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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71화 (469/705)

제467화

박정연과 박혁진은 철혈검가 진영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과 함께 온 몬스터를 보자 철혈검가의 각성자들이 검을 겨누었다.

몬스터에게서 흘러나온 마기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아니, 그걸 떠나 너무 위험해 보였다.

철혈의 각성자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한껏 긴장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대치하자.

“아군이에요. 검을 거두세요.”

박혁진이 중재했다.

하지만 철혈의 각성자들은 여전히 검을 겨누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검제가 나왔다.

“그 몬스터는 무어냐.”

“준이가 지원해 준 병력이에요.”

“파천자가 지원해 준 병력이라고?”

검제의 시선이 로티틸에게로 향했다.

로티틸은 배에 손을 얹고는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주인님의 명을 받고 합류한 로티틸이에요.”

“요정왕 님. 저런 인간들에게 고개를 숙이실 필요가 있습니까.”

달빛의 지배자, 펠리아스가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말하자 로티틸이 기겁했다.

“펠리아스! 무슨 그런 소리를 하세요!”

“하찮은 인간에게 인사를 하는 건 페어리의 위신을 떨어트리는 행동입니다.”

“주인님도 인간이에요.”

“그분은 하늘의 존재. 저런 하찮은 인간과는 격이 다르신 분입니다. 그분 말고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큰일 날 소리 하지 마세요.”

갑자기 페어리끼리 말싸움이 시작됐다.

검제와 박혁진, 박정연은 페어리를 말리지 못했다.

이곳에 있는 페어리의 등급은 죄다 블랙급 기운을 지니고 있으니.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준이 지원해 준 병력이라고 하니 몬스터들끼리 알아서 잠잠해질 거라 생각했다.

내분을 일으키는 몬스터를 이준이 지원해 줄 리 없다고 여겼으니까.

“그래도 아닌 건 아닙니다.”

“펠리아스 귀 좀 주세요.”

달빛의 지배자 펠리아스가 허리를 숙여 로티틸의 얼굴 앞에 귀를 가져다 댔다.

“저분들이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예요.”

“하찮은 인간 아닙니까.”

“테구르 님이 펠리아스의 말을 들었다면 기겁했을 거예요. 저희가 따라온 저분 있죠?”

로티틸이 박정연을 가리키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분이 주인님 신부 후보라고 테구르 님이 말씀하셨어요.”

“에엑! 저, 정말입니까!?”

펠리아스가 화들짝 놀라 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삑사리까지 내었다.

“저분은 정연 님의 할아버님이 되시니 주인님께는 웃어른이 될 수 있단 말이에요.”

“이, 이럴 수가!”

“펠리아스가 얼마나 큰 실수를 한 건지 아셨죠?”

“정말… 몰랐습니다.”

“그러니 어서 사과하세요. 혹여나 주인님께서 이 사실을 알면 엄청 화를 내실 거예요.”

“아, 알겠습니다.”

펠리아스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검제의 앞에 선 그가 대뜸 무릎을 꿇고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제가 어르신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허.”

검제는 이 상황이 어이없고도 웃겼다.

몬스터의 대화를 모두 들었기 때문.

인간을 하찮게 생각하는 게 여실히 드러났는데.

제 주인과 연관이 있다고 하니 바로 꼬리를 내리는 게 아닌가.

그것도 블랙급 몬스터가 말이다.

‘파천자는 정말….’

미스터리한 인물이었다.

전설의 동물인 주작과도 아는 사이에 블랙급 몬스터를 수하로 뒀다.

이런 각성자가 있었던가.

칠십 평생을 살았지만 이준과 같은 인물은 처음 보았다.

몬스터들이 이준을 향해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그는 블랙급 몬스터도 한줌에 혈수로 만드는 무공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것과 별개로 몬스터의 행동이 신기했다.

이준에 대한 존경과 경외.

인간을 하찮게 여기는 몬스터가 인간을 존경한다는 게 어처구니없었다.

“일어나시게.”

“용서해 주실 때까지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허허, 다 용서했네. 몬스터와 인간의 생각이 다른 것으로 생각하겠네.”

검제가 존중 어린 말을 해 주자 펠리아스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훌륭한 분인 줄도 모르고 제가 무례를 범했군요. 저희 주인님이 선택한 집안의 어르신다운 아량입니다.”

“허허. 그리 보이는가.”

