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2화
[조용석의 인내심이 빛을 발했습니다.]
[악마 교관(S)의 특성이 발동합니다.]
[조용석에게 맞는 특성을 찾고 있습니다.]
[조용석이 특성 ‘살종의 무예’(SS-)를 개화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75,000,000p를 지급합니다.]
“어이가 없네.”
“예?”
조용석이 인사를 하다 말고 움찔했다.
“류가을이 아니고, 왜 네가 특성을 개화하는데?”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 너 운 좋다.”
조용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엔 이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알림을 확인하고서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조용석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지 못했다.
눈을 연신 비비며 각성자 시스템을 바라보았다.
“선생님께서… 특성을 개화시켜 주셨어.”
[살종의 무예]
종류: 특성
등급: SS-
설명: 살종은 언제나 혼자 다니는 외로운 사냥꾼입니다. 유명한 무파의 출신은 아니나 살종의 무예는 그에 못지않게 훌륭합니다.
효과: 암살에 대한 이해도 MAX(당신보다 뛰어난 암살자는 없다.)
*살의 기예(SS-)
[살의 기예는 이름이 없습니다.]
[기존에 가진 무공의 이름을 쓰시겠습니까? (Y/N)]
[살의 이름을 바꿉니다.]
[살영심법(SS-)(살예)]
[귀음검법(SS-)(살예)
[유혼보(SS-)(살예)]
“나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조용석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이준에게 박힌 미운털을 걷어 내려고 했을 뿐.
한데 이준은 자신에게 무공을 내려 줬다.
일반 무공도 아닌, 최상승의 무공을.
“화장실에서 애들에게 조언을 해 주셨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조용석은 이준을 다시 봤다.
담배를 피우던 아이들의 생각을 고쳐 잡게 했다.
그저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다신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표정을 한 채 돌아갔다.
“선생님의 인품과 배포는 나 같은 놈은 따라갈 수 없어.”
조용석의 눈은 평소와 달라져 있었다.
존경을 한껏 담은 눈빛.
진심이 묻어 있었다.
“선생님의 기대에 충족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위해 이 살예를 사용하겠습니다.”
조용석은 스스로 다짐했다.
이 좋은 무공을 얻게 해 준 이준을 위해 쓰겠노라고.
한편 이준은 부담스러운 눈빛을 받으면서도 모른 척을 했다.
“준아. 쟤 갑자기 왜 저래? 진경수랑 같은 눈빛인데?”
이준을 보는 눈이 진경수와 똑 닮아 있었다.
화장실에 갔다 오고부터 계속 저랬다.
박정연의 질문에 이준이 고개를 저었다.
“내 의도가 아니었어.”
“무슨 의도?”
“쟤도 새로운 무공을 얻게 됐어. 그것도 화장실에서.”
“나와 같은 계열의 특성을 얻었다는 거야?”
“아마 비슷할 거야. 등급이 SS-니까. 뇌신공과 같은 무공을 얻으려면 게이트를 클리어해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이가 없네.”
“무공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소리?”
“거의 그래. 내 악마 교관의 특성이 자동으로 발동됐어.”
이준은 조용석의 특성을 개화할 생각이 없었다.
우선은 류가을부터 금강권문을 잇게 하려고 했으니까.
한데 정말 뜬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도 추종자가 한 명 더 늘어나서 좋겠는데?”
“쟤는 별로야.”
“왜 이렇게 싫어해? 너 편견 없는 애잖아.”
“그냥 꼴 보기가 싫네.”
“지안이 때문이구나?”
“아닌데.”
“애들한테 다 들었어.”
박정연과 박혁진은 둘 다 외향형이었다.
MBTI 성격 테스트에서 극E로 나온 사람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마고 출신 아이들과도 살갑게 지냈다.
박정연이 먼저 다가가니 류가을도 그녀와 친해진 상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술술 말하는 건 당연했다.
