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48화 (446/705)

제444화

“잠시 나갔다 오겠다.”

금발 청년은 포탈을 열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가 다시 나왔을 때는 거대한 석상이 세워진 신전 안이었다.

“알페인.”

금발 청년이 기도하고 있는 노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얀 로브를 뒤집어쓴 노인이 뒤를 돌았다.

“그로가.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베네로딕이 죽었다.”

“농담이 지나치네.”

“정말이다. 이걸 보면 의심하지 않겠지.”

그로가란 금발 청년이 허공에 손을 내리그으며 홀로그램을 열었다.

조금 전에 봤던 동영상을 찾아 노인에게 넘겼다.

노인 알페인은 홀로그램에 뜬 동영상을 시청했다.

“베네로딕과 싸우는 자는 누군가?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파천자라 불리는 각성자다.”

“파천자?”

“더 보고 누군지 말해 봐.”

금발 청년의 말에 노인이 동영상에 집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베네로딕이 불사의 신체를 가지고도 죽었다.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파, 파천혈신인 겐가?”

“그래 보이지 않나. 어린 나이에 베네로딕을 이겼다. 그것도 모자라 죽이기까지 했어. 마지막에는 악마화까지 했는데도 힘 한 번 못 쓰고 졌다.”

“그라면… 충분히 베네로딕을 죽이고도 남지….”

“놈도 우리와 똑같이 눈을 뜬 것 같다.”

“허허. 이런 짓궂은 운명이 있나.”

“베네로딕은 놈의 정체를 몰라 당한 거야.”

“그게 제일 확률이 높지.”

“아무래도 마계화를 더 빨리 진행해야겠다.”

“탐욕이 맡고 있던 군단을 인수 받으면 되겠나.”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알겠네. 마계화는 내가 빠르게 진행하겠네. 그동안 자네는….”

“난 놈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

“괜찮겠는가?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베네로딕이 죽은 걸 보지 않았나. 그는 여전히 위험하네.”

노인의 걱정에 금발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자신감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마왕의 힘에 각성자 시스템까지 얻은 난 옛날의 내가 아니야.”

“조심해서 나쁠 건 없네. 베네로딕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그자를 만난 게 아닐까 싶네. 혈신이 워낙 강해 도망치지 못하고 죽은 듯해.”

“네 말대로 위험하면 바로 카오스 게이트로 도망치도록 하지.”

“조심하게. 혈신도 우리와 같이 각성자 시스템을 얻었을 게야.”

자신들도 이 세계의 시스템을 얻었는데 파천혈신이라고 못 얻었을까.

각성자 시스템을 가졌을 확률이 높았다.

그럼에도 금발 남자는 걱정하지 않았다.

베네로딕은 칠좌 중 가장 약한 자에 속했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무력.

같은 칠좌에 있기엔 실력이 형편없었다.

불사의 존재인 점과 칠좌의 뒤치다꺼리를 다 처리해서 편의상 칠좌에 뒀다.

이런 능력이 아니었다면 끼워 주지 않았으리라.

노인도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말만 조심하라고 할 뿐.

얼굴은 재밌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난 탐욕의 군단을 움직여서 마계화를 시작하겠네.”

노인이 석상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의 몸에서 마기가 뿜어 나오자 석상의 눈이 검게 번쩍였다.

여신의 석상에서도 마기가 나오더니 하늘에 게이트가 열렸다.

포탈 안에 득실거리는 몬스터들.

카오스 몬스터를 향해 노인이 중얼거렸다.

“탐욕 대신 나, 나태가 주인으로서 명한다. 본격적인 살육을 시작하라.”

노인의 명에 탐욕의 군단이 붉은 눈을 빛냈다.

몬스터의 옆에 수십 개의 포탈이 열렸다.

게이트 속에 비치는 바깥세상의 모습.

몬스터들은 그 게이트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 * *

한국에서 이준의 명성은 넘볼 수 없는 성역이 되었다.

서양 각성자를 떡 주무르듯 가볍게 제압한 무력.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이준은 선망을 넘어 신이 되어 있었다.

사신가의 정문만이 아니라 사신가 영역 전체에 사람이 넘쳐 났다.

엄청난 인파.

사신가의 영역이라면 게이트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세계 각성자 3위.

파천자 이준이 있는 한 몬스터가 튀어나올 리 없다고 생각했다.

“흐흐. 지안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니.”

김봉팔이 인파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사람이 더 는 것 같아요.”

“이게 다 우리 주군의 명성을 듣고 온 사람들이란 말이지.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아?”

