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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57화 (455/705)

제453화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그림자가 이지안의 몸에 들어간 순간!

게이트에서 무지막지한 마기가 쏟아졌다.

[주인님!]

파랑이가 이준을 불렀다.

이준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이지안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벨렌 로레스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림자로 인해 게이트가 폭주하는 현상.

여태껏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호호. 호호호호.]

심령을 흔드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요사한 사기가 지하 동굴을 가득 채웠다.

파랑이가 게이트에서 뿜어지는 마기를 막고 있음에도 요사스러운 기운은 파랑이를 무사히 통과해 버렸다.

[드디어 나에게 맞는 몸을 차지했다!]

깔깔깔깔.

여자의 웃음소리가 무극단과 벨렌 로레스의 기운을 흔들었다.

“윽!”

“내기를 보호해!”

“하고 있는데 너무… 강합니다.”

나태와 탐욕의 군단을 휩쓸었던 무극단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동굴을 가득 채운 마기와 사기는 여태까지 봤던 것과는 질이 달랐다.

지주의 사기보다 더 강력했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사기에도 영향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냐.”

이지안이 공격당했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이준의 목소리가 한없이 차가웠다.

그의 물음에 이지안의 입이 열리며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 따위 인간이 알 만한 이름이 아니다.]

여자는 이준을 대놓고 무시했다.

그리고 자신이 차지한 몸을 확인하며 미소를 지었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 저 풍만한 금발 년보다 신체가 훨씬 뛰어나.]

“누구냐고 물었어.”

또다시 이준이 물어오자 여자가 그제야 관심을 가졌다.

[너는 내 사기에 영향이 없구나. 어째서지? 사내라면 나 루시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녀가 눈을 좁히면서 이준을 보았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사기가 이준의 곁을 맴돌았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기운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준.

그녀가 지닌 사기에 흔들릴 그가 아니었다.

“네가 색욕 루시아인가?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지안이의 몸에서 나오는 게 좋을 거야.”

색욕 루시아.

대륙칠좌 중 네 번째 자리에 있는 여자였다.

[호호호. 이 아이에게 관심이 있나 봐? 눈빛에서 애정이 넘쳐 나는구나. 그러니까 더 흥분되는데.]

이지안의 얼굴은 완벽한 이목구비를 자랑했다.

무표정한 얼굴임에도 청순한 이미지를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혀로 붉은 입술을 핥자 기존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청순한 여자가 색기까지 지니자 고혹적으로 변했다.

남자라면 눈이 돌아갈 만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은 흥분이 아닌 분노를 했다.

“넌 선을….”

쿵-

이준이 이지안, 아니 루시아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

동굴이 무너질 듯 격하게 흔들렸다.

“…넘어 버렸다.”

바닥이 쩍 갈라졌다.

대기가 요동쳤지만 이준의 몸에서는 그 어떤 기운도 나오지 않았다.

그 작은 기세조차 없었다.

대신 이준의 회안이 짙게 빛났다.

그가 눈을 번쩍인 순간!

쾅-

마기를 줄기차게 뽑아내던 게이트가 터졌다.

[악, 내 게이트!]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게이트는 그녀가 이 세계로 넘어오기 위한 통로.

어린 여자의 몸에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루시아가 비명을 지른 이유였다.

“너는 다른 놈들같이 평범하게 죽이지 않아.”

이준이 파랑이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파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구해 올게.]

4대 성지의 금역으로 들어간 파랑이가 얼마 후 포탈에서 나왔다.

[여기 있어.]

파랑이가 구해 온 건 다름 아닌 고블린이었다.

그것도 아주 볼품없는, 나이 많은 몬스터였다.

이준의 손이 이지안을 향해 뻗었다.

[네 뜻대로 될 것 같으냐!]

그의 행동을 눈치챈 루시아였다.

그녀가 이준의 손길을 거부하기 위해 마력을 뿜어냈다.

작은 마력이라도 색욕의 힘.

인간 따위가 막을 힘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이런 터무니 없는!?]

루시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이준을 향해 쭉 빨려 들어갔다.

“네게 가장 어울리는 신체를 줄게.”

이준은 루시아의 목을 잡은 상태 그대로 흡성공을 펼쳤다.

[흐으윽!]

혼원신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려 사용한 흡공이었다.

루시아가 고통스러워하는 건 당연했다.

[…말도 안… 돼 이 힘은 파천… 흐윽…!]

이준의 내공을 뒤늦게 알아차린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대륙칠좌를 죽인 파천혈신의 내공이 자신의 목숨을 죽이려 하는 게 아닌가.

