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61화 (459/705)

제457화

이준은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

더 늦었다간 이지안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우선 살리고 봐야 했다.

[계약은 성립됐어요.]

황금이의 몸에서 마력이 솟구쳤다.

파란 아지랑이가 이지안의 몸으로 들어갔다.

기의 폭풍이 몰아친다.

이지안의 주변에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더니.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눈보라가 불었다.

쩌어억-

천중호수의 물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극한의 날씨에도 천중호수의 물은 얼어붙지 않았는데, 이지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한기로 인해 물이 얼어붙은 것이다.

황금이의 마력을 지켜보던 이준의 눈동자가 커졌다.

“황금이는 계승의 꽃도 먹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런 마력을!”

황금이 이외의 몬스터들만 계승의 꽃을 먹었다.

그들은 꽃을 복용한 후 몇 등급이 상승했으나.

오직 황금이만은 예전 등급 그대로였다.

황일이, 황이, 황삼.

새끼를 낳았기 때문에 계승의 꽃을 먹이는 건 나중으로 미룬 탓이었다.

그런데 저 마력은 어떻게 된 일인 걸까.

[정말 악독한 놈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백호의 중얼거림이었다.

“악독한 놈이라니 황금이를 알아?”

[언제 눈치챌 거지? 저 마력을 보면 모르나?]

황금이의 속성은 얼음.

마력 또한 극한의 기운에 속했다.

레드급 몬스터가 저 정도의 음기를 지닐 순 없었다.

[주작의 성화로도 잠식당한 색욕의 마력을 몰아내지 못했다. 한데 고작 레드급 몬스터가 색욕의 마력을 제거한다는 게 가능하리라 보는 건가.]

“그것도 그래.”

백호는 황금이의 진정한 정체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황금이의 마력은 계속 커졌다.

블랙급도 넘어서고 있었다.

“절대종급 마력? 설마.”

[이제야 머리를 굴리는군.]

극음의 기운을 지닌 영물은 하나밖에 없었다.

“황금이가 현무인 거야?”

[정확히 말하면 만년금구는 껍데기일 뿐이다. 본체는 다른 곳에 있다.]

“현무가 이렇게 가까이 있었을 줄 몰랐어.”

무극자 사부님은 알고 계셨던 걸까.

흑염마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면 황금이의 정체도 알고 계셨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사부님은 의문투성이였다.

황금이의 마력이 거대해질수록.

이지안의 몸을 잠식한 색욕의 마력이 궁지에 몰렸다.

같은 음기의 성질을 가진 마력이나.

현무의 마력이 색욕의 마력을 잡아먹었다.

마치 천적인 것처럼.

흑염마조의 성화로도 어쩌지 못한 색욕의 마력을 가뿐히 먹어 치웠다.

색욕의 마력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흐윽!”

이지안이 신음을 토해 냈다.

그녀의 몸에서 검은 액체들이 흘러나왔다.

지독한 악취가 났다.

저것들은 다 노폐물과 색욕의 마력 찌꺼기였다.

잠시 후.

황금이의 마력이 잠잠해졌다.

공중에 떠 있던 이지안도 바닥으로 내려온 상태였다.

[색욕의 마력은 사라졌어요. 다친 혈맥도 치료해 놨으니, 전보다 더 원활하게 무공을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현무의 능력은 치료와 방어였다.

제마의 힘을 가진 녀석.

아무리 강력한 마기와 요기라도 현무의 힘이라면 제압이 가능했다.

[물론 한 달간의 안정은 취해야 해요. 그 전에 무공을 사용하면 몸의 균형이 깨질 거예요.]

치료를 마친 현무가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었다.

“너….”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에요.]

“네가 특별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현무일 줄은 몰랐어. 지안이를 살려 줘서 고마워.”

[전 막내 공자님과 거래를 한 것뿐이에요.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말리진 않을게요. 이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힘을 써서 그렇지?”

[네. 이 껍데기가 버티질 못하네요.]

“새끼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다 같이 돌아갈 거예요. 그동안 즐거웠어요.]

