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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51화 (449/705)

제447화

중국의 설산.

광활할 정도로 넓은 산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곳곳에는 몬스터의 분리된 시체가 즐비했다.

그곳에 홀로 서 있는 남자가 어디론가 고개를 돌렸다.

“인위적인 게이트? 우리 말고 또 누가 일을 벌이고 있는 건가.”

멀고도 먼 곳에서 느껴지는 대량의 게이트였다.

이 정도의 게이트면 의도는 뻔했다.

이 세계를 망가트리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를 도와주는군.”

남자가 붉게 물든 눈을 밟으며 움직였다.

산의 정상으로 가는 동안 끝도 없이 펼쳐지는 시체의 길.

사람 덩치의 열 배나 되는 몬스터도 죽어 있었다.

산 정상에 오른 남자가 검붉은 눈을 빛냈다.

“일반 게이트도 아닌, 카오스 게이트를 소환라….”

그것도 상급의 카오스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게이트를 말이다.

남자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어렸다.

그는 생성된 게이트의 기운을 느꼈다.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가늠해봤다.

“이 세계에 우리보다 미친놈이 있었군.”

굉장히 먼 거리에서 누군가가 카오스 게이트의 기운을 노골적으로 퍼트리는 게 느껴졌다.

제일 먼저 눈치 챈 건 남자지만 다른 백마존이 모르고 있을 리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잉-

허공에 게이트가 열리더니.

노인과 청년이 나타났다.

그들은 나오자마자 남자를 향해 말했다.

“일마존. 벌써 시작했어?”

“우리가 정한 장소는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의 질문에 남자, 일마존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아니다.”

“그러면?”

“우리 말고도 이 세계를 망가트리려는 놈들이 있어?”

“이 세계를 먹으려는 놈들은 많겠지.”

일마존의 말에 노인과 청년이 코웃음을 쳤다.

“정신 나간 놈들이군.”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까먹은 건가? 아니면 우리는 안중에도 없나?”

“전자나 후자나 어느 쪽이든 병신일 뿐이다.”

일마존이 설산을 내려갔다.

노인과 청년, 이마존과 삼마존 또한 그를 따랐다.

그들이 향한 곳은 설산에 둘러싸인 거대한 분지였다.

“천주의 소환이 앞당겨질 것 같다.”

“카오스 게이트의 마기와 사람들의 생명이라면 더할 나위 없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놈들에게 고마워해야겠어.”

각성자들에게 1년의 유예를 주었다.

그때까지 최대한 강해질 시간을 줬는데.

어떤 멍청한 놈들로 인해 천주의 강림 시간이 앞당겨졌다.

파직-

분지 한가운데에 주먹만 한 크기의 균열이 있었다.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무지막지한 파동.

이 너머에는 천주가 문이 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파지지직-

주먹만 하던 균열이 그사이 커진 듯 보였다.

“인간의 생명이 균열을 통해 카오스 게이트로 흘러들어오면 한 달은 당겨질 것 같군.”

이 균열의 건너편에 있는 사람은 천주.

그의 힘은 하늘에 닿아 있어 이 세계로 넘어오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다.

한 달이나 시간이 앞당겨진 건.

굉장히 큰 성과였다.

또한 카오스 게이트가 계속 열리고 있으니 앞으로도 사람들이 죽어날 터.

천주의 강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앞당겨질 것이다.

세 사람이 커진 균열을 보고 있을 때였다.

[삼장로… 인가.]

“……!”

“천주!?”

“천주님이십니까?”

[그렇… 다. 거대한 마기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세 사람의 귀에 천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오오, 천주시어.”

“마의 주인을 오랜만에 뵈옵니다.”

“그간 무료하지 않으셨는지요.”

[강호는 100년 전부터 무료했지. 그곳은 어떠하냐.]

천주의 질문에 일마존이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천주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말하라.]

“이곳에 ‘그’분의 무공을 익힌 놈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보라.]

화아악-

균열에서 지독하리만치 강렬한 마기가 쏘아져 나왔다.

“흡!”

“마, 마의 주인이시어….”

삼마존은 고개를 땅에 처박고 들지 않았다.

그들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균열에서 나온 마기는 파천멸기.

