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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32화 (430/705)

제428화

광주의 상무 지구.

도로에는 몬스터 떼가 한가득이었다.

각성자들은 놈들에게 밀리는 상황.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전멸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몬스터의 발밑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진 순간!

마법진에서 고온의 불이 치솟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나의 마법진이 여러 군데에 생기더니 똑같은 불의 기둥을 만들어 냈다.

불의 기둥에 닿은 몬스터는 순식간에 산화했다.

뼈조차도 남기지 않은 파괴력.

상무 지구 길거리에 즐비하던 몬스터가 어느새 1/3로 줄어들었다.

“누, 누가!?”

몬스터와 대치하던 각성자가 주변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떤 사람이 지금과 같은 마법을 부렸는지.

찾으려는 모양.

“저 사람 아니야?”

그보다 먼저 발견한 각성자가 한 청년을 가리켰다.

그 청년은 공중에 뜬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다.

청년의 활짝 펴진 손.

그 앞에는 두 개의 마법진이 교차하면서 시계 침처럼 움직였다.

허공에 떠 있던 청년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눈을 뜬 그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모두 버티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나머지는 제게 맡겨 주세요.”

“패…룡?”

누군가가 청년을 알아봤다.

이휘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주먹을 말아 쥐었다.

마법사들이 하는 영창이나, 시동어도 말하지 않았는데 주먹을 감싸는 마법진.

동그랗던 마법진이 일자로 펼쳐지면서 이휘의 팔과 다리에 각인되었다.

그 순간.

쾅!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림과 동시에 이휘가 몬스터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주먹이 땅을 강타하자 전과 같은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이휘의 경이로운 무력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입을 떡 벌려야만 했다.

“저 사람이 패룡….”

“레드급 몬스터를 한 방에 죽였어!”

“격투 마법사라는데 굉장해!”

각성자들은 이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움직임이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그러면서도 엄청난 괴력을 뿜어냈다.

“서양의 마법사들이 강하다고는 들었는데.”

“저 정도였어?”

“일인 군단 같아….”

이휘가 주먹을 뻗으면 마법처럼 불이 뿜어졌다.

다리를 휘두르면 검기와 같은 날카로운 기운이 반달 모양으로 날아가 몬스터를 잘랐다.

이휘의 격투 마법이 몬스터를 터트리고 난도질해 버리자.

어느새 그 많던 몬스터가 전멸했다.

“후우우.”

이휘가 마법을 거두고 숨을 골랐다.

거구의 몸이었으나 깃털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몸은 어찌나 유연한지 이휘에게 사각지대 따위는 없었다.

“제가 너무 늦었습니다. 전주에서부터 몬스터를 처리하고 오느라 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는 각성자를 구해 줬으면서 되레 사과를 했다.

그들의 눈에 이휘는 거대한 존재.

그런 자가 사과를 해 오자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혼자 이곳에 오셨습니까?”

“제가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입장이라… 너무 조촐하죠?”

“헉!”

“면목이 없어요. 대신 제가 최선을 다할게요.”

현재 한국은 길거리에 치이는 게 몬스터였다.

혼자 다니는 건 자살행위.

아무리 강한 각성자라도 몬스터가 떼로 덤비면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이 먼 광주까지 혼자 왔단다.

사람들을 돕겠다는 의지가 굉장하지 않나.

“세상에!”

“대단한 용기십니다.”

“역시, 사신가.”

“피는 못 속인다고 파천자 님처럼 패룡 님도 뛰어나세요.”

각성자들이 이휘를 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겉으로 웃고 있는 이휘였지만 속으로는 이를 갈았다.

‘그놈의 파천자! 이번 일을 계기로 파천자라는 이명은 나오지 않게 만들어 주지.’

구해 준 사람들마다 사신가와 파천자를 외쳤다.

광주까지 오면서 지겹게 들은 소리였다.

이휘는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여기 말고 또 위험한 지역이 어딘가요?”

“곧바로 가시는 겁니까?”

“몬스터에게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죠.”

“대단하세요.”

“저라면 이휘 님처럼 행동하지 못했을 겁니다.”

“힘을 가진 사람으로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건 당연한 의무예요.”

“인성까지 완벽하십니다.”

