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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02화 (400/705)

제398화

“너희와 같은 소속으로 묶일 바에는 탈퇴하고 말겠다. 현재야.”

“예. 아버지.”

“내 뜻은 이러하니 최종 결정은 만독암가의 가주인 네가 정하거라.”

괴개의 폭탄선언!

모두의 시선이 철왕인 정현재에게 모였다.

가문 연맹 소속 가주들은 얼굴이 아주 죽을 맛이었다.

오대 가문 중 한 곳이 나간단다.

다음은 어떻게 될까?

괴개와 절친인 검제도 흔들릴 터.

결국 가문 연맹회는 붕괴가 되고 말 것이다.

“아버님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철왕!”

“이 중요한 일을 어찌 이리 성급하게 결정하신단 말입니까.”

그때였다.

“우리 철혈도 만독과 마찬가지로 가문 연맹회를 나갈 생각이네. 가문 연맹회는 너무 고였어.”

검제도 괴개와 같은 뜻을 내비쳤다.

“트, 특종이다!”

“가문 연맹회가 찢어지기 시작했어!”

기자들의 타자 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때렸다.

다급해진 가주들이 무릎을 꿇고 빌었다.

“안 됩니다.”

“저희를 버리지 마십시오.”

“죽을까 봐 겁이 나고 두려웠습니다. 제발 생각을 재고해 주심이….”

가주들은 검제와 괴개를 계속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내 뜻은 변하지 않네.”

“어리석은 놈들. 눈앞의 이득만 보니 이런 사달이 난 게지.”

그들이 계속 애원하고 매달리자 이준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사람은 말입니다. 눈치가 빨라야 해요. 안전을 택하는 것도 좋죠. 근데 그럴 거면 안전만 택했어야지 왜 뒤로 이득을 챙겨요. 그러니까 가문 연맹회가 썩었다고 소문나지. 다 당신들이 자초한 일이니까 받아들이세요.”

너무 얄미운 말투인데도 반박할 수 없는 가주들이었다.

이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시리도록 차가웠다.

‘일본 대균열을 종식시킨 이후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이런 낭패가!’

‘창제의 지원 요청이 들어왔을 때 결단을 내렸어야 했는데 멍청한!’

‘망했어….’

가주들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리 이준이라도 일본 대균열을 끝낼 힘까지는 없다고 여긴 것.

거기다 천외천과의 싸움도 있으니.

못해도 6개월은 더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천외천을 상대하고 일본 대균열을 끝내기까지 걸린 기간은 무려 한 달이었다.

굉장히 짧은 시간.

이럴 줄 알았으면 전쟁에 참전하는 건데 이미 늦은 후였다.

“가문 연맹회의 일은 알아서 하시고 전 피곤해서 쉬어야겠어요. 다음에 봬요.”

“한숨도 못 잤는데 좀 쉬시오.”

“사신가로 내 찾아가리다.”

검제와 괴개가 극도로 조심하며 말했다.

두 사람은 이준이 강한 건 진즉부터 알았다.

S급 끝자락, 화경 끝자락에 정체해 있던 자신들을 현경으로 이끈 게 이준이었다.

자신들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을 가졌다고 여겼다.

무엇보다 이준의 특성.

악마 교관이라는 사기적인 특성으로 인해 자신들의 경지를 뚫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준이 작심하고 드러낸 기운은 자신들이 있는 수백 킬로 떨어진 곳까지 느껴졌다.

공포 그 자체.

적이 아니라 아군이라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저 웃는 얼굴 뒤에 숨긴 잔혹한 손속.

산전수전 다 겪은 자신들도 진저리치게 했다.

두 사람의 행동을 보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랭킹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가. 두 분의 행동이 조심스러워 보여.”

“파천자에 대한 존중의 의미겠지.”

사람들이 수군대거나 말거나.

검제와 괴개는 이준이 어렵기만 했다.

경지가 오르니 이준의 기운이 새삼 피부에 와 닿은 것이다.

두 사람과 더불어 비슷한 느낌을 받은 한 사람.

육감이 뛰어난 살마 조민석은 도쿄에서 이준을 만난 이후로 줄 곳 식은땀을 흘렸다.

‘날카롭게 벼려진 차디찬 칼날 같아.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거지?’

살수의 감이 경고했다.

무조건 피하라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벼려진 칼이 목에 떨어질 거라고 계속 말하고 있었다.

정말 다행인 건.

‘이번 일을 계기로 파천자께서 우릴 좋게 보고 있다는 거다. 저 머저리들에게 고마워해야겠군.’

가문 연맹회의 멍청한 행동 때문에 마벽이 이득을 본 것.

이준의 부탁으로 전쟁에 참전한 것이 이득으로 돌아왔다.

