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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92화 (489/705)

제488화

순간의 정적.

이명이 들려왔다.

빛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졌다.

아무 소리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눈을 감은 채 패천이공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무극기와 파멸겁의 힘을 담은 기운이 무극자 사부의 공간을 소멸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홀로그램에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올라왔다.

[경고! 4대 성지의 금역이 크게 출렁입니다.]

[경고! 4대 성지의 금역이 충격으로 인해 틈이 벌어졌습니다.]

[경고! 4대 성지의 금역이 충격으로 인해 틈이 벌어졌습니다.]

[경고! 4대 성지의 금역이 충격으로 인해 틈이 벌어졌습니다.]

……

……

……

[경고! 4대 성지의 금역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경고! 게이트를 탈출하십시오.]

[경고! 게이트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차원 미아가 될 수 있습니다.]

[작은 주인! 위험하다!]

흑염마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오싹했다.

뒷목이 서늘한 느낌.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흑염마조의 경고에 재차 기를 느껴 보려 하는데.

‘헉!’

검기와 비슷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찰나의 순간에 심장을 노려 왔다.

사부가 자신의 공격을 파훼하고 검기를 날린 것일까.

삼 초는 양보한다면서.

무형 무음의 공격이 날아오자 당황했다.

아니, 다급해졌다.

호신강기를 펼치기엔 이미 늦었다.

공격에서 수비로 바꾸기엔 이미 무형 무음의 기운이 너무도 가까운 상황.

자신의 단단한 신체를 믿는 게 최선이었다.

쾅!

“컥!”

연이 끊기듯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가슴에 난 상처로 인해 현기증이 났다.

“푸우우웁!”

입에서 피가 한 움큼 뿜어져 나왔다.

덩어리도 섞여서 나온 걸 보니 내장 조각도 섞여 있었다.

[경고! 4대 성지의 금역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경고! 4대 성지의 금역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경고! 게이트를 탈출하십시오.]

홀로그램에는 여전히 경고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크윽….”

이준이 손목으로 입가의 피를 닦았다.

들리지 않았던 소리도.

보이지 않았던 시야도 보였다.

패천이공으로 인한 빛이 사라졌다.

저벅-

저벅-

귓가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무극자 사부가 걸어오고 있었다.

사부의 의복이 갈기갈기 찢겨 있는 게 보였다.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어.”

패천기공의 진천은 공간을 아예 일그러트리는 힘을 가졌다.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마치 블랙홀을 만난 듯.

검은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 소멸하고 만다.

패천이공의 힘 때문에 게이트 허공에는 바깥세상의 모습이 비쳤다.

굉장히 불안정한 게이트.

사부와도 추억이 있는 4대 성지의 금역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나 무극자 사부는 개의치 않은지.

자신을 향해 진한 미소를 날렸다.

“본좌가 가르쳐 준 대로 잘했구나.”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

그러면서도 진한 살기가 맺혀 있었다.

‘감히 네가 나를’이라는 느낌이랄까.

“본좌가 당황하여 공격을 가했어. 미안하군. 하지만 검날 위에 서 있는 이 기분이 좋구나. 하하하.”

무극자가 쩌렁쩌렁하게 웃었다.

그의 목소리에 게이트가 울렁였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게이트가 무극자의 웃음으로 더욱 흔들리고 있었다.

“더 해보거라 그래야지만 본좌에게서 네 세계를 구할, 큭!”

말을 하던 무극자가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그 정도면 곧바로 고통을 털어 낼 만도 하지만 여전히 심장을 붙잡은 채 멈춰 있었다.

[지금이다, 작은 주인!]

흑염마조가 이준에게 전음을 보냈다.

‘응’

[작은 주인이 사용한 패천이공에 큰 주인이 상처를 입은 것 같다.]

‘순간적인 통증 아니야?’

[잘 살펴봐!]

이준이 혼원신공을 끌어 올려 무극자를 유심히 보았다.

무극자 주변,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얇디얇은 선으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곳곳이 끊어져 있었다.

‘정말이야.’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 금역을 버리고 도망쳐.]

‘사부를 공격하는 게 아니고?’

