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67화 (465/705)

제463화

회의가 끝나고.

이준은 검제와 괴개가 수련하고 있는 무사고로 향하려고 했다.

“무슨 일이죠?”

“저… 그게….”

혈마가 쭈뼛거리면서 말하길 주저했다.

혈마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준이 외마디 소리를 내었다.

“아.”

무언가 생각이 난 듯했다.

혈마가 왜 저러고 있는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가을이 때문에 그러죠?”

“제 마음을 어찌 그렇게 잘 아시는지 귀신이 따로 없으십니다.”

“제가 요즘 바빠서 신경을 못 썼네요. 가서 가을이부터 살펴볼게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혈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살마와 뇌마의 아들은 이준에게 뭐라도 하나 얻은 상태였다.

그런데 자신의 딸만 답보하고 있으니.

아버지 된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이준을 재촉할 순 없지만 어떤 이유로 답보 상태인지 물어볼 순 있었다.

물론 그의 앞에 서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됐지만.

이준이 먼저 눈치를 채서 다행이었다.

“그럼 저 먼저 무사고로 가 있을게요.”

“살펴 가십시오!”

이준이 회의장을 빠져나가자 혈마가 우렁차게 외쳤다.

이준은 혈마의 말이 아니더라도 류가을의 특성을 개화시킬 생각이었다.

천외천과 최후의 전쟁만 남았다.

한 명이라도 전력을 올리는 게 승산이 있을 터.

금강권문의 무공은 천외천을 상대함에 있어 꼭 필요했다.

강력한 불기를 다루는 곳은 신룡사와 금강권문밖에 없었으니까.

이준의 신형이 건물을 빠르게 지나갔다.

무사고에 도착한 그는 우렁차게 울리는 기합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앗!”

“합!”

펑-

퍼벙!

공기가 터지는 파공성도 함께 들렸다.

이준의 눈에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무기로 무공을 펼치고 있는 게 보였다.

“그새 많이 늘긴 했는데….”

이 정도로는 어림없었다.

천외천을 상대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보다 강해져야 한다.

모두가 수련에 집중하고 있는 그때, 박혁진이 이준을 보았다.

“준….”

“쉿.”

조용히 하라는 소리에 박혁진은 입을 다물었다.

이준이 학생들 사이를 지나쳐 박혁진에게로 갔다.

훈련에 열중한 건지.

아니면 이준을 느끼지 못한 건지.

학생들과 각 가문의 각성자들은 계속 수련만 했다.

“왜 이제야 왔어.”

“따로 수련하느라. 잘돼 가?”

“박정연 때문에 미치겠다. 틈만 나면 나 잡아서 비무하고 있어.”

“누나는 어떤데?”

“검귀야. 나랑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니까?”

“그 정도야?”

“어. 이젠 나도 버거워.”

이준이 고개를 돌려 검무를 추고 있는 박정연을 보았다.

온몸이 땀에 절여 있는 모습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검 끝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검에 내공은 담지 않았으나.

허공을 가르는 예기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검압만으로도 공기를 베는 느낌이랄까.

‘SS급 완숙. 그사이에 또 성장했네.’

청룡의 도움이 많이 컸다.

박정연과 박혁진의 몸에는 청룡이 심어 둔 뇌령의 기운이 있었으니.

박정연은 그 뇌령의 기운을 전부 흡수한 상태였다.

이토록 빠르게 SS급 완숙에 오른 이유였다.

“그럴 만하겠다. 넌 어쩌다 동네북 신세가 됐을까.”

“나 검룡이야. 동네북이라니!”

“형 따라오려면 더 열심히 해라.”

“윽.”

이준이 박혁진의 어깨를 두드리곤 지나쳤다.

“어디 가?”

“가을이한테.”

“지유도 있는데?”

“가을이부터 보고.”

이준이 손을 흔들곤 류가을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박혁진은 이준을 보며 중얼거렸다.

“지유가 알면 난리 나겠는데.”

그러다가 잊은 게 방금 생각났는지.

눈을 크게 뜨며 이준을 쫓아갔다.

“자, 잠깐만! 지안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하지만 이준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 *

오대 가문과 마벽, 무사고 학생들이 같이 수련을 할 수 있는 있는 건.

무사고가 무지막지하게 넓기 때문이다.

