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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06화 (503/705)

외전 2부 5화

“구천옥? 지금 내게 구천옥이라고 하셨소?”

무극자의 음성이 낮게 가라앉았다.

저음을 뚫고 내려간 목소리.

이에 대기가 미친듯이 요동쳤다.

동시에 살기가 신선경을 지배했다.

전의 살기는 그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듯.

신선들의 목을 옥죄였다.

“컥!”

“으어어.”

“수, 숨이….”

상위급 신선들은 선기로 대항했으나.

무의미했다.

무극자가 작심하고 발산한 살기였다.

머리끝까지 찬 분노가 뒤섞여 있으니.

신선들조차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나마 신선계에서 강함으로 손가락에 든 이들은 어찌어찌해서 버티고 있으나.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느꼈는지.

“서… 선계의 율을 발동… 하세.”

“크흡, 그러는 게 좋겠습니… 다.”

최상위급 신선들이 선기를 하나로 모았다.

그들의 몸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미친 듯 파도치던 물이.

찢어질 것 같던 대기가.

신선경의 공간이 무너지기 직전.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신선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오색찬란한 빛은 선계의 율.

신선계가 위험에 처했을 때 사용하는 결계였다.

신선들이 강해서 결계가 단단한 게 아니라.

신선계가 무너지지 않게 신계에서 율법으로 정해 놓은 것이다.

선계의 율로 인해 신선들이 이제야 안도했다.

“하아아….”

“정말 큰일 날 뻔했소.”

“전의 살기가 끝이 아니었다니.”

“정말 위험한 자요.”

신선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무극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무극자의 반응을 살폈다.

[그래.]

“경아가 왜 구천옥에 있소. 신선계도 아닌 구천옥에 말이오!”

[진정하고 들어라.]

“지금 진정하게 생겼소! 내가 신선계에 올랐을 때 이 사실을 감춘 것도 경아가 구천옥에 떨어져서요?”

무극자가 회안을 빛냈다.

방금 전 쏟아 낸 것이 최고조에 이른 살기인 줄 알았건만.

그의 살기는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염라대왕은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녀석의 살기가 본왕이 있는 지옥계까지 느껴지는구나.’

신선계와 지옥계는 완전히 다른 공간.

신선계에서 보인 살기가 지옥계까지 느껴질 일은 절대 없었다.

단 예외가 있다면 바로 탈신경에 오른 자가 발산한 기.

그들이 쏟아 내는 기는 달랐다.

신의 경지도 아득히 뛰어넘는 존재.

그들이라면 다른 신계까지 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본왕의 판단이 옳았다. 녀석의 분노를 잠깐만 감당하면 된다.’

그리 판단한 염라대왕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다.

[우선 들어라!]

염라대왕이 일갈을 터트렸다.

그의 일갈에 신선계가 다시 한번 커다란 진동을 느껴야 했다.

[주경아는 신선계에 들었었다.]

“그런데?”

[그녀가 신선계의 강에 빠져 버렸지.]

“뜬금없이? 제대로 말하시오.”

[후우우.]

염라대왕의 마음은 무거웠다.

주경아의 일은 사고였다.

그녀에게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

하필 그때 구천옥의 죄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일부분일지라도 자신의 잘못.

이제는 정말 수습해야 할 시간이었다.

[신선 중 몇몇이 그녀를 질투했다. 신선계에 들 자격이 없으면서 4대 신계의 결정에 따라 신선계에 들었으니 불만이 나온 게지.]

“설마….”

[그래. 그녀를 질투한 여신선의 실수로 신선계의 강에 빠진 것이다.]

“지금… 실수라 하셨소?”

회안이던 무극자의 눈동자가 붉게 변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살기의 질과 형태가 바뀌었다.

무형에서 유형화가 됐다.

원래라면 무형의 기가 더욱 무서운 법.

하나 무극자가 보이는 살기는 무형보다 유형이 더 강렬했다.

진득하면서도 심연 바닥에 있는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수라면 나도 저 쓰레기들을 죽여도 되겠군.”

무극자의 음성에서 분노가 사라졌다.

분노가 극에 달하니 무감정으로 바뀌었다.

역천마신지체가 힘을 드러냈다.

그의 뒤에 사람 형상을 띤 검은 그림자.

역천이 붉은 눈을 뜬 채 웃고 있었다.

-죽여라.

-죽여서 네 위엄을 세워라.

-너를 농락한 놈들을 모두 뜯어먹어라.

-힘은 역천인 내가 충족시켜 주겠다.

