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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58화 (456/705)

제454화

4대 성지의 금역, 혼원문.

파랑이는 정문에 이지안을 내려놓고 로티틸을 불러 임시 치료를 시작했다.

“파랑 님. 사악한 기운이 아가씨의 몸을 갉아 먹고 있어요. 제힘으로는 치료가….”

[주인님이 올 때까지만 사기가 퍼지지 않게 막아 줘.]

“최선을 다해 보긴 할게요.”

로티틸은 페어리왕의 힘을 끌어내며 이지안의 사기를 몰아냈다.

마력이 그녀의 몸에 쏟아졌지만 색욕의 요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아이고 아가씨.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요.”

창백하게 누워 있는 이지안을 보고 테구르가 안절부절못했다.

“로티틸 님. 조금만 더 힘 내 보십시다요.”

테구르가 옆에서 떠들자 집중이 흐트러진 로티틸이 버럭 소리쳤다.

“조용히 좀! 정신을 집중할 수 없어서 마력이 흔들리잖아요.”

“옙!”

처음으로 로티틸이 화를 냈다.

주변을 산만하게 하던 테구르도 조용해졌다.

로티틸이 다시 집중했다.

테구르가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주위를 빙빙 돌았다.

“우리 아가씨 죽는 거야? 그러면 주인님이 슬퍼하실 텐데.”

테구르는 자기만 들리는 목소리로 이지안과 이준을 동시에 걱정했다.

“안 되겠다.”

테구르가 혼원문을 내려왔다.

그리고 자신의 창고를 뒤졌다.

“애들아. 이것들 전부 가지고 와.”

“찍찍?”

스케먼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귀한 물건들을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는 눈빛이었다.

“중요한 일이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찍찍!”

테구르는 스케먼들과 함께 장비를 챙겨 혼원문으로 갔다.

“아가씨 주위에 꽂아.”

스케먼들은 테구르의 명령에 이지안의 주변 바닥에 무기를 꽂아 넣었다.

대략 수십 개는 되어 보이는 무기.

전부 테구르가 만든 아티팩트였다.

테구르가 하나의 무기를 잡아 마력을 주입시켰다.

화르륵-

무기에 화염이 치솟았다.

성스러운 불꽃.

성화였다.

테구르는 불의 신봉자.

흑염마조의 첫 번째 종이었다.

성화를 일으킬 수 있는 건 당연한 일.

테구르는 이지안의 몸에 깃든 사기를 몰아내기 위해 성화를 피운 것이다.

하나씩 성화가 켜지기 시작하자 로티틸이 소리쳤다.

“사기가 퍼지는 게 늦어지고 있어요!”

흑염마조의 성화는 사악한 기운을 제압하는 성질이 있었다.

수십 개의 무기에서 성화가 피니 색욕의 마력이 주춤한 거다.

하지만 테구르가 할 수 있는 것도 이게 끝.

성화로도 색욕의 마력이 퍼지지 않게끔 막는 게 다였다.

때마침 이준이 혼원문으로 왔다.

“아이고 주인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요.”

“지안이는?”

“안색이 창백한 걸 보니 안 좋습니다요. 로티틸 님이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들은 네가 한 거야?”

“도움이라도 될까 하고 무작정 가져왔습니다요.”

“잘했어.”

이준의 칭찬에 테구르가 기뻐할 법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테구르의 눈치는 100단.

이준의 칭찬으로 좋아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가만히 있었다.

“로티틸! 수고했어. 이제 내가 할게.”

“허억… 허억…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해요.”

“아니야. 넌 최선을 다했어.”

이준이 이지안의 곁에 앉았다.

혼원신공의 내기를 오른손에 담아 그대로 이지안의 복부를 강타했다.

공격과 마찬가지였지만 그녀의 몸은 위로 튕길 뿐.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내부에 충격을 줘서 이지안의 기운을 끌어냈다.

그녀의 내기가 스스로 색욕의 마력을 몰아낼 수 있게끔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혼원신공을 이용해 도움을 줬다.

‘색욕의 마력은 어느 정도 몰아내면 그만이지만 깨진 음양의 기운이 문제야.’

이지안을 혼원문으로 데리고 가라고 한 이유는 게이트에서 혼원문이 제일 음양의 기운이 조화롭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장소.

이곳이라면 깨진 음양의 기운의 진행이 더딜 거라고 생각했다.