[작은 주인이 공격하면 큰 주인이 정신을 차릴 것이다. 차라리 게이트를 폭파시키는 게 낫다. 파랑이 네 생각은 어떠냐.]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금역이 아깝긴 한데…. 주인님 목숨보다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무극자 사부님을 이기려면…. 차원 미아로 만드는 게 최선이에요.]

파랑이도 흑염마조와 생각이 같았다.

무극자는 괴물.

괜히 사신수가 요주의 인물로 지정한 게 아니었다.

인간이되 신도 죽일 수 있는 사람.

파랑이가 보기에 무극자는 신살자였다.

그런 자를 주인이 이기리란 보장이 없었다.

게이트를 터트려 차원 미아로 만드는 게 가장 쉽고 확실하게 없애는 방법이지 않을까.

[차원 미아로 만들어서 시간을 벌자.]

아직 이준은 무극자를 상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천살성의 힘을 보이지 않은 것.

그 힘만 드러내면 이준이 이렇게 밀리지는 않았을 터다.

[작은 주인, 시간이 없다!]

이준은 고민에 빠졌다.

사부는 너무도 강했다.

패천이공을 가뿐히 베어 낼 만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그 후유증으로 잠시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에 빠진 것.

상태 이상이 풀리면 답이 없었다.

패천이공도 파훼하는데 다른 무공은 써 보나 마나였다.

그나마 패천삼공이 있긴 하나.

패천삼공은 실마리만 얻었을 뿐이라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약 사부가 게이트 밖으로 나가면….’

끔찍했다.

사부의 손속은 거리낌이 없었다.

자신에 대한 미련은 하나도 남지 않았는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쓰고 있었다.

만약 사부가 게이트 밖으로 나와 무극군림보라도 밟는 날에는 서울이 초토화될지도 몰랐다.

어쩌면 쉘터에 있는 사람들이 그대로 매장당할지도 모르고.

‘절대 안 돼.’

사부를 꼭 살려 보고 싶었다.

온 정신으로 돌려 보려고 자신 또한 감정을 유지했다.

사부를 죽이겠다는 일념이었다면 이미 감정을 죽이고 싸웠겠지.

그랬다면 내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고.

천살성이 사라지면서 주고 간 힘.

감정을 완전히 죽이면 그 힘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사부와 자신 둘 중 하나는 죽게 될 거다.

어떻게든 사부를 되돌리고 싶은 생각에 그대로 싸웠는데….

더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은 주인!]

흑염마조의 외침에 이준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

그나마 차원 미아가 나았다.

사부가 차원의 틈에 갇힌다면.

언제가 됐든 찾으면 된다.

그전까지 사부를 확실히 이기기 위한 수련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목숨을 잃지 않은 거니 게이트를 폭발시키기로 결정을 내렸다.

[4대 성지의 금역(블랙존)을 폭파시키겠습니까? (Y/N)]

‘어.’

이준은 4대 성지의 금역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불의 신봉자’ 스케먼(블랙급)이 게이트를 잃었습니다.]

[‘꿈의 정원 수호자’ 페어리(블랙급)가 게이트를 잃었습니다.]

[‘천중호수의 주인’ 샤크로아(블랙급)가 게이트를 잃었습니다.]

[‘대지의 수호성’ 웨어파드(블랙급)가 게이트를 잃었습니다.]

[이들을 다른 게이트로 이주시키겠습니까? (Y/N)]

‘지옥지대 중 한 곳으로 이동’

이준의 명령어에 따라 메시지가 주르륵 나왔다.

[‘불의 신봉자’ 스케먼(블랙급)이 지옥지대로 이주합니다.]

[‘꿈의 정원 수호자’ 페어리(블랙급)가 지옥지대로 이주합니다.]

[‘천중호수의 주인’ 샤크로아(블랙급)가 지옥지대로 이주합니다.]

[‘대지의 수호성’ 웨어파드(블랙급)가 지옥지대로 이주합니다.]

금역 몬스터의 소속을 바꾸자 파랑이가 포탈을 열었다.

흑염마조와 파랑이가 포탈을 타고 밖으로 나갔다.

이준은 포탈 앞에서 몸을 돌렸다.

‘사부님.’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부를 눈에 담은 후 이내 게이트를 나갔다.

게이트에는 무극자 혼자 남게 됐다.

잠시 후, 땅이 갈라지면서 그곳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사방에서 나온 빛이 무극자를 감싸며 폭발했다.

