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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86화 (483/705)

제482화

“제자가 어찌 감히 사부를 불경한 눈으로 본단 말이냐!”

무극자의 일갈이 터져 나왔다.

“흡!”

이준은 혼원신공을 사용해서 몸을 보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무극자의 사자후는 내공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뇌가 흔들리고 내기는 엉망진창이 됐다.

혼원신공이 아니었다면 이미 기절하고도 남았으리라.

털썩.

이준을 제외한 모두가 쓰러졌다.

고작 일갈만으로 수천 명이나 되는 인원이 기절하고 만 것이다.

SS급 각성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정연과 박혁진, 검제와 괴개 등.

모두가 정신을 잃었다.

이곳에 서 있는 사람은 오직 둘.

이준과 무극자뿐이었다.

“본좌가 잘 키운 보람이 있군. 허나!”

쿵-

무극자의 발이 땅을 때렸다.

이준의 무릎이 속절없이 굽혀졌다.

현재 그는 무한하던 내공이 바닥난 상황.

천주와 싸운 직후라 내상도 있었다.

그런 상태로 무극자의 무극군림보의 영역에 든 것.

대항할 여력이 없었다.

“끄으윽….”

그제서야 이곳에 서 있는 사람은 무극자 단 한 명이 됐다.

“아직은 목을 뻣뻣이 들 자격이 없다.”

무극자에게서 흘러나온 위압감이 이준을 짓눌렀다.

무릎을 꿇린 것도 모자라 허리까지 숙이게 만들려는 생각이었다.

이준의 허리가 꺾이려는데.

“흠.”

이준이 격렬하게 저항했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허리였다.

무극자는 그를 유심히 보았다.

“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무극자가 기세를 갈무리했다.

이준을 압박하던 중압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악… 하악….”

그가 거친 숨을 토했다.

얼굴에선 땀이 비 오듯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때 무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이 필요할 것 같으냐.”

“…하악… 하악….”

무극자는 이준이 숨을 고를 때까지 참고 기다려 주었다.

이 장면만 보면 영락없이 예전의 무극자였다.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이준이 곧바로 대답했다.

“뭐를요?”

“본좌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시간 말이다.”

“사부와 싸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이틀 정도면 되겠느냐.”

“턱없이 부족해요. 적어도 한 달은 주세요.”

“불가.”

“괴물 같은 사부를 이기려면 저도 단단한 준비가 필요….”

퍽-

어디선가 수박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기절한 각성자 수십 명의 몸이 허공으로 올라와 폭죽 터지듯 죽었다.

“무슨 짓이에요!”

“일주일 주겠다. 단 1초라도 늦는다면.”

무극자 사부의 손이 움직이자 허공에 한 사람이 둥실 떴다.

박정연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박혁진과 한지유, 특별반 아이들이 차례대로 올라왔다.

“한 명씩, 네가 보는 앞에서 차근차근 죽여 주마.”

“알았으니까 놓아주세요!”

“그럴 수 없지. 네가 본좌에게 올 때까지 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겠다.”

무극자가 몸을 돌렸다.

그의 앞에 하얀색 게이트가 생겼다.

“혼원문에서 기다리지.”

무극자가 마지막 말을 남긴 뒤 특별 1반 아이들을 데리고 게이트로 사라졌다.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굉장히 고요했다.

“사부는 내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애들을 인질로 잡았어.”

[지독하군.]

“내가 사부를 이길 수 있을까?”

자신 없었다.

사부에게서 벽을 느꼈다.

혼원문에서 패천기공을 보여 주었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눈앞에 거대한 산이 있는 듯.

자신의 등급과 경지가 부질없어 보였다.

머릿속으로 사부와 싸우는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았지만.

필패.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해내야만 한다. 작은 주인이 포기하면 저 아이들의 목숨도 끝이야.]

지금의 사부라면 충분히 아이들을 죽이고도 남을 터.

조금 전에 보았듯이 손을 쓰는데 거침이 없었다.

사람의 목숨 따위는 파리보다 못해 보였다.

변한 사부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뭐든지 할 것만 같았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보자.”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사부를 이겨야만 했다.

[본좌도 옆에서 도와주겠다.]

[파랑이도!]

쓰러진 사람들 사이로 파랑이가 튀어나와 어깨에 앉았다.

