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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56화 (454/705)

제452화

푸른 등불 꽃은 균열을 정화하는 데 쓰인다.

별거 아닌 듯 보이나 엄청난 아티팩트다.

오염된 균열에 푸른 등불 꽃을 바르거나 뿌리면 다신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다.

다만 그 양이 극소량이라 푸른 등불 꽃이 있다면 신중을 가해 써야 했다.

“이 정도의 양이라니.”

벨렌 로레스의 거처에는 푸른 등불 꽃이 널려 있었다.

희귀 재료에 속한 아티팩트인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나.

이준의 반응에 벨렌 로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그렇게 귀한 거야?”

한결 나아진 그녀의 목소리.

이곳으로 오기 전 호칭 정리를 끝낸 상태였다.

그녀가 이준보다 네 살이나 많아 반말하기로 했다.

“당연하지!”

이준 또한 그녀에게 말을 놓은 상태였다.

“어떤 용도에 쓰이는지 전혀 찾을 수 없던데 넌 아는 거야?”

이준의 얼굴에 미소가 뜨며 푸른 등불 꽃을 꺾었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 보여 주었다.

푸른 등불 꽃의 효과를.

꽃을 잡은 그대로 마기를 뿜어냈다.

푸른 등불 꽃에 마기를 주입시켰으나.

꽃이 격렬하게 저항했다.

빛을 내며 열심히 마기를 몰아냈다.

그 모습에 벨렌 로레스를 포함한 이곳에 있는 모두의 눈이 커졌다.

“마기에 저항하고 있어! 분명 내가 이것저것 실험할 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는데.”

푸른 등불 꽃의 효과가 세상에 알려진 건 몇 년 후.

지금은 그저 예쁜 꽃에 불과했다.

그러니 무극단과 벨렌 로레스의 반응이 시답지 않았던 것이었다.

“일반 마기로는 반응하지 않아. 그리고 푸른 등불 꽃을 액체로 만들어야 균열을 정화하는 데 힘을 쓸 수 있어.”

“그런데 넌 어떻게 푸른 등불 꽃의 힘을 끌어내는 거야?”

“꽃 상태로는 순도 높은 마기에만 반응해서 그래.”

“아.”

그녀는 이준의 말을 곧바로 이해했다.

순도 높은 마기.

적어도 블랙존의 카오스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기여야지만 반응한다는 소리였다.

이준의 마기는 블랙존에서 뿜어지는 마기보다 훨씬 정순하고 순도 높은 마기였으니까.

그래서 아직 액체로 만들어지지 않은 푸른 등불 꽃이 반응한 것이다.

“푸른 등불 꽃의 가치가 얼마나 엄청난데.”

이것만 있으면 안전지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치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할 터.

푸른 등불 꽃을 가진 벨렌 로레스는 억만장자였다.

“벨렌!”

“응?”

“이 꽃 우리 사신가에서 사면 안 돼?”

이준의 설명을 듣고 그녀도 꽃의 가치를 알게 됐다.

현재 최고의 가치를 지닌 아티팩트는 계승의 꽃이다.

푸른 등불 꽃은 그에 못지않았다.

살짝 아래 등급 정도?

푸른 등불 꽃도 가치는 딸리지 않았다.

“음….”

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디까지나 고민하는 척.

바로 수락하는 건 너무 없어 보일까 봐 하는 행동이었다.

애초에 이준의 제안을 거절할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좋아. 그런데 한국에서 거래하기에는 너무 멀지 않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잉-

이준의 옆에 게이트가 열렸다.

“테구르 나와 봐.”

“부르셨습니까요, 주인님.”

테구르가 허리도 펴지도 않은 채 이준을 마주했다.

“헉! 몬스터!?”

테구르를 보자 벨렌이 검을 꺼내 겨눴다.

“아군이야.”

“아군?”

“내 오른팔인 몬스터야.”

“컥! 저 왼팔이었는데 언제 오른팔로 승진했습니까요?”

테구르가 눈을 빛냈다.

녀석의 명예욕은 엄청났다.

눈치가 빠른 것도 명예욕이 한몫했다.

“이 녀석이 배달을 맡을 거야. 인사해.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사이니까.”

“테구르입니다요. 주인님의 친구분으로 보이시는데 편하게 불러 주시면 됩니다요.”

비굴한 몬스터의 모습에 벨렌 로레스가 충격을 받았다.

몬스터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기는 블랙급.

그것도 보스 몬스터에게서나 보일 법한 마기를 가졌다.