“아니, 발정 난 놈이 지안이만 보면 꼬리를 살랑거리잖아.”
“질투 나는데? 너 지안이한테 마음 있는 건 아니지?”
“미쳤어? 쟤는 내 여동생이나 마찬가지야.”
“피는 안 이어졌잖아.”
이준은 박정연에게 말려들었다는 걸 느꼈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은 하나였다.
“누나 수련 안 해?”
“다 쉬고 있어서 나도 쉬고 있는데?”
“이제 쉬는 시간 끝이야. 어서 가서 수련해.”
대화를 차단하기 위해 쉬는 시간을 끝내려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이걸 어떻게 하지? 마지막 수련 때 사방환진을 깨 버렸어.”
“아.”
잊고 있었다.
박혁진보다 박정연이 더 강하다는 걸.
많은 이들은 박혁진의 재능이 제일 뛰어나다고 하나 철혈검가 내에서는 박정연을 그보다 더 위에 놔뒀다.
이 시대의 최고 재능충.
그게 바로 박정연이었다.
SS급 현경 초입을 단 그녀라 사방환진으로는 수련이 되지 않았다.
“준이 네가 대신 수련 시켜 줄래?”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계속 붙어 있으려고 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앗, 들켰다.”
이준의 말에 박정연이 싱긋 웃었다.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미소였다.
* * *
수학여행 당일이 밝아왔다.
활기가 넘치는 무사고.
운동장에 모여 있는 전교생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졸업 전에 수학여행을 가게 될 줄은 몰랐어.”
“우리 무사고는 해당 사항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이 선생님이 제안하신 거래.”
“이 선생님의 입김이면 가능하긴 하지.”
“우리를 생각하는 선생님은 파천자뿐이야.”
무사고는 시험이 일상이었다.
각성자로서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
강해져서 국민들을 지키는 게 각성자의 의무였으니까.
그랬기에 무사고는 수학여행이 없었다.
그 대신 선생의 재량으로 현장 학습을 가는 게 다였다.
“울릉도로 가니까 훈련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물 가져왔지?”
“당연하지. 보온 통에 넣어 놨다.”
“잘했어. 선생님 잠들면 시작이다.”
학생들은 시작도 전에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밝은 학생들과는 반대로 특별 1반 학생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박정연이 한지유를 불렀다.
“지유야.”
“네.”
“준이가 수학여행지를 울릉도로 제안했다고 했지?”
“이사장님한테 그렇게 들었어요.”
“예감이 썩 좋지 않아. 너도 그렇지?”
“네. 분명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왜 지옥이 펼쳐질 것 같지?”
특별 1반 학생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쉬러 간다?
그러면 이준이 따라갈 일이 없었다.
이준은 선생이면서 동시에 사신가의 가주.
그가 학교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었으니까.
“다들 준비됐죠?”
이준이 선생님들과 헤어진 후, 특별 1반 곁으로 와서 처음 하는 말이었다.
박혁진은 허수에게 전음을 보냈다.
[망한 것 같지?]
[네. 선생님께서 존댓말을 했습니다.]
[준이가 우릴 골로 보낼 때면 항상 저러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수학여행은 개뿔. 앞으로 뭐가 펼쳐질지 안 봐도 뻔하다.]
[지옥이 기다릴 겁니다.]
특별 1반 학생들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수학여행인데 다들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네요?”
“아니요. 좋습니다.”
“빨리 가고 싶어서 미칠 지경입니다.”
진경수와 허수가 애써 대답했다.
* * *
무사고 전교생의 대규모 이동이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경공을 펼쳐 포항에 도착했다.
이준과 몇몇 사람은 경공으로 바다를 건널 수 있었으나.
모든 학생이 수상비를 펼치지는 못했다.
그래서 전교생이 타고 갈 배를 미리 구해 놨다.
“와.”
“이게 우리가 타고 갈 배야?”
