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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50화 (448/705)

제446화

‘지금 천주, 대사형이 이 세계로 넘어온다면….’

끔찍했다.

천주를 압도적인 실력으로 이기지 못한다면 다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국에 펼쳐질 지옥도.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도 있을 터다.

‘막아야 해. 일반 블랙존 게이트도 위험한데 카오스 게이트는 말할 것도 없어.’

한국 여행객의 실종이 아니더라도 유럽의 마계화를 막아야 했다.

균열은 차원에 영향을 끼치니까.

천주가 있는 세상과 연결된 틈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그 전에 최대한 균열을 제거해야 했다.

“제가 가죠.”

“파천자가 말이오? 괌에 다녀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아 피로가 쌓였을 터인데….”

“해외 여행을 또 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렇담 나와 제왕단도 동행하겠소.”

“할아버지! 저도요!”

박혁진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도 꼭 가고 싶다는 눈빛으로 검제를 간절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준이 반대했다.

“안 돼.”

“왜!”

“위험해.”

“나 예전처럼 약하지 않아. SS급 달았어.”

“그래도 안 돼. 넌 한국에서 수련하고 있어.”

이준의 반대에 박혁진의 표정이 찌그러졌다.

언제까지 도움만 받고 뒤에서 잠자코 있으라는 건지.

박혁진은 이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했다.

이준은 친구의 마음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이번 생은 내가 너흴 지켜 줄게.’

친한 친구이기에.

언제나 자신을 챙겨준 녀석이기에.

이번 생애는 친구가 자신 때문에 다치지 않았으면 했다.

이준이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강해지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파천자의 말을 듣는 게 좋겠다. 너는 철혈이 가진 최후의 검이니 한국에 있으면서 칼을 더 갈고 있거라.”

검제도 이준의 말에 동의했지만 박혁진은 수긍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곧이어 들려오는 소리는 이곳에 있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검제 님도 한국에 있으세요. 유럽에 가는 건 저와 무극대만 갈 거예요.”

“파천자!”

“그건 안 됩니다. 어떻게 사신가만 희생하라고 하십니까.”

검제가 소리치고 검왕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다.

최근 들어 항상 희생하는 건 이준과 사신가였다.

이번에도 이준이 한국의 전력을 온전히 보호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마법 학회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희가 신경 써야 할 적은 백마존이에요. 그들 뒤에 있는 천주가 이 세계로 넘어온다면 재앙이 올 겁니다. 오대 가문과 마벽은 전력을 끌어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해 주세요. 백마존이 말한 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준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는 마법 학회보다 천외천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강함을 보면 천외천도 괴물에 가까웠으나.

마법사들은 하나하나가 일인 군단급이었다.

그런데 이준은 천외천을 더 경계했다.

백마존이 얼마나 강하길래.

천주가 도대체 어떤 자이길래.

저렇게 강한 이준이 힘을 주어 말할까.

검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천주는… 어느 정도로 강하오?”

“진실을 원하세요?”

“그렇소.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거짓말은 하지 말아 주시오.”

검왕과 박혁진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준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그들도 진실을 알아야 하기에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규격 외. 등급으로 측정할 수 없어요.”

“헉!”

“규, 규격 외가 실제로 존재한단 말입니까?”

“규격… 외라니….”

세 사람 모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규격 외라는 말은 등급 표시가 안 된다는 말 아닌가.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몬스터보다 더한 악몽이 6개월 후에 재림할 수도 있을 터.

과연 자신들이 강해진다고 막을 수 있나 의심이 들었다.

“천주는 제가 막을 수 있어요. 대신 여러분은 백마존을 막아 주셔야 해요. 천주가 인정하는 수족인 만큼 그들 또한 강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으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구려.”

검제가 침음을 내었다.

이준이 왜 마법 학회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천주와 백마존을 상대하려면 지금의 전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천외천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른 가문에도 제 말을 전해 주세요.”

“제가 회합을 소집하겠습니다.”

“회합은 검왕께서 맡아 주시고, 검제님은….”

“난 심호와 함께 가문의 합동 수련을 진행하겠소.”

“좋은 생각이에요. 너도 지금보다 실력을 더 높여야 하는 거 알지?”