한데 이준에게 하는 행동은 영락없이 주인을 섬기는 하인의 모습 아닌가.

인간과 몬스터의 관계에서 주인과 하인 관계가 보이니.

벨렌 로레스로서는 상당히 큰 충격이었다.

“주인님. 이분 괜찮으신 겁니까요?”

“차차 좋아질 거야.”

이준이 그녀에게 게이트와 테구르를 가감 없이 보여 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거래를 편하게 하려는 뜻도 포함됐으나.

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몇 개월이 지나면 곧 큰 전쟁이 일어날 터.

그때는 모두가 알게 될 거다.

자신이 어떤 몬스터를 수하로 두고 있는지를 말이다.

벨렌 로레스와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됐지만 그녀의 신뢰를 얻는 방법에 쓰인다면?

아직 오픈되지 않은 비밀을 공유하면 마음을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어차피 곧 오픈될 비밀.

벨렌 로레스의 신뢰를 얻는 데 사용되면 그만큼 좋은 게 없었다.

그녀의 혈통과 암흑대제란 이명은 그만큼 값진 이름이었으니까.

서양 최고 각성자와 친분이 있는 사신가의 가주.

외교에도 이득이 될 것이다.

“파천자는 게이트를 다룬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이었구나.”

“확실히 알게 된 건 벨렌이 처음이야.”

“영광인걸.”

처음 알게 됐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걸까.

벨렌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우리 말고도 다른 곳에 팔면 로레스 가문을 금방 재건할 수 있을 거야.”

“난 이대로가 좋아.”

그녀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

그 속에 자유가 엿보였다.

“아쉽네. 명문 로레스 가문이 재건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내가 로레스 자체인걸?”

그랬다.

그녀는 벨렌 로레스.

암흑대제이자 용기사 로레스 가문의 혈통을 계승한 여자였다.

그녀가 있는 한 로레스 가문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벨렌의 생각이 그렇다면.”

이준이 말을 마치려는데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이준.”

“응?”

“사신가와 꽃을 거래하는 대신 봐줬으면 하는 곳이 있어.”

“어딘데?”

“날 따라와.”

* * *

벨렌 로레스의 안내를 받아 온 곳은 다름 아닌 거처 밑에 있는 지하 동굴이었다.

“이런 곳이 있었네? 뭐 하는 곳이야?”

“가 보면 알아.”

벨렌의 안내로 이준과 무극단이 지하 동굴로 들어갔다.

천혜의 요새이며 맑은 자연으로 이루어진 위쪽과는 달리.

지하 동굴은 음산하고 칙칙했다.

곳곳에는 균열 오염까지 있었다.

“으으. 나 이런 곳 싫어하는데.”

김봉팔이 두 팔로 어깨를 감싸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대주 미어캣인 줄.”

“우리밖에 없어서 망정이지 부대주가 무극단 망신은 다 시킨다니까.”

“야, 팩트 폭행하지 마. 우리 형님 상처받아.”

“저 양반 완전 소녀 감성이란 말이다.”

“다 큰 사람이 귀신 나올까 봐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그러지 후우. 내가 다 후배들 보기 민망하네.”

선임, 후임 할 것 없이 김봉팔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무극단이었다.

다른 곳이었다면 김봉팔이 버럭 소리쳤을 터.

지금은 귀신이라도 나올까 봐 온 정신이 시야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억!”

김봉팔의 몸이 굳었다.

앞으로 가던 발걸음도 멈췄다.

화들짝 놀란 그가 고개를 천천히.

굉장히 느리게 돌렸다.

“삼촌, 저예요.”

“하아아. 지, 지안이였냐. 놀랐잖아.”

김봉팔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깨를 덥석 붙잡은 손의 주인은 이지안이었다.

진짜 귀신이라도 나온 줄 알았던 김봉팔은 십년감수했다는 얼굴이었다.

“귀신이 있는 것 같아요.”

“지안아. 너까지 왜 이래. 세상에 귀, 귀신은 없어. 그거 다 미신이다?”

“정말 있어요.”

“아니라니깐? 놀리면 정말 화낸다.”

“진짠데.”

김봉팔이 고개를 털며 다시 앞으로 가려는데.

“왜 안 가?”

“혀, 형님. 저길 보시오.”

“어디?”

“귀신이오.”

“뒤질래? 이 새끼들이 죽으려고 환장… 으아아악!”

무극단이 가리킨 곳을 본 김봉팔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 말대로 귀신이 있었다.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이 아닌.

서양의 귀신들이었다.

