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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68화 (466/705)

제464화

한지유의 공격은 매우 날카로웠다.

불필요한 동작은 모두 뺀 채.

간결한 동작으로 오로지 사혈만을 노려왔다.

‘왜 예전 빙화로 돌아간 거지?’

감정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다.

분명 검을 뽑기 전에는 그녀의 눈동자에 분노란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나.

지금은 어떤가.

메마른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검후의 무공 때문에?’

복마심법과 복마제령검식은 마를 제압하는 무공이다.

불기의 속성과 더불어 또 하나의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바로 빙속성.

불기의 빛과 빙의 얼음.

마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무공을 배운 사람의 마음을 죽여야 했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감정도 사라지는 게 바로 검후의 무공이었다.

무극자 사부가 말해 주었던 복마심법의 부작용이기도 했다.

‘경지가 높아져서 생긴 현상 같네.’

한지유도 그새 성장해 있었다.

S급 완숙.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이루어 낸 경지였다.

검후의 무기인 참백연을 들었다 하더라도.

SS급 무공과 특성을 얻었다 하더라도.

혼자서 S급에 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뼈를 깎는 노력과 충분한 재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지유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했다.

‘이대로 쭉 간다면 SS급도 넘볼 수 있겠어.’

그녀의 재능이라면 SS급에 올라설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제 시간이 없었다.

천외천과 최후의 결전만이 남은 상황.

한가롭게 수련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실전에 들어가기 전, 약점은 알려 줘야겠지?’

한지유에겐 버릇이 있었다.

진검과 환검을 쓸 때 표정이 달라졌다.

진검을 사용할 때는 표정에 변화가 없었지만, 환검을 사용할 때는 왼쪽 눈썹이 살짝 올라간다.

정말 미묘한 차이.

노련한 각성자가 아니면 모를 테지만 이를 알면 굉장한 약점으로 작용한다.

상대방에게 수를 미리 가르쳐 주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이걸 고치지 않으면 강한 상대에게는 무조건 패배할 것이다.

“지금도 그래.”

이준은 한지유의 얼굴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녀의 왼쪽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환검을 사용한다는 신호였다.

아니나 다를까.

한지유는 진짜 공격이 아닌, 가짜 공격을 펼쳤다.

허공에 여러 개의 칼날이 펼쳐지면서 자신을 공격해 오고 있었다.

“이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이준은 허공에 펼쳐진 칼날을 지나쳐 그 뒤에서 휘둘러지는 참백연을 덥석 붙잡았다.

그의 손에 검이 잡히자.

딱딱하게 날을 세우고 있던 연검이 흐물흐물해졌다.

“나중에 큰일 날 수 있어.”

“이렇게 쉽게!?”

한지유의 눈이 떨렸다.

실력 차가 많이 난다는 건 훨씬 예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화가 나서 이준에게 비무를 신청했지만, 어디까지나 배우는 입장으로 비무에 임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할 생각은 없었다.

원래의 목표가 이준의 옷자락을 베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옷을 베기는커녕.

공격도 몇 번 하지 못하고 자신의 무기가 이준의 손에 잡힌 게 아닌가.

여기까지도 이해했다.

그가 말했듯, 예전의 이준이 아니었으니까.

놀란 건 자신의 공격이 너무 쉽게 파훼됐다는 거다.

박혁진이나 박정연과 비무를 할 때도 연검의 특징 때문에 그들 또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격이 파훼되고 비무에서 지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의 이야기였다.

아직 제대로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이준은 자신의 공격을 너무 쉽게 파훼해 버렸다.

“네 눈썹.”

“…응?”

“눈썹이 네가 어떤 공격을 해 올지 가르쳐 주고 있잖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너, 환검 쓸 때 눈썹이 꿈틀거려. 그리고 쾌검을 쓸 때는 입을 앙다물고. 그 버릇 안 고치면 정연 누나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거야.”

“내가… 그런 버릇을 가지고 있어?”

“어. 옛날부터.”

“전혀 인지하지 못했어.”

한지유는 충격 먹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준은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

“그 버릇만 고치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거야.”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는지.