“나 검룡이야. 무사고 천재. 6개월 후에는 SSS급을 찍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박혁진이 옆구리에 찬 검을 매만졌다.

긴장할 때마다 보이는 버릇이 나왔다.

이준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천하의 박혁진이 쫄아 있네?”

“내에에가? 설마. 강한 놈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흥분돼서 그래.”

“너 그런 취향이냐?”

이준의 농담에 박혁진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다.

박혁진과 어울리지 않은 태도.

녀석에겐 언제나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았다.

그게 가장 박혁진다웠으니까.

이준은 박혁진에게서 시선을 떼고 검왕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신기 가주님께 이걸 전해 주세요.”

“이게 뭡니까?”

“특별 1반이 익힌 공격진이자 방어진이에요. 그걸 뜯어서 대인원용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 주세요. 기간은 최대한 빠르게요.”

검왕에게 준 진법서는 전륜마멸진이었다.

사부가 뜯어고쳐서 만든 진법.

엄청난 깨달음이 들어간 진이나 신기학사 한지웅이라면 대인용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백마존과 싸우려면 진법은 필수.

전륜마멸진이라면 천외천을 상대하기 충분하다고 여겼다.

“S급 진법 같은데 이걸 공용진법으로 만들어도 되는 겁니까?”

“그것보다 사람의 목숨이 더 중요하잖아요.”

널리고 널린 진법이 된다 해도 상관없었다.

이를 대체할 진법이 차고 넘쳤다.

진천무에만 해도 더 좋은 진법이 꽤 있었다.

“전 그럼 가문으로 돌아가 볼게요.”

“몸조심하시오.”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

* * *

이준은 철혈검가를 나와 4대 성지의 금역에 들었다.

[주인님 빨리 왔네?]

“뭐 하고 있는 거야?”

[테구르가 백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이준이 왔음에도 테구르와 이지안은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테구르는 그 어느 때 보다 작업에 집중한 상태.

망치로 열심히 새하얀 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지안은 테구르의 망치질에 시선을 뺏겨 있는 상태였다.

탕!

타당탕탕!

귀를 때리는 망치음.

이지안의 내기가 망치의 리듬에 따라 흐르고 있었다.

“무아지경의 상태?”

[이 애 진짜 쩔어. 기가 무한에 가까운데 힘을 방출하는 통로가 무지막지한 데다가 넓기까지 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지안은 구음절맥이란 희대의 병을 앓았다.

성인이 되기 전에 죽을 운명.

그로 인해 명석한 두뇌는 물론 극음의 기운이 무한했다.

그런 아이가 병을 치료했으니.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지게 됐는지.

테구르의 망치질에도 깨달음을 얻어버렸다.

[테구르도 망치질 엄청 잘한다. 그치?]

“녀석은 드워프한테도 밀리지 않은 장인이니까.”

테구르의 망치질은 이준의 내공까지 움직이게 했다.

자극적인 소리가 아닌, 경쾌하고 맑은 공명음이었다.

[곧 끝날 것 같아.]

파랑이의 말마따나 테구르의 망치질이 점점 잦아들었다.

망치질이 완전히 멈추자 하얀 창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치솟았다.

“마병?”

신병이 아니었다.

주인을 잡아먹는 마병이 만들어진 것이다.

“휴우우. 다 됐습니다요… 오잉? 주인님은 언제 오셨습니까요?”

테구르가 이마에 난 땀을 닦다가 벌떡 일어났다.

“방금 왔어. 그런데 너 신병을 마병으로 바꾸면 어떡하냐.”

“아, 이거 말입니까요? 주인님이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요?”

테구르는 조심스럽게 창을 들었다.

마력이나 내공을 사용하지 않으면 평범한 무기였다.

다만 힘을 주입하면 마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처럼 말이다.

“와 미쳤는데?”

“헤헤. 작업이 잘 돼서 힘 좀 줘 봤습니다요.”

이준은 백설에서 흘러나오는 마기가 주변으로 퍼지지 못하게 힘으로 눌렀다.

특히 옆에 있는 이지안이 앉아서 깨달음을 얻으려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마병의 마기를 억제했다.