금발 머리의 희미한 형체가 움직였다.

눈앞의 광경을 본 이준도 무극단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귀신?”

안내하던 벨렌 로레스가 고개를 저었다.

“귀신이 아니야. 조금만 더 지켜봐.”

“형체가 진해졌어?”

이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벨렌 로레스가 그들 앞에 섰지만.

“이들은 우리가 안 보이는 것 같아.”

희미한 형체의 사람들은 벨렌이 지척에 있음에도 자기들끼리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이준도 사람들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허공만을 갈랐다.

“이 앞에 뭔가가 더 있지?”

“응.”

“아마도 게이트겠지?”

“맞아.”

“벨렌은 이 사람들이 게이트 너머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믿고 있어.”

희미한 형체의 사람들은 현대의 복장이 아닌.

세계사에서나 보던 중세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우선 게이트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아.”

“칼바스 부탁해.”

그녀의 블랙 드래곤이 날개를 펄럭이면서 벽면에 섰다.

드래곤의 몸이 빛나고 사방으로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그러자 그그그극 소리가 들리며 벽면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희미한 형체를 가진 사람들의 몸이 진해졌다.

얼핏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열린 문으로 들어가자.

“확실히 이 게이트의 영향 때문인 것 같네. 내가 게이트를 느끼지 못한 건 드래곤의 봉인 때문이고.”

“정확해.”

블랙 드래곤의 결계 봉인.

기를 완전히 숨기는 걸 보면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았다.

“파랑아. 이 게이트가 어떤 원리로 열렸는지 알 수 있을까?”

이준의 어깨에 있던 파랑이가 풀쩍 뛰어 바닥으로 내려왔다.

[알아볼게.]

파랑이가 게이트를 향해 뛰어들었다.

게이트의 상세 정보를 알려면 안으로 들어가서 마기를 발산해야 한다.

밖에서는 일부 정보만 얻을 수 있어 안으로 직접 들어간 거다.

이준은 파랑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절대종 중 한 마리라 조사는 금방 끝날 터.

곧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마침 파랑이가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윤기가 흐르던 털에 검게 그을린 자국이 있는 게 아닌가.

[지안이를 보호해!]

파랑이가 갑작스럽게 외쳤다.

그러면서 흑염과 함께 마기를 발산하며 게이트를 감싸는 게 아닌가.

뭔가 일이 일어 났다고 생각한 이준도 이지안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보다, 파랑이보다 더 빠른 그림자가 있었다.

게이트 안에서 나온 검붉은 연기가 이지안의 몸속으로 먼저 들어가 버렸다.

이지안은 저항할 틈도 없이 당해버렸다.

* * *

그 무렵.

오대 가문과 마벽의 각성자가 모두 모였다.

“오늘부터 6개월간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하겠네. 힘들어도 전부 따라와 주도록 하게.”

검제의 말이었다.

그가 훈련을 맡는다고 하는데 어찌 게으름을 피우겠나.

이곳에 모인 각성자는 모두 정예였다.

내로라하는 이들만 모였으며 타 가문보다 더 강해지겠다고 경쟁심을 불태웠다.

“내 발목 붙잡았다간 모두 혈수로 만들어 주겠다.”

괴개도 한마디 했다.

짧은 말을 끝으로 시작된 훈련.

이준의 부탁대로 각성자의 전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데 열을 가했다.

가문의 각성자와는 달리 등급이 유독 높은 특별 1반은 서로 치고받고 싸웠다.

실전에 가까운 비무.

상대의 목을 취하려는 듯.

살수를 뿌려 댔다.

그중 제일 격렬하게 싸우는 사람은 박정연과 박혁진이었다.

특히 박정연은 사생결단의 모습으로 박혁진을 몰아붙였다.

쾅!

“윽.”

검과 검이 부딪히자 뇌기가 주변으로 퍼졌다.

강력한 뇌력을 담았음에도 이어지는 박정연의 공격은 매끄러웠다.

쾅쾅!

“누나 살살해!”

벽운이 천월을 부러트리려고 작정했다.

명검의 날이 살짝 깨진 것 같았다.

그런데도 박정연은 만족하지 못한 채 검을 휘둘렀다.

‘더, 더! 언제까지 준이 뒤에서만 숨어 있을 거야 박정연!’

그녀는 등급이 높아졌음에도 이준의 도움을 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정연은 챙김을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이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반대의 현실이라 그녀는 자신을 더욱 몰아세웠다.

강해지기 위해.

이준의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

그녀는 검을 날카롭게 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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