황금이가 작별 인사를 했다.

이준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황금이로 더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을 위해 힘을 드러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이준의 착각.

황금이는 이를 계기로 이준을 옭아맨 것이다.

곧 이루어질 약속을 지키게 하게끔 말이다.

“다음에 만날 수 있으면 또 보자. 잘 가.”

[또 만나게 될 거예요. 그때까지 몸 건강하세요.]

황금이와 새끼들의 몸이 빛에 휩싸이며 금역에서 사라졌다.

[연기 한번 잘하는군.]

백호가 못마땅한 얼굴로 황금이가 사라진 곳을 보았다.

백호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이준은 눈을 감은 이지안을 들어 금역의 거처로 갔다.

* * *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이지안.

이준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까 닮은 곳이 있네.”

전에는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신은 흑발이었지만 이지안은 은발.

그나마 닮은 구석이라곤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뿐.

자신이 이지안을 챙기니 무극단이 서로 닮았다고 말한 적이 있긴 했다.

그때는 그냥 웃고 넘겼다.

한데 정말 여동생일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나.

이의태가 진실을 말해 주지 않았다면 평생을 모르고 살았으리라.

“지안이한테 사실을 말해 주는 것도 문제야.”

어린 애가 상처받지 않을까.

부모가 자기를 버렸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얼마나 상처받을까.

자신도 부모에게 버려졌었다.

그때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던가.

두 번의 생을 살고 있지만 이 부분에서만큼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준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이지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고 있었어요….”

“지안아?”

이지안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깨어 있었던 거야? 언제부터?”

“가주 오빠가… 저랑 닮았다고 했을 때부터요.”

“아.”

이준은 아차 싶었다.

잠자고 있는 줄 알고 속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지안이 깨어나려면 한참은 남았다고 여겼는데.

처음부터 깨어 있었다고 하니 난감했다.

“언제부터 알았던 거야?”

“어렸을 때부터요. 할아버지랑 저 많이 안 닮았잖아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할아버지가 밤에 젊은 여자의 사진을 붙잡고 우신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한 번은 윤희란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어요.”

윤희는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할아버지가 그분의 이름을 부르면서 저를 살리지 못할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할 때 느꼈어요. 난 친손녀가 아니구나.”

처음 만났을 때의 이지안은 굉장히 내성적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도 잘 못 하던 아이.

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마음의 문을 빠르게 열었다.

특히 외향적인 김봉팔에게도 마음을 여는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문을 연 건 길어 봐야 일주일.

엄청난 차이였다.

가족이란 사실을 알아서 마음의 문을 빨리 열었던 것 같았다.

“그때 눈치챘어요.”

이지안이라면 이것만으로 확신하지 않았을 테다.

다른 이유도 찾았을 게 분명하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이미 친동생이란 사실을 알았으니 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다.

“왜 이 사실을 바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가주 오빠는 제가 동생인지 모르는 것 같았고, 말하기엔 할아버지가 걸렸어요. 제가 오빠한테 가면 할아버지는 혼자가 되는 거잖아요.”

충분히 이해됐다.

이의태를 친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녀였다.

가문으로 돌아왔다고 제 신분을 찾아가는 건 이지안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키워 준 은혜를 모를 정도로 얼굴이 두껍지 않았으니까.

자기 핏줄을 찾았다고 친할아버지라 생각했던 이의태를 버릴 만한 성격이 되지 못했다.

“진실을 알았으니 이대로 사는 건 무리야. 무슨 말인지 알지?”

“……전 여전히 할아버지를 친가족으로 생각해요.”

“알아. 변한 건 네가 내 친동생이라는 것만 변한 거야. 현무 각주는 우리 가문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니 나도 널 따라 할아버지처럼 모시면 돼.”

어머니에 이어 이지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삶을 바친 이의태였다.

가문의 어른으로 대우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가… 널 지켜 줄 거야.”

처음 봤을 때부터 이지안이 끌렸다.