[백설]

종류: 무기(마병)

등급: SS

설명: 불의 신봉자 ‘테구르’가 만든 아티팩트로 불 속성을 담고 있는 창이다. 착용자의 능력에 따라 흑염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모든 능력치 +300, 마물에 대한 공격력 +400%, 얼음 속성 공격력 +280%

*흑염 사용 가능(각성)

[사용 주의]

*이지안 이외 사용 불가.

*사용 시 즉각 각성 발동(탈진 위험)

*주인에 대한 충성

-주인의 여동생이란 생각을 담아 만든 테구르의 인생 역작으로 각인된 사람(이지안)은 마병에 잡아먹히지 않습니다.

SS급 무기 중에서도 최상급.

옵션이 미쳤다.

이지안이 이 무기를 들면 족히 2에서 3배는 강해질 터.

이래서 각성자에게 아티팩트가 중요한 거다.

“기운만 보면 마병인데 무기에 붙은 옵션만 보면 신병류네.”

“헤헤. 제가 설마 아가씨를 위험에 빠트리겠습니까요.”

“역시 내 왼팔.”

“엑!? 오른팔 아니었습니까요?”

“그랬나? 그게 뭐가 중요해. 내가 아끼는 게 중요하지.”

“물론입니다요 헤헤.”

테구르가 손을 비비며 좋아했다.

그러는 사이 이지안이 깨어났다.

그녀의 몸에서 한기가 폭발했으나, 이를 안 이준이 미리 주변에 기막을 쳤다.

여긴 테구르의 작업장.

귀중한 마정석이 대량으로 들어간 장소라 부서지면 손해가 막심했을 터.

기의 폭발을 막는 것만이 돈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이준은 한기를 손쉽게 막을 수 있어서 우려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축하해.”

“어? 언제 오셨어요?”

“네가 백설에 시선을 뺏겼을 때부터?”

“아, 백설!”

이지안은 자기 무기부터 찾았다.

백설이 심상치 않은 마기를 발산하자 그녀가 망설였다.

“괜찮아. 잡아 봐.”

이지안은 이준이 건넨 백설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녀의 한기와 백설의 마기가 뒤섞이면서 폭풍을 일으켰다.

하나 곁에는 이준이 있었다.

그가 한기와 마기를 억눌렀다.

혼돈의 기에 대항할 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한기와 마기의 폭풍이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달라진 백설을 보고는 눈동자가 커졌다.

“SS급 아티팩트?”

“너한테 잘 어울린다. 창의 외관도 고급스러워.”

테구르는 백설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외관을 손보기도 했다.

장인이라면 무기의 외관보다는 기능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테구르의 기준은 달랐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듯.

멋진 무기가 사용하는 맛도 남다르다 생각했다.

그래서 외관에도 힘을 쓴 것이다.

테구르는 의외로 미적 감각도 뛰어났다.

“헤헤 어떠십니까요?”

“좋아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아가씨께서 마음에 드셨다니 이 테구르 굉장히 기쁩니다요. 헤헤.”

“휘둘러 보고 싶어요.”

이지안은 당장이라도 백설을 써 보고 싶었다.

“앞으로 쓸 일이 많을 거야. 지금은 가문으로 돌아가자. 할 말이 있어.”

“네.”

그녀는 질문 따윈 하지 않았다.

이준이 가자고 하면 가는 것.

백설을 휘두르고 싶었으나 이준의 말에 꾹 참은 그녀였다.

이준이 먼저 게이트를 나갔다.

이지안도 포탈을 타고 나가려는데 몸을 돌려 테구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테구르. 무기 고마워요. 잘 쓸게요.”

“헤헤. 아닙니다요. 이 종복은 아가씨가 기뻐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릅니다요.”

“다음에 또 봐요.”

“알겠습니다요.”

이지안이 테구르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게이트를 나갔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테구르가 어깨를 한껏 올렸다.

주변으로 몰려든 샥쿠와 로티틸, 파들락이 그에게 물었다.

“큼 테구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예쁨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거지? 내게 알려 줬으면 하는군.”

“저도 궁금해요.”

“이제는 테구르 님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세 몬스터가 테구르를 부러워했다.

주인의 신뢰를 독차지하는 몬스터.

같은 몬스터로서 굉장히 존경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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