이준이 무어라 말하든 그저 검에 비춘 제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

그 무렵.

지잉-

신장, 천산산맥에 게이트가 열렸다.

그곳에서 나온 자들의 몸에선 지독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천살신을 뵈옵니다.”

그들은 나오자마자 중년인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오랜만에 보는군.”

천주 진무열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음성에도 백마존은 그 누구 하나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일어나라.”

다시 한번 들리는 진무열의 목소리에 그제야 백마존이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일마존.”

“말씀하십시오. 천주.”

“신마회는 이들이 다인가?”

진무열이 주변을 쓱 돌아보았다.

백마존이 게이트에서 나오자 함께 모습을 드러낸 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이천 명 정도.

굉장히 적은 인원이었다.

“인주와 지주의 측근들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합니다.”

“그럴 수밖에.”

“아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다.”

천주는 이준이 파천혈신의 무공을 계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보통의 무공이 아닌, 파천혈신의 완전한 정수가 이어진 무공을 말이다.

인주와 지주의 힘을 합친다 해도 이기지 못한다.

더군다나 두 사제는 만나면 싸우는 관계였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각자 싸웠으니 이길 리가 있나.

인주는 힘을 숨기고 지주가 이 세계로 넘어오길 기다려야 했다.

그래야지만 이준을 상대로 버티는 게 가능했을 터.

각개격파를 당한 것과 다름없으니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래도 이 인원은 너무하군. 몇십 년 동안 준비한 게 고작 이천이라니.”

천주가 예상했던 인원대로라면 적어도 10만 명은 돼야 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해서 키워 낸 게 이천 명밖에 되지 않는다니, 말이 안 나왔다.

“키워내기는커녕 원래 우리 신마회의 인원들 아닌가.”

살아남은 인주와 지주 측 인원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천주와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두려움.

제 주인들과는 전혀 다른 공포였다.

천주의 질책과도 같은 말에 일마존이 대신 답했다.

“안타깝긴 해도 이를 대체할 만한 수단이 있습니다.”

“마물들 말이냐.”

“그렇습니다. 몬스터라 불리는 마물들이라면 저희 신마회의 인원보다는 못하지만 이목을 끌기 충분합니다.”

“얼마나 있지?”

“천주께 보여라”

일마존의 외침에 백마존이 게이트를 열었다.

그곳에서 몬스터 떼가 쏟아져 나왔다.

백마존의 뒤에 정렬하는 몬스터.

2M 정도의 몬스터부터 크게는 8M나 되는 몬스터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초절정부터 화경의 경지에 있는 몬스터라. 흥미롭군.”

“인주와 지주도 있었으면 전력에 크게 도움이 됐겠지만, 이놈들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화경의 경지에 있는 마물인데 당연하겠지.”

천주의 표정이 풀릴 때였다.

“처, 천주.”

지주의 측근이었던 남자가 용기 내어 천주를 불렀다.

“말하라.”

“지, 지주가 천주께 전하라고 했던 마, 말이 있습니다.”

“사제가?”

“예.”

“어떤 것인지 들어 보지.”

“천주께서 이 세계로 넘어오시면 먼저 취할 것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드, 드래곤 하트입니다.”

“드래곤 하트는 뭐지?”

“용의 심장입니다.”

“용의 심장?”

천주의 눈이 커졌다.

드래곤 하트는 몰라도 용의 심장은 안다.

만년화리의 내단이나, 음양쌍두사의 독단 같은 영약과는 차원이 다른 영약이었다.

그 옛날 천계의 천도복숭아와 같은 하늘의 힘을 가졌다고 전해졌다.

“용의 심장이 이 세계에 있다는 말이냐?”

“정확히는 게이트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곳이 어디냐.”

“한국의 서초 게이트란 곳입니다.”

“한국… 한국이라….”

지주 측 인원이 설명을 덧붙였다.

“고려가 한국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고려… 한국…!”

“천주. 먼저 용의 심장부터 얻으시겠습니까?”

일마존의 말에 고민하던 진무열이 고개를 저었다.

“용의 심장은 의미가 없다.”

