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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24화 (422/705)

제420화

“제가 먹어 보겠습니다!”

혈마가 손을 번쩍 들었다.

뒤늦게 손을 든 가주들이 아쉬워했다.

“한번 마셔 보고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준에게 병을 받아 든 혈마가 뚜껑을 열고 향기를 맡았다.

“윽!”

혈마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독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가주들도 냄새를 맡았는지 코를 막았다.

“냄새가 왜 이런지….”

“몸에 좋은 약이니 그렇지요. 먹기 싫으세요?”

“아닙니다!”

혈마가 심호흡했다.

버전 2의 활력탕을 맛볼 기회.

훈련으로 인해 쌓였던 피로와 근육통을 한꺼번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병으로 코를 가져다 대는데 이번에는 달콤한 향기가 났다.

“어디서 맡아 본 냄새인데.”

“요정의 꿀을 첨가했어요.”

“그럼 상처 재생 효과까지 더해졌겠군요.”

요정의 꿀 성분이 있다는 말에 혈마가 병에 담긴 갈색 액체를 쭉 들이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액체에 눈이 크게 떠졌다.

“이, 이건!”

“어때요? 효과 죽이죠?”

“어떻게 바로 효과가 나는지…?”

혈마는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이준을 보았다.

피로가 전부 가셨다.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단전에서는 내공이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아우성쳤다.

또한 미세한 내상마저도 치료된 느낌이랄까.

정말 영약이 따로 없었다.

“효과가 어떤지 제대로 느끼려면 훈련을 해 봐야겠죠? 얼마나 다른지 훈련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이번에는 심법 훈련입니다.”

기초 단련이 아닌 심법 훈련.

오히려 좋았다.

적어도 앉아서 하는 자기와의 싸움이었으니까.

* * *

학생들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철환을 찼다.

다들 철환을 보고 특별 1반이 했던 것처럼 산을 탈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모두 바다에 입수해서 운기조식을 시행한다. 시간은 3시간. 그전까지 나올 생각은 하지 마.”

“에엑!”

“그냥 앉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물 안에서 어떻게 운기를 해?”

“가능한 이야기야?”

“잡담은 그만. 빨리 안 들어가면 훈련 강도를 높일 줄 알아.”

이준의 협박에 학생들이 마지못해 울릉도 앞바다에 뛰어들었다.

가주들은 서로 눈을 보았다.

“역시 평범한 훈련이 아니었소.”

“물 안에서 운기를 하라니.”

“해 보신 분 있소?”

“어렸을 때 해 봤지만 얼마 버티지 못했소.”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검왕 한 사람뿐이었다.

“가주님들도 들어가세요.”

“예.”

그들도 머뭇거리다가 입수를 했다.

“잘 버텨서 내 내공 좀 늘려 줬으면 좋겠는데.”

이준이 바다를 뚫어지게 봤다.

그의 눈에는 바다 안이 훤히 보였다.

천 명이 넘는 인원이 물속에서 운기를 하니 바다가 거칠어졌다.

거세게 출렁이는 파도.

회오리까지 치며 물이 요동쳤다.

“산탄 게 효과가 있구만.”

기초 체력 훈련을 함으로 가장 도움이 되는 건 바로 정신력이었다.

그 어떤 상황에도 굽히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가지게 했다.

그 효과 덕분인지 서로의 기운이 부딪히면서도 학생들은 꿋꿋이 운기를 이어 갔다.

[가르친 학생으로 인해 내공이 +1 상승했습니다.]

[가르친 학생으로 인해 내공이 +1 상승했습니다.]

기초 체력 훈련 때는 그렇게도 오르지 않던 내공이 이제야 상승하기 시작했다.

‘예상이 맞았어.’

가르친 이들이 오르는 능력치에 따라 자신도 그에 맞는 능력치를 얻게 된다.

내공 훈련을 하니, 이준의 내공 능력치 또한 오른 것이다.

‘이대로만 가자.’

이준은 미소를 머금은 채 학생들의 운기를 계속 지켜보았다.

한편 가주들은 속으로 꽤 놀라고 있었다.

‘물속이 이렇게 편안했던가.’

‘기의 순환이 거침없구나.’

‘진작 물속에서 운기를 해 볼 걸 그랬어.’

가주들은 물이 요동을 치든 말든 편안하게 운기를 했다.

그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운기에 몰두할 수 있는 건 손목에 찬 철환 덕분이었다.

최소 무게가 1톤.

몸이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게끔 고정해 주었다.

‘극성으로 펼쳐도 될 것 같은데.’

‘조금 더 내기를 올려 봐야겠어.’

