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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62화 (460/705)

제458화

지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마계였다.

악마들은 저 나무를 통해 마계의 마기를 다른 세상으로 내보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균열.

게이트였다.

평소엔 평범한 나무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숨어 있으나.

악마들이 마계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본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처럼 말이다.

“천주가 등장했을 때 이후로 처음 보네.”

무지막지한 마기였다.

게이트에 흐르는 마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등급이 낮은 각성자가 마기에 노출된다면 그 즉시 광기에 휩쓸릴 만한 위험성을 지녔다.

“마침 잘 됐어. 분풀이할 곳이 필요했는데.”

하지만 이준은 개의치 않았다.

되레 잘됐다.

혼돈의 나무가 핀 건 세계의 재앙.

차라리 이 입구로 나오는 악마를 손수 처리하는 게 나았다.

무엇보다 이지안에게 손을 댔다는 게 용서가 안 됐다.

악마는 모두 없어져야 할 존재.

이참에 싸그리 죽여서 다시는 이곳에 발붙일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모두 뒤로 물러나 있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짙게 깔린 검은 연기 안으로 들어가자.

[경고! 마계의 마기에 닿았습니다.]

[경고! 당신의 정신이 마계의 마기에 지배당할 수 있습니다.]

[경고! 마계의 마기가 공격해 왔습니다.]

연신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럼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준은 혼원신공을 믿었다.

무극자 사부의 무공이 마계의 마기 따위에 굴복할 리 없었으니까.

[혼원신공이 몸을 보호합니다.]

[무극기가 마계의 마기에 접촉했습니다.]

[위험성을 인지한 무극기가 마기를 먹어 치웁니다.]

[혼원신공이 흡수한 마기를 정화합니다.]

또한 자신은 마신지체와 천살성을 지녔다.

혼원신공 이외에도 보험이 두 개나 더 있으니.

혼돈의 나무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오히려 자신에게 힘을 줬다.

안 그래도 무한하던 내공.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

기운을 담는 그릇에 차곡차곡 불어 넣었다.

마기가 차고 넘쳐서 그릇이 흘러넘칠 법도 하나.

내공의 양이 조금 늘어났을 뿐이다.

마기를 전부 흡수한다고 해도 그릇을 전부 채우진 못하리라.

철컥-

이준은 파멸겁을 꺼냈다.

곧바로 2단계의 모습으로 변한 창.

퍽 소리와 함께 창이 바닥에 꽂혔다.

“너희가 나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줄게.”

이준은 혼돈의 나무를 쉽게 없앨 생각 따윈 없었다.

혼돈의 나무를 없애도 다른 곳에 생성될 터.

그럴 바에는 이곳을 통해 악마들을 불러들여 죽이는 게 나았다.

“누가 나올 거냐.”

고위급 악마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다렸다.

* * *

벨렌 로레스와 무극단은 뒤에서 혼돈의 나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준이 저 나무를 혼돈의 나무라 불렀던가요?”

“그렇습니다.”

벨렌 로레스의 질문에 사형준이 대답했다.

“혼돈의 나무라고 알아요?”

“모릅니다.”

“이준은 저 나무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한데….”

그녀는 이준이 나무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냐는 표정이었다.

“하하. 우리 주군은 모르는 게 없습니다.”

김봉팔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디서 저런 정보를 얻었을까요?”

“제가 듣기론 주군의 사부님 되시는 분이 전부 알려 주셨다고 했습니다.”

“사부님이요?”

“부대주.”

사형준이 김봉팔을 불렀다.

김봉팔은 사형준의 눈을 보곤 뜨끔 했다.

그의 눈에서 불이 뿜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암흑대제님이 가주께 직접 물어봐 주시지요. 저희가 할 말은 아닌 듯 합니다.”

무극단의 막내 현이가 김봉팔 대신 말했다.

본인의 입으로 말하면 모를까.

수하된 입장에서 주인의 정보를 함부로 떠들면 안 됐다.

“이 입이 또 말썽이네.”

김봉팔이 자기 주둥이를 손으로 떼렸다.

하나, 벨렌 로레스는 이미 충격을 받았는지 목소리가 떨려왔다.

“파천자에게 사부도 있어요!?”

사부라니.