“전혀….”

“에엑!? 주군을 칭송하는 사람들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당연한 일이라 감흥이 없어요.”

“벌써 적응이 된 거야?”

“적응할 것도 없는데요.”

“이 열기를 느끼고도 아무렇지 않다니 지안이 너 너무 감정이 메말랐다.”

김봉팔이 이지안과 노닥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느껴졌다.

“부대주.”

“대주 오셨, 아 대주! 내가 재밌는 걸 보여 주겠소.”

김봉팔이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아!”

“무극대의 부대주다!”

“무극대 최후의 방패애애!”

“자아알생겼다아아!”

사람들이 김봉팔을 향해 환호를 질렀다.

그 또한 이준 못지않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었다.

이준이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니.

사람들은 뒤늦게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팬의 확장이었다.

그들은 김봉팔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떠시오. 내 인기가.”

“이러려고 정문을 맡는다고 했나.”

“대주도 한번 느껴 보겠소?”

“난 됐다.”

“에이. 대주도 팬 서비스를 해야 인기를 유지할 수 있소.”

“됐….”

사형준이 거절하려고 몸을 돌렸는데 김봉팔이 그를 붙잡았다.

몸을 붙잡고 팔을 흔들어 보이니.

김봉팔보다 족히 두 배는 더 큰 환호가 쏟아졌다.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의 비명.

“꺄아아아!”

“흑흑. 내 눈을 보고 손을 흔들었어!”

“사랑해요, 사 대주니이임!”

목소리가 거의 여자밖에 없자 김봉팔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이 불공평한 성비는 뭐지?”

김봉팔은 남자의 함성밖에 들리지 않았다.

한데 사형준은 죄다 여자 목소리였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기까지.

자신과 대조되는 현상이었다.

옆에 있던 이지안이 김봉팔의 어깨를 두드렸다.

“대주 오빠는 잘생겼잖아요.”

“나도! 잘…생기지….”

이지안이 무시하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지안아! 너까지 나한테 왜 그러냐.”

김봉팔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사형준에게 자랑해서는 패배의 기분을 맛봤다.

“여자한테 인기 많은 대주가 여기에 있으시오.”

“…….”

사형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대주란 자가 말이야, 무게를 지키면서 본분을 지켜야지. 쳇.”

김봉팔이 옆에서 투덜거렸지만 사형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사형준은 자신을 환호하는 소리에 혼이 쏙 빠져 있었다.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다.

옛날 연예인이 이런 기분으로 콘서트를 했을까.

잠시나마 연예인들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안쪽으로 들어온 이지안은 이준을 찾았다.

낙성각 연무장으로 오니 이준의 뒷모습이 보였다.

“가주 오빠!”

그를 부르며 달려갔는데.

“어?”

이준의 모습이 낙성각 안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준은 사신가의 가주.

위엄을 내세우진 않았으나 이지안은 그에게 예의를 다했다.

똑똑.

낙성각 안으로 들어가기 전 문을 두드렸다.

“가주 오빠 저 지안이에요.”

그녀의 목소리에도 안쪽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지만 여전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른 일을 하고 계시나.”

이지안이 몸을 돌리려는 찰나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귀엽고 조그마한 여우 파랑이가 나왔다.

[들어올래?]

파랑이가 처음으로 이지안에게 말을 걸었다.

“…!?”

이지안의 눈이 동그래졌다.

차가운 얼굴을 가진 그녀가 동요를 보였다.

그 모습이 재밌는지 파랑이가 재차 입을 열었다.

[헤헤. 날 따라와.]

파랑이가 꼬리를 살랑이면서 폴짝 뛰어 안으로 움직였다.

이지안은 이준의 허락이 없어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내 결심을 했는지 파랑이 뒤를 따라갔다.

파랑이를 따라 들어간 곳은 이준의 방이었다.

“가주 오빠는 어디 가셨지?”

[주인님. 게이트에 들어갔어.]

“게이트?”

이지안이 반문할 때였다.

지잉-

이준의 방에 하얀색 게이트가 열렸고 그 안에서 이준이 나왔다.

“가주 오빠?”

“지안이?”

“이 방에 게이트가 있었어요?”

이지안의 눈동자가 커졌다.

낙성각은 본채와 떨어진 별채긴 하나 사신가의 가주가 머무는 공간.

위험한 게이트가 있으면 안 되는 장소였다.

그녀의 표정에 이준이 파랑이를 보았다.

[헤헤. 내가 데려왔어.]