-넌 신도 죽일 힘을 가졌으니 네 마음대로 살육을 벌여도 된다. 뒷감당은 역천인 내가 하겠다.

무극자의 귀에 들리는 역천의 속삭임이었다.

“닥치고 안으로 들어가 있어라. 널 상대할 기분이 아니다.”

-……!

역천이 흠칫했다.

인계에선 자신에게 지배를 당했던 인간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차가운 이성을 지닌 채 일갈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더 지껄였다간 찢어 죽는 건 너라는 듯.

경고하는 모습이었다.

역천이 당황하는 사이.

무극자가 움직였다.

[네 행동을 예상하지 못한 본왕이 아니다.]

왜 파천혈신이 무림에서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그의 심기가 틀어지면 세상이 시산혈해로 변했기 때문.

그 누구도 그를 막지 못했다.

그랬기에 더욱 손은 잔인해졌고 행동 또한 가차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파천혈신은 수틀리자 신선들을 죽이려 움직였다.

신선계의 율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이다.

쿵-

염라대왕의 거대한 손이 아래로 움직였다.

그의 손에 든 하나의 인장이 책상에 떨어졌다.

그러자.

무극자의 사방에서 염라대왕의 인장이 떨어졌다.

이를 직인 인장, 또는 염라벽이라 했다.

쾅-

무극자의 주먹이 붉은 막을 강타했다.

“이게 깨지면 신선들을 모두 죽여도 되는 걸로 알지.”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붉은 막을 깨기 위해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 * *

쿵!

쿵쿵!

붉은 막은 너무도 견고했다.

무극자조차 흠집을 내는 것도 힘들었다.

“저게 직인 인장!”

“염왕의 직인 인장이오!.”

“무적의 방어막이라고 하더니 과연!”

신선들은 무극자의 입에서 자신들을 죽인다고 했을 때 얼마나 식겁했나.

신선의 체면을 버리고 도망칠까도 생각했다.

하나 천만다행으로 염라대왕의 직인 인장이 펼쳐졌다.

제아무리 무극자라도 저 무적의 방어는 깨지 못할 터.

안도감이 들었다.

“염라대왕. 이제 저자를 어찌할 생각이오?”

청성선이 염라대왕에게 물었다.

[…….]

들려오는 대답이 없자 염라대왕을 재차 불렀다.

“염라대왕?”

[…….]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대왕?”

[닥쳐라! 본왕이 너희처럼 한가한 줄 아느냐. 직인 인장을 유지하는 것도 벅찬데 왜 자꾸 말을 거는 것이냐!]

무극자가 무식하게 주먹질을 하는 듯 보이나.

그의 주먹에는 검은 기운이 희미하게 감싸여 있었다.

파천멸기와 역천의 살기.

이 두 개의 기가 섞여 있어 미친 파괴력을 보이고 있었다.

까딱하다가는 직인 인장이 무너질 상황.

집중이 흐트러지면 직인 인장이 부서지는 건 순간이었다.

염라대왕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얼마가지 않아 소리가 났다.쩍-

붉은 막에 금이 갔다.

쿵 소리가 나자.

쩌어억-

금이 갔던 곳에 더 큰 균열이 생겼다.

“헉.”

“직인 인장에 금이 갔어!”

“직인 인장은 신계의 왕이 아니면 깨지 못한다고 들었건만!?”

신선들이 기겁했다.

어느 누가 염라대왕이 펼친 기술을 파쇄할 수 있을까.

적어도 신선계 쪽에서는 전무했다.

[보고만 있지 말고 너희도 돕든지 해라!]

보다 못한 염라대왕이 신선들에게 호통을 쳤다.

염라대왕의 영향력이 닿는 곳은 지옥계.

그라도 신선계에 직인 인장을 펼치면 이는 완벽하지 못했다.

완전한 직인 인장이 아니었기에 무극자가 생각보다 쉽게 균열을 만든 것이다.

뒤늦게 신선들이 직인 인장에 힘을 보태려 했지만.

그전에 직인 인장이 깨지고 말았다.

신선들의 합류를 눈치챈 무극자가 먼저 선수를 쳤다.

“이제 너희 차례다.”

무극자가 땅을 박차고 신선들에게 쇄도하려는 그때.

[애꿎은 목숨만 거둬 갈 참이냐!]

염라대왕이 무극자를 꾸짖었다.

“경아를 신선계의 강에 빠지게 방관한 것도 잘못이다.”

무극자는 그의 만류에도 자기 뜻을 세웠다.

신선들의 시기와 질투.

