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6화
“뭡니까?”
혈마와 뇌마, 살마가 눈을 반짝였다.
“우리 둘째 딸이 아주 큰 대어와 연애를 하지 뭡니까?”
“광마도 허수 말입니까?”
“그 아이가 그리 큰 대어였나요?”
“허, 모르시나 봅니다.”
혈마와 살마, 뇌마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철왕의 목소리만 기다렸다.
마벽의 정보로도 특별 1반 학생들을 전부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류가을과 홍원찬, 조용석은 특별 1반에 대해서는 입을 잘 열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기밀인지.
가문에조차 특별 1반에 대한 정보라면 입을 다물었다.
그중 하나가 허수와 정예은이 사귀는 것이다.
특별 1반 학생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나.
외부의 학생들은 같은 반이 아니기에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몰랐다.
그저 친한 친구라는 사실이 다였다.
“파천자께서 광마도 허수를 친동생 이상으로 챙기십니다.”
“정말입니까?”
“우리 둘째 사위 때문에 딸들에게 SS급 무공을 개화시켜 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파천자께서 무공을 개화시켜 주고 예은이한테 시켜 제 아버지에게 말을 전달해달라고 했답니다.”
“어떤 말을?”
“무공은 허수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지 뭡니까. 하하.”
“허허.”
“허수가 아닌 그 여자친구에게 SS급 무공을 줄 정도로 챙기는 사이라니, 정말 뜻밖입니다.”
“딸을 정말 잘 두신 것 같습니다. 예은 양은 암기에 조예가 깊고 남자를 고르는 안목까지 뛰어나니, 이보다 축복이 어딨습니까.”
뇌마가 입에 발린 말을 했다.
그의 칭찬에 철왕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다 사위를 잘 둔 덕이지요.”
“언제부터 사위가 됐다냐? 너 예전과는 너무 다른 것 아니야? 언제는 나한테 딸이 이상한 놈을 주워 읍읍!”
철왕이 검왕의 입을 다급하게 막았다.
“조용히 해 이 새끼야. 독물 좀 먹어 볼래?”
“읍읍!”
회의장은 화기애애했다.
언제부터 오대 가문과 마벽이 친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이준이 회의장에 도착했다.
“죄송해요. 제가 늦었죠?”
“아닙니다.”
“친목도 쌓고 좋았습니다.”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지요.”
회의장에 이준이 들어서자 극도로 공손한 태도를 취하는 가주들이었다.
세계 랭킹 3위에 대한 예의.
절대자에 대한 경외였다.
* * *
회의의 내용은 하나.
새로운 단체를 만들지, 아니면 가문 상태를 유지한 채 유기적으로 움직일지에 대한 논의였다.
“난 단체를 만드는 것에 회의적이오. 새로운 단체라도 시간이 지나면 썩기 마련. 내실을 다지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고 보오.”
“혈마께서는 단체의 단점만을 말했지만, 장점으로는 사건 발생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게이트는 빠른 대응이 관건이니, 전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것에 찬성합니다.”
진병철이 혈마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회의는 계속 되었고, 의견은 둘로 나뉘어 좁혀지지 않았다.
이준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자 한지웅이 그에게 물었다.
“파천자께서는 어떤 의견이신지요.”
“전….”
모두가 이준의 입만을 바라보았다.
“내실을 다지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단 상황이 생기면 그 어떤 가문도 빠지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합니다.”
“오오, 저와 같은 의견이십니다.”
혈마의 얼굴이 좋아졌다.
이준의 말은 큰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의견을 내면 모두가 생각을 재고할 정도였다.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의외의 선택을 한 이준에게 한지웅이 다시 물었다.
조금 더 자세한 의견을 듣고 싶은 모양이다.
“앞으로 상대해야 할 적은 여태까지 겪었던 이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언제 우리의 곁에 숨어들지 모르니, 내실을 다지면서 힘을 키우는 게 옳다고 봅니다. 어쩌면 가솔들의 신분부터 전부 다시 조사해 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허, 반발이 크겠군요.”
한지웅이 탄식했다.
점점 강해지는 적들.
인주라는 적을 죽였는데 지주라는 더 강력한 적이 나타났다.