“훌륭한 인품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괘념치 마시게. 그보다 우리 손녀가 파천자의 신부 후보라고?”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신부 후보가 내 손녀 말고 또 있나?”

분위기가 급격하게 화기애애해졌다.

이준의 효과 중 하나였다.

공통적인 관심사가 있으니 분위기가 술술 풀렸다.

“그건 제가 말해 드릴게요.”

“요정왕이라고 했나?”

“네! 로티틸이에요.”

로티틸이 해맑게 대답했다.

“자네가 말해 보게.”

“주인님의 또다른 신부 후보는 한지유라는 분입니다.”

“그리고?”

“미야와키 칸나 님과 최근에는 벨렌 로렌스 님이 추가됐습니다.”

“허, 국제적으로 인기가 많은 사람이야.”

“류가을이란 분도 있었지?”

“전부 파천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아이들인가?”

로티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주인님이 특별히 생각하시는 분은 정연 님과 지유 님인 것 같아요. 다른 분은 저희도 게이트 안에서만 봐서 잘 몰라요.”

“한데 왜 후보로 넣었나?”

“테구르 님이라고 스케먼의 수장이 있는데 그분의 촉이 좋거든요. 전 테구르 님에게 들었던 대로 말씀드린 거예요.”

“정확한 건 정연이와 지유라 이 말인데. 후보 순위가 어떻게 되나.”

“정연 님과 지유 님을 지지하는 순위가 굉장히 박빙이지만 전 정연 님을 응원하고 있어요!”

로티틸의 말에 검제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현명한 선택이네. 나도 파천자에게 정연이를 밀고 있으니. 자네가 옆에서 좀 도와주시게나.”

“물론이에요.”

“그런데 내 손녀가 몬스터들에게도 인기가 있나?”

“그럼요! 화끈한 스타일이셔서 주인님의 짝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내 손녀지만 한 화끈하지. 암, 그렇고말고, 안 그러냐 영섭아.”

“제가 낳은 딸이지만 이보다 완벽한 아이는 없을 겁니다.”

검제와 검왕의 팔불출 같은 소리에 박정연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럴 때는 정말 나잇값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더는 들어 줄 수 없어서 이야기를 끊어 버렸다.

“이제 대화는 그만하세요. 곧 전쟁이 벌어질 건데 농담 따 먹기나 하실 때가 아니에요.”

“어허, 어른들 이야기에 끼는 게 아니라고 이 아버지가 가르치지 않았더냐.”

“정연아. 이 할아비는 손자를 빨리 보고 싶구나. 기력이 없는 걸 보니 살날도 얼마 안 남은 듯싶어.”

“백 살까지 살 정도로 정정하시면서 무슨 소리예요!”

박정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인 검왕과 검제의 얼굴이 굉장히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저희가 주인님께 건의해 볼게요.”

“그래 주겠나?”

“저만 믿으세요.”

“페어리 종족은 현명하다고 하더니 직접 보니 그 말이 맞구먼. 앞으로 페어리는 우리 철혈검가의 귀빈으로 모셔야겠구나.”

“가솔들에게 그리 전하겠습니다. 아버지.”

“싸우기 전에 술을 안 나눌 수 없지. 그런데 미성년자에게는 술을 줄 수 없는데 나이가 어떻게 되나.”

“370년 살았어요.”

“나보다 나이가 300살이나 더 많군. 술은 문제없겠어.”

끝나지 않은 대화.

페어리와 철혈검가는 그렇게 서로 동맹 관계가 되었다.

그들이 술잔을 나눌 무렵.

먼 거리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신기지가의 비선이 검제의 앞에 나타났다.

“사신가 백호각의 전갈입니다. 천외천이 서초 게이트에 나타났다 합니다.”

웃고 떠들고 있던 검제가 술잔을 내려놓았다.

내공으로 취기를 전부 날리고 검을 뽑았다.

“전원 전투태세를 갖춰라.”

철혈검가와 페어리가 진을 갖추고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 * *

검은색 마기의 아지랑이가 바람을 짓이기며 날아왔다.

이준은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했지만.

아지랑이에 부딪힌 호신강기가 휘청거렸다.

“엄청 강하네.”

이 한 번의 공격만으로 천주가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다.

호신강기를 찢을 듯 날아오는 마기의 채찍.

호신강기에 부딪힌 마기의 채찍은 그것으로 모자라 바닥까지 엉망으로 만들었다.

천주의 끝나지 않은 공격은 호신강기가 깨질 때까지 계속될 것 같았다.