‘어쩌면 내공의 숙련도가 상승할지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운기가 이렇게 잘되는 건 드문 일.

지금이라면 제 앞에 놓인 벽을 허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보다 많은 내기를 몸 구석구석으로 흘려보냈다.

가주들의 이러한 행동에 이준이 허리춤에서 파멸겁을 뽑아 바다에 던졌다.

정확히 가주들과 일반 학생들의 사이에 파멸겁이 내려앉았다.

가주들 때문에 학생들의 훈련이 방해받으면 되겠나.

미친 듯 요동치는 물의 기류를 파멸겁이 상쇄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가주들은 가주들대로.

각자 운기에 최선을 다했다.

‘된다!’

‘막힌 혈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

‘이대로만 계속한다면 벽을 허물지도.’

눈을 감고 있는 가주들의 얼굴에 흥분이 가득했다.

그동안 정체됐던 등급.

아이들은 계속해서 치고 올라오는데 자신들은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어른된 입장에서 차마 내색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듯했다.

‘오늘 아니면 못 해.’

‘가 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제발!’

가주들은 운기에 속도를 가했다.

혈맥을 타고 도는 내기.

곳곳에 쌓인 노폐물을 쓸어버리면서 내기가 전진했다.

그래서일까.

가주들의 주위로 검은 안개가 그들을 감쌌다.

검은 안개의 정체는 가주들의 몸에서 나온 노폐물이었다.

* * *

모두가 바다로 들어간 지 1시간이 지났다.

슬슬 한계에 다다른 모양.

정신력이 약한 학생부터 물 밖으로 나왔다.

2시간이 지났을 때는 학생의 절 반.

세 시간이 지났을 때는 가주들과 특별 1, 2반을 빼고는 전부 운기를 포기했다.

“저게 사람이야? 물고기지?”

“따로 숨 쉬는 게 가능한 아가미가 있을지도 몰라.”

“독하다 독해.”

“저러니까 높은 곳까지 올라갔지.”

학생들은 특별 1반과 2반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학생들 말고 다른 쪽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역시 가주님들이셔.”

“저 속에서 운기가 가능한 게 신기해.”

“난 절대 못 해. 거슬려서 미칠 것 같은데 안 그래?”

“오대 가문의 수장인데 당연한 거지.”

“그래도 저기서 주화입마 안 걸리는 게 용하지 않냐.”

태풍을 동반한 번개가 하늘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 번개는 그대로 바다에 내리꽂혔다.

얼마나 강한 뇌기를 머금고 있었는지.

바다 표면에 전류가 가득했다.

뿐인가.

가주들이 어찌나 강한 내기를 뿜어내는지 그들이 운기하는 공간은 뻥 뚫려 있었다.

물 안의 모습이 다 드러난 상황.

기류의 소용돌이가 가주들의 주위에 맴돌았다.

이준은 가주들이 운기를 잘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는 시련을 주기 위해 발을 굴렀다.

쿵!

기류에 의해 갈라졌던 물이 다시 가주들을 덮쳤다.

이게 끝이라면 다행.

이준은 무극기로 가주들을 압박했다.

‘흡!’

‘갑자기 내기가.’

‘집중하지 않으면 주화입마에 걸리고 만다.’

그들의 집중력은 되려 최고조에 달했다.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으려고 운기에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이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가주들의 집중력은 끝내줬다.

괜히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는 듯.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잘 버티네. 뭐, 나야 더 좋지만.’

많은 시련을 버텨낼수록 이준에게는 이득이었다.

그들을 통해 얻게 될 보상은 컸으니까.

가주들에게 얻을 건 능력치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직 특성을 개화하지 않았다.

기존에 가진 특성 말고, 자신의 특성은 없다는 말.

그러니 가주들에게 얻을 건 많았다.

‘이제 슬슬 눈을 뜰 때가 됐는데.’

오래 버텼다.

시련을 계속 주고 있었지만 버틴 시간이 어느덧 5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슬슬 밖으로 나올 타이밍이다.

이준의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푸하아!”

뇌마와 신기가주가 물 위로 올라왔다.

“표정이 좋아 보입니다.”

뇌마의 물음에 신기가주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을 보았습니다. 뇌마는 어떻습니까.”

“저도 신기가주와 마찬가지입니다.”

뒤이어 살마와 검왕, 철왕이 올라왔다.

진 가주와 혈마는 아직도 물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두 시간을 더 하고서야 운기를 마쳤다.

“다들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이런 수련법이 있었다면 진작 해 볼 걸 그랬습니다. 제게 굉장히 도움이 됐습니다.”