살마가 가문 연맹회의 가주를 쳐다보고 있는 사이.

이준은 검제와 괴개에게 인사를 하곤 땅을 박차 사라졌다.

눈으로는 좇기 힘든 속도였다.

* * *

지잉-

이준은 곧장 4대 성지의 금역으로 들어왔다.

“사부니이임!”

“어허. 이 무극자의 제자가 어찌 경망스러운 언행을 보인단 말이냐.”

“전혀 경망스럽지 않은데요?”

“이 제자 놈을 어찌할꼬.”

무극자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저 없는 동안 잘 지내셨어요?”

“황금이가 있어서 적적할 일도 없었다.”

“다행이네요. 저 없어서 심심하셨을까 봐 걱정했어요.”

“셋째와 둘째의 기운이 사라졌더구나.”

“제가 지옥으로 보내 줬죠.”

“잘했다.”

무극자의 입에서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이제 대사형만 남았네요.”

“강해졌다고 방심하면 안 되느니라.”

“누구의 제잔데 당연하죠.”

“첫째의 수하들이 넘어온 것 같던데 맞느냐.”

이준이 화들짝 놀랐다.

게이트 안에 있어도 백마존의 기가 느껴지는 걸까.

정말 죽은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아셨어요?”

“사부가 누군지 잊었느냐? 하늘도 떨게 하는 고금제일인이니라.”

“눼눼.”

저 잘난 척만 안 하면 고금제일인이 맞는데.

자신보고 경망스럽다고 말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 사부에 그 제자.

이 말이 딱 어울렸다.

“아차, 사부님께 여쭤볼 게 있어요.”

“무어더냐.”

“18살에 현경에 들 수 있어요?”

“불가능하다.”

“기연으로는요? 가령 사신수의 힘이나, 영약을 먹든가.”

“그래도 18살에 현경에 드는 건 힘들다.”

“흐음….”

“왜 그러느냐.”

“이복동생이 18살인데 현경에 들었더라고요.”

“무어라!?”

무극자 사부도 깜짝 놀라 했다.

“백마존이 랭킹에 등록됐는데 그 녀석도 같이 랭킹에 표시됐더라고요. 그런데 백마존 한두 명을 제친 순위에 등록되어 있어서요.”

“말도 안 된다. 첫째도 18살에 현경에 들지 못했다. 너 또한 각성자 시스템과 사신수의 힘으로 현경에 오르지 않았더냐.”

이준은 각성자 시스템만 아니라 사신수의 힘으로도 강해졌다.

청룡의 힘인 뇌령석과 흑염마조의 흑염이 가슴에 자리 잡은 상태.

뿐인가.

파천혈신의 사대기보를 전부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현경에 들 수밖에 없는 조건.

하나 다른 사람이 현경에, 그것도 18살에 드는 건 위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저도 그게 의문이에요. 제가 볼 때 혁진이에 비하면 그놈의 재능은 별 볼 일 없거든요. 그런데 뜬금없이 랭킹에 나오니 혼란스러워요.”

“확실히 이상하구나.”

“천외천이 해외까지 손을 뻗었다면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수작을 부렸으면 안 될 것도 없는데…. 백마존 정도로 강하면 둘째가 한 짓은 아니니라. 녀석은 그만한 능력이 안 된다.”

만약 지주가 백마존 급 강자를 만들 수 있었으면 이미 세상은 지주가 지배했을 터.

사부의 말에 동의했다.

“놈을 직접 만나봐야 확실해지겠네요. 사부님 덕분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됐어요.”

“죽일 생각이냐.”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랭킹 100위면 골수까지 천외천에 물든 것 같은데요.”

“핏줄을 제 손으로 죽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라.”

“어쩔 수 없죠.”

“이 사부의 제자가 되어서 네 운명이 가혹해졌구나.”

“무슨 그런 말씀을 해요. 사부 없었으면 이기홍한테 단전부터 박살 났을 거예요. 절 사람 만들어 준 사람은 사부니까 다신 그런 말씀 마세요.”

“오냐. 알았다.”

이준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사부님을 뵀으니까 이제 나가 볼게요.”

“관문에 도전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느냐?”

이준이 멈칫했다.

“나중에요. 아직은 관문에 도전할 자신이 없어요. 테크트리 포인트를 더 모아서 능력치 좀 올려 올게요.”

그의 변명에 무극자가 말했다.

“테크트리 포인트는 차고 넘치는 걸로 아는데.”

“고금제일인을 이겨야 하는데 이걸론 부족해요. 저 갑니다.”

대충 말한 이준이 게이트를 황급히 나갔다.

관문에 도전할 조건은 이미 충족했다.

그럼에도 도전을 안 하는 이유는 하나.

관문을 깨면 무극자 사부가 사라진다.