‘몸이 얼음장같이 차가워.’

이지안의 몸에서 음기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조화가 깨지니 잠자던 음기가 발광했다.

‘조야.’

이준은 흑염마조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냐.]

‘금역으로 와 줘야 할 것 같아.’

[음성을 들어 보니 급한 일인 것 같군.]

흑염마조는 이준의 부름에 곧바로 달려왔다.

금역의 하늘에 게이트가 열리며 흑염마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얘는 왜 이러는 거지? 음양의 조화가 완전 아작이 났어.]

“그래서 널 부른 거야. 지안이의 몸에 화기를 넣어 줘.”

[지안이가 다쳐서 미친 건가? 본좌의 화기는 작은 주인 말고는 견딜 수 없다.]

알고 있었다.

주작의 기운을 어떤 인간이 견디겠는가.

자신은 특수한 경우다.

파멸겁으로 인해 주작의 기운을 천천히 받아들였고 혼원신공으로 적응했다.

하지만 이지안은 아니었다.

천무는 사신수의 기운이 희미하게 들어가 있는 무공이다.

자신이 가진 진천무야말로 진짜 사신수의 기운을 가진 무공.

그래서 자신과 이지안의 기준이 다른 거다.

자신의 음양 조화가 깨졌다면 성화가 힘이 됐겠지만, 이지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다.

감당하지 못하는 기운은 되려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니까.

현재 이지안이 그랬다.

“태양화리 같은 내단을 구해 와도 음양이 조화된다는 보장도 없고, 구할 때까지 지안이가 버틸 수 있을지도 몰라.”

[본좌의 기운을 버티는 게 더 힘들 것이다.]

“아무것도 못 하고 죽는 것보다는 나아. 그리고 여기 혼원문이라면… 지안이가 네 기운을 버틸 확률이 높아.”

[천지간의 기운이 제일 완벽한 곳이긴 한데, 정말 괜찮겠어? 이 애가 죽어도 본좌를 원망하지 마.]

“죽을 일은 없을 거야.”

[후우. 알았다.]

흑염마조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녀석이 번쩍이더니 모두의 시야를 집어삼켰다.

이내 빛이 사라졌다.

흑염마조의 성화가 이지안의 몸을 불태웠다.

몸에 불이 붙었으나 화상은 입지 않았다.

오히려 검게 변한 피부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렸다.

그리고는 몸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제 성화가 음기와 대치하기를 기다려.]

흑염마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화의 기운과 음기가 부딪쳐 싸우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천중호수에서는 황금이와 백호가 혼원문 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네가 도와주는 게 어때?]

[내가 왜?]

[그래도 한때는 막내 공자로 모시지 않았던가?]

[지금도 공자로 모시고 있어.]

[참 너답군. 언제까지 가짜의 몸에서 이준을 기만할 거냐.]

황금이는 혼원문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약속이 지켜질 때쯤?]

[그를 좋아한 게 아니었나? 그래서 네가 가짜의 몸으로 들어가 그를 따라다닌 게 아니야?]

[후후.]

백호의 물음에 황금이는 그저 웃기만 했다.

백호가 얼굴을 찌푸렸다.

[네 생각을 전혀 모르겠군. 그 일과는 다르게 저 아이는 구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냐.]

[인간을 돕는 건 너희들이 하고 있지 않아? 난 방관하는 게 좋다.]

[이준이 네 정체를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재밌겠어.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려나?]

백호가 황금이를 비꼬았지만 황금이는 개의치 않아 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파천혈신과의 약속이었다.

그 계약이 지켜질지가 가장 중요했으니.

황금이의 입장으로서는 이준이 나약해지는 걸 원치 않았다.

차라리 분노에 휩싸이는 게 그로선 가장 편했다.

혼원신공은 혼돈의 힘.

분노란 감정으로 혼원신공을 사용할 때 가장 강한 힘을 내보였다.

지금이 황금이가 가장 원한 모습이었다.

이준은 이지안이 죽기라도 한다면 그 분노를 터트릴 것이다.

황금이는 혼원문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신경을 끄고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대륙의 악마들이 깨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백호 네가 보기에는 어때?]

[악마? 전부 가짜들이다. 칠죄종의 힘을 십 분의 일도 발휘하지 못하는 떨거지들이야. 악마를 흉내 내고 있을 뿐이지.]

[칠죄종이 쉽게 부활할 리가 없긴 해.]