[하악! 파… 천혈신이 이곳에 있…을 리 없어…!]

그녀는 파천혈신이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이 세계로 넘어왔는데.

심지어 자신이 원하던 육체마저 손에 넣게 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하필 이 자리에 파천혈신이라는 괴물이 있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말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운이 없었다.

대륙칠좌의 대적이 하필 자신이 깨어날 때 곁에 있다니.

낭패였다.

[그, 그마아아안!]

루시아가 소리쳤지만 이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를 이지안에게서 떼어 내려고 혼원신공을 계속 운용했다.

[…날 죽이면 이 여자도 주, 죽어…!]

그제서야 이준이 흡공을 멈췄다.

그녀는 어이없게 죽는 걸 피했다.

“…….”

이준은 입을 다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강력한 살기가 맺혀 있었다.

루시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 살기! 파천혈신의 천살기야!’

하늘도 죽인다는 기운.

대륙칠좌는 혈신의 살기를 천살기라고 불렀다.

혈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살기로 사람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상대의 경지가 높다고 안 죽는 것도 아니다.

대상이 10서클 마법사라도 그의 의지에 따라 생사가 결정됐다.

대륙칠좌가 파천혈신을 두려워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 어떤 사람이 의지만으로, 그것도 10서클의 마법사를 죽일 수 있겠나.

파천혈신만이 가능한 이야기였다.

‘어떻게든 살아야 해!’

루시아는 꼭 살고 싶었다.

파천혈신이 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지.

이곳에 어떻게 있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을 생각했다.

‘혈신은 여자아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 년만 이용한다면 살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는 건 그녀의 특기였다.

약점을 잡고 있다면 그것만큼 상대하기 편한 게 없었다.

혈신의 약점은 이 여자아이였기에 이것만 이용한다면 사는 게 가능했다.

[내가… 이 몸에 들어온 이상 난, 여자아이와 생명을 공유하게 됐다. 네가 날 죽이면 이 여자아이도 죽게 될 거다.]

“…….”

이준이 아무런 대답도 없자 통했다고 생각한 걸까.

루시아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려는데 뒤늦게 이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배려는 끝났다.”

[무, 아악!]

이준은 멈췄던 흡공을 재개했다.

파랑이가 데려온 늙은 고블린을 다른 쪽 손에 집어 든 채.

이지안의 몸에 있는 사좌의 영혼을 뺐다.

[아… 안 돼애애애!]

사좌의 영혼이 이지안의 몸에서 분리됐다.

그리고 늙은 고블린으로 들어갔다.

루시아가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상대가 잘못됐다.

이준은 파천혈신의 진전을 거의 다 이은 계승자.

자연경에 있는 절대자였기에 칠죄종 중 색욕이라도 이준의 손에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 * *

털썩!

이준은 고블린을 내팽개치며 이지안을 안아 들었다.

곧바로 그녀의 목덜미에 손을 짚어 맥박을 확인했다.

‘사좌의 영혼이 들어가서 지안이의 몸이 엉망이야.’

강력한 영혼이 들어왔다 나가면 후유증은 컸다.

특히 사좌는 이지안의 몸을 완전히 차지하려고 했다.

몸을 차지한 사좌는 이지안의 영혼부터 없애려 했을 터.

심령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간신히 맞춰 놓은 음양의 기운도 균형이 무너졌어. 이대로면 위험해.’

여기선 치료할 수 없었다.

음양의 균형이 깨진 지금.

치료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극음이나 극양의 기운이 있는 곳만이 이지안의 치료가 가능했다.

“파랑아. 혼원문으로 옮겨 줘.”

[응!]

파랑이가 이지안을 기운으로 감싸고 허공으로 띄웠다.

녀석은 게이트를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준의 은은한 분노가 느껴졌기 때문인지.

누구 하나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벨렌 로레스도 무극단과 똑같았다.

그녀는 SS급 각성자라 이준의 살기가 얼마큼 강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얼마큼 강한 거야.’

성당의 사제를 죽였을 때도 이준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자신이 안 건 이준의 극히 일부분일 뿐.

전부가 아니었다.

그녀가 이준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이.

늙은 고블린이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너와 딱 어울리는 신체야.”

이준은 차가운 눈동자로 고블린이 된 루시아를 내려다봤다.

“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넌 평생을 이 하찮은 몸으로 살다가 죽게 될 테니까. 어디 일좌가 깨어나면 금제를 풀어 달라고 해 봐. 아니지. 마왕에게 부탁을 해 봐도 되겠는데?”

