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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87화 (484/705)

제483화

혼원신공의 내기가 찰나의 사이에 몸덩이를 불렸다.

몸 곳곳에 숨어 있던 기운이 일제히 밖으로 나온 것이다.

현기증이 났다.

‘윽.’

속도 울렁거렸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많은 기운이 잠자고 있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이런 기운을 봉인시키고 있었던 거지?

새삼 혼원문의 기보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것도 잠시.

생각할 겨를이 없어졌다.

순간 느낀 아찔한 감정.

단전에 모인 폭발적인 기운이 혈맥을 타고 움직였다.

파천멸기의 잔재를 싸그리 없애려는 듯.

무자비하게 치고 달렸다.

기존에 단련된 혼원신공의 내기로도 어쩌지 못한 파천멸기를.

단숨에 먹어 치우는 괴물들.

녀석들에게는 파천멸기가 그저 디저트에 불과했다.

너무도 쉽게 파천멸기의 잔재를 없앴다.

이제 이 기운을 회수하는 일만 남았다.

‘제어해야 해.’

이준은 정신을 최대한으로 집중했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됐다.

혈맥을 따라 단전으로 들어가게끔 유도해야 했다.

‘할 수 있어.’

혼원신공으로 천천히 내기를 다독였다.

자신의 뜻에 따라 기가 순환했다.

예상외였다.

내기가 자신을 너무도 잘 따랐다.

‘괜히 겁먹었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혼원반지를 뺐을 텐데.

그랬다면 파천멸기를 없애는 데 시간을 허비할 일이 없었을 텐데.

지나갔던 이틀이 너무도 아까웠다.

바다와도 같은 내기가 혈맥을 따라 순탄히 흐를 때였다.

[역천지체가 지녔던 파천멸기를 흡수했습니다.]

[마지막 조각을 얻었습니다.]

[혼원신공(SSS)이 12성에 도달했습니다.]

‘12성 대성!’

12성 직전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러나 이후 경지가 오르지 않았다.

드래곤 하트를 먹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경지였다.

대사형의 파천멸기를 흡수하니.

철벽같던 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혼원신공(SSS)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혼원신공(SSS) -> 혼원신공(측정불가]

혼원신공은 12성 대성함과 동시에 등급도 상승했다.

무려 측정불가였다.

‘대체 사부님은 어느 선상에 서 계신 거야.’

이렇게 등급이 오르는 걸 보면 무극자 사부는 이미 이 경지를 밟고 있다는 뜻 아닌가.

괴물이었다.

아니, 괴물이라는 단어로도 표현하기 민망했다.

인간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신이 강등돼서 인간의 몸으로 환생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띠링-

메시지는 끝나지 않았다.

[패천이공의 깨달음: 100%]

[앞으로 패천기공의 이공인 진천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지부진하던 패천이공의 깨달음이 10% 대에서 단번에 100% 대로 상승했다.

엄청난 보상.

패천이공은 얼마나 많은 내공을 잡아먹을까.

무한하던 내공도 패천일공의 내공 소모를 따라가지 못했는데.

그보다 더 강한 패천이공은 내공 소모가 어떨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 또한 엄청난 내공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다.

‘사부님하고 싸우기 전에 혼원신공을 대성하고 패천이공까지 얻어서 정말 다행이다.’

안도감이 들었다.

무극자 사부와 싸우려면 패천이공은 필수였다.

그 때문에 혼원문에서 자신에게 패천기공을 전수해 주신 게 아닐까.

그 의도를 알고 나니 화가 나기도 했다.

‘진정하자. 지금은 다른 생각은 접어 둬야 해.’

운공 중이었다.

정신이 흔들리면 안 되는 상태.

자칫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운공에 집중하려는데 새로운 메시지가 또 올라왔다.

[혼원신공의 효과로 패천기공의 삼공인 천살의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패천삼공? 이건 사부님이 안 가르쳐 주셨는데.’

순간!

눈앞이 밝아졌다.

그리고 나타난 하나의 장면.

무극자 사부를 둘러싼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무극자 사부는 그들을 향해 그 어떠한 무공도 펼치지 않았다.

그저 한 발자국.

걸음을 옮겼을 뿐이었다.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사부는 뒷짐을 진 채 그들의 뒤에 서 있었다.

그러자 사부에게 무기를 겨누고 있던 이들의 몸이 모래처럼 부서지는 게 아닌가.

