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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43화 (441/705)

제439화

“끄윽!”

“허억….”

살이 에일 듯한 살기의 폭풍에 모두가 가슴을 붙잡았다.

정심건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게 인간이 낼 수 있는 살기라고!?’

마나로 몸을 보호했으나.

이준의 살기는 마나를 먹어 치우면서 목숨을 옥죄어 왔다.

이준은 정심건에게 천천히 다가가면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내 귀중한 아티팩트를 가로채려는 범인이야?”

이준의 회안이 번들거릴 때마다 압박감도 심해졌다.

“난 프랑스….”

정심건의 입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목이 막혀 나오지 않는 음성.

말을 뱉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이준이 정심건의 앞에 섰다.

너무도 쉽게 드래곤 하트를 뺏긴 그였다.

“내 아티팩트를 노린 각오는 되어 있지?”

이준은 노인이라고 존대하지 않았다.

노인은 그저 자신의 것을 훔치려는 도둑.

도둑놈에게 존대할 이유가 없었다.

이준은 아공간 주머니에 드래곤 하트를 넣고 정심건에게 손을 뻗어 갔다.

그때였다.

“파…천자.”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괴개 정심호의 음성이었다.

“…저놈을 대신해서 사죄드리오….”

“괴개 님이 왜요?”

“그 녀석… 내 쌍둥이 동생이라오.”

이준은 아티팩트를 훔쳐 가려는 도둑놈이 있다는 생각에 눈이 돌았던 상태였다.

이성을 되찾고 범인의 얼굴을 보자 괴개와 많이 닮아 있었다.

골격이나 기의 흐름은 상당 부분 달랐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범인을 괴개로 착각할지도 몰랐다.

“전 제 것을 노린 사람을 살려 준 적이 없어요.”

“…알고 있소. 그래서 한 가지 부탁하고 싶소.”

정심호의 목소리는 굉장히 음울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란 절망의 음성이었다.

“그 누구도 예외는 없습니다.”

이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오히려 정심건을 단숨에 죽이려는 듯 손에 내기를 모으는 게 아닌가.

“서, 선생님!”

“잠시만요!”

정예나와 정예은이 이준을 불렀다.

이준은 손에 넣은 내기를 거두고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입을 열었다간… 가만 안 둬.”

고저 없는 목소리.

차라리 시리도록 차가운 음성이라면 덜 무서웠으리라.

한마디만 더 하면 정말 죽일 듯.

감정이 일체 배제된 목소리였다.

정예나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아야 했다.

그녀라고 이준이 안 무서울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예상 밖의 인물이 이준의 말을 자르고 소리를 뱉었다.

“…할아버지 말씀을… 들어 보시고 결정하… 셔도 되지 않을까요?”

정예은이었다.

그녀가 용기 있게 말했다.

뒤에 있던 허수도 나섰다.

“선생님. 예은이 말도 맞는 것…!”

쾅!

허수는 말을 하다 말고 눈을 부릅떠야 했다.

그의 볼을 스치고 지나간 빛에 의해 피가 흘러내렸다.

뒤 벽면은 이준의 지법으로 인해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이제 좀 살 만해지니까 내 말이 우스워? 입 다물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준의 회안이 다시금 번쩍였다.

공동에 몰아치던 살기가 말끔히 사라졌다.

압박하던 기운을 거뒀으나.

“우웨에엑!”

난데없이 허수가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무형의 기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은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봐주는 건 여기까지야.”

경고를 한 이준이 몸을 돌려 손을 움직이려는데.

“선… 생님….”

정예은은 포기하지 않고 이준을 다시 한번 불렀다.

그러자 이준이 다시 한번 무형의 기를 토해 냈다.

기운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허수는 참마도를 들고 정예은의 앞을 가로막았다.

“죄송… 컥!”

정예은 대신 허수가 무형의 기를 맞고 무릎을 꿇었다.

졸지에 아군끼리 싸우게 된 상황.

더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정심호가 움직였다.

* * *

퍽!

괴개가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의 손이 누군가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혀, 어엉?”

“아버지!”

“할아버지!”

철왕과 정예나가 눈을 크게 뜬 채 정심호를 불렀다.

그의 행동에 경악한 것이다.