이성의 감정이 아닌, 제가 챙겨줘야 할 그런 감정이었다.

인륜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했다.

“네.”

“그리고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는 게 좋겠어. 한 달간 무공을 사용하는 건 금지야.”

이준이 이지안의 혈도를 찍었다.

내공을 금제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테구르한테 말하고.”

“저도 따라가면 안 돼요?”

“안 돼.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어.”

“그래도….”

“안 된다면 그런 줄 알아.”

이지안이 친동생이 되자 더욱 단호해진 이준이었다.

만약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그때는 이지안이 아니라 자신이 폭주할 터.

안전한 곳에 이지안을 놔두고 가는 게 좋았다.

“한 달만 참고 기다려.”

이준은 그 말을 남기고 금역에서 나갔다.

그가 사라지자 눈치를 보고 있던 테구르가 방으로 쪼르르 들어왔다.

“헤헤.”

“할 말 있으세요?”

“전 아가씨가 주군의 친동생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요.”

전혀 몰랐던 테구르였다.

이준이 허수 말고 처음으로 금역에 들게 한 인간 여자여서 그녀를 아가씨로 대한 것.

어쩌면 사모님이 될 줄도 모른다고 여겨서 친절하게 행동했다.

그러나 테구르가 생각했던 방향과 달라졌다.

사모님이 아니라 아가씨였던 것.

주인의 친동생이라는 말에 식겁했지만, 바로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내 직감이 경고하더니, 실수를 안 해서 정말 다행이야.’

테구르가 찍은 여러 후보 중 이지안은 제외가 됐다.

남은 사람은 성화의 거처에서 봤던 한지유와 박정연이란 여자뿐이었다.

‘여기서 잘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주인님께 큰 기쁨이 될 수 있어.’

그렇게 테구르는 주인의 신부 후보에서 이지안을 제외하는 대신 지극정성으로 보필했다.

* * *

금역에서 나온 이준은 벨렌 로레스의 거처로 왔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대신 지독한 마기만이 공기 중에 날아다녔다.

“게이트를 폭발시킨 영향 때문인가?”

마기로 인해 모두 밖으로 나간 듯했다.

이준은 마기에 영향이 없는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벨렌의 거처 밖으로 나온 그는 균열화된 땅을 마주해야만 했다.

“마기가 땅에 뿌리내렸어.”

사좌가 있던 공간을 오직 힘만으로 터트려 버렸다.

그 때문인지 마기가 넘쳐 났다.

“파랑아.”

[응?]

“마기 먹을래?”

[이건 싫어. 맛없을 것 같아.]

파랑이가 마기를 거부했다.

녀석이 도와주면 이 공간을 둘러싼 마기가 좀 옅어질 텐데 아쉬웠다.

[요기랑 섞인 마기라 조잡해. 안 먹고 싶어, 미안.]

“그럴 때도 있지.”

이준은 파랑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땅을 박찼다.

저 멀리서 강한 혼돈의 마기가 느껴졌다.

그쪽에는 벨렌 로레스와 무극단의 기도 있었다.

“저건 뭐지?”

이준은 무극군림보를 펼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마요르 광장.

그 중앙에는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나무가 땅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잘라도 잘라도 계속 재생합니다!”

“그래도 계속해! 재생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누가 이기나 보자.”

무극단은 검기와 권기, 창기를 뽑아내며 나뭇가지를 잘라 냈다.

하지만 그 나뭇가지는 끊임없이 재생했다.

그때였다.

“모두 뒤로 물러나.”

사형준이 소리를 쳤다.

무극단은 공격을 멈추고 뒤로 몸을 뺐다.

벨렌 로레스도 검을 거두었다.

“아.”

“나무가….”

그들은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됐다.

마기를 먹고 뿌리를 내린 나무에서 잎사귀가 피어났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잎이 피어나며 풍성하게 변했다.

이준도 나무를 보며 중얼거렸다.

“혼돈의 나무가 폈어.”

혼돈의 나무는 지하세계와 연결된 통로라 할 수 있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