파멸의 기가 세 사람을 짓눌렀다.

일마존은 식은땀을 흘려가며 하던 보고를 마저 했다.

“‘그’분의 무공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듯합니다, 윽….”

[가능한 이야기라 생각하는 것이냐.]

“처음에는 저도 믿지 못했지만, 지주 측의 보고를 확인까지 했습니다.”

[일장로가 보기에는 어떤가. 정말… 사부의 무공을 익혔더냐.]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

정적이 흘렀다.

천주의 사부는 고금제일인.

파천혈신이라는 전무후무한 무신이었다.

천주는 그런 사람을 최선을 다해 모셨지만, 완전한 무공을 이어받지 못했다.

파천혈신이 천주에게 했던 충격적인 말.

자신의 무공을 온전히 이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 자격이 뭔지 말해달라고 했지만 파천혈신은 끝내 말하지 않았다.

대신 딱 하나를 예언했다.

혈신의 무공은 사라지나 훗날 천무의 무공을 익힐 후예가 나타날 거라고 말이다.

파천멸기는 천무의 한 갈래일 뿐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천주였다.

파천혈신의 무공을 익힌 사람이 있다는 말에 천주가 입을 다문 것도 그에 대한 증오 때문이었다.

한참이나 정적이 흐르고.

천주의 광소가 들려왔다.

[크하하하하!]

삼마존이 있던 분지가 무너질 듯 흔들렸다.

다른 세상에 있지만, 천주의 힘이 이 세계까지 미친 것이다.

삼마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천주의 무공이 하늘에 닿았구나.]

[어디까지 강해질 셈인지.]

[이 세계도 강호처럼 처참히 망가지겠어.]

안 본 사이 천주는 그새 강해져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삼마존이 용기있게 말했다.

“이제 ‘그’를 잊으셔도 될 만큼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의 천주라면 이미 그를 뛰어넘은 듯합니다.”

이마존이 삼마존의 말을 거들었다.

그런데 균열 너머에서 차갑도록 시린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내가 사부보다 더 강하다고 말한 것이냐.]

“파천혈신은 옛날의 신화적 무… 컥!”

삼마존이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곁에 있던 이마존의 눈이 커졌다.

[네가 나를 겁쟁이로 만드는구나. 사부의 무공은 하늘에 있다. 지주와 인주 그리고 내가 사부를 무서워했던 건…]

천주의 음성이 살짝 흘렸다.

그토록 견고하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지금의 나도 사부의 옷깃을 건드리는 게 최선이다. 알아들었느냐.]

무림에서 자연경에 든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천주는 신화적인 존재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

하지만 그조차도 파천혈신을 상대하지 못한단다.

파천혈신이 강하다는 건 알지만 그 정도일까.

지금의 천주면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한데 지금의 천주도 그를 못 이긴단다.

파천혈신은 정말 신이라도 되는지.그가 전율스러운 무공을 가졌다는 걸 천주로 인해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됐다.

“…실언을… 범했습니다….”

“용서를….”

[내가 넘어가기 전까지 사부의 무공을 가진 놈을 건드리지 마라. 직접 확인하겠다.]

“명을 받듭니다.”

균열에서 들려오던 천주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분지를 흔들었던 강렬한 마기도 자취를 감췄다.

일마존이 자리에서 일어나 삼마존을 질책했다.

“다시는 천주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지 마.”

“혈신의 무공이 그렇게 높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래 일마존. 나도 이마존과 같은 생각이야. 혈신이 아무리 강했다 하더라도 지금의 천주라면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너희들은 혈신이 천지인의 주인에게 죽었다고 생각할 테지. 그러니까 담으면 안 될 말을 함부로 꺼내는 거고.”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일마존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가 떠올랐다.

왜 저런 눈을 하는지 모르는 이마존과 삼마존이었다.

“아무래도 일을 더욱 빠르게 진행해야겠다. 천주께서 파천자를 빨리 보고 싶어 하실 게야.”

“일마존, 우리한테 숨기고 있는 거 있어?”

“없다. 있다고 해도 말해줄 수 없다.”

일마존은 단호하게 말한 후 몸을 돌렸다.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을 말해줄 수 없었다.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신마회는 패닉에 빠질 터다.

