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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76화 (473/705)

제472화

내공 대결을 끝낸 이준은 파멸겁을 말아 쥐었다.

화르륵-

창신을 타고 흑염이 나타났다.

이준은 흑염이 둘러진 창으로 허공을 찔러 갔다.

무극창법 1식 환영살.

하늘에 창강의 그림자가 수놓아졌다.

“백영창법이군.”

진무열이 흑룡포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리곤 허리 뒤에서 하나의 도를 꺼냈다.

역룡도.

무림십대기보에 속한 마병이었다.

도갑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역룡도의 도신.

검붉은 기운이 도신을 휘감았다.

도강을 만들어 낸 진무열의 도가 휘둘러졌다.

쾅-

천지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진무열의 도강이 환영살을 무참히 박살 냈다.

주변의 땅이 뭉개졌다.

마치 싱크홀이라도 생긴 듯.

짐승이 할퀸 자국과 함께 거대한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이준은 창을 쥔 손이 저릿한 걸 느꼈다.

‘압박감이 심하네.’

고작 한 번의 격돌이었다.

내공 대결에서의 기 싸움과는 전혀 다른 느낌.

그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기운이었다.

하나 지금은 자신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게 아닌가.

‘저 도법도 처음 보는 무공이야.’

이준의 작은 찡그림을 알아차렸는지.

진무열이 그를 보며 말했다.

“파군용륜도라는 도법이다. 본좌가 만들어 낸 도법이지. 많이 놀란 모양이구나.”

‘새로운 도법이니 내가 모르지.’

이준이 혼원신공이란 무공을 계승했을 때부터 세상은 변했다.

나비 효과.

빠르게 변하든, 느리게 변하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요소가 변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천외천.

그들은 과거보다 한 단계 더 강해져 있었다.

과거엔 연관이 없었던 사람들과 연관이 되어 있기도 했고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천주도 마찬가지.

과거의 천주는 파군용륜도를 익히지 않았다.

대신 드래곤 하트를 취했다.

지금은 어떤가.

드래곤 하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고, 천주는 파군용륜도라는 새로운 무공을 들고 나타났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함은 덤이었다.

“모르는 무공이라 당황스럽긴 하네요.”

이준은 혼원신공으로 흔들리는 내기를 안정시켰다.

그리고는 파멸겁을 고쳐 잡았다.

그의 행동에 진무열의 입매가 비틀렸다.

“아직도 본좌를 무시하는 건가. 백영창법이 아닌, 무극기공으로 상대해라.”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쿵-

이준이 땅을 박찼다.

진무열에게 쇄도하는 신형.

이준의 잔영이 생겼다.

그는 곧바로 무극창법 후반부 2초식인 진환을 펼쳤다.

진환은 공간을 지배하는 무공.

신속의 극의에 있는 무공이었다.

극신속의 무공이 전개되니 진무열도 이준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곧바로 찾을 수 있었다.

“어림없다!”

진무열이 도를 사선으로 그었다.

이준이 모습을 보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서걱-

진무열의 도에서 살을 베는 소리가 났다.

그는 다시 한번 도를 움직였다.

이번에는 왼쪽.

도를 쥔 진무열의 손목에 힘이 들어갔다.

파천멸기를 담은 도가 왼쪽 허공을 가르자.

쾅!

파멸겁의 창대와 도신이 부딪혔다.

“큭!”

이준의 입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움직임을 진무열에게 전부 간파당했다.

그 탓에 오른쪽 허벅지가 도에 베였다.

방금은 왼쪽 옆구리가 베일 뻔해서 공격을 회수하고 창으로 간신히 도를 막은 것.

파천멸기가 담긴 도에 허벅지를 베일 때 내상을 입었다.

그리고 공격에서 방어로 전환할 때.

내기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무리를 하자 내공이 역류했다.

“아직 경험이 미흡하군.”

이준이 내상을 입었다는 걸 인지한 진무열이 지체하지 않고 다음 공격을 이어 갔다.

“용아라는 초식이다. 이것도 막아 보아라.”

진무열이 역룡도를 역수로 쥐었다.

도신을 타고 흐르는 파천멸기가 한 점에 모인 순간!

역룡도를 땅에 박아 넣었다.

대지를 타고 흐르는 파천멸기의 기운들.

이준이 손목으로 입가의 피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무극창법으로는 상대가 아예 안 되네.”