“이야기는 이만 마쳐야 할 것 같아요. 지금도 사람들이 죽어 갈 수 있으니.”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기보다 더 급한 곳은 고속 터미널 쪽이에요.”

“저곳 말이죠?”

이휘가 가리킨 곳에선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고 있었다.

광선 같은 게 하늘을 가르는 게 보였다.

곧이어 터져 나오는 굉음.

곳곳에서 비명이 난무했다.

끝에는 절규밖에 들리지 않았다.

각성자들 말대로 여기보다 저기 검은 연기가 나오는 곳이 더 위험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천천히 오세요.”

이휘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블링크!?”

“아니야. 그보다 고차원의 마법이야.”

“헉!”

“텔레포트!?”

“서양의 8서클 마법사들만 사용하는 고위 마법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다니.”

“어쩐지 레드급 몬스터를 한 방에 처리할 때부터 알아봤어.”

“적어도 S급 각성자라는 소린데….”

각성자들의 머리에 이휘가 강렬하게 박힌 순간이었다.

* * *

종군 기자들이 전국으로 파견됐다.

광역시는 물론, 싸움이 일어난 장소라면 어디든 기자들이 찾아갔다.

그들은 각성자들이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중 단연 으뜸인 장면은 패룡 이휘의 활약.

서양의 마법사가 얼마나 강한지.

그가 손수 보여 줬다.

서울의 빌딩 전광판에는 이휘의 전투 장면으로 도배가 됐다.

“캬아아! 죽인다.”

“그냥 마법사도 아니고 격투 마법사라니.”

“지리더라.”

길을 가던 사람들도 이휘의 전투를 다시 보기 위해 멈췄다.

화려한 임팩트는 당연했고, 이준과 같이 파괴적인 무력까지 가졌으니.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다.

“저 정도면 등급이 어떻게 될까?”

“적어도 S급 아니겠어?”

“주먹으로 때려잡는 것만이 아니라 헬파이어도 사용한다는데?”

“헬파이어? 내가 알고 있는 그 광역기 말이야?”

“그렇다니까 그것도 몇 개를 소환한대.”

“X발. 그러면 S급이 뭐야, SS급은 되겠지.”

헬파이어는 8서클 마법사의 전유물.

S급이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S급도 헬파이어는 하나밖에 소환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휘는 그 헬파이어를 무려 다섯 개나 소환했다.

지금 전광판에는 다섯 개의 헬파이어를 펼치는 이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항상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영상으로 보니까 더 대단하잖아?”

“서양 애들이 자기네들이 가장 강하다고 지껄일 때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로 마법사가 가장 강할 수도 있겠구나.”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는데 무인이랑 마법사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냐.”

길거리의 모든 사람이 이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

이휘의 임팩트가 컸을 뿐.

성마회의 일원들도 많은 활약을 했다.

이 때문에 내공과 마나.

무인과 마법사를 놓고 토론까지 벌였다.

커뮤니티도 당연하게 난리가 났다.

[난 마법사가 우위에 있다에 한표.]

[2222. 텔레포트가 개사기 스킬임.]

[소문으로는 마법사들 무영창이 기본이래.]

[우리가 알던 판타지랑은 다름. 무영창이면 무조건 마법사가 압도하지.]

의견은 정확하게 반으로 갈렸다.

마법사가 더 강하다가 50%.

내공을 지닌 무인이 더 강하다가 50%.

[요번에 검화 활약한 거 못 봄? 칼질 한 번에 수백 몬스터가 깔끔하게 두 동강 나더만.]

[빙화는 어떻고. 검에 닿는 몬스터가 가루처럼 부서지던데?]

[혈백봉이 창질한 거 본 사람? 아주 예술임. 피가 난무하는데 그렇게 아름다운 건 처음 봄.]

[혈백봉이면 ㅇㅈ이지.]

[임팩트 충한테 한 방 먹인 혈백봉이 승자.]

혈백봉은 이지안의 새로운 이명이었다.

그녀의 창이 몬스터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시산혈해가 이루었다.

몬스터의 더러운 피가 피부에 닿아도.

그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얼굴로 몬스터에게 창을 꽂아 넣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들은 한국에 대규모 균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잠시 까먹었다.

그녀의 매력에 눈이 돌아갔으니까.

[됐고, 마법사가 강함. ㅅㄱ.]

[무인 따위는 마법사 절대 못 이기지.]