이준은 파랑이의 발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고마워.”

자신에게는 지켜야 할 이들이 많았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었다.

최종 보스가 사부라고 해도 말이다.

* * *

기절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일어났다.

“으음….”

“괜찮으세요?”

몸을 힙겹게 일으켜 세운 검제에게 이준이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오?”

“정신을 잃으셨어요.”

“그자의 일갈에 말이오?”

“네.”

“허.”

검제가 헛웃음을 지었다.

고작 일갈에 SS급 각성자가 기절했다.

누가 이 사실을 믿겠나.

직접 겪어 본 검제도 어이가 없는데 제3자는 그저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자는 어디에 있소?”

“다른 곳으로 갔어요.”

“어디로 말이오?”

그때였다.

“태상 가주! 혁진이와 정연이가 안 보입니다.”

제왕단주가 달려와 검제에게 급히 보고했다.

철혈검가뿐만이 아니었다.

“가주님! 지유 아가씨가 사라지셨습니다.”

“예나와 예은이는 어디에 있느냐.”

신기지가와 만독암가를 비롯한 모두가 아이들을 찾았다.

소란스러워지자 이준이 그들에게 말했다.

“애들은 인질로 잡혀갔어요.”

“이, 인질?”

“누가 데리고 갔단 말이오?”

“그 파, 파천혈신이란 자입니까?”

“네.”

가주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검제가 이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째서 아이들을 인질로 잡아간 것이오. 혹, 파천자와 연관이 있소?”

“네….”

이준은 그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자신 때문에 일어난 상황.

인질로 잡혀간 이들의 부모이기에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지 몰랐다.

하필 인질로 데려간 사람이 자신의 사부인 것도 한몫했고 말이다.

“대화를 들어 보니 파천자는 그자를 사부라고 칭하던데….”

“그분이 제 사부님이세요.”

“헉!”

“그러니, 저렇게 강할 수밖에.”

가주들은 이준의 강함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토록 강한 사람이 사부인데 제자가 약할 리가 있나.

그런데 왜 균열에서 모습을 드러냈는지가 의문이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지만 다들 입을 다무는 게 좋겠어.]

[잘생각했다 춘식아 파천자도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야.]

검제와 괴개가 전음을 나누었다.

두 사람도 궁금한 게 많지만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파천혈신이란 자가 나타났을 때 보인 이준의 반응.

그가 동요한 걸 처음 보았다.

그 어떤 고난에도 웃으면서 상황을 맞이했던 이준이.

파천혈신을 보자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것이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그랬을까.

이준과 파천혈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듯했다.

[하니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모두 명심하거라.]

검제와 괴개는 가주들에게 전음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미야와키 칸나.

아니, 요화 은서단이 불쑥 나왔다.

“저, 정말… 그자가 파천혈신이야?”

“네.”

“말도 안 돼! 그자는 천주에게 죽었어….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저도 혼란스러워요.”

“파천혈신이 살아 있다는 걸 너도 몰랐다는 말이야?”

“전혀 몰랐어요.”

“아…”

은서단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두려워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가… 살아 있었다니… 멍하니 있다가 그에게 죽을지 몰라.”

얼마나 무서웠는지 은서단은 미야와키 칸나의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다.

칸나가 은서단을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는 영영 밖으로 안 나오려는 듯.

소통의 문을 닫아 버렸다.

이준은 은서단을 이해했다.

무극자 사부를 겪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녀처럼 행동했으리라.

사부는 무림에서 공포로 군림한 존재였으니까.

“여러분의 싸움은 끝났어요. 모두 가문으로 돌아가세요. 애들은 제가 꼭 구할 테니 기다려 주세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오?”

검제의 물음이었다.

“사부님은 저와의 싸움을 원해요. 여기부터는 저 혼자만의 싸움이니 여러분은 가문의 정비에 힘을 쓰시면 됩니다.”

“우리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

“저 진병철은 파천자 님을 위해 목숨도 바칠 각오가 됐습니다.”

“자네도 그런가. 나 또한 마찬가지야.”

혈마 류한길도 힘을 보탰다.

“말씀만 감사히 받을게요. 조야 네 게이트로 가자.”

흑염마조가 게이트를 열었다.