그리고 지주를 죽였더니 그보다 강한 백마존이 나타났다고 하니.
경계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래도 신분을 확실히 해 두는 게 좋아요. 아니면 가문이 몰락할 수도 있어요. 그것보다는 불편을 감수하는 게 좋잖아요.”
“저희 진씨 가문은 파천자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새로운 단체를 만들자는 진병철이 곧바로 의견을 철회했다.
진경수만이 아니라 진병철 또한 이준의 추종자.
그가 세상이 멸망했다고 하면 멸망한 거라고 믿을 사람이었다.
한, 두 명씩 동조하자 모든 가주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걸로 합의를 보았다.
싱겁게 회의가 끝나자, 철왕은 눈치를 보다가 이준에게 말을 걸었다.
“저, 파천자 님.”
“네. 말씀하세요.”
“궁금한 게 있는데 시간 괜찮을까요?”
“뭔데요?”
“저희 딸이 개화한 특성과 무공 말입니다.”
“아, 연원이 궁금하신가 보네요.”
“맞습니다.”
“수라독문은 저희 한국의 전통적인 문파입니다.”
“구파일방과 오대 세가, 사파, 마교의 무공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까?”
“무림사에는 그것만 나오긴 하죠.”
여태까지 발견된 무공은 무협지에많이 나오는 중국의 문파가 전부였다.
새외의 포달랍궁, 대뇌음사, 소뇌음사, 북해빙궁 등도 있으나.
모두 무림사에 적혀 있는 문파들이었다.
하나 정씨 자매가 배운 무공은 수라독문의 무공.
무림사에는 나오지 않은 문파였다.
레어한 무공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SS급 무공이면 구파일방이나 오대 가문의 실전된 무공보다 높은 게 아닙니까?”
“검제 님의 천뢰기도 S급이니 수라독문의 무공이 더 높죠.”
“엄청난 무공을 얻은 것이군요.”
“듣고 보니 저도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이준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진병철도 궁금증이 생겼다.
“이참에 모두 물어보세요.”
“수라독문 말고 다른 가문도 있습니까?”
“네. 있어요.”
확신에 찬 대답에 가주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들은 아예 자리를 깔고 이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무파는 굉장히 많았다고 해요. 그중 대표적인 무파는 뇌전검문, 장백검문, 수라독문, 금강권문, 광룡도문이 있어요.”
“오오! 역시, 예사롭지 않은 무공이더니.”
검왕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뇌전검문은 검왕의 두 남매가 익힌 무공.
대표적인 무파라고 하자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지웅도 놀랐다.
이준의 도움으로 얻은 한지유의 무공.
그 무공이 바로 장백검문의 무공이었기 때문이다.
‘내 딸에게 챙겨 준 무공이 한국을 대표하는 무파였을 줄 몰랐어.’
심지어 절친인 박혁진보다 먼저 챙겨 준 게 아닌가.
혹시 이준이 딸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살짝 김칫국을 들이마시는 한지웅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
혈마 류한길이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혹시 저, 다섯 개의 무파 중 아직 얻지 못한 무공이 무엇입니까?”
“뇌전검문은 철혈에, 장백검문은 신기에, 수라독문은 만독에게 갔어요. 광룡도문은 허수에게 갈 거고, 금강권문만 남았네요.”
광룡도문이 허수에게 간다는 말에 철왕의 입이 찢어질 듯했다.
무려 수라독문의 무공을 이은 딸과 광룡도문의 무공을 계승할 허수가 사귀고 있다.
혹시 두 사람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어떻게 될까.
그 자식들이 계승할 무공을 생각하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두 아이들이 헤어지길 바라마.”
검왕이 저주를 퍼부었다.
“친구야. 배 아프면 너도 유능한 딸을 키우거라.”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내 딸은 어머니보다 더 똑똑한 아이야.”
“그렇게라도 위안 삼아야지.”
철왕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광룡도문을 계승할 허수보다 더 괜찮은 남자를 찾기란 어려운 일.
파천자인 이준이라면 모를까.
박정연이 허수보다 괜찮은 남자를 만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생각한 철왕이었다.
두 가주를 무시한 혈마가 아쉬운 표정으로 질문했다.
