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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53화 (451/705)

제449화

‘몸에 깃든 게 블랙 드래곤의 마력인가.’

드래곤 하트가 반응하는 것을 보면 확실했다.

일반 마력이 아닌, 태초의 힘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당하지 못할 터다.

유럽에서 이 드래곤 하트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한 가문 뿐.

그러나 그곳은 몇 십년 전에 이미 멸문하고 말았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

사람들에게 잊혀진 곳이었다.

그랬기에 이 여자의 정체가 더욱 궁금했다.

이준이 암흑대제로 추정되는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으음….”

여자가 신음을 내었다.

“괜찮으세요?”

이지안이 그녀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여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면서 힘겹게 열렸다.

“누…구?”

“사신가의 각성자예요.”

“…사신가? 윽!”

여자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고통으로 인해 일어날 수 없었다.

“무리하게 움직이면 안 돼요.”

근처에서는 커다란 소음이 연신 일어나고 있었다.

무극단과 몬스터가 격렬하게 격돌하는 상황.

몬스터를 죽이면 더 많은 놈들이 몰려왔다.

“파랑아. 시끄럽다 그치?”

[내가 해결하고 올게.]

파랑이가 품에서 나와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파랑이를 본 여자의 입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칼바스!”

무언가 잊은 게 있는 듯.

그녀가 몸을 급히 일으켰다.

큰 고통이 몰려올 텐데 꾹 참고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자 치료한 상처가 벌어졌다.

보다 못한 이준이 손을 움직였다.

“억.”

목소리만 나오게끔 점혈을 가했다.

“상처 벌어지니까 가만히 있어요.”

“안 돼… 칼바스가… 죽을 거야.”

그녀는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누군가를 애타게 찾았다.

“칼바스? 곁에 동료는 없었는데.”

이준이 고개를 돌려 기감을 넓혔다.

몬스터와 다른 기운이 없는지.

각성자로 보이는 기운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각성자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드래곤이야… 블랙 드래곤으로 보이는 몬스터를 찾아 줘.”

“설마 저 애매한 몬스터?”

파랑이와 대치하고 있는 한 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몸이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는 몬스터.

크기는 3m 정도로 작았다.

드래곤치고는 작은 모습이라 일반 몬스터라 여겼다.

“파랑아. 네 앞에 있는 녀석 죽이지 말고 데려와.”

[알았어.]

파랑이는 이준의 말을 바로 이해하고는 앞의 몬스터를 제압했다.

파랑이는 절대종인 탐.

블랙급 몬스터라 할지라도 같은 절대종이 아니면 녀석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몬스터는 약육강식에 철저했다.

자기보다 강한 몬스터 앞에는 힘도 못 쓰는 게 몬스터였다.

그 때문인지 파랑이의 기운에 의해 꼼짝도 하지 못한 드래곤.

몸을 비틀어 대긴 하나 그뿐이었다.

[얘는 왜?]

“아군인 것 같아.”

[아하! 하마터면 죽일 뻔했어. 그럼 난 다시 싸울게.]

파랑이는 제 일을 끝내고 다시 몬스터 떼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준은 블랙 드래곤을 유심히 보았다.

상처로 가득한 몸.

찢긴 날개는 드래곤이 얼마나 격전을 벌였는지 알려주었다.

‘상처는 지안이가 치료하면 되고, 성체가 아닌가?’

이준이 생각한 드래곤은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생명체였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마치 태어난지 얼마 안 된 드래곤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바스. 괜찮아?”

“크르.”

여자의 음성에도 드래곤은 이준을 노려보며 경계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마기.

몬스터보다 짙고 어두웠다.

녀석은 이준이 두려운지 몸을 떨었지만 어떻게든 마주하려고 노력했다.

“난 네 적이 아니야. 괜히 힘 빼지 말고 치료받아.”

이준의 말에 녀석은 더욱 긴장했다.

녀석의 행동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얘 특이한 놈이네. 웬만한 동물은 다 날 좋아하던데.”

여태껏 동물들이 이준을 경계하는 경우는 없었다.

남자를 유독 싫어하는 파랑이조차도 이준은 좋아했다.

한데 칼바스라는 드래곤은 어떤가.

이준을 두려워했다.

손을 뻗어 얼굴을 만지려 했으나.

움찔!

몸을 떨더니 이빨을 보였다.

잠잠해지자 다시 시도 했지만 똑같았다.

드래곤은 전혀 경계를 풀지 않았다.

이에 실망한 이준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이지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주 오빠가 강압적으로 말해서 그래요.”

“내가?”

“네.”

“다정하게 말했는데?”

“전혀 다정하지 않았어요.”

이지안이 드래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녀석이 움찍했지만 공격은 하지 않았다.