예전이었다면 모를까.

더 이상 이준에게 시간을 줘선 안 됐다.

‘그 여우 같은 늙은이가 선택한 놈이다. 더 크기 전에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 용의 심장을 먹는 건 뒤로 미뤄도 늦지 않아.’

대체 어떤 놈이기에 자신에게도 전해 주지 않았던 무공의 정수를 주었을까.

보고 싶었다.

그리고 파천혈신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차라리 자신을 선택하는 게 맞았다고 말이다.

“곧바로 한국을 친다.”

천주 진무열의 결정이었다.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천주의 명을 받듭니다!”

천산산맥에 신마회의 목소리가 메아리를 타고 울려 퍼졌다.

***

한국 전역에 비상령이 떨어졌다.

각성자들을 제외한 전 국민이 쉘터로 이동했다.

텅 빈 도시들.

서울도 유령 도시가 됐다.

오대 가문과 마벽 그리고 암상은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했다.

가문들은 서울 각지에 함정을 설치했고, 암상은 보급품을 날랐다.

전쟁 준비는 빠르게 갖춰졌다.

‘천주 대사형이 한국으로 온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뭘까?’

이준도 무극단과 함께 함정을 설치하면서 고민했다.

천주의 이동 경로를 예상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천주 대사형은 한국에 딱 한 번 모습을 드러냈어. 바로 서초 게이트.’

천주가 이 세계로 넘오왔다면 천외천은 그에게 이곳의 정보를 알려줄 터.

드래곤 하트가 있다는 걸 듣게 될 것이다.

분명 드래곤 하트를 얻으려고 직접 움직이려 하지 않을까.

전생에도 그랬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드래곤 하트를 얻으려고 할 거야. 그럼 서초가 격전지겠어.’

이준은 무극단과 함정 설치를 마무리하고 서초 게이트로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곳곳에 나락의 실을 설치했다.

그리고 나락의 독액을 뿌렸다.

실선으로 보이던 실이 독액으로 인해 투명해졌다.

“캬아. 나락의 실은 봐도 봐도 신기해. 안 그러냐?”

김봉팔이 침을 튀어 가며 말했다.

투명할 뿐만 아니라 그 무엇보다도 날카로웠다.

단단하고 질기기까지 하니 암기로 사용하기 딱 좋았다.

“봉팔 형님이 실의 위력을 시험해본다고 손가락을 가져다 댄 게 생각나긴 하오.”

“킥킥. 손가락이 잘릴 뻔했지.”

“가주께서 말리지 않았다면 손목이 날아갔을 거요.”

“큼큼. 다 옛날 이야기다 이놈들아.”

“큭큭. 본인도 민망하긴 하나보오.”

무극단이 시시덕거리며 떠들고 있자 사형준이 조용히 시켰다.

“떠들 시간 없다. 서울 숲으로 이동한다.”

“재미없는 단주 같으니라고.”

김봉팔은 투덜거리면서 서울 숲으로 경공을 펼쳤다.

이준은 혼자 남아 마지막 점검을 했다.

아직 독액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원래라면 자욱한 안개가 끼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저 흐리기만 할 뿐.

완전히 활성화가 되기 전이었다.

이준이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덥석 덮쳤다.

“누나인 거 다 알아.”

“반응이 왜 이래.”

“이럴 사람이 누나밖에 더 있어? 그리고 내려오지?”

“싫은데.”

박정연은 이준의 등에 업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는 척도 안 하고 간 복수야.”

“누나를 배려한 거지 수련으로 바빴잖아.”

“혁진이 새끼는 봤다면서.”

“걔는 지가 먼저 알아차린 거야.”

“그래도 어? 누나한테 왔다고 보고는 해야지.”

“알았어. 다음부터는 그럴게.”

“또 이러면 뒤진다.”

“네네…!?”

이준이 웃으면서 대답하다가 이내 허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그의 얼굴이 굳었다.

주변의 공기도 같이 무거워졌다.

“와.”

“누가. 천외천이?”

“어.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준의 말에 장난기 가득했던 박정연의 얼굴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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