저 강한 남자를 키운 사람이 있다는 소리 아닌가.

파천자의 등급은 측정 불가.

그렇다면 그를 가르친 사부란 사람은 더 강하다는 소리였다.

“사부가 누군가요?”

벨렌 로레스는 무례를 무릅쓰고 물었다.

안 물어볼 수가 있나.

그 어떤 사람이 측정 불가의 각성자를 키울까.

무신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큼큼. 저도 여기까지밖에 모릅니다.”

“악!”

그녀가 소리쳤다.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건 뭐, 영화나 드라마를 스포하려 했다가 안 하는 격 아닌가.

그녀는 입이 싸 보이는 김봉팔을 슬쩍 건드리려 했지만.

“저, 저길 보십시오!”

무극단원이 혼돈의 나무를 가리키며 외쳤다.

“헉!”

“게이트가 저렇게 많이 생성되다니….”

“단주. 위험해 보이지 않습니까?”

“몬스터 군단과 싸울 때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사형준도 긴장이 됐는지.

손에 땀이 맺혔다.

그의 눈에는 혼돈의 나무에 열매 대신 게이트가 열린 게 보였으니까.

동시에 열리는 게이트들.

그것도 수십 개의 게이트가 한꺼번에 열리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게이트가 열리는 건 살면서 처음 보는 광경.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저 나무를 파괴하는 게 좋지 않겠소? 주군은 무슨 생각이시지?”

“내가 한 번 물어보겠다.”

사형준은 이준에게 다가가려 움직였지만.

“이 이상 오지 마.”

“저기서 게이트가 더 열렸다간 많이 위험합니다. 게이트가 완전히 열리기 전에 처리하심이.”

“게이트가 전부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그때까지 무극단은 보고만 있어.”

이준의 명령이었다.

더 이상 묻지 않고 가려 했다.

“지안이는 어떻게 됐습니까?”

“원래대로 돌아왔으니까 걱정은 하지 마. 한 달은 조심해야 하니 한국에 두고 온 거야.”

4대 성지의 금역에서 이지안을 치료한 지 이틀이 지난 후였다.

사형준이 그녀를 걱정한 건 당연했다.

그를 비롯한 무극단은 이지안을 친동생처럼 생각했으니까.

“다행입니다.”

용건을 마친 사형준이 뒤로 빠졌다.

“뭐라 하시오?”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거니 무극단은 자리를 고수하라신다.”

“엑!? 저 게이트가 다 열리면 몬스터 떼가 밖으로 나올 텐데.”

김봉팔이 말 끝을 흐리더니 이내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억!”

“왜 그러시오?”

“호, 혹시!”

그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자, 무극단원들이 그를 향해 불안한 눈빛을 보냈다.

“또 뭐?”

“저 양반 또 저러네.”

“헛소리했다간 가만 안 둡니다.”

“주, 주군께서 우릴 후, 훈련시키려고 저러시는 게 아닐까?”

“에이. 농담도 때를 가려서 하시오.”

“별 이상한 말을.”

“야! 주군이 어디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냐?”

김봉팔의 버럭 지르는 호통에 몇몇 무극단 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또한 맞는 말이었다.

이준은 언제나 상식을 파괴하는 행동을 해 왔다.

어쩌면 지금도 상식을 초월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건 인정합니다.”

“듣고 보니 봉팔 형님의 말에도 일리는 있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무극단은 점점 불안감에 휩쓸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벨렌 로레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상황에 훈련이요?”

“예. 가주께서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습니다.”

“저 게이트 숫자가 안 보이나요?”

“저희도 보입니다. 이제는 100개가 넘네요. 저기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한 6만 마리는 되려나?”

“6만 마리? 10만 마리 정도를 될 것 같습니다. 크크.”

무극단원들이 태연하게 말하자 벨렌 로레스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10만 마리예요. 싸우는 도중에 마력이나 내공이 먼저 바닥날 거예요.”

“압니다. 알죠. 그 누구보다 저희가 많이 겪어 본 일입니다.”

항상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이는 게 이준의 훈련 방식.

백호의 수련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똑같은 방법으로 굴리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대체 누구에게 이런 기상천외한 걸 알아낸 걸까.

그 사람을 만나면 다른 훈련 방식으로 바꿔 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무극단이었다.