기를 발산한 것도.

그렇다고 공격을 한 것도 아닌.

스쳐 지나간 것뿐인데 모두 죽었다.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장면이 희미해지더니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무극군림보와 비슷한 듯 달라.’

무극군림보는 패기로 적을 찍어 누르거나 죽인다.

하지만 패천삼공은 그 어떤 기운도 보이지 않았다.

마실 나가는 듯한 움직임만으로 적이 사라졌다.

기가 보이는 무공과 아예 보이지 않는 무공.

무극군림보가 유형의 무공이라면 패천삼공은 무형의 무공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패천삼공을 따라 해 보라는 뜻인가?’

이 중요한 시기에 그것도 3일하고 반나절밖에 남지 않았는데 새로운 무공을 얻게 됐다.

이 두 가지를 전부 해낼 수 있을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도 촉박했다.

‘아냐, 뭐라도 다 해 봐야지.’

이준은 운공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왜!?’

기가 역류하고 있었다.

주화입마의 단계.

혼원신공의 반지도 끼지 않아 반지의 효과도 볼 수 없는 상황.

이준은 기의 역류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역류한 기는 중단전으로 모였다.

이준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내기의 역류로 극심한 내상을 당한 것.

혼원신공이 12성 대성을 이루고 파천멸기로 인한 상처가 전부 치료가 됐었는데.

그보다 더 큰 상처가 났다.

‘…젠장!’

이준의 입가에 피가 흐르고 얼굴이 창백해지자.

[주인님 왜 그래?]

파랑이가 그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운기행공 때는 방해하면 안 된다는 말에 파랑이는 이도저도 못 했다.

흑염마조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의 곁으로 왔다.

[주화입마!?]

[주화입마가 뭐예요?]

[기운이 폭주하며 역류하는 걸 말한다.]

[크, 큰일 난 거 아니에요? 우리 주인님 어떡해요?]

파랑이가 안절부절못했다.

예전엔 이준의 몸에서 불안정한 마기가 뿜어지면 포식으로 먹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랐다.

[주화입마에 걸렸는데 왜 기운이 밖으로 분출되지 않는 거지?]

흑염마조도 이준에게 나타난 현상은 처음보는 듯했다.

흑염마조가 눈을 번들거리며 이준의 내부를 들여다봤다.

[기가 역류한 채 중단전으로 모이고 있다. 정확히는 심장 부위인가.]

흑염마조는 계속 이준의 내부를 관찰했다.

중단전에 모인 기운이 심장으로 향하는데 쌓이는 게 아니고.

둑이 뚫린 것처럼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주화입마가 아니구나.]

기가 역류하고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으니 폭주처럼 보일 뿐.

주화입마는 아니다.

그렇다고 정상적인 기의 순환도 아니고.

[음?]

흑염마조의 눈에 신기한 게 들어왔다.

이준의 심장에 맺힌 네 개의 문양.

그 중간에 색을 잃은 문양이 점점 빛나고 있었다.

[설마…!?]

흑염마조는 저 문양의 존재가 어떤 건지 대충 예상이 됐다.

[작은 주인! 기의 제어를 풀어라.]

‘크윽… 미쳤…어?’

[어서! 작은 주인이 폭주를 억누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본좌의 말을 들어 봐.]

이준은 고민에 빠졌다.

기의 제어를 풀면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폐인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흑염마조는 기의 제어를 풀란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흑염마조의 말대로 제어를 풀어야 하나.

아니면 이대로 끝까지 버텨야 하나.

정신 또한 점점 아득해지고 있었다.

이젠 버티는 것도 힘들 지경.

‘…될 대로 되라지.’

주화입마에서 벗어날 확신이 없어서 흑염마조의 말을 듣기로 했다.

기의 제어를 풀자.

혼돈의 기운이 심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엄청난 양의 내공.

대해와 같이 끝도 없는 양이었다.

한참을 역류하자 이준은 결국 실신하고 말았다.

그가 정신을 잃으니.

혼돈의 기운이 오히려 좋다고 심장으로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역시! 내 예상이 맞군. 작은 주인의 몸에 마력 회로가 만들어지고 있어.]

내공을 사용하는 이준의 혈맥에 마력 회로가 덮어씌워졌다.

마력이 지나갈 수 있게 코팅이 됐다고 해야 하나.