자격이 된 자만이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오만으로 빚어진 일.

저들 모두에게 잘못이 있었다.

“어르신 그만해 주세요!”

연아린이 용기 있게 무극자의 앞을 가로막았으나.

“뇌군의 딸이라도 날 막는다면 죽는다.”

무극자가 그녀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연아린의 신형이 호수 인근 바닥에 처박혔다.

가차 없는 손길.

지인의 딸임에도 무극자에게는 주경아가 최우선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퍼벅퍽퍽-

무형의 칼날이 연아린의 사지에 박혔다.

“내가 허락할 때까지 거기서 움직이지 마라.”

“안… 돼요…”

무극자의 신형이 사라졌다.

신선들이 고개를 돌리며 그를 찾았다.

[공동선 조심해라!]

염라대왕의 외침에 공동선이 흠칫했다.

뒷골이 서늘하다고 느낀 순간.

푸확-

하늘이 빙빙 돌았다.

공동선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어…?”

자신이 죽은 걸 뒤늦게 인지한 공동선.

그의 몸이 서서히 투명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다음은.”

무극자가 신선들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

“아악!”

아미선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어깨가 무극자에 의해 뽑혔다.

“이 악적….”

“경아를 시기하고 질투한 여신선들은 아마도 네 쪽이겠지. 경아의 아픔을 천천히 느껴 봐라.”

무극자는 활짝 편 손으로 아미선의 얼굴을 잡았다.

그의 손으로 검은 기류가 몰려들자.

“아아악!”’

아미선이 비명을 질렀다.

신선이라도 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얼굴.

미모였다.

무극자는 아미선의 얼굴을 짓뭉개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전신 피부를 곪아 썩게 만들었다.

흉측한 모습.

신선이 아니라 최하층 빈민가에 사는, 피부병에 걸린 여자와 같았다.

“살려는 주지. 대신 평생을 그 모습으로 살아가라. 그 누구라도 널 고쳐 준다면 본좌가 그놈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놓겠다.”

무극자의 경고였다.

아미선의 상처를 고쳐 주는 이가 있다면 죽이겠다는 협박이었다.

어느 누가 파천혈신의 말을 거역하겠나.

최상위급 신선들이 저항도 못하고 죽어나가는데.

그의 말을 거스를 신선은 없었다.

그가 몸을 돌리려다가 말고.

“절름발이가 좋겠군.”

아미선의 발목을 밟아 부숴 버렸다.

“으어어…!”

아미선은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얼굴과 한쪽 팔을 잃은 것도 모자라 발까지 부서지니.

정신이 붕괴되고 말았다.

무극자가 몸을 다시 돌렸다.

그의 붉은 눈과 마주친 신선들이 부르르 떨었다.

오금을 저리게 하는 눈빛.

자신들이 최상위급 신선이라는 걸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도, 도망쳐….”

“으으으….”

“으아아아!”

무극자의 무자비한 손속에 신선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염라대왕도 직인 인장을 사용한 직후라 무극자를 막을 수 없었다.

그 자리에 있던 저승사자 일 사자는 무극자가 보여 주는 모습에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파천혈신은 무려 염라대왕의 앞에서 살육을 자행하고 있었다.

그것도 신선계에 든 지 얼마 안 된 인간이 말이다.

누가 염라대왕 앞에서 이런 만행을 저지를까.

염라대왕의 몸이 지옥계에 있다 해도 결단코 불가능한 행동이었다.

‘내, 내가 살아 있는 게 시, 신기해….’

그는 숨을 죽인 채 최대한 몸을 낮추었다.

무극자의 눈을 피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염라대왕께서 저자를 조심스러워하는지 이제야 알겠어.’

파천혈신은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니었다.

신에 필적한 사람.

이명에 ‘혈신’이라는 광오한 단어가 섞여 있는지 이해가 갔다.

그리고 신살자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일 사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사이.

무극자의 살육은 계속 되었다.

공동선, 아미선, 청성선 이후에도 몇몇 최상위 신선들이 죽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가 죽을 때까지 살육을 끝내지 않으려는 모양.

보다 못한 염라대왕이 버럭 소리쳤다.

[주경아를 보고 싶지 않은 것이냐!]

멈칫.

종남선을 죽이려던 무극자의 손이 멈췄다.

그가 반응하자 염라대왕이 대화를 시도했다.

[본왕이 널 구천옥으로 보내 주겠다. 하나, 더 이상 신선들을 죽였다가는 평생 주경아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동시에 무극자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염라대왕의 협박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다.

“내가 누군지 잊었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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