진병철이 진심으로 기뻐했다.

바다에 들어가 고작 운기를 한 시간은 7시간.

반나절도 안 지난 시간이었는데 투심공의 경지가 1성이나 올랐다.

벽만 깨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늘, 벽을 깨는 것도 모자라 더 전진한 상태였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지.

직접 체험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하나 그보다 더 경악한 사람이 옆에 있었다.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모르겠군.”

혈마가 허공을 응시한 채 홀로 중얼거렸다.

그가 보고 있는 건 메시지 창이었다.

[특성 아수라도(S)를 개화했습니다.]

[앞으로 피를 보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수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수라파천공(S)의 경지가 9성에 도달했습니다.]

[아수라파천공(S)의 경지가 10성에 도달했습니다.]

특성은 덤이요, 내공의 숙련도가 두 단계나 상승해 있었다.

수련한 지 1년도 아니고 반나절 만에.

대체 어떤 마법이 자신에게 일어난 걸까.

혈마의 커진 눈은 좀처럼 작아질 생각을 안 했다.

“활력탕 버전 2 효과는 어때요?”

“이, 이게 활력탕의 효과입니까?”

활략탕 플러스 악마교관 특성의 효과였다.

활력탕만 마신다면 이 정도로 파격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러니까 아수라파천공의 숙련도가 그 정도로 올랐겠죠?”

“아.”

혈마가 감탄을 했다.

이준이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소름이 돋았다.

활력탕 버전 2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구해야 했다.

“파천자 님!”

“말씀하세요.”

“저희 마벽에도 신 버전의 활력탕을 팔아 주십시오.”

혈마가 몸을 굽히며 부탁했다.

활력탕 버전 2는 영약 그 자체.

이걸 놓치면 병신이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 동의각주의 노하우가 들어간 지라 살짝 비싸요.”

“얼마든 상관없습니다. 수량이 되는대로 구입하고 싶습니다.”

혈마의 반응에 눈치가 빠른 신기가주 한지웅도 합세했다.

“저희 신기지가에도 보급을 바랍니다. 민성아, 아니, 남 비서 지금 당장 거래 계약서를 가져오게.”

신기가주는 서류부터 들이밀었다.

두 사람의 행동에 밀릴 수 없었던 다른 가주들 또한 자신의 가문에 팔아 달라고 애원했다.

“동맹 관계인데 당연히 거래를 해드려야지요. 흥분하지 마시고 천천히 줄을 서 보세요. 거래 조건 좀 들어 보죠.”

이준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각성자 때려치우고 약이나 팔아봐?’

* * *

동의각의 건물 앞은 탕약으로 가득했다.

“각주님. 정말 이 극독을 넣습니까?”

“몇 번을 말하나. 버전 2의 활력탕은 사백초와 요정의 꿀이 핵심이네. 두 가지를 잘 배합해야 해.”

이의태는 의원들과 함께 활력탕을 제조하고 있었다.

조만간 대량의 거래가 이루어질 거라는 가주의 정보였다.

활력탕을 최대한 많이 만들라는 명령에 이의태는 동의단원들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꽤 많은 탕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네. 잘못 제조했다가는 복용한 사람이 탈진으로 죽을 수도 있어.”

“예! 각주님.”

동의단원들이 우렁차게 대답하곤 약을 만드는 데 온 정신을 쏟았다.

그들에게 말한 것과는 달리 정작 이의태는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철혈과 만독에는 이미 구버전의 활력탕을 보급하고 있는데 또 어느 가문에서 활력탕을 원하는 건지.’

그도 자신이 만든 활력탕이 좋은 건 안다.

체력 증진은 물론 피로 회복에 아주 기똥찼으니까.

하나 활력탕의 버전 2까지 좋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여기엔 강력한 독초인 사백초가 핵심 재료였다.

이 독을 견딜 수만 있다면 오히려 독이 영약으로 변할 테지만… 부작용이 있었다.

‘효과가 없으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겠지만 만약 활력탕을 먹고 효과를 보면… 그날은 똥꼬에서 불이 날 건데.’

이 사실을 가주에게 말했으나 이준은 개의치 않아 했다.

효과만 좋으면 장땡이라나 뭐라나.

약을 만드는 사람은 자신이기에 먹고 부작용이 일어날까 봐 죄책감이 들었다.

‘괜히 신버전의 활력탕을 만들었다고 말했어.’

이의태는 사람들이 버전 2의 활력탕을 먹고 부작용이 없기만을 빌었다.

약을 제조한 사람으로서의 작은 양심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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