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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44화 (442/705)

제440화

“갑자기 무슨 일이야?”

“성마회가 접촉해 왔대.”

“걔들이 왜?”

“나도 모르지.”

“가주실로 가 보자.”

박혁진과 박정연이 검왕이 있는 집무실로 갔다.

그곳에는 검제도 자리하고 있었다.

“앉거라.”

검왕이 두 사람을 앉혔다.

철혈검가의 수뇌부가 모두 모였다.

“연결하겠습니다.”

집무실에 설치된 거대한 모니터 화면이 커졌다.

화면에는 금발 머리 외국인이 앉아 있었다.

허리를 바르게 세운 외국인이 안경을 쓸어 올리며 앞을 보았다.

-아아.

-연결됐습니다.

-반갑습니다. 전 프랑스 마법 학회 산하 성마회의 탑주 베네로딕 포비입니다.

베네로딕이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철혈검가의 검제 박춘식이라 하오.”

“철혈가의 가주 검왕 박영섭입니다.”

-그 유명한 검제와 검왕을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갑작스럽게 제가 연락해서 놀라신 걸 압니다.

“우리가 담소를 나눌 만큼 친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만.”

검왕이 선을 그었다.

용건만 말하라는 소리.

검왕의 태도에도 베네로딕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성마회로 인해서 기분이 많이 상하셨군요.

“성마회 각성자가 한국에서 프랑스 마법 학회를 믿고 설치는데 당연한 거 아닙니까.”

-가문에 대한 한이 많은 이들입니다. 관대한 마음으로 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말은 쉽군요.”

검왕의 태도에 검제가 제지를 가했다.

“자중하거라.”

“죄송합니다.”

“용건이 뭔지 말해 주시겠소?”

-검왕께서 성마회에 대한 적대감이 높은 듯하니 최대한 빨리 통화를 마쳐 드리겠습니다. 제가 철혈에 연락한 이유는 파천자를 만나 보고 싶어서입니다.

“파천자를 만나고 싶으면 사신가로 연락하면 될 터인데….”

-통화가 가능한 곳이 철혈밖에 없더군요.

“안타까운 일이나, 우리가 허락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검제는 파천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성마회의 탑주와 연결해 주겠는가.

-파천자가 철혈검가로 향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파천자가 말이오?”

-모르는 사실이었습니까? 멀리 있는 제 쪽이 정보가 더 빠른 것 같군요.

검제가 박혁진에게 눈짓을 했다.

박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박정연도 뒤를 따라 나왔다.

“베네로딕이란 사람은 준이의 행방을 어떻게 알았을까?”

“준이한테 감시자를 달아 놨나?”

“준이의 뒤를 밟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각성자가 있을 것 같아?”

“없… 지?”

“좀 찝찝해.”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 사이.

철혈검가에 이준이 나타났다.

“여긴 생각보다 조용한데? 아침이라 그런가.”

“준이?”

“준아!”

박정연은 이준을 보자 품으로 뛰어들었다.

이준은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박정연을 맞이해야만 했다.

“환영이 너무 격한 거 아니야?”

“어디 갔다가 이제 와.”

“게이트에서 수련 좀 했어.”

박혁진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너….”

단전이라도 파괴됐나.

이준의 몸에서 내공이 느껴지지 않았다.

“수련하다가 다친 거야?”

박혁진이 이준의 팔을 낚아챘다.

“억!”

그는 이준의 몸에 내기를 흘려보냈는데 반탄지기로 인해 되레 손이 터질 뻔했다.

박혁진의 행동은 금기시되는 행동.

걱정에서 나온 동작이라고 해도 상대의 허락도 없이 몸의 내기를 살피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이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박혁진이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몸을 만졌는지 알기에.

“휴, 내기는 그대로라 다행이야.”

박혁진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수련하다가 내공을 몽땅 잃은 게 아닐까 싶었는데 괜한 우려였다.

“이 새끼야! 잠수를 타려면 전에 연락은 해 놔야 할 것 아니냐! 모두 널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박혁진이 주먹으로 이준의 어깨를 쳤다.

“미안하다.”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됐어.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길 거 같으면 꼭 연락하고 가.”

박정연은 이준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남매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 모습에 이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전하네.’

자신이 그 어떤 모습이건.

두 사람만은 꿋꿋이 자신의 편이었다.

