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08화 (406/705)

제404화

이 공터는 무극자 사부를 처음 만났던 곳이다.

회귀 후에 루트 특성이 생겼고, 거기서 혼원신공을 얻었다.

자신도 모르게 혼원신공에 과몰입하다가 골로 갈 뻔했을 때.

무극자 사부가 나타나 자신을 구해 줬다.

“정말 오랜만에 왔네.”

이곳에서 정말 무식하게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100kg짜리 돌을 짊어지고 산을 탔다.

그것도 모자라 철환을 만들어 양쪽 손목과 발목에 차고 기초 체력 훈련을 받았었다.

“풉!”

그때를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개구리가 올챙이였던 시절.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굉장히 오래전 일 같았다.

“그때는 내가 어떻게 수련을 다 해냈을까? 지금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단 말이야.”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강해지겠다는 일념 하나로 악착같이 버텼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들려온 무극자 사부의 호통.

당근은 안 주고 매일 채찍만 주던 사부님이었다.

그때는 괴팍한 늙은 귀신이 자신을 괴롭힌다 생각했다.

자신을 강하게 키우려고 악역을 자처한 것도 모르고.

지금 와서 생각하니 사부님은 악역을 자처하지도 않았다.

지주의 한 서린 감정을 느끼고서야 알았다.

무극자 사부가 자신만은 사랑으로 키웠다는 것을.

“사부님. 오늘 하루만 그리워할게요.”

이준은 자신이 수련했던 공터와 산을 둘러보았다.

한 번, 두 번, 다섯 번.

사부와 함께했던 시간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움직였다.

어느새 해가 졌고.

“저 갑니다. 사부님.”

이준이 씁쓸한 표정으로 공터를 빠져나갔다.

다음 날.

그다음 날도.

이준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루만 사부를 생각한다는 그 약속은 계속해서 미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산 중턱에 있는 공터를 찾을 때면 기분이 나아졌는지.

공터에 갔다 오면 잠깐이지만 정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럼에도 나사가 빠진 행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이준의 이상 행동은 한민성 이사장의 귀에까지 들렸다.

“이 선생님이 요즘 이상하단 말이지?”

“네. 특별 1반 학생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입니다.”

한민성은 남지우 비서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문제의 원인은 찾았어?”

“못 찾았습니다. 지유 아가씨께서 골똘히 생각 중인 것 같지만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이 선생님이 어디 보통 인물인가. 형님마저 이 선생님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데 누가 그의 생각을 알아내겠어.”

“특별 1반의 수업은 아예 진행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학생들이 이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유독 깊지.”

“아무래도 가문 연맹회 건은 저희가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겠어. 하지만 그 이후에 있을 오대 가문과 마벽의 회동만큼은 이 선생님을 빼놓고 할 순 없어.”

“날짜를 미룰까요?”

“그러도록 해. 우선 가문 연맹회부터 마무리하자고.”

“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남 비서가 이사장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한민성이 소파에 파묻혀 생각에 잠겼다.

‘심경에 타격을 주는 일이 있는 건가?’

넋을 잃은 모습을 종종 보인다는 건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 나오는 행동이다.

이준이 상처받을 일이라면 가족과 관련된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족의 일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어머니는 이 선생님이 어렸을 적 돌아가셨고, 아버지인 권왕은 집에서 칩거 중인데… 권왕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나?’

한민성이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부정했다.

‘권왕의 단전이 부서졌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이 선생님이었어. 엄마를 죽게 한 권왕의 신변에 이상이 있다 해도 앙금이 남은 이 선생님으로서는 개의치 않아 할 거야.’

권왕은 천륜마저 끊게 만들 만큼 정이 뚝 떨어지는 행동을 했다.

이준의 성정으로 봤을 때 권왕이 죽을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준의 입에서 간혹 언급되는 한 사람.

한 번씩 사부란 말이 나올 때마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로 인해 이 선생님은 사부란 분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란 생각을 했다.