[생각해 보니 그가 잘한 일 중 하나가 칠죄종이 부활하지 못하게 죽인 거야. 아니었으면 칠죄종이 대륙과 무림을 마계화 시켰을 테니까.]

두 신수가 말한 사람은 바로 파천혈신이었다.

그는 칠죄종의 악마를 죽였다.

악마의 탈을 쓴 대륙칠좌 말고 진정한 7대 악마를.

그들은 대리인을 내세웠지만 모두 한 명의 인간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에 분노하여 직접 인계로 강림했지만, 하찮게 생각한 인간에게 처참하게 찢기고 말았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 됐다면 세계는 마계화가 됐을 터다.

[그거 하나뿐이다. 그는 7대 악마보다 더한 재앙이야.]

[동감한다.]

파천혈신으로 인해 얼마나 사람들이 죽어 갔던가.

산은 피로 물들었으며 붉게 변한 강은 마를 틈이 없었다.

파천혈신이 활동했을 적, 지옥의 염라대왕이 제일 바빴을 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죽은 사람들이 명부로 걸음을 했을 테니까.

[약속이 지켜질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나도 때가 오고 있다는 걸 느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군.]

* * *

“흐읍!”

[시작됐다.]

성화의 기운이 음기를 잡아먹었다.

구음절맥으로 쌓였던 음기가 폭주했지만 힘겨루기할 상대는 성화였다.

사신수의 기운은 태양화리 같은 양기의 내단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강렬하기 그지없는 힘.

이지안의 혈도를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음기를 휩쓸어 갔다.

강성한 음기를 단번에 먹어 치우자.

이번에는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성화에 대항할 음기가 필요해.]

“내가 음기를 자극해 볼게.”

17년간 쌓아 온 음기였다.

또한 색욕의 마력도 음기의 성질을 지녔으니.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자극한다면 성화에 대항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준이 그녀의 혈도를 두드렸다.

들썩이는 이지안의 몸.

얼굴이 붉어졌다가 창백해졌다가를 반복했다.

예상대로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음기가 모조리 밖으로 나왔다.

뿐인가.

색욕의 마력을 자극하니 사기와 요기가 힘을 발휘했다.

이는 뜻밖의 조화를 이루었다.

이지안의 몸에 든 기운이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된 건가?”

몸이 차갑다가 뜨거워지는 것도 없어졌다.

5분, 10분이 지나도 음양은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휴우우. 지안이가 성화를 버텨서 살 수 있었어.”

세상에 단 두 사람.

파천혈신과 이준만이 사신수의 힘을 버텼는데 이지안이 추가됐다.

[이상해.]

“응?”

[음양의 균형이 맞는 듯 보이는데 저 기운은 뭐야.]

이지안의 주변.

요사스러운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다.

폭풍전야랄까.

이준도 뒤늦게 이상함을 깨달았다.

그러던 그 순간!

[작은 주인!]

흑염마조가 날개를 활짝 폈다.

주작의 몸에서 성화가 뿜어졌다.

파랑이도 위험을 느꼈는지 마기를 피웠다.

“윽.”

이준도 뒤늦게 호신강기를 펼쳤다.

이지안의 몸에서 폭풍 같은 기세가 흘러나왔다.

“지안아….”

이지안이 일어서서 눈을 떴다.

차가운 얼굴에 작은 미소가 폈다.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색기가 흘러나왔다.

몇몇 몬스터에게는 영향이 닿았다.

“흐흐.”

테구르와 로티틸의 눈이 흥분으로 가득했다.

녀석들은 무방비 상태로 이지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멈춰!”

이준의 목소리가 두 녀석의 뇌를 흔들었다.

이지안의 사기에 정신을 지배당했던 테구르와 로티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응?”

“방금 전….”

두 몬스터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사기에서 벗어난 두 몬스터.

앞을 보고 있던 이지안이 또 다시 미소를 지은 후 땅을 박찼다.

마치 자신을 잡아 보라는 듯한 행동이었다.

그녀는 게이트 입구를 찾아 밖으로 나가 버렸다.

[작은 주인, 성화가 색욕의 마력과 합쳐진 것 같아. 뒤를 쫓아가 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나 음양의 조화는 이루었다.

그러나 이지안이 색욕의 마력에 정신이 지배당해 버렸다.

“빌어먹을.”

이준은 게이트를 열어 이지안을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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