힘이 없었던 과거나, 힘이 있는 현재나.

남매는 변함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답답했던 어제의 일이 말끔히 지워지는 느낌.

두 남매를 보면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이준이 작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 박혁진이 손바닥을 쳤다.

“아, 이러고 있을 게 아니지. 안쪽으로 들어가 봐.”

“가주전으로?”

“응. 베네로딕이란 사람이 널 만나 보고 싶어 해.”

“베네로딕이 철혈에 와 있어?”

“지금 수뇌부들과 화상 통화 중이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그 사람을 알아?”

“성마회의 일을 처리하고 오던 길이거든. 철혈이 마지막이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 연락이 올 줄은 몰랐어.”

“네가 이쪽으로 올 거라는 것도 알더라고.”

“내 행동도 예상했다, 이 말이지….”

* * *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이준이 나타났다.

파천자의 등장에 철혈의 수뇌부들이 모두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다.

“인사는 됐습니다. 검제 님 오랜만이에요.”

“그간 잘 지내셨소?”

“보시다시피 더 좋아졌어요.”

“그래 보…이오.”

검제 또한 이준에게서 박혁진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처럼.

내기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사라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제는 그를 이해하길 포기했다.

이준은 검제의 시선을 무시하고 화면의 외국인에게 말했다.

“네가 베네로딕이구나?”

적이라 판단되면 나이 상관없이 반말을 뱉는 이준이었다.

어차피 서로 죽이려 할텐데 존댓말을 할 이유가 있나.

-예의를 지켜라! 이분은 성마회의 탑주이시다!

이준의 손에서 살아서 돌아간 루실이 버럭 소리쳤다.

“넌 아직도 살아 있네?”

-익!

-루실 진정하세요.

-죄송합니다.

-당신을 너무도 보고 싶었습니다. 파천자.

“날?”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의 특별한 무공이 제 눈에 들어왔거든요.

“너한테 잘 보이려고 익힌 무공이 아닌데.”

-파천멸기라면 모든 걸 제쳐 두고서라도 관심을 가져야지요.

이준의 눈이 처음으로 커졌다.

천외천 말고도 파천멸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또 있었다.

그것도 외국인이 말이다.

“내 무공에 대해서 알아?”

-알다마다요. 신의 무공이라 하여 천무라고도 불리지 않았습니까? 그 엄청난 걸로 그란투스 대륙의 칠좌도 죽이셨었지요.

[사부님이 새외도 갔다고 하지 않았어?]

파랑이의 말에 무극자 사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한 귀로 듣고 흘렸던 내용인데.

[큼큼. 제자야. 사부는 새외에서도 굉장히 유명했느니라. 색목인들이 이 사부만 보면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이 사부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알겠느냐.]

[눼눼. 귀에 딱지가 내려앉을 만큼 들었어요.]

[가아아알! 똑바로 듣지 못하겠느냐!]

그때는 이 양반이 또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구나 싶었다.

사부에 대해서 자세히 몰랐을 때의 일.

또 허언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말이 진짜였다.

‘새외가 유럽도 포함될 줄 누가 알았겠어. 끽해 봐야 중국과 맞닿은 국경의 나라일 줄 알았지.’

또다시 사부의 위대함을 느꼈다.

그 양반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중국도 모자라 유럽까지 가서 깽판을 쳤다니 정말 대단했다.

자신과는 깽판을 치는 규모 자체가 달랐다.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릅니까?

베네로딕이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화면을 뚫을 정도로 분노가 맺혀 있었다.

이에 이준이 그를 아는 척했다.

“베네로딕 포비. 불멸의 마법사라 불리는 놈이잖아?”

이준의 말에 베네로딕의 입이 벌어졌다.

불멸의 마법사는 대륙 칠좌에 앉아 있을 때의 이명이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설마 했는데 당신도 우리와 같이 깨어났다니.

신들이 또 장난을 쳤다.

대륙 칠좌도 깨어나려는 상황.

이에 맞춰 파천혈신이라는 희대의 절대자도 눈을 뜨게 한 것이다.

베네로딕은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다.

옛날과 다른 모습을 파천혈신에게 보여야 했으니까.

하나 파천혈신이란 이름의 무게는 베네로딕을 진정하지 못하게 했다.