‘혹시 이 선생님의 사부님 되시는 분께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나마 이준과 가장 대화를 많이 했던 한민성이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 * *

특별 1반 학생들을 가르치고 온 이준이 폐허가 된 혼원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로티틸과 페어리들이 씨앗을 뿌리며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주인님 오셨어요?”

로티틸이 이준에게 날아와 배꼽 인사를 했다.

“여긴 내가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게… 주인님께서 게이트에 들어오실 때마다 이곳에 계시길래 땅을 예전으로 돌려놓을까 해서요.”

“불가능할 거야.”

“아니에요. 힘들긴 하겠지만 할 수 있어요. 황금이 님이 천중수까지 내주셔서 예전만큼은 못 하지만 땅이 회복은 하고 있거든요.”

“그…래?”

“그리고 테구르 님이 주인님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테구르가?”

“마침 저기 오네요.”

“헥헥. 주인님. 인사가 늦었습니다요.”

숨을 헉헉거리는 테구르였지만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예의는 꼭 차리는 녀석.

흐뭇한 웃음이 나올 법도 하나 현재 이준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날 찾았다고”

“주인님께서 고민이 있으신 것 같아 제가 원인을 찾아보았습니다요.”

“네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압니다요. 큰 어르신 때문에 이러시는 게 아닙니까요?”

테구르는 무극자를 큰 어른이라 불렀다.

주인의 사부.

서열로 치면 주인보다 사부되는 사람이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

큰 어르신이라 부른 것도 눈치가 빠른 테구르라 가능한 호칭.

다른 몬스터였다면 접근하길 꺼렸으리라.

“그래서?”

“제가 이 공간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드려, 주인님의 아쉬움을 싹 씻겨 드리겠습니다요.”

“네가?”

“주인님이 안 계실 때 간혹 이곳에 와서 큰 어르신의 수발을 들었습니다요. 그때 건물의 구조를 파악했지 뭡니까요.”

이준의 눈이 커졌다.

혼원문을 복원하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옛 모습 그대로 만들 수 있어?”

“물론입니다요. 게이트에 재료도 넘쳐나니 전보다 더 튼튼하게 제가 책임지고 짓겠습니다요.”

“테구르 너… 정말 쓸모 있는 부하구나?”

혼원문이라도 복원된다면 허했던 마음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았다.

자신을 떠올리며 슬퍼하지 말라는 무극자 사부의 행동은.

더욱 그를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이준이 기숙사 뒤편, 산 공터에서 무극자 사부를 기리던 것도 장소가 없어서 선택한 곳.

혼원문이 있다면 태사부를 비롯한 무극자 사부를 기릴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준의 표정이 한결 밝아지자, 테구르도 따라서 웃었다.

“헤헤. 주인님의 고민을 해결해 드릴 수 있어서 이 종복은 기쁩니다요.”

“저도 돕겠습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샥쿠가 가슴을 탕탕 치며 이준을 위로했다.

“저두요! 이 죽은 땅을 살려 볼게요!”

로티틸이 날개를 펄럭이면서 이준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주인의 슬픔은 곧 종복의 슬픔.

주인이 기뻐할 수만 있다면 종복들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었다.

몬스터의 충성심에 이준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모두 고마워.”

“저희가 해결해 드릴 수 있는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요. 헤헤.”

테구르가 파리처럼 손을 비볐다.

아부 하나는 블랙급 보스 몬스터 저기 가라 할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 보기에는 마법 공학 무기로 인해 이제는 전투력도 뛰어나진 녀석.

본업인 일꾼으로서는 따라올 몬스터가 없었다.

정말 장점이 많은 몬스터였다.

그러니 천외천이 스케먼 종족부터 복종시킨 것이겠지.

“당장 실행해.”

“넵!”

스케먼을 비롯한 4대 성지의 금역 소속 몬스터가 분주히 움직였다.

* * *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테구르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

그전과 똑같은 구조와 형태로 혼원문을 만들었다.

“테구르.”

“넵! 주인님.”