“많이 다쳤구나. 내가 치료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

이지안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치료 약을 몽땅 꺼냈다.

뱀파이어 로드의 피로 만든 치료제를 드래곤에게 먹였다.

그리고 요정의 꿀로 만든 특제 회복 약을 상처 부위에 발랐다.

“크르르.”

칼바스가 낮게 울부짖었다.

많이 아픈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게 상처가 심했다.

쓰러져도 무방하지 않을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이 상태로 계속 서 있었던 거야?”

이지안이 정성껏 치료했다.

“이놈 사람 가리네. 흥. 나도 너 싫다.”

이준이 팔짱을 낀 채 몸을 돌렸다.

드래곤에게 상처를 입었다.

처음보는 영물이라 호기심에 만져보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고.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버티던 드래곤이 스스륵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이준은 이때다 싶어서 손을 뻗었지만.

“이놈 기감 한 번 쩌네. 쳇. 더러워서 안 만진다.”

이준이 진심으로 삐졌다.

사람한테는 상처를 잘 안 받는 그였지만 동물에게는 상처를 잘 받았다.

이준이 씩씩거리는 사이.

이지안의 치료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정신을 부여잡고 지켜보던 여자 또한 이지안의 정성스러운 치료에 긴장이 풀렸는지 눈을 감았다.

* * *

파랑이의 개입으로 카오스 몬스터를 완전히 쓸어버렸다.

게이트가 열려 있어서 밖으로 종종 몬스터가 나오긴 하나 파랑이에게 위협이 되진 않았다.

무극단과 파랑이가 주변을 경계하는 사이.

기절했던 여자가 깨어났다.

“괜찮아요?”

“…도와줘서 고마워.”

여자가 이준과 이지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암흑대제를 살려 준 거라 저로서는 큰 이득이니 개의치 말아요.”

“암흑대제라니 난…”

“목숨을 구해 준 사람한테 거짓말할 건 아니죠? 그러면 굉장히 실망할 것 같은데.”

이준의 표정에 여자가 눈을 감았다.

그동안 잘 감췄던 신분을 결국 들키고 말았다.

그것도 동양인에게 말이다.

“날 어떻게 알아본 거야?”

“블랙 드래곤의 마력이 몸에 깃들어 있어서 유추해 봤어요.”

“내 마력을 느낄 수 있어?”

이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드래곤의 마력은 은밀했으나 그가 못 느낄 만한 기운은 아니었다.

다른 각성자라면 절대 알아차리지 못했을 마력.

하필 상대가 이준이라 정체가 까발려진 것이다.

“보시다시피?”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칼바스를 치료한 걸 보면 대단한 곳에 속한 각성자 같은데… 누구지?”

“물어보기 전에 먼저 본인 소개를 하는 게 예의 아닐까요?”

당돌한 이준의 말에 그녀가 바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내가… 사람을 많이 안 만나 봐서 너희들에게 실례했어. 내 이름은 벨렌 로레스. 이명은 암흑대제야.”

“쥬얼 호지슨이 아니에요?”

“그 이름은 가명이야.”

이준의 눈이 커졌다.

스페인의 명문가였던 로레스 가문.

어느 순간 몰락했다.

가문 중심에 카오스 게이트가 떡하니 열린 것.

카오스 몬스터로 인해 가솔들은 모두 죽임을 당하고 딱 한 명만이 살아남았다.

그 사람이 바로 벨렌 로레스였다.

“용기사 휴고 로레스가 당신의 아버지예요?”

“우리 가문을 기억하고 있는 각성자가 있을 줄 몰랐네.”

그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로레스 가문은 한국의 철혈검가와 비슷했다.

그들이 있기에 스페인은 안전했다.

현재는 거론되지 않는 가문이나.

옛날에는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났던 곳이었다.

그 가문의 생존자가 바로 암흑대제.

벨렌 로레스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너희가 누군지 알려 주겠어?”

이준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자기소개를 했다.

“전 사신가의 가주 이준이에요. 여긴 제 동생 이지안입니다.”

“서양 최고 각성자를 봐서 영광입니다. 이지안이에요.”

이준과 이지안의 소개가 끝나자 이번에는 벨렌이 놀랬다.

“파천자! 그래서 칼바스가 이상 행동을 한 거였어.”

블랙 드래곤 칼바스.

제아무리 등치가 큰 몬스터라도 블랙 드래곤인 칼바스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드래곤은 태초의 존재.

하등한 생물인 몬스터를 하찮게 여겼다.

인간 또한 몬스터와 같이 생각했다.

칼바스가 인정한 인간은 오직 벨렌 로레스뿐.

그녀마저도 친구 이상의 존재로는 두지 않았다.

그만큼 자존심이 강했으며 콧대가 높았다.