이준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고블린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감정이 없는 무표정일 때보다 소름 돋는 얼굴이었다.

[흐어억!]

이준은 고블린의 몸에 혼원신공을 넣었다.

거기다가 사신수 중 청룡, 주작, 백호의 힘까지 불어넣어 금제를 가했다.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고, 영혼을 옮기지도 못하게 고블린의 몸에 가뒀다.

금제를 풀거나 죽지 않는 이상 평생을 고블린의 몸으로 살아야 하는 루시아였다.

“아,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을 거야. 네 몸에 깃든 혼원신공이 가만 있지 않을 테니까.”

[…개 같은 놈! 감히 내게 이따위 장난을!]

그녀가 이를 갈았다.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심지어 마법을 떠올리자 가슴에서 통증이 일어났다.

중력이 수십 배로 올라와 몸을 찍어 누르는 느낌이었다.

“아직 분노하긴 일러.”

이준은 고블린의 목덜미를 붙잡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한국의 부산이었다.

폐허가 된 곳에서 새롭게 탈바꿈한 도시.

한국의 제2 수도라 불리던 때로 돌아왔다.

이준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루시아를 풀어 주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잘 살아나 봐.”

[날 살려 둔 대가를 톡톡하게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럴 기회는 없을 거야. 내가 너희들을 다 죽여 버릴 거거든.”

이준은 그 말을 끝으로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혼자 남은 루시아.

자리에서 일어나 우선 숨을 곳을 찾으려 했지만.

“고블린?”

“몬스터가 나타났어!”

“어디?”

“지, 진짜잖아.”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고 말았다.

도망치려 했으나 무리였다.

늙어빠진 몸은 말처럼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졸지에 사람들한테 둘러 싸여버렸다.

“암상에 연락해. 우린 도망치지 못하게 막자고.”

한 남자의 주도로 이루어진 행동들.

그들은 부산의 재건에 가장 힘을 쓴 암상에게 전화했다.

현재 부산을 장악한 단체는 암상이었다.

부산을 예전 활기찼던 곳으로 돌려놓은 공을 세운 게 바로 암상이었으니까.

비록 전 재산을 투자했지만 벌어들이는 돈은 그 전보다 많아졌다.

부산의 시민들이 고맙다고 암상을 도운 덕분이다.

필요한 물건의 구매는 죄다 암상의 마트나 백화점 등을 통해 구매했으며 은행 또한 암상의 지점과 거래했다.

이로써 부산을 대표하는 단체가 된 암상.

그들은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재건한 부산인데 균열로 인해 도시를 망가지게 할 수 없다고 말이다.

부산이 고향인 사람이나 실제 거주하는 시민들은 암상 회장 한금만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두 번 다시 고향을 잃을 수 없었던 그들은 몬스터가 나오는 즉시 빠르게 대처했다.

예전처럼 도망치거나, 별일 아니라고 치부하는 게 아닌.

즉각적이고, 신속한 대응.

각성자와 부산 시민들이 합심하여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들은 몬스터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었다.

게이트로 인해 가족과 친구를 잃었던 사람들이라 몬스터에 대한 증오가 그 어떤 지역보다 높았다.

“이놈은 나도 주,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시민이 꼬챙이를 들고 루시아를 겨눴다.

[감히 버러지 같은 놈들이 내게 그딴 장난감을 겨눈단 말이냐!]

마력을 쓰지 못하는 그녀여서 그런지 호통이 하찮게 느껴졌다.

몬스터의 고함에 사람들이 놀랬지만 자신들을 향해 공격해 오지 않자 일단 안심했다.

그사이 암상의 각성자들이 왔다.

“회, 회장님이시다!”

“한금만 회장님이 직접!?”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암상의 큰 손.

한금만 회장이 늙은 고블린을 보더니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같이 온 한상인을 향해 말했다.

“파천자 님이 부탁하셨다. 사람들이 잘 알아볼 수 있게 몸에 문신을 새기고 GPS를 장착시키거라. 그리고 부산 시민들에게 알려. 이 고블린을 평생 노예처럼 부리라고 말이야.”

“그렇게 전할게요.”

이준이 루시아에게 내린 벌은 평생 인간의 노예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대륙칠좌의 자존심은 천외천의 주인과 다르지 않았다.

몬스터의 몸에 들어간 것도 죽고 싶을 건데 인간의 노예로 평생을 살아야 했으니.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파천혈시이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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