‘진실은 죽을 때까지 묻어야 한다.’

오직 천주와 일마존만 아는 진실.

천지인의 주인은 파천혈신을 죽이지 못했다.

파천혈신은 누구도 자신의 목숨을 죽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스스로 자신을 가둬버렸다.

* * *

사신가의 가솔들이 모두 대연무장에 모였다.

이준은 송선형에게 가문의 정비된 조직도를 받았다.

송선형은 그에게 새로운 조직도에 대해 설명했다.

“사신가는 네 개의 각과 단으로 구성했습니다. 현무각, 주작각, 청룡각, 백호각. 그 아래 예하에는 현무단 등으로 붙였습니다.”

현무각 - 현무단

이의태(전 동의각주) - 현무각 각주

진병준(전 만품각주) - 현무단 단주

주작각 – 주작단

류천환(전 투신단주) - 주작각 각주

여경수(전 일조대주) - 주작단 단주

청룡각 – 청룡단

노재훈(전 진천각주) - 청룡각 각주

도장효(전 오행대주) - 청룡단 단주

백호각

송선형(전 비익단주) - 백호각 각주

“심플하고 좋네요.”

“헷갈릴 수도 있지만, 세분화하는것보다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잘하셨어요.”

현무각과 단이 맡은 건 보급과 살림.

주작각과 단은 타격을.

청룡각과 단은 타격과 가문의 방어를 겸임했다.

마지막으로 백호각은 정보와 첩보를 맡았다.

각주와 단주들이 은퇴한 이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서열이 꼬여 이제야 새로운 조직도를 만든 것.

그전에는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송선형을 비롯한 몇 명만 백호각주나 단주로 불려왔다.

앞으로는 정해진 조직도로 불리게 될 것이다.

“조직도는 이대로 하고.”

“한 가지 안 정해진 게 있습니다.”

“뭔데요?”

“무극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여기에 무극대만 없네요. 무극대는 무극단으로 승격하고 사신가의 가주 이외에는 누구도 명령내릴 권한이 없는 걸로 하죠.”

“알겠습니다.”

이준은 송선형에게 조직도를 다시 건넸다.

이 건은 마무리했다.

“제가 여러분을 모이게 한 건 제가 또 자리를 비울 것 같아서예요.”

“또 어디 가시는 겁니까?”

사신가의 제일 큰 어른이라 할 수 있는 이의태가 물었다.

“무극단과 스페인에 다녀오려고 해요.”

“거긴 카오스 게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곳 아닙니까.”

“가주께서는 실종된 한국 여행객들을 찾으러 가시려는 겁니까?”

“실종자들은 핑계고 카오스 게이트를 닫으러 가는 게 목적이에요.”

“가주님만 보낼 수 없습니다. 청룡각이 보좌하겠습니다.”

청룡각주가 된 노재훈이 나섰지만 이준이 반대했다.

“저와 무극단만 가려는 건 사신가의 전력을 보존하려고 하는 이유에서예요. 청룡각이 간다면 도움은 되겠지만 전력 손실을 볼 텐데 한국에 있는 게 저를 도와주는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가주님을 혼자서 행동하게 할 순 없습니다.”

“청룡각주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가주.”

이의태가 걱정스러운 눈을 했다.

가주란 직책은 몸이 무거워야 한다.

가문의 중심은 가주였으니까.

그러나 이준은 언제나 직접 나서서 움직였다.

모두가 본받을 행동이었으나 사신가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에 하나 가주가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엔 타격은 온전히 사신가의 몫.

이준의 무공이 강하다고는 하나.

아직 어려서 결혼을 안한 상태였다.

후계자가 없는 상황.

가문의 핏줄은 굉장히 귀했다.

특히 이준과 같은 무공을 지닌 피는 귀한 걸 넘어 국가가 보존해야할 혈통이었다.

하나 이준은 그런 사소한 것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전 소중한 사람을 잃어봐서 이제는 잃고 싶지 않아요.”

이준의 담담한 목소리가 모두의 가슴에 꽂혔다.

마치 자신들을 위해 가주가 직접 나서서 위험을 제거하겠다는 말로 들리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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