“방어만 하다가는 된통 당하겠어.”

마기의 채찍이 호신강기를 강타하고 거둬지는 찰나의 순간.

이준은 호신강기를 거두고 옆구리에 찬 파멸겁을 꺼냈다.

철컥-

파멸겁이 제2의 형태가 되었다.

창신에는 흑염이 타올랐다.

“마겁! 그 빌어먹을 마병도 네놈을 선택했다는 말이냐.”

천주가 일갈을 터트렸다.

대기가 진동하면서 비명을 내었다.

쿵!

파멸겁이 마기의 채찍과 맞닿았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두 무기였다.

주변에 뇌기가 일며 내공 대결로 들어섰다.

“오만한 놈 같으니. 네깟 애송이가 감히 나와 맞먹으려 들다니!”

천주는 기다렸다는 듯.

파천멸기의 힘을 줄기차게 뽑아냈다.

안 그래도 어두웠던 하늘.

파천멸기로 인해 빛 한 점 없는 어두운 공간으로 변했다.

화르륵-

파멸겁이 흑염 대신 성화를 보였다.

성화는 마기를 제압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빛의 정점에 있는 기운이기에 마기의 정점에 있는 파천멸기와 맞서는 게 가능했다.

성화를 보고 당황할 법도 하나.

천주의 감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명색에 최종 보스라 이 말이네.”

내공 대결을 강제로 끊은 이준이 파멸겁으로 어두운 공간을 갈랐다.

창두에서 뿜어지는 거대한 화염이 암흑을 거둬 냈다.

땅을 박찬 이준의 신형이 천주의 지척에 나타났다.

파멸겁이 천주의 목을 꿰뚫기 위해 맹렬히 전진했는데.

“사부가 이건 안 가르쳐 준 듯싶구나.”

파멸겁이 공격한 건 천주의 허상이었다.

천주는 바로 옆에서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묵색 기운이 한데 뭉쳐 있었다.

이준이 호신강기를 펼침과 동시에 몸을 틀었지만.

그 묵색 장력은 이준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쾅!

이준이 팽이처럼 돌며 바닥을 뒹굴었다.

“파살장이라는 것이다.”

천주가 말을 하며 진각을 밟았다.

땅을 뚫고 나온 여러 가닥의 파천멸기가 이준의 몸을 꿰뚫었다.

가슴, 허리, 양팔과 다리.

파천멸기의 아지랑이에 완전히 제압당해 버렸다.

“역시 애송이였군.”

천주가 이준을 향해 걸어갔다.

이준의 앞에 선 순간 천주의 고개가 옆으로 휙 돌려졌다.

“사부가 진천무는 안 가르쳐줬나 보네요.”

파천멸기에 당한 이준은 환영이었다.

무극창법 후반부 2식 진환.

진천무 중 백호 계열 백호의 그림자였다.

상대의 공간과 시각을 완전히 장악하는 극환의 무공이었다.

“그래 네가 대단하다는 걸 인정하마.”

천주가 헛웃음을 내보였다.

그 어떤 상대도 얕보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데 파천혈신이 정한 후계자가 약관(20세)도 안 됐으니.

솔직히 얕보았다.

파천혈신의 무공을 계승했지만 무림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손을 나눈 결과 이준을 인정하게 됐다.

나이를 떠나 파천혈신의 눈에 들 만했다.

“널 죽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천주의 눈이 마안으로 번쩍였다.

흑룡포 자락이 바람에 미친 듯이 날렸다.

“신마회는 들어라.”

천주의 음성이 대한민국 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 나라에 있는 모든 생명을 멸하라!”

“존명.”

천주의 뒤에 있던 백마존과 이천의 신마회 무인이 앞으로 내달렸다.

천주를 지나 곳곳으로 뻗어 나갔다.

신마회의 목표는 이준의 뒤에 느껴지는 기감들.

이 세계의 각성자들이었다.

이준은 백마존과 신마회의 무인들을 막기 위해 움직이려 했지만.

“날 두고 한눈팔면 안 되지.”

천주가 뿜어내는 기운은 그 전과 차원이 달랐다.

방금 전의 파천멸기는 그저 장난에 불과했다는 듯.

이준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천주가 파천신공을 제대로 운용했다.

진심을 다해.

파천신공은 내공심법이자 기공.

기공의 최정점에 있는 무공이었다.

자연경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 최정점의 기공을 펼치려고 하니.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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