4대 성지의 금역 몬스터들이 차례대로 게이트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이준이 들어가기 전 가주들을 향해 말했다.

“일주일만 기다리시면 아이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남기곤 게이트로 사라졌다.

“파천자께서 억지로 웃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진병철은 제 자식 걱정은 안 하고 이준을 안쓰러워하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런 씁쓸한 표정을 하는 건지….”

“제 예상이긴 합니다만.”

한지웅이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쏟아졌다.

“파천혈신이란 사람은 천외천의 최종 보스가 아닐까 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파천혈신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각성자 전원에게 경고의 메시지가 떴습니다.”

“천외천이 나타날 때도 경고 메시지가 뜨긴 했지.”

“그 경고 메시지는 균열 너머 블랙급 존재들이 나타날 때만 오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천외천과 파천혈신의 공통점이라… 그래서 같은 편이라 생각한 건가?”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일리 있는 말이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진병철이 순수하게 질문을 했다.

“파천혈신이 천외천 소속이라면 저희의 대적인데 파천자 님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대적인 천외천과 파천자가 연관 됐다라… 소설 쓰기 딱 좋겠어.”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매우 골치 아파지겠습니다.”

“제 추측이니 너무 깊게들 생각하지 마십시오.”

“전 단순하게 생각하겠습니다. 여태껏 파천자께서 저흴 도와준 게 얼만데 여기서 등을 돌릴 순 없지요.”

“자네는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 난 애초에 들은 게 없네.”

류한길이 귀를 후비며 대답했다.

“다들 입단속 철저히 하시길 바라오. 우리 마벽에서 말이 샐 리는 없을 거요.”

“흥. 만독암가도 걱정할 것 없다. 만약 이 일이 입에 오른다면 내가 혈수로 만들어 줄 터이니.”

그동안 이준이 쌓아 왔던 신뢰 관계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모두가 이준의 정체에 대해서 숨기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부상자들을 부축하여 가문으로 돌아갔다.

이후 폐허가 된 서울의 도시 정비 작업 인원을 짜서 파견하는 등.

가주들은 일에 몰두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질로 잡혀간 자식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으니까.

* * *

제25 지옥 지대 ‘흑염의 거처’

이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혼원신공을 돌리고 있었다.

무극자와 약속을 한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천주와 싸워 생겼던 상처가 아직도 다 아물지 않았다.

‘파천멸기, 정말 지독하네.’

혼원신공의 내기가 움직이며 파천멸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혼원신공이 조금씩 조금씩 파천멸기를 분해하며 먹어 치우고 있으나.

마지막 남은 기운이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파천멸기를 흡수하지 못하면 내공을 돌리기 어려웠다.

남은 파천멸기가 내공의 순환을 방해하고 있었으니까.

반나절이 더 흘렀다.

정말 막바지 단계.

내부에 뭉쳐 있는 파천멸기를 흡수하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혼원신공의 내기를 응집시켜서 뾰족한 창을 만들었다.

‘지금이다.’

파천멸기의 잔재를 향해 혼원신공을 한꺼번에 풀었다.

응집된 창이 파천멸기를 과감하게 들이박았다.

인상을 찌푸린 이준.

내부에서 느껴지는 충격이 전신으로 느껴진 탓이었다.

집요하게 파천멸기를 노렸으나.

‘이 정도의 힘으로도 파천멸기를 없애지 못했어.’

이준은 다급해졌다.

시간이 점점 흐르고 있었다.

이러다 몸을 치료하는데 시간을 전부 허비하고 말 것이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긴 하지만….’

위험했다.

자연경에 드니 혼원반지가 경고해왔다.

반지를 빼면 큰일이 일어날 거라고.

이를 느낀 이준도 쉽게 혼원반지를 빼지 못했다.

‘내가 넘치는 힘을 제어할 수 있을까?’

혼원반지는 두 가지 효과가 있었다.

첫째, 착용자의 폭주는 막는 효과.

두 번째, 포화된 힘을 구석으로 보내 잠들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혼원반지를 빼면 그동안 잠자던 힘이 밖으로 뛰쳐나올 터.

그 거대한 힘을 통제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반지를 빼서 뭐라도 시도해 보는 게 나아.’

고민은 짧았다.

결정을 내린 이준이 호흡을 멈추고 왼쪽 약지에 낀 혼원반지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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