이준도 파멸겁을 바닥에 박아 넣었다.

흑염이 사라지고 성화가 타올랐다.

성화가 하늘 높이 솟으며 주변으로 결계를 만들어 갔다.

파멸겁을 내려놓은 이준이 혼원신공을 운용했다.

웅웅-

대기가 진동했다.

돌과 무너진 건물의 잔해물이 중력을 거스르고 허공에 떴다.

“이제 무극기로 상대해 드리죠.”

이준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감정이 없는 음성.

장난기 가득하던 눈빛은 어느새 공허하게 변해 있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무열이 날린 날카로운 기운이 바닥을 할퀴고 지나갔다.

수십 가닥의 기운들.

그그그극!

마치 짐승이 바닥에 손톱자국을 남기는 것 같았다.

손톱자국은 이준을 피해 갔다.

이준의 주변을 보호하는 막이 날카로운 기운을 튕겨 낸 것이다.

진무열도 이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감정이 메말라졌다고 해야 하나.

“이제 제대로 할 마음이 생긴 것 같군. 어디 그 잘난 무극기공을 본좌에게 펼쳐 보….”

핏-

“…거라.”

진무열의 볼이 베였다.

상처 부위에서 피가 한 방울 흘러내렸다.

진무열이 손으로 상처를 만졌다.

손가락에 피가 묻어 나왔다.

붉은 피.

정말 오랜만에 보는 피였다.

진무열의 눈동자에 희열이 비쳤다.

“이게 무극기공의 진정한 힘이냐.”

“저도 잘 몰라요. 사람을 상대로는 진지하게 펼쳐 본 적이 없어서 말이죠.”

회색의 기운이 이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남들 눈에는 그저 내공을 발하는 모습처럼 보이나.

진무열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온몸이 날카롭게 벼려 있었다.

전신이 무기화되어 있다랄까.

파천멸기를 몸에 두르고 공격을 할 때와 똑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오만한 말이구나. 어디 그럼 본좌에게 마음껏 펼쳐 보거라.”

“그러죠.”

이준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그럴 때마다 회색의 아지랑이가 자연스럽게 따랐다.

활짝 펼쳐진 손바닥이 오므려진 순간!

콰직-

진무열의 옆 허공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그와 동시에 진무열의 눈동자가 커졌다.

몸을 비틀지 않았다면 신체 한 짝이 떨어져 나갔으리라.

진무열은 근 100년 만에 파천혈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긴장감을 느꼈다.

* * *

그 시각.

박혁진은 삼마존과 이마존을 상대하고 있었다.

삼마존의 도는 깃털처럼 가벼운 듯.

박혁진의 검을 연신 두드렸다.

“뇌전검왕의 무공을 가지고 고작 이것밖에 못 하는 것이냐!”

마존들이 전장에 합류하니.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을 당했다.

몬스터를 도륙하고 천외천의 무인을 압박하던 철혈검가와 페어리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게 바로 SS급 각성자의 위력.

박혁진과 박정연이 마존들에 의해 전장에서 이탈하니 전력에 공백이 크게 생긴 것이다.

깡!

까가가강-

삼마존의 도가 박혁진의 천월을 두 동강 내려고 강하게 부딪혀 왔다.

“으음….”

박혁진이 신음을 흘렸다.

삼마존의 도에서 뿜어지는 지독한 마기.

파천멸기가 뇌신공의 흐름을 자꾸 방해했다.

그뿐만 아니라.

“날 잊은 건 아니겠지?”

삼마존의 도와 함께 이마존의 검강도 함께 날아들었다.

서걱!

박혁진의 팔이 이마존의 검에 베였다.

깊게 난 상처에 교복이 피로 물들었다.

무사고의 교복은 마정석으로 만든 특수한 옷.

A급의 아티팩트보다 훨씬 좋은 방어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마존의 검에 의해 교복이 찢어졌다.

두 마존의 합공에 박혁진이 수세에 몰렸다.

“주군, 혁진이가 위험합니다!”

“나도 알고 있네.”

푸확-

검제가 제왕검형으로 천외천의 무인을 죽이면서 대답했다.

그도 빨리 손자와 손녀가 있는 곳으로 합류하고 싶었지만 적이 허락해 주지 않았다.

죽여도 죽여도 줄지 않는 몬스터들.