이 사실이 싫었다.

관문을 통과해도 무극자 사부가 그대로라면 바로 도전했을 터.

그게 아니니 도전을 뒤로 미루는 걸 선택했다.

이준의 마음을 아는 걸까.

무극자가 쓰게 웃었다.

“녀석. 정이 그렇게 많아서 어찌할꼬.”

벌써부터 걱정됐다.

저 정 때문에 일을 그르칠까 봐.

파천혈신의 제자는 강인한 정신력과 냉혹한 마음을 지녀야 했다.

자신의 제자는 피의 운명을 타고났으니.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을 버리는 게 정신에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에 심한 상처를 입을 테니까.

“이 사부는 항상 네게 미안해할 것이다.”

무극자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 * *

4대 성지의 금역에서 나온 이준은 가문으로 돌아왔다.

이준의 모습이 보이자.

“가주 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사신가의 가솔들이 그를 맞이했다.

“만품각주는 나한테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가 명령을 내리고 낙성각으로 향했다.

펑펑-

공기가 요란하게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극대가 허공에 주먹을 뻗고 있었다.

육중한 권경.

격공권을 쓰는지 내지르는 주먹보다 더 멀리서 공기가 터져 나갔다.

[쓸모없는 놈들. 내가 몇 번을 말하느냐. 격공권의 묘리는 한 번으로 끝나선 안 돼. 그 뒤에 있는 물체까지 모조리 터트려야지만 격공권을 사용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앙증맞은 아기 호랑이가 무극대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열심히 하고 있구나?”

수련하던 김봉팔이 가장 먼저 이준에게 인사를 했다.

“주군! 오셨습….”

하지만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백호가 김봉팔을 향해 호통을 쳤으니까.

[누가 쉬라고 했어? 다시 훈련에 집중하지 못해?]

“예? 예!”

김봉팔을 보던 이준이 피식 웃었다.

녀석은 여전히 동네북 같은 존재였다.

“애들 재능은 어때?”

[괜찮은 놈들이다. 키울 맛이 나. 그런데 아직도 각성자 시스템에 의지하는 놈들이 많아.]

“쟤들은 그나마 나아. 다른 각성자들은 각성자 시스템만 믿고 설친다고.”

[그러니 약하지.]

“최대한 단시간에 강하게 좀 만들어 줘.”

[여긴 지대가 안전하지 않아. 마음 놓고 수련할 게이트가 필요하다.]

“네 게이트에서 하던지.”

[그래도 되나.]

“마음대로 해.”

[진작에 그럴 걸 그랬다.]

이준과 백호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만품각주 진병준이 왔다.

“부르셨습니까, 가주 님.”

“황금상 주인의 연락처예요. 여기로 연락해서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하세요.”

“제가 밀당할 일이 있습니까?”

“없어요. 그분이 말한 대로 진행하면 될 거예요.”

만품은 보급과 집안 살림을 담당했다.

타 가문과의 거래도 그의 일.

비익단주 송선형과 마찬가지로 은퇴한 후 다시 가문으로 돌아온 인물로 일 하나는 기똥차게 했다.

“명을 받듭니다.”

만품각주가 고개를 숙이곤 낙성각을 떠났다.

“이제 남은 일은 휴직계를 내는 건가?”

이준은 당분간 학교를 쉬기 위해 한민성 이사장을 찾아갔다.

“갑자기 휴직 말입니까?”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휴직해서 죄송해요.”

“혹, 일본에서 내상을 입으셨습니까?”

“아니에요.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래요.”

한민성은 고민에 빠졌다.

이준은 한국의 영웅.

일본의 기자회견으로 세계 랭킹이 밝혀진 이후로 그의 명성은 하늘을 뚫고 올라갔다.

그가 학교를 쉰다?

이상한 말들이 나돌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좋습니다. 파천자께서 휴직한다는 소문이 나면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올 겁니다. 차라리 휴직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얼굴을 보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돼요?”

“파천자라면 당연히 가능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나오는 거면 휴직할 필요 없으니 저야 좋죠. 배려 감사해요.”

“별말씀을. 그런데 개인적인 일이라는 게 안 좋은 건 아니시죠?”

“저로서는 좋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네요.”

“이런, 어떤 일인지는 모르지만 잘 이겨 내시리라 믿습니다.”

“위로 고맙습니다.”

이준이 인사를 하고 이사장의 방을 나갔다.

해맑은 표정이 아닌, 어딘가 어두운 얼굴.

한민성은 그런 이준을 걱정했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데…”

언제나 누구를 골탕먹이려는 표정을 했다.

한데 지금은 어떤가.

시무룩한 게 얼굴에 다 드러났다.

“별일 없었으면 좋겠군.”

이준을 따라 한민성도 덩달아 기분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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