* * *

[4대 성지의 금역이 소멸되었습니다.]

무사고 본관 건물이 통째로 날아갔다.

4대 성지 금역의 본 입구는 본관 지하의 창고였다.

그 때문에 폭발의 영향에 휩쓸린 것이다.

천만다행인 건 건물에 사람이 없었다는 점.

학생들 모두 학교 지하의 쉘터에 숨어 있었다.

“된 건가?”

이준은 폭발한 금역의 문을 보았다.

게이트가 사라지고 난 자리 그 아래에 작은 마법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게이트는 차원의 문.

복잡한 마법 술식으로 이루어진 포탈이기도 했다.

이준뿐만 아니라 흑염마조와 파랑이도 금역의 문이 있던 허공을 눈여겨봤다.

게이트에서 흘러나온 마기도.

무극자 사부의 기운도.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아아아.”

이준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준아!”

“준!”

“선생님!”

무극자 사부에게 잡혔던 특별 1반 아이들이 달려왔다.

“어떻게 된 거야?”

“네 사부란 사람은?”

“응?”

이준에게 온 아이들이 질문을 쏟아 냈다.

진경수는 예상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선생님께서 해내실 줄 알았습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은 선생님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낫다는 말이었다.

이준과 그의 사부인 무극자를 가리켜 하는 말.

자기가 생각해도 뿌듯한지.

진경수의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이준이 살아서 돌아온 것도 한몫했고 말이다.

“지랄. 한시도 쉬지 않고 불안하다고 할 때는 언제고.”

“내, 내가 언제!”

정예나의 팩트 폭력에 진경수가 말을 더듬었다.

모두가 이준을 걱정했지만 유독 진경수가 호들갑을 떨었다.

테구르와 쌍벽을 이루는 이준 신봉자가 바로 진경수였으니.

“몸은 괜찮아?”

박정연이 이준의 몸을 자세히 살폈다.

“내상을 조금 입은 것 말고는 없어.”

이준은 긴장이 탁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무언가 섬뜩함을 느꼈다.

“!”

이준의 눈이 커지자 특별 1반 학생들이 이상해했다.

“왜?”

“뭐가 있습니까?”

학생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게이트 폭발에 무너진 잔해만 있을 뿐.

사람이나 몬스터의 인기척은 없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아이들과는 달리 이준의 몸은 경직됐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주저앉으려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머릿속에 울리는 경종.

이 경종이 울렸을 때는 항상 무슨 일이 벌어졌다.

자신의 육감은 언제나 맞아 들었다.

이번에는 역대급으로.

평소와는 비교되지 않는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우욱!

공간이 찢어지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금역의 문이 있던 허공이 사선으로 갈라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반대편 사선으로 또 한 번 찢어졌다.

이를 본 이준이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당장 도망쳐!”

“……!?”

갑작스러운 이준의 외침에 아이들은 멀뚱멀뚱이 서 있었다.

대체 뭐냐는 눈치였다.

“여기서 벗어나라고!”

이준이 손을 뻗어 파멸겁을 잡았다.

쾅!

그가 앞으로 쇄도하면서 아이들을 향해 창압을 날렸다.

파멸겁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박정연을 비롯한 아이들이 뒤로 날아갔다.

‘쉽게… 끝났다 했어.’

공간을 자르는 기운은 분명 파천멸기였다.

무극자 사부가 살아 있다는 이야기.

고금제일인이 쉽게 사라질 리가 있나.

상대를 너무 얕보았다.

차원 미아로 만드는 게 가능했다면 사신수가 그토록 경계하지 않겠지.

그래도 이렇게 차원을 가르며 너무도 쉽게 빠져 나오려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둘이 이곳에 결계를 쳐 줘!”

이준은 흑염마조와 파랑이를 향해 말했다.

아이들이 4대 성지의 금역에서 아무렇지 않았던 건 모두 흑염마조가 펼친 결계 덕분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사신수 중 하나.

공격만큼은 아니나 방어 또한 준수하게 했다.

“젠장, 균열에서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해!”

이준은 다시 한번 혼원신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내상을 입었으나 억지로 내공을 운용했다.

찢어진 공간으로 달려간 그가 파멸겁을 땅에 박아 넣었다.

그 즉시 패천이공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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