길을 뚫었다 싶으면 그 자리를 다른 몬스터가 채웠다.

검제가 검을 휘두르며 고개를 돌렸다.

‘영섭이는 지원을 가도 도움이 안 돼.’

검왕의 등급이 S급에 올랐다고 하지만 마존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손자와 손녀의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

검제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페어리왕이라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로티틸은 적진 한복판에서 활개를 치고 있었다.

페어리들을 이끌며 몬스터와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거기다가 광역 회복으로 철혈검가와 페어리를 치료하니.

전장에서 빠진다면 전력 공백이 더 심하게 날 것이라 판단했다.

“주군! 저희 제왕단이라도 혁진이를 돕겠습니다.”

“아니 되네.”

제왕단 또한 빠지면 안 된다.

현재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이대로 계속 싸워야 했다.

누구 하나 손자와 손녀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

굉장히 답답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잘 해낼 게야. 아이들을 믿는 수밖에 없네.”

힘의 균형이 깨지면 철혈검가의 각성자들은 전멸할지도 모른다.

아군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이 정도의 균형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이대로 계속 싸우는 것만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늑대 울음소리?

아니 여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삼마존은 박혁진의 목을 취하기 위해 도를 내리치고 있었다.

그 사이를 작은 생명체가 파고들더니 열 개의 꼬리로 도를 막았다.

뒤로 멀찍이 튕겨 나간 삼마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찮은 미물 따위가 내 도를 튕겨 내?”

삼마존은 자존심이 상했다.

아니, 치욕스러웠다.

인간도 아닌, 강아지처럼 생긴 동물이 파천멸기가 실린 도를 쳐 낸 게 아닌가.

다른 마존들이 봤다면 잔뜩 비웃음을 당할 일이었다.

[역겨운 마기 치워.]

미물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물에 속한다 이건가?”

삼마존의 도가 진동했다.

마기를 가득 머금은 도가 파랑이를 베어 갔다.

파랑이의 몸이 푸르게 타올랐다.

냉기가 뿜어지더니 앞에 단단한 얼음벽이 생겨났다.

쾅!

그 얼음벽은 삼마존의 도강에도 끄떡없었다.

“이럴 수가!”

삼마존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물로 보이는 동물에게 공격이 막혔다.

음양쌍두사나 독각화망, 묵린혈망도 자신의 공격을 막지 못할 건데.

주먹만 한 동물이 가볍게 막으니 충격을 받은 것이다.

삼마존이 놀라는 사이.

얼음벽이 그를 둘러싸며 가둬 버렸다.

[로티틸, 혁진이 치료 좀 부탁해.]

“네! 파랑 님.”

로티틸이 멀리서 요정의 꽃가루를 날렸다.

꽃가루가 박혁진의 상처에 앉자 벌어졌던 피부에 살이 차올랐다.

파랑이의 등장에 페어리가 환호했다.

“오오, 금역의 종주께서 나타나셨다!”

“절대종께서 우리를 도와주러 오셨어!”

[페어리의 환희에 추가 능력치가 부여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50% 상승합니다.]

파랑이의 등장만으로 얻은 효과였다.

[혁진. 이 녀석은 내가 상대할게.]

“누구?”

[나야 나. 파랑이.]

“파…랑이?”

[응. 내가 왔으니까 안심해. 주인님이 너흴 도와주라고 했어.]

파랑이는 이준 말고 처음으로 인간과 이야기를 나눴다.

“고, 고마워.”

파랑이는 치열하게 싸우는 박정연에게 시선을 주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녀석은 삼마존을 무시한 채 이마존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마존의 검이 파랑이에게 휘둘러졌지만.

파랑이의 움직임은 전광석화였다.

쥐새끼처럼 요리조리 잘 피하자 이마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마존이 검기를 마구 뿌려 대며 파랑이를 잡으려 했지만.

녀석의 얼음벽에 검기가 죄다 막혀 버렸다.

삼마존도 자기 앞에 생긴 얼음 감옥을 간신히 깨고 나서야 박혁진을 볼 수 있었다.

“감히 나를 우롱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삼마존의 분노에도 박혁진은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었다.

귀여운 인형이 말까지 하니.

펫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되살아난 것이다.

“준이 이 나쁜 놈, 나도 저런 펫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박혁진도 어지간히 또라이인 듯.

그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도 몬스터를 키우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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