“…미안하다. 만독암가를 살리는 방법이 이것 말고는 없어.”

정심건이 건드린 아티팩트는 게이트 몇 개로 보상할 수 없는 보물이었다.

이준의 화를 잠재우려면 한 가지뿐.

소중한 것을 내줘야 했다.

그가 정심건의 목숨으로 만족할지는 모르겠으나 이게 최선의 행동이었다.

“형이… 내게 어떻게 이럴 수… 있 쿨럭쿨럭!”

“이 세상이 평화로워지면 나도 네 뒤를 따라가마.”

정심건은 설마 형인 정심호가 자신에게 살수를 펼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당한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

정심건은 정심호에게 곁을 내준 결과 생기를 잃어 갔다.

“이걸로 그만 용서해 주면 안 되겠소?”

제 손으로 동생을 죽인 정심호가 이준에게 사죄했다.

정심호는 슬픔을 꾹 참았다.

동생은 언제나 만독암가를 위해 음지에서 생활했다.

암독.

정심호가 얻게 된 이 이명도 동생인 정심건으로 인해 생긴 결과물.

평생을 그림자로 살았고, 게이트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이 수십 년 만에 나타났다.

물어볼 것도 많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동생이 사사건건 만독암가에 딴지를 걸어왔기 때문.

제대로 된 대화도 못하고 언쟁만 벌이다가, 이 꼴이 됐다.

“이걸로도 부족하면 내 목숨까지 내놓겠소.”

가문을 살리려면 동생의 목숨을 자신의 손으로 거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 정심호였다.

아니면 이준의 손에 죽게 될 테니까.

드래곤 하트의 가치는 만독암가를 다 바친다 해도 얻을 수 없는 보물이었다.

등급을 측정할 수 없는 아티팩트.

그게 바로 동생이 훔치려던 드래곤 하트의 가치였다.

“주군….”

뒤늦게 따라온 사형준이 이준을 불렀다.

이준도 정심호의 행동은 예상 못 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흐르는 침묵.

그러다 이내 몸을 돌렸다.

“사 대주. 마법 학회 놈들을 전부 죽여.”

“명을 받듭니다.”

이준이 허수와 정예은을 한 차례 보곤 게이트를 나갔다.

긴장이 풀렸는지 정심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아버지, 괜찮으십니까?”

철왕이 달려와 정심호를 부축했다.

정심호는 눈을 부릅뜬 채 죽은 정심건을 꼭 끌어안았다.

“내가 죽이지 않았다면 파천자에게 목숨을 잃었을 게야.”

“압니다. 그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입니다.”

“어쩌면… 오늘 만독이 세상에서 지워졌을지도 몰랐다….”

“그 또한 알고 있습니다.”

“이 멍청한 놈은 파천자를 잘 몰랐던 게야. 하필 그의 보물을 탐했어.”

정심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기 손으로 피붙이를 죽였다는 죄책감이었다.

정현재는 아버지인 정심호의 등을 토닥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정현재 또한 슬펐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음지에서 활동한 각성자.

만독암가를 위해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작은 아버지였다.

정심건의 선택이 너무 아쉬웠다.

“이 모든 게 성마회 때문이다.”

슬퍼하던 정심호가 분노를 터트렸다.

동생이 어떻게 프랑스로 넘어갔고, 성마회의 일원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드래곤 하트를 찾아오라 한 성마회 때문에 동생이 목숨을 잃게 됐다고 생각했다.

“성마회! 가만두지 않겠다.”

정심호는 프랑스 마법 학회를 향해 이를 갈았다.

한편 게이트를 빠져나온 이준이 높은 빌딩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었다.

[주인님 슬퍼?]

“아니.”

[슬퍼 보이는데? 답답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

이준의 어깨에 앉아 있는 파랑이가 볼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혼원신공을 대성하고 나서부터는 감정이 예전 같지 않아.”

[감정이 메말라 가는 느낌이지?]

“파랑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아는 절대자들은 전부 그랬어.]

“그렇구나. 그들도 나처럼 감정을 쉽게 컨트롤하지 못했나?”

[아니, 주인님과 반대야. 그들은 강해지려고 감정을 죽였어.]

“대체 왜? 감정을 죽이면 이렇게 괴로운데.”