“금강권문의 주인은 과연 누가 될까요?”
한국을 대표하는 무파의 무공이 거의 오대 가문 쪽으로 갔다.
마벽의 가주들은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했다.
“여기에 있습니까?”
“당연히 있죠.”
한국을 대표하는 무파의 무공과 인연이 없는 가주.
진병철과 류한길, 조민석, 홍엽상이 눈을 빛냈다.
“누, 누구입니까?”
“혹시 저희 가문인가요?”
“제발 뇌전홍가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금강권문의 주인은.”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얼마나 조용한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모두의 귀에 들렸다.
“혈마 가주의 가문입니다.”
승자는 류한길이었다.
“아….”
“이런!”
“아들을 잘못 둔 내가 죄인이지.”
진병철과 홍엽상은 탄식했고, 조민석은 자책했다.
“제, 제 딸이 금강권문의 무공을 얻게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제가 그렇게 만들 거예요.”
“세, 세상에! 가, 감사합니다.”
혈마는 연신 이준에게 고개를 숙였다.
얼마나 좋은지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S급 무공도 세상을 흔들었다.
SS급 무공이라면 어떻게 될까?
역사에 길이 남을 각성자로 될 것이다.
가문의 영광이었다.
남은 세 명.
그중에서도 진병철은 투존의 무공을 받았기에 아쉬움이 덜했다.
뇌마와 살마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자.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한국에는 많은 무파가 존재한다고 해요.”
이준이 두 사람을 위로했다.
“파천자께서는 이런 엄청난 정보를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제 사부님이 알려 주셨어요.”
“파천자 님을 제자로 두신 분이시라면 엄청 대단한 분일 것 같습니다.”
“대단하시죠. 고금제일인이셨는데.”
“예?”
“아닙니다.”
이준이 말을 얼버무렸다.
사부에 대한 그리움으로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다행히 진병철이 다음 질문을 해서 넘어갈 수 있었다.
“파천자 님의 무공도 한국에 뿌리를 두신 건지요?”
“당연하죠. 제가 말씀했잖아요. 실망하지 마시라고. 유명하다고 해서제일 강한 무파가 아닙니다.”
살마와 뇌마의 얼굴에 희망이 자리 잡았다.
“때를 봐서 제가 아이들에게 맞는 무공을 찾아볼게요. 그런데 조용석 이놈은….”
이준이 조용석의 이름을 부르자 살마가 흠칫했다.
“제 아들이 문제라도 일으켰습니까?”
“음. 학부모에게 이걸 알려야 하는지 고민이네요.”
“가감 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용석이가 수련은 뒷전이고 여학우들에게 치근거리는 게 참 골치입니다. 선생인 제가 학생들을 팰 수도 없고….”
으득-
살마가 어금니를 꽉 깨무는 소리가 귀에까지 들렸다.
“내 이 자식을 그냥!”
살마의 눈에 살기가 맺혔다.
사람과 몬스터를 많이 죽여 봐서 그런지.
살기가 강렬했다.
“제가 아들을 단단히 단속하겠습니다. 파천자께 수련받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도 모르고 이 새끼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습니다.”
“너무 혼내지는 마세요.”
“아닙니다. 아비로서 제가 아들의 정신을 제대로 무장시켜서 학교에 보내겠습니다.”
“살마 학부모님께서 의지가 대단하시네요. 저도 최선을 다해 가르칠게요.”
“앞으로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살마가 이준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조용석 넌 뒤져 봐라.’
살마의 자식 교육은 굉장히 엄했다.
정신이 썩어 빠졌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교육을 단단히 시킬 터.
앞으로 조용석은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다.
* * *
조용석은 아버지의 호출로 가문에 가는 길이었다.
“무슨 일로 부르신 거지? 요즘 잘못한 거 없는데.”
그도 자신이 개망나니인지 아는 듯.
아버지의 호출에 잘못을 저지른 게 있는지 확인부터 했다.
가문에 도착하자.
“도련님. 막주께서 연무장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살마의 최측근이 조용석을 안내했다.
“무슨 일로 부르신 거야?”
“후우우. 도련님. 무조건 잘못했다고 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