5만 명은 넘게 수용이 가능할 정도의 크기.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경공을 펼쳐야지만 지각하지 않고 도착할 정도의 넒이었다.

각성자들은 학교 운동장 이외에도 곳곳에서 각자의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학교 뒤뜰.

그곳에서는 류가을이 백보신권을 수련하고 있었다.

펑!

펑!

주먹이 바람을 가를 때마다 공기가 터져 나갔다.

내공을 넣을 때보다 내공을 안 넣고 주먹을 뻗을 때가 더 자연스러웠다.

이준이 가르쳐 준 훈련법.

백보신권은 격공류의 무공으로 내공의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했다.

이 섬세한 감각을 키우려면 우선은 몸에서 힘을 빼야 한다.

내공을 사용해서 주먹을 사용한다면 몸에 힘이 들어갈 터.

움직임에 있어 최대한 몸에 힘을 뺀 다음 내공을 사용하는 연습을 하는 게 좋았다.

류가을은 이준이 알려 준 대로 정확히 시행했다.

그러니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인 거지.

“이제 좀 감을 잡았나 보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류가을이 몸을 돌렸다.

“선생님!”

“내가 내준 과제를 잘하고 있었던 것 같으니까 바로 개화를 시작하자.”

이준은 인사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서기가 맺혔다.

백보신권의 권력은 황금빛으로 물들어야 할 테지만.

이준의 내공은 혼원신공.

회색으로 물든 주먹이 앞으로 뻗어졌다.

쿵-

펑이 아니었다.

육중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류가을의 다리 옆을 때리는 게 아닌가.

그 여파로 인해 류가을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어서 백보신권으로 날 공격해봐.”

원하는 특성을 강제적으로 개방하는 방법은 이뿐이다.

불기의 무공을 얻으려면 그에 걸맞은 무공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면 알아서 악마 교관의 특성이 불기의 무공을 찾아 준다.

여기까지가 강제로 일반적인 무공을 개화하는 방법.

특수한 특성을 개화하려면 요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 첫 번째가 백보신권을 수련하는 거였고, 두 번째가 아수라파천공을 끊임없이 운용하는 것이었다.

백보신권을 소림의 심법이 아닌 다른 심법으로 운용한다면 자칫 주화입마에 빠질지 모른다.

하지만 아수라파천공은 혈기와 불기를 동시에 지닌 심법.

불기의 자비 대신 천벌의 특징이 들어간 게 바로 아수라파천공이었다.

그래서 아수라파천공을 운용해서 백보신권을 수련하라고 한 거다.

두 무공은 제법 잘 어울렸으니까.

무엇보다 마기를 포함한 아수라파천공을 익히고 있는 류가을이었기에 소림의 무공이 개화하지 않을 터다.

오히려 천벌의 특징은 금강권문에 가까웠으니까.

그러니 무극자 사부가 류가을을 꼭 집어 금강권문과 어울린다고 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류가을이 이준을 공격했다.

여태까지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펼쳤던 백보신권.

지금은 내공을 사용하여 펼치는 중이었다.

몸에 힘 빼는 훈련이 효과가 있었던건지.

백보신권이 아주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펑-

류가을이 펼친 백보신권의 권경이 이준의 손아귀에서 터졌다.

그러나 이준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 그녀.

당황하지 않고 다음 공격을 펼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류가을의 호흡은 가빠 왔지만, 공격은 정교해져만 갔다.

‘습득력이 빨라.’

평생을 수련한 무공이 아닌, 배운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은 무공을.

마치 원래부터 자기 것인 양 막힘 없이 사용했다.

또한 충고대로 스킬에 의존하지 않았다.

각성자의 최대 단점은 무공 스킬에 대한 의존도였다.

검제를 비롯한 모든 각성자가 무공을 스킬처럼 사용한 것.

그래서 등급이 높아도 천외천에게 기를 못 편 것이다.

특히 강한 적을 만나면 이 단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준은 특별반 학생들에게 스킬에 의존하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다.

지금의 류가을은 그 충고를 잘 받아들인 듯.

스킬에 의존하지 않고 백보신권의 숙련도를 쌓았다.

그게 이준의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이쯤이면 특성이 개방되겠어.’

이준은 류가을을 더욱 압박했다.

그녀는 격렬하게 저항했으나.

이준은 어떻게든 빈틈을 파고들어 공격에 성공하고 도망쳤다.

