소멸을 선택했겠지?”

“그렇습니다.”

“허, 대체 어디까지 곪아 있는 건지…”

“의심되는 신선들을 더 면밀히 살펴보겠습니다.”

“네가 수고를 해야겠다.”

“별말씀을.”

남자가 사라지자 소림선이 뱃머리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마계 또한 주경아와 연관이 있다는 걸 알 날이 머지않았소, 파천혈신.”

소림선은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제 할 일을 하러 갔다.

* * *

신선계의 강 내부는 겉보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에메랄드빛 색을 보이던 강은 온통 까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

내공으로 몸을 보호한 채 어두운 공간을 계속 헤엄쳤다.

무극자는 수공 또한 일품.

수공의 대가도 혀를 내두를 만큼 헤엄을 잘 쳤다.

하나 얼마 가지 않아 숨이 막혀 왔다.

혼원신공으로 숨을 들이마셨음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다다랐다.

거기에 더해 검었던 공간이 전환됐다.

인생에서 가장 처참했던 순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게 아닌가.

그 장면을 보자 절로 흥분이 됐다.

그 때문에 숨이 더욱 빠르게 차올랐다.

고통이 전신을 엄습해 왔다.

무극자이기에 이 정도로 참을 수 있는 것.

다른 사람이었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생명의 끈을 놓았으리라.

‘경아. 당신도 이런 고통을 겪었어?’

가슴이 아팠다.

홀로 고통을 견디며 구천옥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 왔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같이 있어 주지 못한 게 한이 됐다.

‘내가 반드시 찾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반드시 그녀를 구할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를 놓은 건 한 번으로 족했다.

뒤늦게라도 찾아 평생 지켜 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무극자는 어두운 공간을 헤엄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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