“주변 경관도 네가 설계한 거야?”

“마음에 안 드십니까요?”

테구르가 고개를 조아리면서 이준을 곁눈질로 봤다.

자기 마음대로 바꾼 주변 경관.

제 딴에는 더욱 멋들어지게 설계한다고 넣었지만 결국 그게 이준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의 생각과는 달리 이준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었다.

“마음에 들어. 사부님이 보셨으면 좋아하셨을 거야.”

“헤헤. 다행입니다요. 저는 혹시나 주인님께서 안 좋아하실까 봐 마음을 졸였습니다요.”

테구르가 추가한 경관은 엄청났다.

선계를 연상시키듯.

인공 폭포가 혼원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인공 폭포는 혼원문의 외곽을 따라 입구 쪽으로 흘렀다.

뿐인가.

로티틸이 뽑아 온 나무에는 각종 열매가 열려 있으며, 만개한 벚꽃 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섰다.

경건하고 삭막하던 혼원문에 활기를 불어넣은 조경이었다.

“경관은 더 꾸며야 할 듯합니다요. 큰 어르신이 자연을 좋아하셨다고 하니, 큰 어르신의 거처에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요.”

“네가 알아서 해 줘.”

“헤헤. 원래 다 완성되면 주인님께 공개하려고 했는데 절 따라오십시오.”

테구르가 준비한 건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혼원문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완벽하네.”

“당연합습죠.”

테구르는 이준을 데리고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문주전 뒤편에 있는 조사전에 도착했다.

“주인님께서 직접 열어 보십시오.”

테구르가 어깨를 한껏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찬 표정이었다.

“뭔데 그래.”

이준은 조사전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예상하지 못했던 게 안쪽에 있었다.

“이, 이건!”

“헤헤. 주인님의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요.”

“마음에… 들다 말고.”

이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발짝 움직여서 조사전 안으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보이는 그림은 천극자 태사부의 모습이었다.

“이것까지 복원할 줄이야….”

뿐인가.

무극자 사부의 젊었을 적 모습까지 걸려 있었다.

“테구르 너… 그림도 그릴 수 있었어?”

“헤헤. 별거 아닙니다요.”

“별거 아니긴. 네가 했던 일 중 제일 잘했어. 아쉬운 걸 찾으라면 젊었을 적 사부님의 모습밖에 없는 건데.”

“엥. 무슨 소리십니까요? 설마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요.”

“아니야?”

“제가 조사전에 조금 손을 댔습니다요.”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사전은 예전과 똑같은 구조였다.

여기에 조금 손을 댔다니.

그가 의문을 가진 사이.

테구르가 무극자 사부의 초상화에 세 번의 절을 올렸다.

“너 이런 것도 알아?”

“쉿! 큰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는 중입니다요. 주인님이라도 조용히 하셔야 합니다요.”

이준이 질문을 멈췄다.

테구르의 절이 끝났다.

녀석이 마무리로 향까지 피우곤 초상화 앞에 앉자.

덜컹!

그르르륵-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무극자 사부의 초상화가 위로 올라가며 하나의 문이 열렸다.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한 후에 향까지 피우셔야 기관이 열립니다요.”

“너….”

“큰 어르신의 눈치를 보며 배웠습니다요. 헤헤. 제가 주인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안에 있으니 들어가 보시겠습니까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이곤 새로 생긴 문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자신과 함께한 늙은 사부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테구르, 왜 이 초상화만 따로 걸어놨어?”

이준이 몸을 돌려 테구르를 바라보려는 그때였다.

방 밖에 있던 테구르가 기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클라이맥스입니다요.”

열려 있던 방문이 닫혔다.

그리고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이준의 귀에 들렸다.

[제자야. 왔느냐.]

“사, 사부님?”

이준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은 무극자.

[혼자 청승맞게 울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 고금제일인의 제자가 어찌 그리 나약할꼬.]

“정말 사부님이세요?”

그의 목소리를 못들었는지 무극자는 자기 할 말만 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