“완전 럭셔리하잖아. 학교에서 돈 좀 썼네.”
학생들은 배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초호화 크루즈.
족히 3,000명 이상은 태울 것 같은 초대형 선박이 준비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차례차례로 배에 올라타는 사이.
“오셨습니까.”
“오랜만이에요.”
이준은 암상의 한금만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얼굴 보기가 더욱 힘들어지신 것 같습니다.”
“요즘 바빴어요. 지하 경매장은 어때요?”
“덕분에 활력이 넘칩니다. 파천자란 코드 네임 때문에 중앙 경매장보다 저희 쪽을 더 많이 찾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금만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지하 경매장은 중앙 경매장보다 두 배 가까운 수수료를 낸다.
그럼에도 전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그 이유는 모두 이준 때문.
그가 사용했던 지하 경매장 코드 네임이 순식간에 소문이 난 것.
요정의 꿀뿐만 아니라, 특별한 아티팩트를 팔았던 사람이 바로 이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로 인해 암상의 경매장은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파천자의 물건을 사기 위해서 각성자들이 돈을 물 쓰듯 쓰기 시작했다.
암상의 규칙대로 물건을 많이 살수록 구매 특권이 주어지니까.
“아티팩트 공급을 조금 줄여야겠네요.”
“사신가의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넘쳐 나니 공급은 안 줄여도 될 듯합니다.”
“회장님께서 공급은 알아서 조절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큰 배를 준비해 주신 거 아니에요?”
“안전하게 바다를 건너려면 이만한 배가 없을 겁니다.”
초호화 여객선의 주인은 한금만 회장이었다.
무사고 전교생이 울릉도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준비한 것이다.
“이러면 훈련이 안 되는데.”
“훈련 말입니까?”
“아니에요. 아무튼 좋은 배로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저나 상인이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그럴게요.”
“그럼 조심히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인사를 마친 이준이 배에 올랐다.
한민성도 한금만과 이야기를 끝내고 배에 탔다.
전교생이 탑승을 완료하자 배가 출발했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2시간.
학생들은 오랜만에 마음 놓고 여유를 가졌다.
하지만 특별 1반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진경수가 엄지손톱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허수 또한 편하게 있지 못했다.
“에이. 선배. 괜찮아요. 쉬어요.”
특별 1반에서 유일하게 편한 모습을 보인 사람은 박혁진뿐이었다.
그는 배 안에 있는 과자와 음료를 먹으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오랜만에 인싸의 삶을 즐겼다고나 할까?
“두 시간 동안이나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니.”
“그냥 학교에 짱박혀 있는 게 더 편했을 거야.”
“지금이라도 돌아간다고 할까?”
박은비와 서혜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그녀들은 이준과 가장 먼저 훈련했던 사람들.
이준이 순순히 수학여행 같은 곳에 따라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의도가 있으니까 함께하지 않을까.
마음 놓고 쉬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
“왜 그래?”
남선호가 계속해서 주위를 살폈다.
“지유가 없어.”
“배 앞머리로 가던데?”
“언제?”
“조금 전에.”
박은비의 대답에 허수도 말을 덧붙였다.
“정연 누님도 지유 누님을 따라간 듯합니다.”
“이 불안감은 뭐지? 수야. 우리도 갑판으로 가자.”
“네.”
특별 1반 학생들이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왔다.
그곳에는 이준과 박정연, 한지유가 있었다.
진경수가 이준을 향해 달려가려는데 배가 꿀렁였다.
“느낌이 싸하다?”
“저도 그렇습니다.”
때마침 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빨리 왔어..”
특별 1반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엔 이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그런데 그의 입가에 미소가 보이자 특별 1반 학생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엿 됐다.”
“그런 것 같습니다.”
진경수와 허수가 앞을 보며 중얼거렸다.
해수면이 하늘 위로 솟았다.
그 속에 있는 거대한 그림자는 해양 거대 몬스터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