그 때문에 혼원신공의 내기가 심장으로 들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작은 주인의 가슴에 새겨진 다섯 개의 속성 중 회색을 띠는 건 혼원신공의 마력이겠군.]

저 과정이 잘만 끝난다면 각성자 최초로 내공과 마력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자가 될 터다.

그로부터 반나절이 더 흘렀다.

[드래곤 하트의 마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혼원신공의 내공이 할 일을 다 하고 소멸되었습니다.]

[심장에 마나 하트가 완전히 둥지를 틀었습니다.]

[더불어 마력 회로가 생겼습니다.]

[지금부터 고유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

기절한 이준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역류했던 기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바닥에 내려놨던 혼원반지가 허공에 둥실 뜨더니 이내 이준의 약지에 저절로 끼워졌다.

* * *

“아이고 우리 주인님 어찌합니까요. 아직도 안 일어나고 계십니다요.”

테구르가 이준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4대 성지의 금역 몬스터들이 전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주인님은 강하신 분이다. 걱정하지 마.”

“그래요. 테구르님. 주인님은 반드시 일어나실 거예요.”

샥쿠와 로티틸의 위로에도 테구르는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을 때.

“으음….”

기절한 이준이 깨어났다.

“주, 주인님! 괜찮으십니까요.”

“무, 물.”

“여기 대령했습니다요.”

테구르가 재빠르게 냉수를 내밀었다.

이준은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캬아. 이제야 살 것 같네. 고마워.”

“흑흑. 전 주인님이 죽는 줄 알았습니다요.”

테구르는 참 감성적이었다.

쥐 같이 얍샵하게 생긴 것만 아니면 딱 좋은데.

“난 괜찮아.”

“예예. 정말 다행입니다요.”

이준은 한동한 테구를 다독여줬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의 몸을 살폈다.

천근같이 무거울 줄 알았던 몸이 너무도 가벼웠다.

“휴우. 다행이다. 내공은 그대로 있네. 그런데 양이 조금 준 것 같은데.”

그토록 무한하던 내공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자신이 인지할 정도면 많은 내공이 빠져나갔다는 뜻.

굉장히 아까웠다.

현대 사회에서 내공은 돈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폐인이 안 돼서 그나마 다행이기도 했다.

[축하한다. 작은 주인.]

“뭘 축하해? 폐인이 안 된 거 아니면 내공이 줄어든 거?”

[아직 모르나 보군. 내부를 관조해 봐.]

“했는데?”

[정확히 관조를 안 하니 말이 뾰족하지.]

“무슨 소리야.”

이준이 다시 내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하단전에서 중단전, 가슴으로 내기가 지나가는데.

‘응?’

이상함을 느꼈다.

이질적인 기운이 따라오는 것 같았다.

그 기운은 중단전에서 또렷하게 느껴졌다.

‘마력이 왜?’

심장에 자리만 잡고 있었지, 마력 회로가 없어 사용하지 못하는 힘이었다.

한데 어떻게 마력이 움직이는 걸까.

내부를 더 면밀히 관찰하자.

‘헉! 마력 회로가 생겼어?’

내공과 더불어 마력이 함께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생겨났다.

기절해 있다가 일어났더니 기적이 일어나 있었다.

이준은 관찰을 멈추고 황급히 메시지 창을 띄웠다.

[드래곤 하트의 마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혼원신공의 내공이 할 일을 다 하고 소멸되었습니다.]

[심장에 마나 하트가 완전히 둥지를 틀었습니다.]

[더불어 마력 회로가 생겼습니다.]

[지금부터 고유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쳤네.”

일시적인 영약 효과를 내려고 먹었던 게 마나 하트를 생성하다니.

천운이었다.

이준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마력을 끄집어냈다.

심장 부위에서 맹렬히 도는 서클.

자연경에 있는 이준이 마력을 뽑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마력을 운용합니다.]

[회색의 마력이 불의 속성을 만들어 냅니다.]

화르륵-

이준의 손에 회색 불꽃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불꽃이 사라지고 회색 액체가 손에서 요동쳤다.

다시금 액체가 증발하며 바람이 되기도 하고, 초록빛이 되기도 했다.

“이제 나도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네?”

[마법서도 없으면서. 마법이 있다 한들 지금은 의미 없다. 우선 작은 주인이 잘하는 무공에나 집중해.]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이준이 마력을 집어넣었다.

마력은 그저 보조적인 힘.

자신의 주 힘은 내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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