얄미우나 어쩌랴.

명백하게 나는 실력 차이인걸.

그는 대한민국의 최고 각성자.

세계 랭킹에서도 세 손가락에 든 사람이었다.

분해하기보다는 그를 보며 하나라도 더 배워야 했다.

그래야지만 앞으로 더 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이를 악물며 이준에게 덤벼들었다.

* * *

싸우다 말고 류가을의 몸에 황금빛 서기가 맺혔다.

이내 빛이 사라지고 그녀가 눈을 떴다.

“축하해.”

“이게….”

그녀는 새롭게 뜬 메시지를 봤다.

[특성 ‘금강권문(SS)의 계승자’를 개화했습니다.]

[아수라파천공(S)가 초기화됩니다.]

[앞으로 금강신결(SS)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경지에 따라 금강신결(SS)의 무공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무상진경(SS)

-용마권(SS).

-금강장(SS).

-??

-??

아예 새로워진 무공창이었다.

“제가 앞으로 익혀 가야 할 무공…인가요?”

“왜 싫어?”

“아니요… 너무 놀라서요. 전부 SS급 무공밖에 안 보여요.”

SS급.

각성자라면 환장할 등급이었다.

최근에서야 SS급이라는 등급이 생겼을 정도.

몇 개월 전만 해도 SS급은 사람들의 등급 속에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 등급을 자신이 가졌다.

혈마인 아버지보다 높은 등급의 무공을 말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요.”

“그래. 그 무공으로 천외천을 죽여 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류가을이 의욕을 불태웠다.

새로운 무공은 언제나 각성자의 탐구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한데 그 등급이 SS급이라면?

어디 한군데 짱박혀서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녀도 같은 상황.

손이 간지러웠다.

빨리 무상진경을 제대로 운용해 보고 싶었다.

아주 잠깐 내기를 몸으로 흘려보냈는데 힘이 넘쳐흘렀다.

혈맥을 타고 내달리는 내기.

아수라파천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였다.

격양된 류가을의 얼굴을 본 이준이 피식 웃었다.

“자리 비켜 줄 테니까 한번 사용해 봐.”

“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상진경을 운용했다.

그녀의 몸에 금빛 서기가 맺혔다.

마기 대신 성스러운 불기가 그녀의 주변을 가득 채웠다.

이준은 그녀가 마음껏 무공을 펼칠 수 있게끔 자리를 피해 줬다.

“혈마한테 생색내러 가야 하나.”

딸이 SS급 무공을 개화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제일 기뻐할 터.

그 모습이 예상됐다.

이준이 웃으며 학교 뒤뜰을 나오는데 누군가와 마주쳤다.

“오랜만.”

이준은 마주친 사람을 보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준.”

마주친 사람은 다름 아닌 한지유였다.

그녀는 민트 초콜릿을 먹으며 이준을 지그시 보고 있었다.

“내가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만 먹으라고 했는데.”

“지….”

“뭐라고? 안 들려.”

“금이야.”

“응?”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지유가 또박또박 말했다.

“스트레스받아서 지금 먹고 있다고.”

“왜?”

“나도 모르겠어.”

이준이 멀뚱멀뚱 자신을 보고 있자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오른 한지유였다.

그녀의 가슴에 열이 올라오는 이유가 있었다.

‘정연 언니보다… 지안이보다… 가을이보다… 내가 먼저였는데.’

이준이 챙기는 순위에서 뒤로 밀려난 게 분했다.

왜 이러는지 이유는 잘 모른다.

하지만 억울하고 화가 났다.

이준만 보면 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지금처럼.

“왜 그럴까? 화병이라도 났나.”

눈치가 없는 이준이라 더 답답한 걸 수도.

“스트레스 풀게 비무 해 줘.”

“나랑? 갑자기?”

“응.”

“나 안 봐줘.”

“알고 있어.”

“좋아. 얼마나 늘었는지 볼까.”

이준이 흔쾌히 수락하자 한지유가 검후의 병기였던 참백연을 뽑았다.

쩌저저적-

그녀의 주위에 얼음이 내려앉았다.

지독할 정도로 차가운 한기였다.

“어?”

이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한지유의 기세가 완전히 달라진 것.

얼음 그 자체였다.

감정이 일체 배제된 시절의 빙화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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