칼바스가 이상행동을 보인 건 이준이 처음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마치 생각지도 못한 존재를 인식한 느낌이었다.

“소개는 끝냈으니 몇 가지 물어볼게요. 어쩌다가 상처를 입었어요?”

“아!”

그녀는 생각 나는 게 있는지 다급하게 외쳤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만 해.”

“네?”

“탐욕과 나태의 군단이 스페인에 모습을 드러냈어.”

“저놈들을 말하는 거죠?”

이준이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가리켰다.

“난 마드리드 성당에 잠입했다가 들켜서 도망치는 와중에 저들에 의해 상처를 입었어. 이놈들은 정찰병일 뿐, 진짜는 성당에 나타난 몬스터야.”

알고 있는 사실이다.

베네로딕의 기억 속에서 얻은 정보가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제단만 부수면 카오스 게이트는 닫힐 거예요.”

“그게 문제가 아니야. 몬스터를 조종하는 신부는… 우리의 힘으로 이기지 못해….”

그녀의 눈에 공포가 맺혀 있었다.

암흑대제가 SS급 각성자이긴 하나 오좌를 이기는 건 어려웠다.

“그건 제가 해결할게요.”

“이 인원수로 해결할 만한 숫자가 아니야. 차라리 빠졌다가 병력을 모아 성당으로 진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녀의 방법도 괜찮았으나 시간이 없었다.

카오스 게이트가 생겨날수록.

균열이 넓어질수록.

차원의 틈은 벌어질 터.

그렇게 되면 천주가 넘어오는 시간이 당겨질 것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자신이 할 일은 천주가 이 세상으로 넘어오는 걸 최대한 늦추는 거다.

“별로 안 내키기도 하고, 이미 늦은 것 같아요.”

* * *

대기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검붉은 회오리들.

회오리가 사라지니 날개를 단 몬스터가 모습을 보였다.

주둥이 부위에 집게가 달린 마물.

등껍질에 날개가 달린 모습은 영락없이 거대한 파리였다.

몬스터의 이름은 몬드라.

파리형 몬스터였다.

고위급 카오스 몬스터로 녀석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는 중독 증세와 환각을 일으켰다.

몬드라의 반대편에는 까마귀 탈을 쓴 인간형 몬스터가 창을 꼬나쥐고 서 있었다.

가탈루.

녀석 또한 고위급 카오스 몬스터로 나태의 군단 소속이었다.

그 이외에도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 수두룩했다.

순식간에 전장을 가득 채운 카오스 몬스터들.

졸지에 무극단이 갇혀 버린 형국이 되었다.

“늦었어….”

벨렌 로레스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붉은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도망칠 수 없는 상황.

이를 타개할 방법은 정면을 뚫는 것밖에 없었다.

하나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뚫어도 뚫어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느낌.

그녀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와는 달리 이준은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다.

“숫자에는 숫자로 대응해야겠지 파랑아?”

[불러?]

“응.”

[헷! 처음 불러 본다.]

파랑이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녀석이 있는 바닥에 마법진이 새겨지더니 엄청난 마기가 뿜어졌다.

[금역의 종이여 주인의 명에 응답하라.]

파랑이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검은 마기가 여기저기서 소용돌이치며 그림자를 만들었다.

소용돌이가 사라지자 그 자리에 나타난 몬스터들.

녀석들은 금역의 몬스터가 아니었다.

파랑이가 탐이 되고 나서 복종한 블랙급 몬스터들이었다.

꼬리가 일곱 개나 달린 적호와 먹물의 모습을 한 두꺼비가 소환됐다.

두꺼비지만 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모습.

블랙급 몬스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어쨌든 카오스 몬스터와 대치 상황이 된 파랑이의 몬스터였다.

그대로 싸우면 당연히 카오스 몬스터가 우세하겠으나.

지금은 파랑이가 곁에 있었다.

[금역의 주인이 필드를 생성합니다.]

[‘달의 대지’가 펼쳐졌습니다.]

[월광을 받은 몬스터의 능력치가 2배 상승합니다.]

[‘탐의 재림’ 효과가 발동합니다.]

[탐의 종들은 모두 포식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탐의 식탐’이 발동했습니다.]

[배고픔을 느낀 종들은 등급과 상관없이 한 마리의 몬스터를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파랑이는 절대종의 힘을 과시했다.

[어때? 나 대단하지?]

“이만하면 카오스 군단과 싸울 만하네.”

이준은 파랑이의 패시브 효과에 아주 만족했다.

포식 스킬은 웬만한 건 다 씹어먹는 개사기 스킬.

그런 스킬을 탐의 종들이 모두 사용한단다.

이 싸움은 보지 않아도 이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 쓸어버려.”

이준의 목소리에 파랑이를 비롯한 탐의 종들이 카오스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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