[왜?]

[주인님을 찾고 있길래.]

[내가 뻔히 금역에 간 걸 알면서 데려왔어? 어쩐지 갑자기 사라져서 다시 나왔더니 이런 장난을 치고 있었네.]

[뭐 어때! 이참에 금역 구경도 시켜 주면 좋지 않을까?]

[뜬금없이? 난 이 게이트의 주인이고 몬스터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게끔 꾸미고 있다고 해?]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헤헤.]

[아이고 파랑아.]

이준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파랑이는 천진난만한 아이나 다름없었다.

말을 하면서부터 지금과 같은 장난을 종종 쳤다.

악의가 없으니 뭐라 할 수도 없고.

파랑이를 보고 있으면 있던 화도 가라앉았다.

“못 말리는 파랑이 녀석.”

[헤헤. 이 애는 괜찮잖아.]

이준은 고개를 저으며 게이트를 가리켰다.

“지안아. 여기 들어가 볼래?”

“게이트를요?”

“응.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야.”

“그러면 저도 들어가 볼래요.”

그녀에게 있어 이준은 은인이자 주인.

목숨을 내놓으라면 줄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위험한 게이트에 들라 해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믿는 사람.

그렇기에 이준이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가는 게이트라고 말하자 고민하지 않고 가겠다 했다.

‘오빠가 수련하는 게이트가 방에 있었어.’

그러니 무극대를 수련시키고 자기도 방으로 들어간 것이겠지.

가지고 있던 의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놀라진 마.”

“각오하고 있어요.”

“각오까지야.”

이준이 파랑이를 옆에 끼고 게이트로 들어갔다.

이지안도 심호흡을 한 차례 한 후 이준을 따랐다.

두 사람이 안쪽으로 사라지자 게이트가 닫혔다.

* * *

이지안이 눈을 떴다.

그녀가 보인 반응은 허수와 똑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 놀란 눈빛이었다.

그때는 발전이 덜 된 게이트.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시골 풍경과 현대 도시의 풍경.

거기다가 중세의 풍경까지.

다양한 광경을 엿볼 수 있었다.

각자의 일을 열심히하는 몬스터의 모습.

페어리는 날아다니면서 씨앗과 마력을 뿜어 농사를 지었다.

스케먼은 짐을 나르거나 목공을 했다.

샤크로아와 웨어파드들은 무기를 들고 훈련을 하고 있었다.

언뜻 교관으로 보이는 몬스터가 자세를 잡아 주는 모습이 보였다.

“아.”

이지안은 짤막하게 탄성을 질렀다.

지금껏 보았던 게이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가 감탄하는 사이 테구르가 빠르게 달려왔다.

“주인님 오셨습니까요.”

스케먼보다 덩치가 두 배는 큰 녀석이 이준을 향해 경례했다.

그러면서 이지안을 힐끗 쳐다봤다.

“그런데 이 여자 인간은 누굽니까요.”

“마조의 거처에서 못 봤어?”

잠시 생각하던 테구르가 두 손을 탁 치며 대답했다.

“아아. 봤습니다요. 허수가 그때 옆에서 많이 챙기던 여자입니다요.”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거야.”

“그렇담 허수처럼 제가 많은 걸 가르쳐 주겠습니다요.”

테구르가 이지안을 보고 눈을 부라렸다.

신입이라는 말에 정신 교육을 단단히 시켜 주겠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이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야 했다.

“내 동생이야.”

“도, 동생!? 이런! 아가씨께서 강림하셨군요. 몰라뵈어서 죄송합니다요 헤헤.”

테구르가 태세 전환을 했다.

손을 비비며 헤픈 웃음을 보였다. 녀석이 흑염마조의 신봉자가 될 수 있었던 처세술이었다.

“지안아. 궁금한 게 있으면 이 녀석한테 물어봐. 너도 금역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해 놓을 테니까.”

“네….”

그녀는 굉장히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을 지었다.

이준이 제대로 설명을 안 해 주었지만 그가 말해 주기 전까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걸 알기에 이준이 미소를 지으며 이지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은 철혈검가에 가야 해서 갔다 와서 자세히 설명해 줄게.”

“전 괜찮아요. 일 보고 오세요.”

“그래. 테구르, 잘 안내해 주고 있어.”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요.”

테구르가 가슴을 탕탕 치면서 자신했다.

이준은 테구르를 보며 씩 웃었다.

‘지안이는 허수와 달리 만만치 않을 텐데.’

이지안을 한 번 쓱 보고는 게이트를 나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