그의 흔들리는 모습을 본 이준의 머리는 열심히 굴러가고 있었다.

‘날 무극자 사부로 착각하고 있어. 불멸의 마법사란 이명을 알고 있어서 그런가?’

베네로딕에 대해서는 불멸의 마법사라는 것밖에 몰랐다.

죽기 직전에 나타난 외국의 새로운 영웅이었는데, 오늘 그의 진정한 정체를 살짝 엿보았다.

‘그를 통해서 대륙칠좌의 정체를 알아내야겠어.’

이준에게는 상대의 과거를 읽는 힘이 있었다.

베네로딕을 처리하면 그의 과거를 얻을 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정하면 된다.

‘천주만큼 강하려나?’

성마회가 가진 힘은 사이한 흑마력.

사람들의 생기가 들어간 힘이었다.

이휘의 무력을 높여 줬던 것도.

이신의 부서진 단전을 재생해준 것도.

모두 베네로딕의 흑마력이었을 것이다.

가장 위험한 적은 천외천이었으나 베네로딕도 무시 못 할 적이었다.

‘사부가 대륙 칠좌를 죽인 것 같은데 베네로딕이 대륙칠좌 중 한 명이겠지? 그러니까 좀 전에 그렇게 분노를 한 걸테야.’

대륙칠좌에 대해서 떠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베네로딕이 먼저 제안해 왔다.

-내일 괌에서 한 번 만나 보는 게 어떨까요. 옛 일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눠 보고 좋을 것 같습니다.

“비행기 타고 가면 빠듯해.”

이준은 괜히 한 번 튕겼다.

베네로딕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들어왔으니까.

-제가 무섭기라도 하나요?

베네로딕이 도발해 오자 이준이 코웃음을 쳤다.

“요즘 피 보면 힘들어서 말이야. 성마회가 한국에서 벌인 짓, 네가 꾸민 짓이라는 걸 알아. 한국을 꿀꺽하려는 널 보면 죽여버리고 싶을 거야.”

-당신이 깨어났다는 걸 알았다면 한국은 건드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미 늦었어. 받은 건 바로 돌려줘야 하거든.”

-그러면 내일 괌에서 만나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이준이 제안을 승낙할 걸 알고 베네로딕이 흐뭇하게 웃었다.

“애들 전부 데려와.”

-누구를 상대하는데 당연하지요. 그럼 이만.

베네로딕이 화상을 끊으려고 할 때 이준이 그를 붙잡았다.

“잠깐!”

-할 말이라도?

“느끼지 못했나 봐?”

-어떤 걸…?!

이준은 베네로딕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베네로딕에게 보낸 선물이 도착할 시간.

빛과 함께 화상 전화가 끊겼다.

검제를 비롯한 검왕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이준을 보았다.

어떤 말이라도 원하는 눈빛이었다.

“절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거예요.”

“파천자의 사부되는 분으로 말이오?”

“네.”

“허허. 도통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가오.”

“사부는 베네로딕이 안중에도 없는데 베네로딕은 사부를 많이 신경 쓰는 것 같네요.”

“그러면 프랑스 마법 학회도 천외천에 속한 것이오?”

“천외천은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에요. 저들은 마법사고요. 천외천과 동시에 살던 놈들인 것 같긴 한데. 더 정확한 건 가서 만나 봐야 해요.”

“천외천과 동시대에 살던 마법사라니.”

“위험한 놈들 아닙니까.”

검왕이 심각한 얼굴을 했다.

천외천도 세상에 위협이 되는 집단.

그들과 동시대에 살았던 이들이 나타났다는 건 또 다른 적이 또 생겨났다는 말 아닌가.

이번에는 무인이 아니고 마법사였다.

검제도 검왕의 말에 동의했다.

“이제는 몬스터를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적들의 수준이 너무 높습니다.”

각성자가 약한 게 아니었다.

게이트를 타고 넘어온 무림인이나 마법사들이 유독 강한 것.

그들은 실전 경험도 많을뿐더러.

죽음을 오가는 전장에서 태어난 이들이었다.

각성자와는 자라온 환경부터가 달랐으니.

그들에 비해 각성자가 밀리는 건 당연했다.

오버 파워의 존재들.

죄다 화경 이상이라 그들이 세상을 향해 무기를 겨눈다면 세상은 파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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