[개소리 그만.]

[마법사로 천외천 이기면 다시 상대해 준다. 먼저 천외천부터 이기고 와.]

사람들이 새로운 화제에 집중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 * *

한국에 열린 대규모 균열이 종식되기 직전까지 왔다.

거의 마지막까지 게이트 토벌에 참석했던 이휘는 사신가로 귀환한 상태였다.

“젠장! 대체 뭐가 문제야!”

“도련님 진정하세요.”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집으로 돌아온 지 벌써 석 달째야. 그런데 가솔들은 곁을 내줄 생각을 전혀 안 하잖아. 사치도 안 부려, 유흥도 안 즐겨, 뇌물도 안 받아. 틈을 파고들 수가 없어!”

이휘가 화낼 만했다.

사신가의 가솔들은 오로지 가문의 일만 했다.

술을 마셔도 가문 내에서 회식을 즐겼다.

2차로 노래방을 갈 법도 하나.

1차 회식에서 끝.

각자의 거처로 가서 잠을 청했다.

그렇다고 사치를 부리냐.

그것도 아니었다.

명품 약이나 비싼 보관함을 사지도 않고 주어진 보급품으로 생활했다.

하필 그 보급품들이 타 가문에 비해 굉장히 비싼 것들로 이루어진 게 문제였다.

“저희가 신력권가였을 때를 기반으로 계획했던 거라 예상이 빗나간 거예요. 가문이 이 정도로 돈이 많을지 몰랐잖아요.”

가솔들은 각성자 백화점에 가서 굳이 비싼 물건을 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가문에서 준 보급품들이 각성자 백화점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진 거였으니까.

각성자에게 사치는 장비와 약품들 뿐.

예전같이 명품 백이나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니었다.

각성자에게 사치는 자기의 등급을 높여주는 무기였다.

사신가는 그런 각성자에게 엄청난 사치품을 줬다.

바로 보급품.

일반적인 보급품이 아닌, AA등급에 불 속성이 붙여진 무기와 방어구였다.

풀세트로 보급을 주니 가솔들이 사치를 부리겠나.

그렇다고 유흥을 즐기기에는 무기의 성능을 확인하기도 바빴다.

이래서 더 골치가 아픈 것이다.

가솔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으니까.

“가문과의 거래만 끊으면 될 줄 알았는데 젠장!”

각 가문에 파견된 성마회의 인원으로 인해 다른 가문과의 거래가 끊어진 상태다.

오대 가문이 서로 거래하지 않으니.

사신가의 재정이 타격을 입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수입은 줄었으나 여전히 막대한 돈이 가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요정의 꿀을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빌어먹을 꿀이 문제야.”

요정의 꿀은 사신가의 주 수입원이었다.

식재료로 팔기도 하고, 화장품으로 팔기도 했다.

돈이 꽤나 있는 사모님들이 환장하는 게 바로 이 요정의 꿀이었다.

아직도 요정의 꿀 대란은 끝나지 않았다.

거금을 주고 높은 등급의 꿀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한 트럭.

안티에이징의 끝판왕에 전 재산을 투자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요정의 꿀은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구사했다.

“그리고 이 문제만 있는 게 아니야. 일본에서 가문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현금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어.”

“카즈하 님한테도 연락해 놓을게요.”

“그래. 돈만 끊어 놓으면 콧대 높은 가솔들의 등을 돌릴 수 있어.”

이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힘으로 밀고 나가면 가문을 손쉽게 얻는 게 가능했다.

사형준이 걸리긴 했지만 충분히 제거할 수 있었다.

그만 없으면 가문을 먹는 건 식은 죽 먹기였으니까.

하나 이건 이준에게 커다란 고통을 주는 게 아니다.

“이준이 가문으로 돌아오기 전에 가솔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 안 되면 계획했던 대로 하시죠.”

“그래야지. 난 이제 신력권가의 소속이 아니라 성마회의 일원이니까.”

이준이 보는 앞에서!

가솔들에게 아픔을 주는 것이야말로 이준을 고통에 빠트리는 거였다.

이휘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모를 것이다.

그가 생각한 만큼 사신가의 가솔들은 나약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휘의 행동을 본다면 이준이 피식 웃을 거다.

되도 않는 머리를 굴리고 앉아 있으니 아직도 가솔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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