[그들은 인간을 포기한 괴물들이니까.]

“네가 말한 괴물들이 누군데?”

[칠죄종. 인간이길 포기한 악마들을 그리 불렀어.]

* * *

마탑의 계단을 올라가는 루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는 베네로딕에게 급한 보고가 있어서 가는 길이었다.

‘한국으로 갔던 성마회의 인원들이 거의 다 죽었다는 걸 베네로딕 님께 어떻게 말하지?’

이준이 나타나고 단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한국에 파견된 이들의 등급은 S급에서 SS급.

난다긴다하는 각성자들보다 강한 전력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전멸했다.

‘파천자가 변수로 자리잡을 줄이야.’

루실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탑의 최상층에 도착한 그가 문을 두드렸다.

“베네로딕 님. 루실입니다.”

-들어오세요.

루실이 안으로 들어가자 베네로딕이 성마회 마법사의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마법사의 몸에서 생기와 마나가 빠져나와 베네로딕의 입과 코로 빨려 들어갔다.

털썩.

“이 짓거리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축하드립니다.”

“한국에서 소식이 왔나요?”

“독심의 마법사까지 죽었습니다.”

“흑결의 마법사에게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흑결의 마법사는 프랑스 마법 학회에서 강수연을 부를 때 사용하는 이명이었다.

베네로딕이 마력을 끄집어냈다.

그의 주위로 마법진이 그려졌다.

강수연에게 주었던 힘을 느끼려 했으나.

“반응이… 없어?”

신호가 오지 않았다.

강수연에게 일부의 힘을 준 건 그녀를 통해서 파천자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에 대해서 꼭 알아야 했다.

자신이 생각하던 인물이라면 피해야 했으니까.

대륙 칠좌라 불렸던 이들이 아직 전부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인간.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때의 절망적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서클이 깨진 건가? 아니야. 서클이 깨졌다 해도 마법이 발동했을 텐데.”

베네로딕이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 겪는 일이라 그도 잠시 당황했다.

루실은 베네로딕이 생각할 때까지 옆에서 기다렸다.

해가 지며 저녁이 되자 베네로딕이 루실에게 말했다.

“한국에 교섭을 청하세요.”

“프랑스 마법 학회와 교섭해보겠습니다.”

“아니요. 성마회의 이름으로 제가 파천자를 보고 싶다고 하세요.”

“베네로딕 님께서 직접 파천자를 만나시겠다는 겁니까?”

“그러는 게 좋겠어요. 얼마나 강하면 우리 성마회의 마법사들이 꼼짝도 못 했는지 보고 싶군요. 만약 생각보다 약하면.”

루실이 침을 꼴깍 삼켰다.

베네로딕은 생김새와 달리 굉장히 무서운 사람.

인자하고 자상할 것 같이 생겼지만, 내면은 포악하고 자비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게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날짜를 잡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나가 보세요. 전 그전까지 할 일이 있으니,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예!”

루실이 방을 나갔다.

베네로딕은 루실에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만약 파천자가 자신이 알던 파천혈신이라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겠지. 미리 공간 이동 마법을 펼쳐 놔야겠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만나야 위험하지 않겠지.’

파천혈신은 감히 인간이라면 흉내도 내지 못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자신들과 대등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들보다 더 강했다.

철저한 준비 없이 파천혈신을 만났다간 예전과 같이 허무하게 죽을 터.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게 퇴로를 미리 깔아 둬야 했다.

‘과거가 반복될 일은 없을 거다.’

인간을 얕보다가 대륙 칠좌가 전부 죽었다.

제대로 힘을 꺼내지 못한 채.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만약 악마의 힘을 꺼냈다면.

파천혈신을 얕보지 않았더라면.

과거는 많이 바뀌었을 거라 여겼다.

‘적어도 치욕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 거야.’

이번에는 철저한 준비를 한 뒤 파천혈신을 맞이할 생각이었다.

옛날에 당했던 복수를!

꼭 이루고 말리라.

으득.

베네로딕이 어금니가 깨지도록 이를 갈았다.

파천혈신에게 당했던 과거.

현대에서는 그 빛을 꼭 갚아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파천자가 파천혈신인지 확인부터가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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