“미쳤어….”

벨렌 로레스는 무극단이 미쳐 보였다.

제정신이 아닌 집단이었다.

한편으로는 저런 말을 태연하게 하는 게 대단해 보였다.

‘이래서 동양 최고의 무력 부대라고 소문이 난 거야.’

소문보다 더 강했던 무극단.

그들을 보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자유분방해 보이나 그 속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하찮게 보이는 각성자가 무지막지하게 강했다는 사실.

SS급 초입.

단주라는 사람에 비해서는 조금 떨어지나.

가볍게 행동하는 사람치고 등급이 높았다.

이들을 보고 동양에 관한 생각을 재정립했던 그녀였다.

‘서양도 이들처럼 하지 않으면 안 돼. 자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서양은 동양에게 한없이 밀리게 될지 몰라.’

그녀는 무극단을 보고 경각심을 가졌다.

카오스 몬스터가 10만 마리나 몰려올지 모르는데 농담이나 하고 있었다.

강심장과 대담함을 지녔다.

“시작된 것 같습니다.”

무극단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 *

게이트에서 거침없이 쏟아지는 몬스터들.

죄다 카오스 몬스터였다.

그것도 고위급 몬스터가 대부분이었다.

카오스 몬스터에게서 나태와 탐욕의 군단과 비슷한 힘을 가진 게 느껴졌다.

쿵-

이준이 발을 굴렸다.

그의 주변으로 회색의 아지랑이가 뿜어져 나갔다.

[‘백호의 영역’이 펼쳐졌습니다.]

백호의 영역은 진천무의 무공 중 하나.

결계이자 진법이었다.

영역 안에 있는 생명체라면 그 누구도 시전자의 허락 없이 결계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이유도 이 때문.

생명체에 한해서 결계에 가두는 게 가능했다.

“슬슬 시작해야겠어.”

이준은 파멸겁을 잡은 채 앞으로 뛰어들었다.

몬스터 한복판에 떨어졌다.

쾅-

그가 떨어진 땅 주변 몬스터들이 일제히 터져 나갔다.

“환영살.”

무극창법 1식을 시전하자.

허공에 수백 개의 창영이 맺혔다.

그 창영이 몬스터의 몸을 꿰뚫었다.

“꾸엑!”

“켁켁!”

카오스 몬스터는 기세 좋게 게이트 밖으로 나왔으나.

이준에 의해 도륙당해야만 했다.

무극창법 1초식을 사용했을 뿐인데 수천 마리가 죽었다.

이게 바로 자연경에 오른 이준의 무력.

경이롭다 못해 전율스러웠다.

하나 이준은 고작 1초식만 사용했을 뿐이다.

그는 연달아 2초식과 3초식인 투경과 흑룡벽을 사용했다.

쾅-

흑염에 휩싸인 파멸겁이 몬스터에게 떨어졌다.

굉음과 함께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충격파에 휩싸인 몬스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었다.

흑룡벽에 잡아 먹힌 몬스터는 어떤가.

콰드드득!

뼈째 씹히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공포를 느끼지 못했던 카오스 몬스터가 주춤거렸다.

[하찮은 인간에게 우리 악마 군단이 겁을 먹은 것이냐!]

7m 정도 되어 보이는 인간형 돼지가 거대한 도를 들고 소리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몬스터 중 가장 강해 보이는 악마였다.

녀석은 날개를 펄럭이면서 불에 타오르는 도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곳에는 이준이 있었다.

쾅-

육중하다 못해 수십 톤을 자랑한 도를 가뿐히 막은 이준.

돼지의 생김새를 한 악마 피이토가 팔에 힘을 줬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광극.”

이준의 입에서 무극창법 후반부 1초식의 스킬이 흘러나왔다.

서걱 소리와 함께 피이토의 몸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몸에서 균열이 생기더니.

바닥으로 육편이 후드득 떨어졌다.

악마의 피인 초록색 액체가 땅을 적셨다.

“간 보지 말고 나와. 아니면 내가 그쪽으로 넘어갈까?”

이준은 혼돈의 나무 가운데에 열린 게이트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심사가 뒤틀릴 때 보이는 미소였다.

한편 마계의 저편에 있던 악마.

페데리아가 흠칫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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